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176)
돌이끼의 작은생각 (107)
돌이끼의 문화읽기 (398)
다문화·건강가족 얘기 (15)
경남민속·전통 (12)
경남전설텔링 (72)
미디어 웜홀 (141)
돌이끼의 영화관람 (19)
눈에 띄는 한마디 (8)
이책 읽어보세요 (60)
여기저기 다녀보니 (90)
직사각형 속 세상 (93)
지게차 도전기 (24)
지게차 취업 후기 (13)
헤르테 몽골 (35)
돌이끼의 육아일기 (56)
몽골줌마 한국생활 (15)
국궁(활쏘기)수련기 (16)
Total895,119
Today18
Yesterday143
Statistics Graph



‘상상창꼬’의 야심작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당신이 어느날 벌레로 변했다면 과연 내 주변에서는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까?


전율과 감동의 대서사시 <변신>


공연명 카프카의 변신


일정 7월 6일 8시


공연장소 3·15아트센타 소극장


원작 프란츠 카프카


각색/연출 김소정


공연문의 070·8832·8801 / 010·6567·8801


티켓전석 2만원/ 사전할인 30%/동반할인 40%/청소년 균일 7000원




■출연진


그레고르 잠자 역- 강주성 <후에>·<때때로 사랑을 멈추다>·<다크엔젤의 도시> 외 다수 출연


아버지 역- 박진수 <너의 역사>·<죽어도 웃는다>·<시인 김삿갓> 외 다수


그레테 역-  이영자  <돈키호테, 희망유랑극단>·< 바리, 서천꽃그늘아래>·< 토선생전> 외 다수


홈 클리너 역- 이계환  <라디오여자>·<다크엔젤의 도시>·<시간 속으로> 외 다수


어머니 역- 진윤정  뮤지컬 <페임> 외


손님 역- 정현수/황윤정/장모세/김중민/장유리




Story


누구보다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며 가족을 부양하고 있던 그레고르. 여느날처럼 아무 문제 없는 아침을 가족과 함께 보내고 출근하려고 집을 나섰다가 뭔가 잊은 게 있어 다시 돌아온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려다 언성 높은 소리에 멈칫하고는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 본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서로 고함을 치며 싸우고 동생 그레테 역시 화난 표정으로 싸우는 부모님을 쳐다보고 있다. 점점 비는 세차게 쏟아지고, 그레고르는 이런 집안 분위기 속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그때 울리는 핸드폰 소리. 사장이다. 그레고르는 조금만 더 참고 일을 하자고 다짐하고 다시 회사로 향하지만 곧 되돌아와 창가에 주저앉고 만다.


몇 년 동안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참고 일해왔지만 더 이상은 가족을 위해 희생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그런 그레고르에게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 다음날 아침 방문밖의 요란한 소리에 잠을 깨어보니 자신의 모습이, 그레고르로선 상상할 수도 없는 괴상한 벌레로 변해버린 것을 발견한다. 벌레. 자기 스스로도 벌레가 된 모습이 혐오스러운데 가족들은 어떤 기분일까. 벌레가 된 그레고르를 보는 어머니의 시선, 그리고 아버지, 여동생 그레테,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행동들. 결국에 그레고르는 자신의 삶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About 카프카의 변신


상상하기도 싫은 설정 하나, 가령 당신이 어느날 벌레가 되었다. 인간 사회에서 도무지 쓸모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존재가 되었다면, 당신의 선택은? 이 화두의 종착점에 ‘햄릿’이 서 있을지도 모른다. 죽느냐, 사느냐 그런 고민을 안고. 그러나 이런 낭만적인 사고는 프란츠 카프카에는 통하지 않는다. 카프카는 이 불행한 존재에 대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게 두지 않는다. 오랫동안 가족을 부양해왔던 주인공 그레고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사랑하는, 아니 사랑했던 가족으로부터 죽임을 당한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겠느냐고?


옛말, 3년 병수발에 효자 없다 했듯이 ‘효’니 ‘천륜’이니 하는 말은 스트레스 유발성 단어에 불과하다. 카프카가 돋보기를 들고 들여다 본 가족의 모습은 특별한 어느 가족의 불행이 아니다. 많은 서민이 피치못해 안고 살아가는 실상이다. <변신>은 가족 중에 한 사람이 애물단지가 되었을 때 나머지 가족이 보이는 반응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작품이다.


그레고리는 적성에 맞지 않은 데다 고생은 되지만 수입이 괜찮은 직장에 다닌다. 그래서 자기 혼자 가족을 부양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벌레, 즉 돈벌이를 할 수 없고 가족의 부양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치환되어버린다. 가족을 부양하는 처지에서 부양받아야 하는 처지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된다. 오빠의 돈으로 예술적 재능을 키워오던 동생 그레테는 더는 오빠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데다 수발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오빠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가족도 마찬가지다. 아버지가 홧김에 던진 사과에 그레고리가 서서히 죽어가는데 가족 누구도 그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품은 현실적인 우리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레고리가 죽음을 앞두고 사라지자 가족에게 활기가 찾아온다. 밝은 표정으로 도시락을 싸서 가족소풍을 떠나는 것이다. 프란츠 카프카는 이러한 가족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1915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100년이 지난 오늘날에 어떤 의미를 지닐까. 불행하게도 카프카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인간 소외 문제는 오늘날 더 심각한 문제로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왕따, 병원 간호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태움, 더 나아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처우 문제 등 집단이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은 새로운 형태로 돌연변이를 거듭하며 앞으로도 영원히 인류 역사를 지배해나갈 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변신>은 인간의 존재 문제를 근엄하게 짚은 실존주의 사조의 문을 연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그동안 다양한 장르, 다양한 형태로 재생되어 왔다. 이번 재생작업에서 극단 상상창꼬는 지금까지의 작품과는 다르게 리얼리즘적 형태의 기법과 표현주의적 기법, 또 신체극 요소를 담은 움직임을 통해 무대를 양식화하기도 하면서 작품을 재해석했다. ‘인간소외’, 그것은 불행에 직면한 개인 스스로가 아니라 공동체인 우리 사회가 안아야 할 숙제가 아닐까.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간혹 그런 생각을 한다. 1990년 10월부터 기자생활을 시작했으니, 그때부터 문화부 기자만 줄곧하면서 지금까지 내가 본 모든 공연의 팸플릿을 다 간직하고 있다면, 그 양이 얼마나 될까? 사실 지금도 회사 책상 집 책상 책꽂이 곳곳에 널브러진 팸플릿들. 그나마 버려지지 않은 아직까지는 이것들이 소중하다. 내 기억의 한 단편이기도 하고 언젠가 내 기억을 도와줄 훌륭한 친구이기도 하기에. 그런데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오래지 않다. 다다음달 이사라도 가게 되면 팸플릿 뿐만 아니라 5년 전 버리고난 후에 다시 또 모이기 시작한 책들도 버림받을까 벌써 떨고 있다. 그렇게 안산다 안산다 해도 책꽂이를 더 사야할 만큼 불었다. 책이란 게 참...



