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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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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를 받았다. 가능하면 예술행사는 내 블로그를 통해서라도 널리(?) ㅎㅎ 그다지 인기 있는 블로그가 아니라 널리 알릴 순 없구나. 어쨌든 홍보 겸 기록으로 남겨놓을 필요는 있겠다 싶어 옮긴다.

 

사천의 극단 장자번덕이 경남연극제에서 공연한 <운수대통>은 직관하지 못했다. 유튜브를 통해 봤다. 대상을 받은 작품인데 유튜브라니... 아쉽긴 하다. 지난달 24일 극단 마산의 <국군의 작별식> 공연을 보러 갔을 때 이미 장자번덕의 작품이 상당하다는 소문이 퍼진 상황이었다. 유튜브의 한계 때문에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건 안타까웠다.

 

그 공연을 다시 한단다. 하긴. 다른 경남연극제 참가 극단들도 저마다 따로 한 번씩 더 공연을 하는데... 그다지 홍보에 관심이 없어서인지 보도자료가 들어오지 않았다. 보도자료를 열심히 쓰는 극단은 내가 보기에, 장자번덕을 비롯해, 현장, 벅수골, 상상창꼬 정도다. 다른 도내 극단들도 기록 차원에서라도 보도자료를 내고 활동을 널리 알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1년 극단 장자번덕 신규창작공연 [운수대통]

활기찬 문화예술 공간은 지역사회를 생동하게 한다.

 

- 2021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 우수레퍼토리공연

- 49- 10일 사천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2021년 제39회 경상남도연극제 단체대상, 연출상, 우수연기상 수상작

노인들을 방치하는 사회는 불행한 미래를 가진 사회다

 

“2021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 이란?

 

: 공공 공연장과 공연예술단체간 상생협력을 통해 안정적 창작 환경 속에 공연장의 운영 활성화를 도모하고, 공연단체의 예술적 창작 역량 강화 및 우수 작품 제작 발표를 촉진하며, 지역 주민의 문화향수 기회를 확대함을 목적으로 한다.

: 추진내용으로는 공연장과 공연예술단체간 협력을 통한 레퍼토리 및 독자적인 프로그램 개발. 지역주민들에 대한 예술교육의 무상지원, 주민들에 대한 예술활동 참여기회로의 확대 등 지역사회가 추구하는 문화예술활동의 활성화에 기여

 

주최·주관 : )사천문화재단, 극단 장자번덕

후원 : 경상남도, )경남문화예술진흥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내용

사천시의 극단 장자번덕(대표 이훈호)은 오는 49일 금요일 오후 730, 410일 토요일 오후3, 사천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연극 <운수대통>을 공연한다.

 

이번에 공연하는 연극<운수대통>65세 이상 노령인구가 700만인 시대. 노인들의 三苦(삼고)인 가난, 질병, 외로움을 소재하였으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사회 역시 노인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공연이다.

 

또한 올해 제39회 경상남도연극제에서 단체대상(경남도지사상), 연출상(이훈호), 우수연기상(정으뜸)을 수상하였다.

 

공연은 금괴를 숨겨놓고 잃어버린 치매걸린 노인과 금괴를 숨겨놓은 사실만 아는 중풍걸린 노인 그리고 온갖병에 구안와사까지 온 그들의 친구노인, 3명의 노인이 숨겨놓은 금괴를 찾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로 그들의 마지막 희망과 사랑 그리고 삶의 연민과 후회가 때로는 눈물겹게 때로는 좌충우돌 배꼽 빠지는 코메디로 전개된다.

