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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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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봐야 하나?" 제목을 이렇게 달았지만 솔직히 약간 비겁함이 배어있다. 왜냐면, 성소수자 문제를, 그들의 주장을 담은 문화축제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도 없고 이유도 없다는 평소의 인식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부러 서울광장까지 가야할 절박함이 내겐 없지만 그들의 주장, 그들의 축제를 반대할 그 어떤 명분도 나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14일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블로그, 뉴스를 통털어 서울퀴어축제에 대한 글이 무수히 쏟아진다. 그만큼 이 시대 키워드가 됐단 얘기다. 여러 보도를 읽다 보면 예전보다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상당히 잦아들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여러 상황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겠다 싶기도 하다.


나는 우리나라 법에 '양성평등기본법'이 있다는 것을 실로 최근에 알았다. 솔직히 1년도 안 된다. 남녀평등은 그냥 인간생활의 기본이기 때문에 차별이 있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인지 몰라도 그런 법 자체가 있다는 게 얼마나 쪽팔리는 시추에이션인가 뭐 그런 인식이라서 처음 접하고는 정말 이 법은 하루빨리 없어져도 되는 사회가 되어야 하잖겠나 생각했다. 


더 진짜 솔직히 내 생각을 드러낸다면, 마초들은 길길이 날뛸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정치는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 해야 한다 주의다. 이건 페미니즘하곤 다르다. 비유 하나를 들자면 집안에서 여성이 경제권을 쥐었을 때와 남성이 경제권을 쥐었을 때 집안꼴 돌아가는 거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아, 약간 궤도에서 벗어난 얘기였다. 퀴어축제.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 피켓들고 얘들 꼴도 보기 싫다는 사람들도 많음을 안다. 물론 분위기 변화에 따라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뉴스 보도를 봐서 감 잡고 있구. 반대하는 사람들의 시각에는 나쁜 것들만 보일 것이다. 변태 같기도 하고... 하는 거 보면 역겹기도 하고 혹시라도 애들이 볼까 걱정되기도 하고.  그럴 수 있다. 나도 그들의 지나친 표현에 대해 옹호할 생각 없다.


이 사안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화두다. 성소수자, 즉 남자인데 여자 또는 여자인데 남자. 흔히 '유니섹스'란 표현을 적용할 수 있는 존재. '섹스'란 표현이 얼굴부터 붉히는 사람이 있을 지 모르겠다. 남성 여성 할 때 그 '성'이 섹스다. 뭐 중학교 1학년 영어시간에 안 졸았으면 모를 리 없는 단어겠다만. 이 이야기를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색소폰 악기를 이야기하는 데 그걸 오해해서 '섹스폰'으로 말하기도 하고 글로 표현하기도 하는 사람을 봐서다.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도덕적인 사람.




이런 사람에게 퀴어축제는 변태들의 난장판으로 보일 수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퀴어축제의 본질을 볼 줄 모르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일 것이다. 


예전에 현장기자로서 경찰서를 출입한 적이 있었다. 어느날 수사계에 한눈에 봐도 당시 인기 있던 여배우 '황신혜'임을 직감하게 되는 사람이 피의자가 되어 불려왔다. 황신혜가 지역 경찰서에 나타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 출입기자들의 호기심은 그 '황신혜'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수사계 형사에게 연유를 물었음은 당연하다. 웬걸. 이 여성이 경찰서 불려온 이유가 '예비군법' 위반이랜다. 헐. 지금이야 여성군인들도 많다마는 30년 전에는 여성군인이 거의 없었던 시기이기도 하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눈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담당 형사의 더 듣고나서야 이해하고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 '황신혜'는 방위 복무를 한 남성이었지만 소집해제 후 여성으로 밤무대에 출연해 돈벌이를 하며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자들만 가는 예비군훈련에 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기소중지 먹고 있다가 체포되어 왔던 것이다.


직접 물어보았다. "아직 돈이 없어 성전환수술은 못했지만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예비군훈련에 갈 수 있겠어요?" 목소리가 영락없는 '황신혜'다. 얼굴도 빼다박은 듯했지만. 약간 거친 손만이 그가 남성일 수 있겠다는 근거, 아니면 핑계를 갖다붙일 수 있겠다 싶을 정도였다.


한참 이후에 연예인 하리수가 커밍아웃하는 것을 봤고 또 연예인 몇몇이 자신의 성적 정체를 커밍아웃하는 일들이 이어졌다. 당시 그들이 커밍아웃했을 때 사람들의 눈살이 어떻게 변했던가를 잘 알고 있다. 그런 분위기에서 커밍아웃한다는 게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던가 새삼 느낀다.