삼각파도는 극단마산으로선 중요한 의미가 담긴 작품이다. 창작극이기도 하거니아 이걸로 전국연극제까지 출품했기 때문이다. 이에 얽힌 일화도 재미있다. 무대엔 뻘에 박힌 배가 한 척 등장하는데.. 이 소품을 어찌 형상화하나 고민하다가 마산 바닷가에 못쓰는 배가 한 척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이걸 그대로 무대에 올렸다는 후문. 공연중에 바닷게도 기어나오고 했다는데... 이정도면 웃지못할 에피소드다. 전국연극제 사상 이처럼 무식한 무대는 전무후무하다고.


극단 마산의 8회 정기공연 작품이 <임금알>. 일종의 선입견 같은 게 내게 있었나 보다. 창원대 극회도 이 작품을 창립 초창기에 무대화한 적이 있다. 동아리방 사진첩에 꽂혀있는 모습을 보니 무대가 썰렁하고 배우들의 포즈도 썩 매력적이지 못했다. 그래서였나 보다. 워크숍 용으로 연습삼아 공연할만한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했던 게. 그래서였다. 지난 경남연극제 때 심사위원을 맡은 오태영 선생을 만났을 때 막 그렇게 신비감이 들지 않았던 것은. 그런데 오 작가와 함께 저녁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에...참  식당 밖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그의 개인사 에피소드를 많이 들었다. 작가가 되려면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 해야되는구나 싶기도 하고... 제발로 빵에 들어간 이야기까지... 여하튼 <임금알>이란 작품이 어두운 시대적 환경에서 갑갑한 심정을 풀어내보고자 쓴 풍자극이라 다시금 기회를 봐서 읽어봐야겠다.



극단 마산의 제1히 청소년극장 <방황하는 별들>/ 윤대성 작 현태영 연출. 학창시절 좋아했던 작가다. 윤대성과 이근삼, 이강백. 이 세 작자 뭔가 유사성이 있는 듯하면서도 나름 색깔이 독특한... 방황하는 별들... 이 작품을 본 듯한데... 기억이 거의 안 난다.



<위기의 여자> 이 공연 봤다. 당시 창대극회 공연 <들소>를 마치고 여유가 있을 때였는 갑다. 주인공으로 등장한 김소정 현 상상창꼬 상임연출은 <들소> 끝나고 바로 극단 마산의 이 작품에 투입됐나 보다. 극단 활동에 별 관심이 없던 터라... 사실은 당시 연극을 하면서도 늘 취업시험 공부에 매달려 있었으니... 돌이켜 생각하면 당시 극단 활동에 눈을 돌렸어도 좋았겠다 싶긴 하다.



극단 창원의 2회 공연 <어떤 사람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때 벌써 극단 창원이 생겼었군. 극단 마산서 연출로 활동하던 현태영 감독이 창원에서 극단을 만들어 활동하기 시작했던 때가 87년이었네. 한참 후인 줄 알았더니. 맞아, 이 시기 창원에 극단이 집중적으로 생겼던 것 같다. 극단 미소도 그렇고 부족도 그렇고...



1987년 경남대 21회 정기공연. <히바쿠샤>. 원폭 피해자들 이야기. 대체로 이 당시 극단이나 학생극의 소재가 사회고발성이 많은 것 같다. 객무의 문종근 감독이 연출한 작품인데 이 작품은 이후 극단 마산에서도 공연된다.



경남대 극회 정기공연인데 극단 마산 전용소극장에서 공연했었군. 이 역시 경남대 극회가 잘나간 배경이기도 하겠지.



극단 마산의 <돈내지 맙시다>. 1988년 2월 마산경찰서 맞은편 세림상가 3층에 전용소극장에서 공연.



팸플릿을 보면, 경남연극제가 당시 6회였고, 도내 9개 극단이 출품했음을 알 수 있다. 불씨촌, 부족, 벅수골, 마산, 어릿광대, 입체, 현장, 메들리, 터. 마산, 창원, 통영, 거창, 진주, 밀양의 극단들이다. 그리고 당시 경남대 완월대강당이 연극 공연장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극단 부족의 <들소>는 내가 창원대 극회 작품으로 뛰었었다. 극단에 배우로 참여해달라는 박성근 연출의 제의를 받았지만 아버지의 권유로 7급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자 맘을 먹었던 터라... 이때는 1년 휴학계까지 내고 부산서 지냈기 때문에 연극판 돌아가는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 팸플릿들을 보니 대충 당시의 상황이 그림그려진다.


출연진을 보니 박명숙, 최규민 두 사람만 같은 배역을 가지고 경남연극제 참여했었군. 종갑씨가 내가 맡았던 뱀눈역을 소화했구나. 언제 한 번 그 이야기를 했던 것 같기도 하구... ^^



6회 경남연극제에는 극단 창원에서 연출을 했던 현태영 감독이 극단 마산서 연출을 맡아 작품을 올렸다. <노비문서>. 윤대성 작가의 희곡. 등장인물에 아는 이가 많다. 고 김태성, 문종근, 오용규, 김종찬, 이태환, 김소정... ㅎㅎ.



천영형(천영훈) 현 극단 미소 대표는 당시 극단 어릿광대의 <망명정부주식회사>에 출연했었군. 88년, 이 해에 아마 미소가 창단했을 걸. 장은호 씨가 고수로 출연했구나.





극단 마산의 <노비문서> 24히 정기공연이다. 이 역시 윤대성 작가의 희곡. 문종근 감독, 강의 땐 사투리 때문에 무대에 별로 안 섰다더니 제법 많은 작품에 출연했구나.


경남대 23회 봄 정기공연 <아벨만의 재판> 이근삼 작. 



1988년 12월인데 극단 부족이 벌써 6회 정기공연을 올렸다. 상당히 활발한 공연활동을 했다는 방증이다. 조오튼 작 이순노 연출의 <미친 사람들>. 그래 당시 창원 중앙동에 주택가 지하에 전용소극장이 있었지. 몇 번 가봤더랬다. 다시금 생각하면 당시 아버지의 권유로 공무원 시험 준비만 하지 않았더라면 극단활동을 열심히 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왜냐면, 내가 안한다 안한다 해도 술로 유혹하면 바로 넘어가는 스타일이라. 첫 작품 <문밖에서>도 그랬고 두 번째 <들소> 역시 그렇게 말려들어 작품에 참여했었으니. <들소> 같은 경우 처음엔 대사가 별로 없는 붉은노을 역을 맡았다가 목소리가 안 맞다 해서 뱀눈으로 바꿨는데.. 으... 혼자 대사만 읊어도 40분짜리... 희한하게 그 긴 걸 어찌 다 외웠나 몰라.



연출은 맡은 이순노...선배는 음. 배우로도 뛰었구나. 당시 연출이 무대에 서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동아리 선배들인 오세갑, 김경화, 이미화 등은 스태프로 일을 맡았었군.