 

작품의 연출가인 이훈호 대표(극단 장자번덕 대표)노인을 통해 인생사 서러운 단면을 비약적으로 펼쳐 서러움에 대한 역설적인 웃음, 미소와 폭소가 작품 전체에 흐르지만 삶의 소중함과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정서적 호소력이 짙은 작품.”이라 전하며 표피를 훑는 가벼운 웃음이 아니라 삶의 내면을 관통하는, 노인이라는 사회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페이소스가 드러나게 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지역민들의 삶에 활력을 찾아주고자 이번 공연은 무료로 진행하게 되며, 15세 이상 관람가능하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하여 거리두기 좌석배치를 진행하며, 예매는 재)사천문화재단 홈페이지(http://www.sccf.or.kr)에서 가능하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2021 집중지원사업인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며, 극단 장자번덕과 ()사천문화재단이 주최 주관하며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경상남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한다.

 

극단 장자번덕은 1998년 창단하여 올해로 창단 24주년이 되는 극단으로 전문예술단체로 지정되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문의 : 극단 장자번덕 (김종필 055-833-0619)

붙임 1. 프로그램 개요

2. 이미지 4(포스터1, 공연내용 1, 공연사진 2).

붙임1. 프로그램 개요

 

프로그램명 : 레퍼토리공연 <운수대통>

 

출연진

이선무, 강성용, 차영우, 김현수, 정으뜸, 이상희, 김용준, 서상권, 이수정, 김동욱

제작진

기획_김종필, 연출_이훈호, 작가_김광탁, 조연출_정으뜸, 기술감독_김주경, 무대디자인_이금철, 조명디자인_여국군, 음악감독_남수정, 조명감독_이민경, 안무_이수정, 무대미술_김미경, 음향_김민성

 

사천시문화예술회관 스탭(공연장기술스탭)

사업담당자_김명완 / 조명감독_서무근 / 음향감독_김준구 / 무대감독_현승섭

 

문의 : 극단 장자번덕 055)833-0619

티켓가격 : 무료관람

러닝타임 : 80/ 15세이상 관람가

진행기간 : 2021.04.09.() 19:30 / 10.() 15:00 [22회 공연]

줄거리

- 여기 세 명의 노인이 있다. 그리고 허리 굽은 할멈과 멋쟁이 여사가 있다. 노인들은 모두 지병을 갖고 있다. 한명은 중풍 한명은 치매 나머지 한명은 온갖 병을 달고 사는데 지금은 구안와사가 와서 완전히 스타일 구긴 상태다. 편의상 그들을 중풍, 치매, 구안와사라 부른다. 치매는 중풍과 오랜 세월 함께 한 친구이자, 그의 밥줄을 쥐고 있는 공장의 사장이다. 중풍의 입장에서 보면 치매는 평생을 모셔온 사장님, 상전인 것이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사장님이 치매에 걸렸다. 금괴를 숨겨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중풍이 유일하다. 어떡하든 중풍을 이겨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 금괴를 찾아야한다. 여기에 바람둥이 구안와사가 합세한다.

그들의 눈물겨운 고군분투. 치매는-사장님은- 이미 병이 깊어 벽에 똥칠하는 수준대체 금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들의 마지막 희망과 사랑 그리고 삶의 연민과 후회가 때로는 눈물겹게 때로는 좌충우돌 배꼽 빠지는 코미디로 전개되는데선생님, 오늘은 콜라텍 어떠세요?”

 

집필의도

- 김광탁, 극작가

- 치매 걸린 노인이 금괴를 숨겨 두었다가 잃어버렸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동안 돈을 벌기 위한 시대를 살았지만 정작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는 치매 걸린 노인처럼, 오락가락 헛갈리는, 병중의 시대를 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우습고 씁쓸한 자화상을 두고 배꼽 빠지는 코미디를 한편 선보입니다.

