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을 줍다 - 보름간의 행복
돌에 박인 황금색의 금속들. 설마 황금은 아닐 거야. 그렇게 상식적 기준에서 진단을 내리면서도 마음은 허황된 구석에 기대는 본능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래 사금은 이런 돌들이 산산이 부서져 강바닥에서 채취된다고 하잖아. 어쩌면 진짜 금일지도 몰라. 그런데 진짜 금이라면 사람들이 그냥 놔뒀겠어? 어쩌다 하나씩 발견되긴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주울 수 있는 것인데...
이 황금색 금속이 박인 돌덩어리를 보름 넘게 차에 넣어두고 다니면서도 이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인터넷으로 검색을 한다든가 금은방에 가서 물어볼 요량을 하지 않았다. 아마도 사실을 알게 되면 찾아올 실망이 두려워서일 것이다.
아내에게 보여줬더니 "진짜 금일 것 같은데..."하며 만면이 밝아진다. 기대로 가득찬 표정에서 어떤 해방감마저 감도는 것 같았다. 빠듯하게 살고 있는 현실에서 탈출할 수 있는 한줄기 빛을 발견한 사람의 얼굴이 아마도 그러할 것이다.
아내는 이런게 얼마나 더 있느냐고 묻는다. "아주 많지. 한 달 정도 모으면 10킬로 쌀 한포대는 나올 걸." 금인지 아닌지 확인도 안 된 상태인데도 아내는 벌써 부자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기대하지 마라. 그게 진짜 금이라면 그 길에 남아있지도 않았을 거다."
나 스스로도 은근히 기대를 했으면서도 아내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취미는 또 뭐야. 드러날뻔한 인간성을 교묘히 숨기고 이 인생역전의 설렘을 안겨준 황금색 금속의 정체를 밝혀보기로 했다. 인터넷에 이런 게 뜰까.
젠장. '사금'이란 단어로만 검색을 해봐도 이놈의 정체가 바로 드러난다. 솔직히 '네이버'도 몰랐길 바랐다. 한 번 검색으로 바로 툭 튀어나오는 것을 보면 전국 방방곡곡에 지천으로 널려있다는 방증 아니겠는가.
이놈의 정체는 '황화철'이다. 말하자면 쇠에 황이 섞인 것이다. 친절하게도 '네이버'는 황화철인지 황금인지 구분하는 방법까지 여러사람의 지식을 모아서 안내해준다. 진실을 알고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이 이렇게 후회되는 것인줄 뼈저리게 느낀다.
그냥 금일 것이란 망상에 빠져 늘 흐뭇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출퇴근하고 아내 역시 금일 것이란 착각에서 행복을 꿈꾸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마도 로또를 산 사람이 느끼는 '일주일간의 행복'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보, 우리 보름동안 참 행복했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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