100년이 훨씬 넘는 예전엔 남성도 아니요, 여성도 아닌 아기가 태어났을 때 그 가문의 어른들은 살해라는 방법으로 전혀 죄책감 없이 인간을 '지워버렸다'. 음과 양, 그것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남자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한 존재는 재앙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곁에 있으면 안되는 그런 괴물이었던 것이다.


지금 그러한가? 허리 디스크? 안 아파 본 사람은 그 고통을 모른다. 불면증. 내가 최근 이 악마같은 것 때문에 시달리고 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내가 그렇게 말했다. "잠을 못잔다고? 와, 좋겠네. 잘라꼬 하지마라. 잠 안오면 얼마나 좋아. 덕분에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나는 누웠다 하면 바로 골아떨어져 옆에 폭탄이 터져도 모를 정돈데..." 내가 불면증에 걸리고 나서 보니 말하고 다르다는 것을 알겠더라고. 지금 벌써 두 시. 잠이 와서 죽겠다. 그런데 누우면 잠이 오지 않는다.다시 일어나 책을 본다. 이번엔 진짜 책 덮고 누우면 자게될 것 같다. 어라. 온 몸에 좀이 쑤시고 오징어처럼 팔다리를 비비꼬다가 일어나고 만다. 이쯤이면 나도 모르게 '자야 하는데'를 되뇌이게 된다.


비유가 이야기하고자 한 궤도에서 점핑한 기분이다만 성소수자의 현실을, 그들의 괴로움을 진정 안다면 '차라리 죽어라'는 둥의 댓글을 서스럼없이 달지는 못할 것이다.


인터넷 화면 갈무리.


퀴어문화축제를 그냥 싸잡아 '동성애축제'라고 규정해버리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런 호도에 편성해 성소수자를 변태성욕자로 치부해버리는 큰 실수를 하고만다. 내가 보기엔 이렇게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마초'일 것이다. 남자는 사내다워야 하고 여자는 여성다워야 한다는 그런 고리타분한 생각.


최근 TV에 <미스터 선샤인>이라는 드라마가 시작됐다. 저격수로 나오는 등장인물 중에 귀한집 '아씨마님'이 나온다. 귀업고 예쁘고 아름답고.. 뭐 그런 귀하신 몸이 '나쁜놈'들을 물리치려고 기왓집 지붕 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마초들 눈엔 이 여성은 택도 아닌 존재가 될 것이다. 오데서 여자가 총들고 지랄이야? 뭐 그러지 않을까. 드라마니까 그러려니 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입장 바꿔 자기 아내가 딸이 성평등운동한다고 나선다면 어떨지...


쓰다 보니 길어졌다. 이 시대 대한민국 마초 근성의 남자들 인식 바꾸지 않으면, 아니 그들의 생각을 바꿔놓지 않으면 우리 미래가 결코 순탄하거나 밝지는 않을 것이다. 엄마가 여성이라는 사실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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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동예술촌 아트센터 상반기 기획전 '유리의 시간' 포스터를 보면, '냉정과 열정 사이'란 부제라 붙어있다. 이 부제를 보는 순간 "야, 참 멋지게도 달았다" 싶었다. 유리는 차디찬 오브제다. 유리를 따뜻하게 느끼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유리가 형태를 갖추기 위해서는 상상 이상의 고열이 필요하다. 그것을 열정이라고 표현했다. 열정과 결과물 냉정. 그 사이에 무엇이 있을까.


'유리의 시간'은 지난 3일 전시되기 시작해 오는 22일까지 진행된다. 참여 작가는 김준용, 박선민, 오정선, 이규홍, 이영재, 정광민, 정정훈, 정혜경. 8명이 각각 2~3개의 작품을 내걸었다. '내걸었다'는 표현이 좀 어색하기는 하다. 그냥 말만 들으면 유리공예를 벽에다 회화작품처럼 내걸었다는 말이냐 하고 표현의 어눌함을 지적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조형 작품을 전시한 것도 있고 회화처럼 벽에 건 작품도 있다.


유리가루를 활용해 회화를 그린 작품이 있어 그런 것이다. 수채화나 유화와 달리 유리가루를 뿌려 그림을 그린 작품은 독특한 느낌을 준다.


정광민 작가의 '수행하고 수행하는 대화'




오정선 작 '여행으로 물들다'


이영재 작 '외출'


전시실에는 작업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유리 작품을 두고 현대 예술의 부산물 정도로 여기는 사람이 없지 않다. 그런데 유리공예의 역사는 아주 오래됐다. 삼국시대 무덤에서 발견된 유리공예 작품들은 역사에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것인지 '아하!'할 것이다. 서양에선 이미 로마 이전 오리엔트, 이집트에서 유리공예가 문화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전시된 작품을 다 촬영해 소개하면 좋겠지만 역시 이번에도 마냥 내 맘에 드는 몇 작품만 찍었다. 그래서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객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미리 말하고자 함이다.