<작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겨울에 난방을 하지 못하는 가구가 150만 가구입니다. 그 중에 약 60%65세 이상 노인들입니다. 150만 가구 중에서 약 90만 명의 노인이 겨울에 난방을 하지 못합니다. 방안에 물이 어는 곳에서 삽니다. 영하 3도의 방안에서 자고 먹고 살아가야 하는 건, 인간으로써 기본적으로 누려야할 최소한의 삶의 질도 허락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700만 중에 90. 노인 8명 중에 1명꼴로 이렇게 죽지 못해 삽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사회 역시 노인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연출의도

- 이훈호, 극단 장자번덕 대표, 연출가

- 노인을 통해 인생사 서러운 단면을 비약적으로 펼쳐놓은 작품입니다. 그 속에서 놓칠 수 없는 웃음의 결을 선명하게 드러내고자 합니다. 한마디로 코미디입니다. 하지만 서러움에 대한 역설적인 웃음, 미소와 폭소가 작품 전체에 흐르지만 삶의 소중함과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정서적 호소력이 짙은 작품입니다.

내면과 현실이 뒤섞여 동시에 진행되고 고단했던 삶과 우스운 현실이 중첩됩니다. 시간도 순차적으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현재와 과거가 뒤섞인 시간 속에서 삶과 꿈이 놓이고 엇갈린 공간 속에서 환영과 현실이 함께 표현됩니다.

무대가 주는 환영을 곳곳에 배치하여 고급스런 연극을 지향하고 표피를 훑는 가벼운 웃음이 아니라 삶의 내면을 관통하는, 노인이라는 사회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페이소스가 드러나도록 합니다.

 

기획의도

- 김종필, 극단 장자번덕 사무국장, 기획자

 

활기찬 문화예술 공간은 지역사회를 생동하게 한다.

 

지역문화예술활성화를 위한 공연

1) 상주단체의 창작역량을 강화하고 좋은 레퍼토리 생산으로 극단의 창작기반 조성과 자생력강화에 기여

2) 지역민들에게 양질의 공연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 마련.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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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연극제 장자번덕의 <운수대통>은 유튜브를 통해 보았다. 난 극단 마산의 <국군의 작별식>을 연극제 직관하고 극단 고도의 <아버지의 이름으로>를 연극제 공연 며칠 전 진해문화센터에서 시연회 겸한 공연을 직관한 게 모두다. 마산 공연을 직관하고 오면서 이리저리 들리는 얘기가 <운수대통>이 작품 잘 나왔다면서... 하는 말이었다. 사실 그 당시 나는 운수대통을 유튜브로 조금 보다가 다른 일 때문에 중단한 상황이었기에 작품에 몰입할 수 없었던 사정이 있긴 했다. 핀마이크를 쓴 탓에 직관했다면 그게 객석에 제대로 전달되었겠는데, 유튜브로는 오히려 빼기요소로 작용했다. 공연에 집중하는 데 상당한 집중력과 인내가 필요했다.

 

연극제가 폐막하고 집행위원회에서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그 내용을 그대로 옮긴다.

 

2021년 제39회 경상남도 연극제 보도자료

39회 경남연극제, 327일 온라인 비대면 폐막식 및 시상식 개최

 

39회 경상남도연극제 폐막식 초청장

 

거제시와 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가 주최한 39회 경남연극제27일 폐막 및 시상식을 끝으로 12일간의 일정이 모두 막을 내렸습니다. 이달 16일부터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39회 경남연극제에서는 경남도내 11개 지부 12개 극단이 참가하여 매일 1편씩 열띤 공연을 펼쳤습니다.

 

심사는 이은경심사위원장(평론가), 최송림 극작가, 박정의 연출가가 맡았습니다.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 속에서 개최된 이번 연극제는 안타깝게도 거제지역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하여 모든 공연이 비대면(유튜브 온라인 생중계) 공연으로 전환되었으며, 예정되었던 82개 팀이 개최하는 프리마켓과 경남최고의 공연 예술인을 뽑는 거제도 갓 텔런트등의 부대행사도 최소되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폐막 및 시상식도 안전을 고려하여 유튜브 채널을 통한 온라인 생중계로 기존의 시상식과는 달리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관객이 뽑은 작품대상의 시상을 위해서 선발된 39인의 관객심사단은 문진표 작성, 방역 및 소독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현장에서 관람이 가능하였으나 대부분의 관객심사단들도 온라인으로 공연을 관람하였습니다.