극단 마산의 34회 정기공연 <메야 마이다>. 진주서 활동하던 서용수 선배가 처음으로 마산서 활동하기 시작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제7회 경남연극제 대상, 연출상과 전국연극제 무대미술상을 받았다.



극단 마산 <사람의 아들> 이문열 작 현태영 연출. 이 작품은 극단 마산 전용소극장에서 봤다. 대학 시설 친구들과 신의 존재에 대해 밤새 토론하기도 했던 터라 작품을 보면서 '신과 인간'이란 화두를 들고 아주 깊숙히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다. 민요섭이 문종근, 조동팔이 김종찬, 여인에 김소정...모두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내용 중심으로만 봐서 그런가... 그런데 형사를 맡은 김태성은 인상이 강렬해서였는지 그 모습, 목소리가 기억난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마산 상상창꼬 <체홉의 러브>

12월 22~26일 오후 7시 30분, 24·25일 오후 4시·7시 30분 창동예술소극장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안톤 체호프를 두고 “세계 최고의 이야기꾼”이라며 자신의 최대 경쟁자로 추켜세우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톨스토이뿐만 아니라 많은 거장들이 체호프를 극찬하는데 말을 아끼지 않았다. <달과 6펜스>를 쓴 서머셋 모옴은 “정경, 인물 간의 대화를 체호프만큼 생생하게 전달한 작가는 없었다”고 했으며 버지니아 울프는 체호프를 “복잡 미묘한 인간관계를 가장 잘 분석한 작가”라고 했다.


그런 체호프의 작품 중에서 ‘사랑’을 주제로 한 단막극 두 편을 하나로 믹싱한 작품이 마산 무대에 오른다. 희곡 <청혼>과 <곰>이 섞여 <체홉의 LOVE>란 제목의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극단 상상창꼬는 오는 12월 22일부터 26일까지 창동예술소극장에서 이 작품을 올리는데 24일과 25일엔 크리스마스 특별공연으로 오후 4시와 7시 30분 두 차례씩 일정을 잡았다.


각색과 연출을 맡은 상상창꼬의 김소정 상임연출은 “오래전부터 체호프의 작품에 매료되어 있었는데 이번 연말을 맞아 사랑이라는 주제로 크리스마스의 연인들에게 따뜻한 분위기를 선물하고 싶었다”며 작품을 구상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청혼>은 이웃집 여자에게 청혼하러 온 소심한 남자가 엉뚱한 대화에 휘말리면서 청혼하러 왔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말다툼을 벌이며 일어나는 이야기다. 그리고 <곰>은 남편과 사별한 젊은 여성이 남편 사망 6개월이 지나도록 상복을 입은 채 두문불출로 정조를 지키려 하지만 빚 독촉을 하러 온 채권자와 승강이를 벌이던 우여곡절 끝에 그를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두 이야기가 혼합되어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는 얘긴데 원작의 분위기를 흐리지 않으면서 이게 가능할까? 진한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는 요소다.


이번 공연에서 김소정 연출은 두 희곡의 공통점인 ‘사랑’을 코믹하게 그려낸다. 이번 작품에서의 사랑은 모든 연인들이 꿈꾸는 아름답고 황홀하고 순조로운 사랑이 아니다. 겉으론 서로 잡아먹을 듯이 싸우고 비난하면서도 마음 한쪽에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얼마든지 사랑의 공식은 성립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래서 제목 ‘LOVE’ 옆에 ‘러브 트러블 코미디’란 수식어가 붙었다. 박승규, 김소정, 강주성, 정으뜸이 출연한다.


상상창꼬의 13회째 공연인 이번 작품은 경상남도와 경남메세나협회가 후원했다. 상상창꼬는 2014년 9월 창단됐으며 지역에선 드물게 소리, 침묵, 리듬, 오브제, 움직임 등을 활용한 신체극을 매년 1회 이상 창작, 발표하고 있다. 2015년엔 몽골 세인트 뮤즈 국제연극제에서 신체극으로 남우조연상을 받는 등 성과를 이루며 지역 언론의 조명을 받았고 연 4회 이상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전석 1만 5000원. 사전 예매시 30%, 2인 동반 시 40%의 할인 혜택이 있다. 문의 : 010-3165-8796.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12월 하순. 러시아 희곡의 거장 안톤 체호프가 '사랑'이란 이야기로 마산 창동예술소극장을 찾는다.


창동예술소극장 바로 맞은편에 자리잡은 극단 상상창꼬가 열세 번째 작품으로 '곰'가 '청혼'을 각색한 '사랑'을 22일부터 26일까지 공연한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당일엔 오후 4시 공연까지 하루 2회 관객을 맞는다.


음..... 아래 기사는 한국연극에 실린 글.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하동의 첫 극단 어울터 창단공연 <비벼, 비벼> 무대에

귀농·귀촌·이주여성들이 꾸미는 다문화가정의 유쾌한 한국사회 적응기

 

하동에서 처음으로 극단이 탄생했다. 한국예총하동지회와 하동군, 그리고 다문가족지원센터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극단 어울터를 창단, 첫 공연을 올림으로써 하동 연극사의 시작을 알린다.

 

극단 어울터는 오는 29일 오후 7시 하동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창단공연작 <비벼, 비벼>를 무대에 올린다. <비벼, 비벼>는 다문화가정의 유쾌한 한국사회 적응기를 다룬 로맨스 코미디.

 

극은 다문화가정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베트남, 몽골, 중국 등 이주여성들이 직접 출연해 선주민 배우들과 함께 어울려 무대를 꾸민다. 이는 작품의 모티브가 된 비빔밥과도 일맥상통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비벼, 비벼>는 베트남 여성이 한국으로 시집와서 겪는 고부간의 갈등이 큰 줄기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왜 갈등을 겪게 되었는지, 그 갈등은 어떻게 펼쳐지는지, 또 갈등이 어떻게 풀리는지 극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극은 사실주의 묘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일부 양식극 형태를 도입해 극에 재미를 더해준다. 예를 들면 버스를 타고 베트남 호떠이호수를 관광하는 장면은 배우들의 움직임으로 상황을 연출한다.

 

비빔밥에 얽힌 고부간의 갈등은 도망가는 며느리 쫓아가는 시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관객에겐 코믹하게 보이긴 하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 생각해보면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


 

이야기는 여행사에 다니는 아들을 둔 어머니가 괜찮은집안과의 혼담을 추진하면서 시작된다. 맞선 날짜까지 잡았는데, 아들은 급히 베트남으로 출장을 떠난다. 그런데 아들은 베트남에서 현지 여성과 사귀게 되고 어머니가 기대하며 추진하던 혼담은 결국 없었던 일로 되어 버린다.

 

베트남 며느리를 들인 게 시어머니로선 못마땅하다. 사사건건 트집이고 간섭이다. 며느리로서도 그러한 상황이 매일 반복되는 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다. 아들은 말이 잘 통하지 않고 문화가 달라 그러니 어머니에게 이해를 부탁하지만 어머니는 아들이 제 마누라 역성만 든다고 속상해한다.