맨 위 정광민 작가의 작품은 앞서 언급한 대로 독특한 분위기를 주는 평면예술이다. 엄밀히 따지면 평면은 아니다. 회화라는 생각이 들지만 입체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오정선 작가의 작품은 유리를 활용해 물방울을 표현했다. 언뜻 김창렬 화백의 물방울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입체적인 물방울 유리를 통해 빛이 통과하면서 일렁이는 듯한 투명 그림자를 형성해 신선한 감흥을 일으키게 한다.


이영재 작 외출은 작품을 통해 작가의 인식 또는 주장이 다른 작품에 비해 또렷한 것 같다. 집 안의 집, 서로 다른 방향, 엇갈린 문... 개미가 보는 세계가 다르고, 인간이 보는 세계가 다르듯 인식에 따라 세상이 다르고 방향도 다르다는 얘길까.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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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창동에서 여유있는 시간을 보낸다. 이게 다 나의 철두철미하지 못한 일정관리 때문임을... 오늘 점심 때는 지난주 공연한 작품 <변신>에 대한 토론으로 두어시간을 보냈고 또 두어 시간은 희곡 창작을 위한 토론으로 보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아내와 함께 연극 공연을 보러 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내가 체크를 못했던 일정이 3시간 후 지금 앉아 있는 이 극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크엔젤의 도시>. 연습이 잡혀 있었다. 뒤늦게 알게됐지만 어쩔 수 없다. 여러 인원이 움직이는 연극 연습이 우선이니.. 아내에겐 '쏘리'를 날렸다. 


류시원 작 '노스텔지어'


현재호 작 '자화상'



물방울 작가로 유명한 김창렬 작품.


3시간. 늘 바쁘게 사는 내겐 아주 긴 호흡일 수 있다. 금강미술관. 종종 들르는 단골 장소다. 이곳은 우영준 컬렉션이 주 전시 종목이다. 이 미술관을 설립한 한국야나세 우영준 회장은 상당한 작품을 소장한 것 같다. 이번 전시회는 열한 번째 소장품 전시로 '한국현대미술의 주역들'이란 제목이 붙었다.


주로 한국현대미술의 1, 2세대 작가들로 미술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익숙한 이름의 작가들이 제법 보인다. 전시실에 걸려있는 설명문 일부를 발췌한다.


"한국에 서양미술이 유입된 1920년대 이래 90여 년간 발전을 거듭한 결과 지금의 한국미술이 세계현대미술사에 획을 그을 만한 거장들이 대거 배출되었다. 그 시초는 동경 여자미술전문학교를 졸업한 한국 최초의 여성화가인 나혜석과 동경미술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고희동, 이마동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이와 같이 한국미술은 유럽의 예술가들이 아시아를 방문할 때 전초기지로 삼았던 일본을 통해서 유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고장에서 태어난 이준, 이림, 문신, 전혁림, 이성자, 박생광, 김종영 등을 비롯하여 이중섭, 김관호, 김찬영, 이종우, 장발, 이병규, 공진형, 도상봉, 이인정, 오지호, 김환기, 유영국, 송해수, 박수근, 이봉상, 홍종명, 김흥수, 박영선, 장두건, 권옥연, 변종하, 박서보, 남관 등이 있고 동양화 분야에는 장우성, 박노수, 김기창, 이상범, 허백련, 김은호, 최우석, 노수현, 박승무 등이 한국현대미술의 1세대에 해당하는 거장들이다."


2층 전시실.


유 회장이 이러한 화백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긴 예전 소장품 전시 때 오늘 못 봤던 여러 작가의 작품을 본 기억이 있다. 모네 같은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의 작품까지.


오늘 전시된 작품 중에 이름이라도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작가들을 체크해봤다. 현재호, 김영태, 류시원, 이두식, 천호림, 변상봉, 강대진, 김창렬, 전혁림... 전시된 작품 중에 아는 이는 3분의 1도 안 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계속 작품을 접하면 자연히 아는 작가들도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작품을 보는 안목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이 <안목>이란 책에서 조선 후기 추사체를 평한 박규수를 얘기하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은 통찰력을 가지고 서체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쉬운 말로 치환하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게 안목의 핵심이다. 


작품 속의 스토리를 읽을 수 있는 안목을 지닐 수 있다면 미술관에서의 작품 감상 또한 더 즐거워지리라.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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