등불이라는 아이디의 관객심사위원은 갈수록 연극의 묘미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소재들, 실감나는 연기, 경남연극제를 관람할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온라인으로 공개된 영상은 각 극단별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평균 누적 조회가 500여회가 넘으며 이 어려운 시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의 관심이 있었다고 자평해봅니다.

 

끝으로 경남연극협회 진애숙 거제지부장은 관객 그들이 일상...이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한 제39회 경남연극제를 아쉬움 가득한 마음으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관객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은 크지만 경남 연극인들의 열정과 정성으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최한 한국연극협회경남지회와 거제시에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내년 제40회 경남연극제가 함안에서 개최됩니다. 그때는 부디 코로나시대가 가고 모두가 만나는 축제의장이 되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수고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2022년 제40회 경남연극제는 함안군에서 개최될 예정이며, 매년 열리는 경남연극제를 통해 경남 연극의 위상을 높여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별첨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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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전설을 찾아 움직였다. 기사가 나갈 당시 페북에도 사연을 올렸지만 '전설텔링'이라는 이름으로 모아놓는 내 블로그에 올리지 않아 뒤늦게 챙겨본다. 사실 전설을 찾아 현장에 가보고 그 이야기를 지역의 형세와 주변의 경관, 또 전설이 남긴 흔적을 찾아 탐험하는 일은 재미있다. 꼭 인디애나 존스나 된 것처럼 현장을 찾아 헤매는 여정 자체가 스토리이기도 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전설텔링)꽃처럼 바람처럼'의 소재가 된 시락암굴을 찾아나섰을 때였다. 이 암굴은 시락마을과는 상당히 떨어진 곳에 있고 절벽 아래의 바위암굴이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어쩌면 전설이 이 암굴과 전혀 상관 없이 가상으로 만들어냈을 수도 있다. 여튼 기록에 따라 찾아간 곳이고 그곳에 굴이라고 할 만한 곳이 그것이었기에 찾아가 본 것이었다. 밧줄 타고 오르기도 하고 가시덤불을 헤쳐나가기도 하고...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참 대단한 의욕이었다 싶다. 반면 한우산 응봉낭자 전설은 산꼭대기에까지 차가 올라가니 모험이니 탐험이니 하는 기분은 없고 어쩌면 편안하게 글을 쓸 수 있었다. 대신 그때처럼 그 전설을 새롭게 꾸며 풀어내지 못한 게 아쉽다. 언제 다뤄볼 시간이 될는지 모르겠다.

 

전설의 현장 - 의령 한우산 숨길과 설화원

철쭉 도깨비숲 속 신비한 황금망개떡 찾아서

 

전설의 현장으로 의령 한우산을 꼭 집은 것은 얼마 전에 보도했던 '지역민이 낸 책' 우리아 작가의 <의령 옛이야기>을 읽으면서였다. 그 중에서도 한우산 설화원 이야기는 한우도령과 응봉낭자 그리고 쇠목이 도깨비라는 등장인물이 모두 지명과 관련이 있고 한여름에도 이 지역 비가 차가운 현상, 한우산에 철쭉이 지천으로 피는 풍경 그리고 의령 망개떡 명성 등의 짜임이 절묘했다.