 

그나마 마음을 풀고 화해하려고 된장전문점에 데려갔다가 된장을 똥이라고 하는 며느리 때문에 창피만 당하고 집에 와서는 비빔밥을 개 돼지나 먹는 음식이라는 말에 또 화가 치민다. 한국에선 한국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억지로 비빔밥을 먹이려는 과정에서 옥신각신한다. 여느 가정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갈등이 심해지면 서로 봉합하고 풀어나가려는 심리가 작동하기 마련이다. 이 가정의 갈등은 아주 일상적이고 간단한 사건을 계기로 해소된다.



 

극이 진행되면서 섬진강 재첩과 삼신 녹차밭이 언급되는 등 하동의 자랑거리가 자연스레 소개되기도 하는데 극의 배경이 하동임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공연을 총 기획하고 예술감독을 맡은 강태진 한국예총하동지회장은 극단 어울터는 올해 다문화·귀농·귀촌과 지역민을 중심으로 출발했다면서 이제 연극이 예술로서의 연극뿐만이 아니라 평범한 보통사람들의 행복을 이끌어내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수 작 김소정 연출. 이경숙, 김한규, 원태희, 안홍렬, 김성숙, 이지은, 김경미, 박연화, 하정미, 정유미, 류원리 등이 출연한다. 무료. 문의 : 055-883-9688(한국예총하동지회).





사진설명 하동 극단 어울터가 지난 24일 오후 하동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막바지 리허설에 열정을 쏟고 있다./극단 어울터


그리고 팸플릿에 실은 '작가의 말'.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11월 29일 수요일 오후 7시 하동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슬 긴장된다. 상상창꼬의 김소정 감독이 연출을 맡았기에 작품은 잘 뽑아냈을 거라고 확신은 하지만... 내가 무대에 서는 것보다 더 가슴이 쿵쾅거린다. 


하동서 극단이 창단된다. 지금까지 하동에서 극단이 있었다는 글을 본 기억이 없는데... 아마도 하동의 첫 극단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작년에 하동어울터 창단 준비를 하다가 무산됐다가 이번에 본격적으로 창단공연을 갖는다. 내가 대본을 맡아 영광스럽다.


창단공연 작품은 이주여성의 한국 가정과 사회 적응기를 다룬 '비벼, 비벼'다. 제목 '비벼, 비벼'는 작품 속 갈등과 화합의 주요 모티브인 비빔밥에서 따왔다. 아내와 함께 이주민센터에서 일했던 베트남 출신 서나래 씨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베트남에선 음식을 비벼서 먹지 않는다는 사실에 착안해 이야기를 꾸몄다.


갈등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래서 이주민들이 힘들어하는 핵심이 그것이다. 다름을 인정받는 것. 그것이 화합,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바탕이다. 내가 우월하다는 권위의식이 바로 적폐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작가의 말에 이렇게 썼다.


#1 “형부, 우리 남편 한 번 만나주세요.” 아내와 언니 동생하며 지내는 몽골아줌마인 그가 내게 애원하듯 매달렸다. “소용 없을 걸.” 그의 집안 이야기를 몇 번 들었던 터라 그의 남편 성향이 파악됐고, 만나봐야 별 소득이 없을 거란 판단이 들었다. “그래도 한 번 만나봐라, 남자 말은 또 들을지 어찌 아노?” 아내가 거들었다. 이야기를 듣자하니 그의 남편은 ‘여자가’ 밖에서 활동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었고 종종 폭행도 일삼았다. 그들에겐 초등학교 1학년 딸이 하나 있었다. 아내는 그가 우리 사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바뀔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정작 만나보니 그의 남편은 완고했고 변화를 기대하기란 진작 포기하는 게 좋을 듯 보였다.


#2 “내가 저걸 데꼬 오는 데 돈이 얼마나 들었는지 알아요?” 남자는 이미 술을 한 잔 걸쳤는지 그의 아내가 피신해 있는 우리집에 쳐들어와서 고래고래 언성을 높였다. 상대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그의 말투엔 그야말로 ‘그래, 나 무식한 놈이야, 어쩔래?’ 하는 막가파 심뽀가 잔뜩 배어 있었다. 괜히 위기의 이주여성 도우려다 우리마저 안 좋은 일에 휘말리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가요?” 내가 물었다. “뭘 어떻게 해? 집에서 얌전히 밥하고 빨래하고 집안일 잘하면 내가 잘해 준다니까.” 그의 대답엔 신빙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다.


#3 “당신은 딱 당신 기준이야, 왜 애들 말을 들으려 안해?” 그러잖아도 애들 때문에 마음이 상해 있는데 아내가 밥상머리에서 인정하기 어려운 말로 퉁을 주었다. “무슨 말이야, 나처럼 민주적인 평등주의자가 어딨다구 그래?” 하고 서운한 심기를 드러내며 반론을 폈지만 아내도 아이들도 고개를 젓기만 했다. 때마침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아버지 교육’이 있어 주1회 4주 과정 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마치고 식구들과 대면했을 때 아이들이 하는 말, “악마 아빠가 천사로 변했네요.” 난 변한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과 아내는 나도 모르는 나의 변화를 발견했던 모양이다.


#4 입장을 바꿔 생각하기도 어렵지만 처지를 바꿔서 실천해보기란 더 어렵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자신의 고집을 버리고 상대의 입장이 되어 나를 보게 된다면 내가 얼마나 그동안 못되게 굴었는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 작품에서 비빔밥이 모티브가 된 이유다.



시놉시스


멋지게 생긴데다 5, 6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아들을 둔 옥자는 주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여기저기 들어오는 아들의 선자리를 골라 선택하는 기분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아들은 정작 결혼에 별 관심이 없다. 그저 어머니가 맞선 일정을 잡으면 못이기는 척 나갈 뿐이다. 그러던 중 옥자가 보기에 놓쳐서는 안될, 정말 남 주기 아까운 선자리가 들어온다. 미리 사진을 받아 보니 아가씨의 생김새가 딱 마음에 든다. 특히 처자의 아버지가 대학 총장이라 이 집안과 꼭 사돈을 맺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여행사에 다니는 아들 성주는 갑자기 일정이 잡힌 베트남 출장 때문에 맞선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베트남으로 떠난다. 하노이공항에 내려 택시를 잡던 중 갑자기 비가 내리고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던 아가씨와 부딪쳐 둘 다 넘어지고 만다. 차도가 아닌 인도에서 일어난 사고라 성주는 화가 나지만 약속 시간이 임박해 계속 따질 처지는 아니다. 바쁘기는 여성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자전거를 끌고 다리를 절며 걸어가는 아가씨의 뒷모습을 보니 오히려 미안하기도 하다.


