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의 '특별기고'란 표현에 대해
경남도민일보 8월 20일치 신문 19면에 경남작가회의 오인태 회장의 '특별기고'가 실렸다. '특별기고'라고 한 의도로 보아 제작진은 다른 일상적인 기고에 비해 어느 특정한 사안에 대해 특정한 기고자가 쓴 글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붙였을 거란 추측이 된다.
하지만 이 '특별'이란 단어는 '차별'이란 속뜻을 품고 있다. '특별대우', '특급우편', '특급열차', '특급호텔'···. 즉 다른 것에 비해 더 좋다는 의도로 표현하는데 이것이 자본주의 속성과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돈이 많은 사람은 돈이 없는 사람과 동일하게 취급받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사람의 성품에 따라 아닌 사람도 있지만. 열차를 타더라도 돈이 있는 사람은 최고 빠르다는 'KTX'를 탄다. 반면 돈이 넉넉지 못한 사람들은 '무궁화호'를 선택한다. 그나마 저렴하게 이동을 할 수 있으니까.
기차이야기가 나온김에 한마디 덧붙이면, 예전이라면 지금 '무궁화호'를 타는 사람이 '비둘기호'를 탔다. 정말 아주 저렴하게. 그런데 시민 교통수단인 열차도 담배이름 바꿔 값을 올리는 것처럼 되다보니 이젠 모두가 특급인생이 된 기분이다.
특별이 일반이요, 일반이 특별인 세상으로 변했다. 즉 일반이 특별로 가면을 쓴거나 다름없다. 물론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켜 이름도 바꾸고 값도 올린 측면은 모르는 바 아니나 일종이 장삿속이 보인다는 얘기다. 각설, '특별'이란 단어를 워낙 '특별하지 않게' 남용하다보니 정말 특별한 것이 구분되지 않는 실정이다. 원조가 워낙 많다보니 무엇이 진짜 '원조'인지 모르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 이유도 있지만 더 근본적으론 우리 사회에서 누구든 특별대우를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적어도 신문·방송에서만큼은 '특별'이란 단어를 삭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느 글이 특별하면 다른글들은 특별하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따지자면 세상에 특별하지 않은 글이 어디 있으랴.
또 누군가 특별한 사람이면 그 외 다른사람은 뭐란 말인가. 예전에 신문사에서 근무할 때 어느 독자가 이런 요청을 해왔다.
"내 사회적 지위도 있고 하니 일반 독자의 글이 실리는 위치에 싣더라도 제목 위에 '특별기고'라고 해주면 안 되겠냐"는 것이다. "죄송하지만 특별기고란 문패를 쓰지 않기 대문에 그럴 수는 없습니다"하고 샤양한 적이 있었다.
'특별'이란 단어를 붙이기 전에 그 글이, 그사람이 왜 특별한지 생각해보고 또 그외 다른 사람, 즉 학생이라면 그개 왜 특별한 사람이 아닌지, 그의 글이 왜 특별하지 않은 글인지 곰곰이 따져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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