 

설화원 이야기를 압축하자면 이렇다. 옛날 한우산에 한우도령과 응봉낭자가 살았다. 응봉은 망개떡을 좋아했다. 둘은 망개떡을 나누어 먹으며 사랑을 나눴다. 한우산 땅속 황금동굴에 심술궂은 쇠목이 도깨비가 살았는데 응봉을 보자 눈은 사랑표로 변했다. 쇠목이는 응봉의 관심을 얻으려고 황금망개떡을 만들어 주며 사랑을 고백했다. 하지만 거절당하자 분에 못 이겨 한우를 죽였다. 죽은 한우를 보고 응봉도 슬픔에 빠져 죽었다. 응봉이 죽자 그 자리에 철쭉이 피었다. 쇠목이는 철쭉이라도 갖고자 하여 꽃잎을 따서 먹었는데 독 때문에 깊은 잠에 빠졌다. 이를 지켜보던 홍의송 정령들이 한우와 응봉의 사랑을 안타까이 여겨 한우를 구름이 되게 하고 비를 내려 철쭉이 잘 자라도록 했다. 쇠목이에게는 기억을 모두 지우고 황금망개떡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소원을 들어주는 착한 도깨비가 되도록 했다. 하지만 때로는 철쭉과 비를 시샘해 강한 바람이 되어 둘을 갈라놓기도 했다. 강한 바람, 그래서 한우산 능선에 풍력발전기가 많은 건가.

 

한우산주차장으로 가는 길, 쇠목재를 넘으면 바로 오른 편으로 난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된다. 쇠목재는 의령 한우산 아래 갑을마을에서 대의면 모의골(신전리, 행정리 등 마을이 있는 골짜기)로 넘어가는 고개다. '쇠목'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산의 형세로 보아 이곳이 마치 소의 목처럼 생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우산 전설 응봉낭자 이야기에 나오는 도깨비 이름이 쇠목이인데, 대장 도깨비 이름을 이 지명에서 따왔다.

 

한우산생태체험관 쪽에서 등산로로 들어가면 이곳이 바로 산비탈 둘레길(숨길)이다. 조금 들어가면 한우산 정상으로 바로 향하는 길과 숨길로 나뉜다. 숨길은 비탈에 조성한 길이어서 간혹 길을 내기 어려운 곳은 나무 다리로 길을 이었다. 남쪽 숨길은 중천에서 햇볕이 바로 내리쬐는 곳이라 성급한 풀은 초록의 새순을 내밀 듯도 한데 아직 때 이름을 감지했는지 주춤하고 겨우내 쌓였던 낙엽만 바스락거린다. 이 갈림길에서 마냥 걷고 싶으면 숨길을 따라 계속 가고 산 정상으로 가려면 능선을 타면 된다. 또 걷기보다 풍경이 우선이라면 한우산주차장으로 차를 몰아 정상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다.

 

한우산 주차장에서 정상으로 향한다. 먼저 만나는 장면이 한우산 철쭉제단이다. 너럭바위를 제단으로 조성해 고풍스럽고 묵직한 느낌이 있다. 오른쪽으로 한우산 정상으로 향하는 나무 계단이 있다. 철쭉 가지 끝에서부터 봄이 오고 있다. 나무의 위쪽에만 자주색에 가까운 갈색 잎이 돋았지만 곧 철쭉은 푸른 잎으로 온몸을 치장할 것이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되돌아보면, 매봉산과 선암산으로 이어지는 두 산맥 능선에 풍력발전기 24기가 느릿느릿 돌아가고 있다. 저렇게 돌아가고서야 에너지를 얼마나 생산할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한우산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길은 서넛이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도 충분할 만큼 넓게 조성돼 있다. 완만한 능선길이어서 이곳이 해발 800미터가 넘는 산꼭대기가 맞나 싶기도 하다.

 

한우산 정상에는 전망을 도와줄 조망안내도 3개가 설치되어 있다. 멀리 있는 산들의 이름이 매겨져 있어 지리 판단에 상당히 도움 된다. 제법 알려진 산들이 빙 둘러 있다. 서쪽 방향 지리산 천왕봉부터 시작해 웅석봉, 둔철산, 장수산, 황매산 허굴산, 동쪽으로는 국사봉, 미타산, 비슬산, 황왕산, 영취산, 그리고 가까운 신덕산이 보인다. 북쪽으로는 오도산, 가야산, 미숭산, 대암산, 그리고 동쪽 방향으로 보이던 국사봉을 다시 만난다.