성주는 약속 장소에서 관광객들과 만나 처음으로 현지 가이드와 함께 안내를 하게 되었다고 소개한다. 그때 다리를 절며 늦게 나타난 여성 가이드, 조금 전 하노이 공항 앞에서 부딪혔던 그 아가씨 후엔이다. 이렇게 두 사람의 만남은 운명처럼 엮이고 함께 관광 가이드를 하면서 급속히 호감을 갖게 된다.


결혼에 별 생각이 없던 성주는 후엔을 만나면서 마음이 바뀌어 결혼하게 되는데, 아들의 결혼이 어머니 옥자에겐 영 탐탁지가 않다. 그 좋은 집안의 아가씨를 두고 하필 외국 여자냐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후엔이 아무리 잘하려 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일상적인 고부갈등은 둘째 치고라도 음식문화의 차이로 더 골이 깊다.


후엔을 이해해 달라는 아들의 간청에 모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 만들어보려고 정성껏 실력발휘를 해 비빔밥을 만들었건만 며느리 후엔은 개, 돼지에게 주는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고 해 다시 갈등이 증폭된다. 한국에선 한국 문화를 따라야 한다며 비빔밥을 억지로 먹이려는 시어머니, 도저히 못 먹겠다며 도망가는 베트남 며느리. 문화 차이로 일어나는 다문화가족의 갈등을 해결할 방법은 진정 없는 것일까?


극은 의외로 쉽게 출산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갈등이 심해질수록 서로 갈등을 봉합하려는 실리가 작동하게 되는데 며느리의 임신이 그 계기가 되는 셈이다. 극이 진행되면서 섬진강 재첩과 삼신 녹차밭이 언급되면서 하동의 자랑거리가 자연스레 소개되는데 극의 배경이 하동임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마산 극단 상상창꼬 <매직가게>

715일 오후 7시 함안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공연

 

마술가게라는 간판이 걸렸지만 판매하기 위한 옷들이 진열된 평범한 옷가게다. 조명이 밝아지면 점원이 마네킹을 들고 나온다. 쇼윈도 앞에 세우고 옷을 입힌다. 팔등신의 늘씬한 마네킹만 있는 게 아니다. 임신부 의상을 위한 배가 볼록한 마네킹도 있다. 점원이 나가자 마네킹들이 불만을 털어놓는다. 쉬지도 못하게 한다며. 그런데 옆 가게 알바 녀석들이 쇼윈도 앞으로 다가와 담배를 피운다. 이 녀석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마네킹 치마 밑을 들여다 보려고 낑낑대고 킬킬댄다. 마네킹들은 혼이라도 내주고 싶은데 아직은 인간의 시간이라 움직일 순 없고 불평을 늘어놓는 가운데 밤이 된다.


드디어 가게 이름처럼 판타스틱한 일들이 펼쳐진다. 마네킹들은 서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들은 매장 안을 돌아다니며 인간들의 나쁜 습성에 대해 흉을 본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 재빨리 제자리로 돌아간 마네킹들. 불도 켜지 않고 실내로 들어온 것을 보면 필시 도둑이 든 것이다. 그런데 이 도둑, 뭔가 이상하다. 마네킹과 춤을 주지 않나, 진열장의 옷을 고르기도 하고 하물며 술병까지 꺼내서 들이키기도 한다. 도둑이 아닌가?


그런데 그 순간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 일순 긴장감이 객석을 메운다. 아무리 여유를 부려보지만 도둑인 이상 이런 순간에는 진땀을 흘리게 마련이다. 고양이 발걸음으로 살며시 들어오는 남자. 손전등을 들고 더듬거리며 들어오는 모양새가 한눈에 척 봐도 초보 도둑이다.


선배 도둑과 초보 도둑은 이렇게 상견례(?)를 하게 되는데 서로 정체를 파악하고는 마음이 놓였나 보다. 때론 형님, 동생 했다가 때론 배신자로 여겼다가 옥신각신하며 날을 샌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도둑이 되어야 했던 이유, 도둑으로서 가져야 할 철학은 그대로 부조리한 인간세상을 향한 일침이 되고 만다.


이번 공연은 우수예술단체 찾아가는 문화활동사업으로 진행되며 이상범 원작의 <마술가게>를 김소정 연출이 각색했다.(문의: 070-8832-8801)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창원문화재단이 주최한 화요명작예술감상회 2월 프로그램 '재미있는 연극이야기' 마지막 강연은 '드라마 재미있게 보기'다. TV 드라마를 볼 때 그냥 스토리에 빠져 예사로 본다하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의 구조화된 특성이나 극의 이론적 배경, 장르적 특성 등을 알고 보면 보는 재미도 더할 듯 싶다. 보는 재미란게 아무래도 아는만큼 더해지는 법이니까.


단적으로 예를 하나 들자면, 국악을 재미있어 하는 사람 솔직히 별로 없을 것이다. 팝송이나 힙합 같은 장르는 처음 접해도 그 자극성 때문에 혹할 수 있지만 국악 중에서도 가곡이란 장르는 아무것도 모른 채 관람하게 되면 10분도 안 되어 온몸에 좀이 쑤시기 시작할 것이다. 체험해봐서 안다.


그런데 가곡의 탄생 배경부터 소리를 하는 방법, 시조(시절가조)와의 유사성, 남자가 부르는 노래, 여자가 부르는 노래, 노래의 내용 등등을 알고 들으면 마음이 평상심을 찾으면서 은은한 차향이 콧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다. 가곡전수관에서 공연을 몇 번 보면서 그것을 느꼈다. 이해를 하고 느끼는 것, 그것만큼 만족스런 감흥은 없다.




드라마 역시 그러하다. 무작정 극속으로 빨려들어가 저놈이 죽일놈이니 저 아가 불쌍해서 어짜노만 할 게 아니라 프로타고니스트(주인공)의 주변엔 어떤 인물(포일)이 있고 악역을 맡은 안타고니스트의 주변엔 또 어떤 포일들이 분포하는지 분석해보고 그 서로간의 역학관계도 분석해보면, 대체로 어떤 틀이 짜여지는데 그것을 이해하게 되면 극 전체의 줄거리를 하나의 도식으로 그림마저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컨벤션'이라는 개념에 대해 이해를 하고 넘어가야겠다. '약속' '협약' 뭐 그런 뜻이겠다. 창원컨벤션센터를 떠올려도 뭐 상관없다. 연극에서 그 컨벤션은 무대 위에 아파트를 세울 수도 없고 비행기를 들여놓을 수도 없고 살아있는 것이라도 말이나 호랑이, 하마 등등을 올려놓을 수 없다. 그것은 배우도 알고 관객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극의 전개상 말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승마협회에다 이야기 잘 해서 훈련된 말을 데려온다? 그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말을 무대 위에 세운 순간 연극은 막을 내려야 할 것이다. 대신할 뭔가가 필요하다. 흔히 보던 장면이 떠오른다. 말 인형을 몸에 끼우고 타고다니는 듯이 연기를 하면 된다. 아니면 따로 말 인형을 만들어 손으로 적절히 연기해도 되고 아니면 탈춤의 경우처럼 탈을 만들어 사람이 들어가 말처럼 연기해도 될 것이다. 이것을 두고 "에이, 거짓말! 순 가짜잖아."라고 할 관객은 아무도 없다. 모두 그 오브제들이 말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이것이 '컨벤션'이다.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연극에선 특히 '컨벤션'이란 장치가 더욱 필요하다. 이날 본 영상 중에 <부산행>이라는 일부 장면을 봤다. 기차를 따라잡으려고 아이를 안은 공유가 사력을 다해 뛰어가고 뒤에는 좀비들이 미친듯이 달려오는 긴박한 장면. 이 영상과 함께 컨벤션 장치를 극대화한 유럽의 코믹한 마임이었다. 바람이 불고 기차가 움직이는 것을 움직임으로 그럴싸하게 표현하였다. 기차는 없지만 누가 봐도 달리는 기차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임을 모르는 관객은 없다.