 

머리 위로 제법 덩치가 큰 까마귀가 저공, 고공으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비행하고 있다. 무릇 새 생명이 탄생하는 봄이라 그럴까, '깍깍깍' 짝을 부르는 듯한 소리가 제법 소란하다. 풍력발전기 너머로 궁류면 제법 큰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반투명 종이 같은 뿌연 안개 너머로 지리산 천왕봉이 눈에 들어온다. 한우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억새원이 있다. 하지만 억새는 없다. 억새 하니 생각나는 게 있다. "으악새 슬피 우~"" 하고 부르는 노래, 고복수의 짝사랑에 등장하는 이 으악새는 어떤 새일까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어쨌든 억새원에서 억새를 볼 수 없어 아쉽다.

 

다시 발길을 돌려 설화원으로 가는 길. 길옆에 나란히 도열한 진달래가 살짝 꽃눈을 틔웠다. 한 달 혹은 두 달만 있으면 진달래가 활짝 피겠다. 철쭉 도깨비 숲, 이곳을 다른 말로 설화원이라고 한다. 도깨비 대장 쇠목이와 한우도령, 응봉낭자 이야기, 설화를 바탕으로 조성한 곳이라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 설화원 계단을 내려가면서 비극으로 치달은 도깨비 쇠목이의 짝사랑을 되새겼다. 유사한 사건들이 종종 언론에 오르는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세상은 별반 다를 게 없구나 싶다.

 

설화원에서 숨길 따라 걸으면 생태주차장에 닿는다. 생태주차장에서 호랑이 전망대로 향하는 숨길로 들어간다. 어느 정도 걷다 보면 소 캐릭터가 소개하는 한우산 철쭉 군락 안내판을 만난다. 순간, 한우산이 우리나라 소를 말하는 그 한우인가 착각이 인다. 소의 처지로 감정이입해 안내글을 읽어보면, 한우산에 철쭉이 지천으로 널린 까닭은 다 우리소 덕분이다. , 소가 철쭉을 안 먹었거든. 소에게 철쭉은 소 닭 보듯인데 사람들은 이걸 왜 그리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소가 너스레를 떠는 모습이 연상돼 재미있다.

 

제법 걸어서 호랑이 전망대에 다다랐다. 안내문을 읽어보면, 이곳에 제법 호랑이가 살았나 보다. 호랑이를 산신이니 산군이니 하고 불렀던 것은 우리네 토템과 맞닿아 있다. 그런 호랑이를 우리 조상은 어리석고 멍청한 동물로 치부해버렸으니 그 해학 또한 범과 막상막하다. 범 내려온다. 한우산 호랑이가 절벽 위에 떡하니 버티고 있다. 전망대에서 거리는 불과 10m 쯤 떨어졌을까. 저 덩치에 마음먹고 폴짝 뛰어서 넘어온다면 못할 것도 없겠다 싶으니 은근 심장이 파르르 떨린다. 백두산 호랑이라 그런지 생김이 예사롭지 않다. 표정이 딱 노려보며 여차하면 잡아먹을 테다, 크르르르 소리를 내는 듯하다.

 

호랑이 전망대에서 다시 생태주차장 쪽으로 돌아 나오다 한우산 정상으로 난 등산로를 탄다. 억새원 아래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과 주차장으로 가는 갈림길을 만났다. 정상은 이미 둘러봤으니 주차장으로 향했다. 북쪽 비탈이어서 그늘졌다. 그래서인지 축축한 땅이 심심찮게 나온다. 돌아볼 만큼 돌아보고 나니 촐촐하다. 돌아오는 길에 읍내에 들러 의령소바도 한 그릇하고 망개떡도 한 상자 사면 여행이 완성된 듯한 기분도 들겠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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