일단 컨벤션이란 연극의 장치에 대한 이해는 이정도로 넘어가고 몇 편의 드라마를 보면서 인물 구성과 플롯의 형태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이 부분은 사실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앞서 언급했듯이 선한 주인공, 악한 주인공, 그리고 선한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 악한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 그리고 그들 간의 상관관계. 또 하나 이 인물들 사이에, 특히 현대물에선 빠지지 않는 캐릭터가 있다. 큰틀의 줄거리에 논리적, 합리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극의 재미를 살리는 플롯이다. 이를 코믹 릴리프라고 한다.


인터넷에서 '코믹릴리프'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비극이나 진실한 테마를 가진 희곡에 삽입하여 관객의 정서적인 긴장을 일시적으로 풀기 위한 희극적 장면 또는 사건.'(두산백과)이라고 돼 있다. 또 '이것으로 다음에 전개되는 긴장된 행동이 보다 더 효과적이며 인상적일 수 있다. 소포클레스가 <안티고네>에서 호위병을 묘사하는 데 사용한 수법이 연극사 최초로 사용한 코믹릴리프라고 일컬어진다.'라고 적혀 있다. 흠. 현대극만의 특성이 아니구만. 요새 영화만 보니 지식의 착각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 그리스 시대에서도 좀 살고 그랬어야 하는데...


드라마는 주인공의 캐릭터가 선명한 몇 작품들을 짧게 감상했는데 <또 오해영><도깨비>... 그런데 <피고인>을 봤는지 기억이 안 난다. 문제는 내가 TV를 안 보니까 당장 짧막한 영상에서 주인공들의 성향은 눈치를 채겠는데, 주인공 주변의 캐릭터들이 어떤 연결고리고 동조와 갈등 관계를 이루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단 것이다. 오늘의 결론 "TV도 좀 보고 살자".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극단 상상창꼬 김소정 예술감독의 '재미있는 연극이야기' 2강은 1강에서 예고했듯이 양식극에 관해서다. 얼핏 양식극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어려울 수 있겠다. 양식극이란 줄거리를 가진 서사극에 대비되는 극의 표현양식으로 부조리극, 이미지극, 비주얼 연극 등을 일컫는다.


그렇다면 이 양식극의 특징은 무엇일까? 첫째 줄거리가 없으며, 둘째 주인공이 캐릭터는 있으나 배경 설명이 없고, 셋째 결말이 없는 오픈 엔딩이라는 것이다. 해피엔딩도 아니고 언해피엔딩도 아니고... 어? 연극이 끝난 줄도 모르는 가운데 연극이 끝나는... 이러한 엔딩 처리는 소설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TV에서도 베스트극장이라든지 TV소설 등에서 써먹기도 한 스토리 양식이다.


2강의 첫 작품은 그 유명한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다. 워낙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 이 작품이 양식극 강좌의 첫 주인공이 된 이유는 부조리극의 고전이기 때문이다. 연극을 보았거나 대본을 읽어본 이는 알겠지만 극의 전개 상황이 정말 재미없다. 몇몇 등장인물이 나와서 별 시덥잖은 이야기를 풀어놓는 수준이다.




무대는 황량한 시골길이고 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그들은 누군가를 기다린다. 고도 씨. 에스트라공은 신발을 벗으려 애를 쓰고 블라디미르는 도둑에 관한 얘길 한다. 잠시 후 포조가 노예 러키를 긴 끈을 목에 걸고 등장한다. 이들 역시 별 시덥잖은 이야기로 시간을 보낸다. 그저 별 의미 없는 행동들.


포조와 러키가 떠나고 잠시 후 소년이 나타나 한마디 한다.


"오늘 미스터 고도는 안 온대요."


2막도 별 다르지 않다. 다만 바짝 말라 가지가 앙상했던 나무에 초록색의 잎사귀가 몇 개 달려 있다는 것만 빼고. 역시 1막처럼 소년이 나타나 한다는 말은,


"오늘 미스터 고도는 안 온대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낙담한 나머지 자살을 시도한다. 죽는 게 그리 쉬운가. 자살을 내일로 미룬다. 혹시 내일이라도 고도는 오려나?


정말 재미 없는 이 작품은 수많은 학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관련 논문만 하더라도 강의실 한가득이라는 김소정 감독의 설명이다. 학교 다닐 때 한창 연극에 빠졌더랬는데, 그때 고도를 손에 쥔 적이 있었다. 작품 해설을 위한 자료는 도서관 논문 코너에 도서카드 서랍 한통을 차지할 정도로 많았던 것을 기억한다. 손에서 놓은 이유는 단지 하나, 너무 재미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신 손에 쥔 대본이 유진오닐의 '몽아'였다. 결과적으로 많이 아쉬운 작품이긴 했지만.


그건 그렇고, 그렇게 재미 없는 작품 이 <고도를 기다리며>는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다. 어쩌면 문학사적 전기를 마련했다는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뭐 특별할 것 없는 사람들의 일상.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면서 그걸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하이데거는 '권대'라고 표현했단다. 더해서 까뮈는 일상을 '무의미'라고 했고. 그 이유가 삶의 끝을 '죽음'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권태로운 일상을 벗어나는 길은 '고도'에서 두 등장인물이 시도했던 그 자살밖에 없는가? 아니다. 까뮈는 "버텨라" 하고 말했다. 버티는 방법 중에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반항'을 제시했다.


그리스 신화에 보면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는 대부분 '영웅'이 된다. 그런데 시지프스는 죽음의 신을 속였다는 죄로 영원히 하데스 언덕에 바위를 올려야하는 형벌을 받는다. 올리면 굴러떨어지고 또 올리면 굴러떨어지고 매일 똑같은 일상의 반복, 고된 노동이 그에게 떨어진 형벌이다. 까뮈는 여기서 시지프스의 자각을 발견했다. 바위가 굴러떨어진 다음 산을 내려오면서 그가 한 생각.


'다시 바위를 산 위로 올려야지.'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스스로 행동을 결정하는 자각을 하게 됐단 얘기다. 그것을 까뮈는 반항이라고 했다. 반면 하이데거는 죽음까지 버티기로 '시간죽이기'를 제시했다. 이 시간죽이기가 적나라하게 반영된 작품이 바로 '고도를 기다리며'라고 한다.


다음, 두 번째 작품으로 타데우즈 칸토르의 <비에폴 비에폴>을 봤다. 타데우즈 칸토르는 '죽음의 연극'을 주로 다루었다. 그가 죽음에 천착한 데엔 이유가 있다. 그의 성장배경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는 폴란드 사람으로 유대인이다. 그가 겪은 환경, 바로 독일의 나치가 폴란드를 점령해 유대인들을 대량학살한 홀로고스트 사건의 한가운데 있었기 때문이다.


나치의 철권통치 아래에서도 그는 지하에서 연극을 통해 저항운동을 했다. <빌로폴 빌로폴>은 그의 유년시절 방이 배경이다. 단검이 장착된 소총을 어깨에 걸친 군인들이 인형처럼 한무리를 지어있고 여자 인형으로 분장한 여성이 등장하는데, 군인 한 사람과 결혼식을 올리는 모양이다. 인형놀이를 하다 주인공은 구형 사진관 카메라로 촬영을 하는데 그것이 대포로 변한다. 대사는 거의 없이주인공의 인형놀이는 한참 진행되고 군인들이 여성을 유린하는 장면도 보여준다. 전쟁의 비극을 보여주려는 의도일 것이다. 극에 나타나는 십자가와 군인이 들고 가는 인형의 모습이 유사하다.


타데우즈 연극의 또다른 특징은 연출인 타데우즈가 무대에 등장해 큐사인을 넣는다는 것이다. 일종의 해설자의 역할이기도 하다. 그의 기억을 이야기하는 구조일터. 그의 무대에 등장하는 오브제, 즉 각종 소품과 인형, 십자가 등은 죽음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세 번째로 본 작품은 로버트 윌슨의 <셰익스피어 소네트>다. 로버트 윌슨은 건축가였다고 한다. 무대에 건축미학을 접목시켜 설치하고 원색 조명을 많이 사용하여 이미지극을 창출했다. 역시 극은 줄거리가 없고 사건도 없고 그래서 갈등 구조도 없다.


<셰익스피어 소네트>에선 추상적이고도 큰 무대장치에 배우들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때론 아주 느리게 움직이기도 한다. 연극의 형태에 대한 색다른 체험이었다.


마지막 작품은 필립 장띠의 비주얼극 <표류>와 <나를 잊지 마세요> 두 작품을 봤다. 이 작품들은 연극이라기보다 오히려 무용에 가까웠다. 연극과 무용의 경계를 허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좁은 공간 위 상자 속에 있는 사람들이 상자를 쓰고 상자의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상황을 묘사하는 장면과 파도치는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표류>, 커다란 천을 이용해 독특한 퍼포먼스를 펼치며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는 <나를 잊지 마세요>. 작품들이 너무 무용적 요소들이 강해 글로 묘사하기가 쉽지 않다. 


어쨌든 이미지나 비주얼을 강조한 연극들이었는데, 김소정 감독이 지금까지 보여준 신체극의 몇몇 장면들이 연상되기도 했다. 이러한 극의 양식은 아직 국내에 널리 퍼져 있지 않다. 아방가르드는 그 표현양식이 무궁무진한 것 같다. 미술에서도 어느 정도 구상화가 시대를 장식할 무렵 추상화가 나타나 주류에 도전했던 것처럼 연극 역시 그러한 역사의 매커니즘을 따라갈 것이란 추측을 해본다.


김소정 감독은 이러한 연극의 흐름을 이야기하면서 "한국 연극에서 이러한 양식극을 부분부분 도입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게 대세가 되지 않을까"하고 점치기도 했다. 다음주는 뮤지컬로 3강이 이어진다.


2017/02/08 - [돌이끼의 문화읽기] - 재미있는 연극 이야기-화요명작예술감상회 1강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연극은 재미 있다. 해본 사람은 연극이 얼마나 사람을 미치게 하는지 안다. 한때는 연극에 안 미치려고 발버둥친 적도 있었기에 그 매력을 안다. 아니 그건 매력이란 단어보다 마력이란 단어가 더 어울릴 것이다. 시기가 그러했다. 연극에 미쳐 생활을 보장하는 직장을 갖지 못하면 안타까운 드라마의 주인공이 돼야 했던 시절이었다. 물론 실력이 출중해서 살아남고 또한 연극을 이끌어갈 정도의 열정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그런 사람들이 오늘날 한국 연극 수준을 이만큼 끌어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준이 높아진 한국의 공연예술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먹고살기 팍팍했던 시절이 일부 중산층에는 지나간 듯하고 그래서 눈을 문화로 돌리는 것은 아닐까 가늠해 본다.


지난해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진행된 수요문화대학 1, 2학기 수업을 모두 들었더랬다. 소극장 규모가 500석이 넘는다. 매번 이 좌석을 80퍼센트 이상 채웠던 걸로 기억한다. 시민들의 문화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 아니겠는가.


이번 화요명작감상회도 그러했다. 주제가 그러한 것처럼 명작을 보며 설명을 듣는 수업이다. 연극이면 어떤 연극이 명작이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배우고 미술이면 어떤 명화들이 있는지 그 명화의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재즈면 재즈대로, 가곡이면 가곡대로, 클래식이면 클래식 대로 어떤 유명한 작품들이 있는지 보고 설명을 듣는 수업인 것이다.


화요명작감상회는 수강생 정원이 50명이다. 그런데 이번 강좌에선 수강생이 50명을 훨씬 뛰어넘어 70명 정도 된 것 같다. 그래서 강의실도 원래 제5강의실에서 진행하려다가 인원수 때문에 국제회의장으로 옮겨야 하는 불상사(?)가 생긴 것이다.


첫날 극단 상상창꼬 김소정 상임 예술감독의 강좌 '재미있는 연극 이야기'다. 이런 아침에 일찍 일어났으나 괜한 블로그 글쓰기하느라 시간 가는줄 모르고 있다가 10시 알람을 듣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세수도 하지 않은 상태. 부랴부랴(참, 부랴부랴가 불이야 불이야의 준말인 건 다 알고 있으려나) 양치하고 세수하고... 하지만 머리 감을 시간은 도저히 없어 헝클어진 대로 옷만 주섬주섬 끼워입고 튀어나왔다. 다행히 버스가 아귀맞춘 기어처럼 제때 와줘서 3분 늦은 출석을 체크했다.


이제야 본론.


김소정 감독은 고대 그리스시대의 연극과 셰익스피어, 그리고 태양의 서커스 극단의 작품을 준비했다. 고대의 연극은 어떻게 공연되었는지, 그리고 연극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영국의 셰익스피어에 관한 허구와 진실, 연매출 1조 원을 넘게 벌어들이는 세계 최고의 공연단체 '태양의 서커스'는 어떤 작품을 만드는가 하는 내용이 이날의 강의 내용이다.



첫 번째 작품은 그리스 3대 비극 작가의 한 사람인 아이스퀼러스가 쓴 <오레스테이아>다. 원 제목은 <오레스테스>라고 한다. 영상은 아주 오래된 것이어서 화질도 떨어지고 스크래치 소음도 많이 들어있었다. 마치 낡은 LP판을 듣는 듯한... 


<오레스테이아>는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아가멤논> 2부는 <제주를 바치는 여인> 3부는 <자비로운 여신>이다. 이 연극은 그리스 시대의 연극이 대부분 그러했듯이 디오니소스(술의 신) 축제에 공연된 것이다. 흠.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신이다. 이 신의 이름이 로마시대로 내려오면 바카스란 이름으로 바뀐다. 말도 안 되는 표현 '피로회복'이란 광고 문구로 사람들에게 혼란을 초래한 바로 그 강장음료의 이름이기도 하다. 피로회복이 왜 말이 안되냐면, 피로는 회복이 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해소되어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계속 피로해서 좋을 게 뭐 있다고.


말이 곁가지로 새어 너무 멀리 가버렸다. 궤도를 다시 찾아, 이때의 연극은 아주 큰 원형광장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배우들은 그냥 우리가 말하듯하는 대사로는 언어전달이 택도 없었단다. 그렇담 그리스 시대의 배우들은 어떻게 발성을 했을까?


당시의 대사는 모두 시로 이루어졌다. 단테의 신곡을 보면 대충 짐작이 간다. 모든 대사는 웅장한 목소리로 읊어 대사전달이 쉽긴 했지만 워낙 공간이 크고 또 시끌벅적한 분위기였기에 소리를 울리게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고안해냈던 게 가면이라고 한다.


가면은 소리를 울리게 하여 더 멀리 더 크게 대사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단다. <오레스테이아> 영상을 보니 모든 배우가 가면을 쓰고 있었다.


김소정 감독의 말로는 이 중에서도 유일하게 가면을 쓰지 않은 사람이 있는데 극의 해설자였다고 한다. 물론 쓰고 나올 때고 있었고.


<오레스테이아>는 아가멤논 대왕이 살해당하고 그로 인한 복수극이 줄거리다. 뭐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는 만고의 진리를 다룬 극이 아닐까 싶다. 그 만고의 진리라고 여겼던 것도 오늘날에 와서는 꼼꼼하고 기계적인 법이라는 잣대 때문에 진리의 반열에서 벗어난 것일 수도 있겠다만...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에서 더 그렇게 표현하고 있지만, 법보다 복수에 더 후련해하긴 한다.


두 번째 명작, <셰익스피어 인 러브>. 불후의 명작, 전 세계적으로 성경책과 어깨를 나란히하며 책장을 장식하는 그의 희곡집이 말해주듯 셰익스피어는 연극을 얘기할 때 빠지면 무덤을 박차고 언제든지 뛰쳐나올 인물이다. 실제로 그는 한창 연상의 여인과 결혼을 했지만 영화에선 함께 연극했던 여배우(사실 셰익스피어가 공연하던 그 시절 여자는 배우가 될 수 없었다)를 사랑하게 되고 여자가 무대에 섰다는 이유로 체포될 위기에 처하는 그런 내용들이 담겨 있는 영화다.


김소정 감독이 보여주려 했던 것은 무엇일까? 셰익스피어 당시 공연장은 실내가 아니라 실외였다. 영화에서 보여주듯 공연장은 원형이고 플로어(1층)와 갤러리(2층)로 구성되어 있다. 1층엔 일반 시민들이 관람하는 곳이고 2층은 귀족들이 앉아서 관람하는 장소다. 플로어엔 관극하는 시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로 치면 김홍도의 씨름에 나오는 엿장수도 등장해 엿 사라고 외쳐대기도 한다. 어떤 이는 공연 중에 바닥에 앉아 도시락을 꺼내 먹기도 한다. 그런 분위기. 요즘 같으면 얼른없다. 몇 세 이하 입장금지, 핸드폰은 잠시 꺼두세요, 이런 문구가 당연한 시대이니.


아, 셰익스피어 시대 여성이 배우가 되면 안 된다는 명분은, 참 나... 너무나 엉뚱해서 사실일까 의심스럽기만 한데, "여자가 배우로 무대에 서면 남자를 홀리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남자를 홀리기 때문에? 음 그래서 셰익스피어가 로미오 역을 맡아 연기하면서 줄리엣 역을 맡은 바이올라에게 홀림을 당한 것인가?


세 번째 작품은 태양의 서커스 극단 작 <바레카이>와 <라누바>다. 둘 다 기예와 아크로바틱... 아, 같은 말인가, 그야말로 신체의 한계를 극복한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몸동작을 스토리에 입혀 만든 세기의 걸작이다.


<바레카이>(2002년 작)는 집시 언어로 '어디든지'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리스 신화 '이카루스의 날개'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작품이다. 첫 장면이 이카루스의 추락이다. 날개를 퍼덕이며 떨어지는 장면을 공연장 천장에서 늘어뜨린 줄에 의지해 표현했다. 이야기는 이 청년이 마법의 숲에서 겪는 모험담이다. 물론 해피엔딩이다. 마음에 맞는 아리따운 여자를 만나 하늘로 다시 올라가는 장면이 엔딩인데... 영상을 전부 본 게 아니라 왜 그런지는 모르겠고... 어찌 영상을 볼 기회가 있을는지 모르겠다. 유튜브에 있을라나?


그리고 또 하나 <라누바>는 트램펄린을 이용한 화려한 아크로바틱이 매력이다. 배우들이 모두 무중력 상태에서 연기를 하는 듯하다. 5미터가 넘는 무대세트 위를 한 번 몸을 튕겨 걷듯이 오르고 여럿이 한꺼번에 통통 튀어오르는 모습이 그렇게 정교할 수가 없다. 라누바는 파티라는 뜻이라고 한다.


태양의 서커스 단장은 '발상의 전환'이란 표현을 가장 좋아한다는 데.. 음. 개그맨 전유성에게서 강의를 들었을 때가 생각나는구만. 발상의 전환이 생명력을 얻으려면 시의적절과 합리성이 겸비돼야 한다는 것인데 발상의 전환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발상의 전환은 고도의 상상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상상력, 그것은 기존의 연극 형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연극을 추구하는 극단 '상상창꼬'의 작업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주 화요일 강의는 화술이 아닌 양식연극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기로 했다.


글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네. 다음 강의 땐 사진이라도 좀 찍어서 자료로 활용해야겠다. 포스팅이 까만 글자들의 잔치로 채워져 재미가 없어졌다. 아쉬운따나...




화요명작감상회-재미있는 연극 이야기 2강


화요명작감상회-재미있는 연극 이야기 3강


화요명작감상회-재미있는 연극 이야기 4강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