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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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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 토요일. 3.8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창원 종합운동장 만남의 광장에서 여성의 날 행사를 펼쳤다. 장소도 그렇고 예전보다 나아진 느낌이다. 내년엔 예산이 대폭 늘어 여성 중심의 행사가 아닌 남성과 함께하는 축제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정한 평등은 여성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남녀가 함께 인식을 같이 하고 힘을 모아야 이루어질 수 있기에.


이 행사를 끝까지 못보고 사천으로 차를 몰았다. 경남연극제가 바로 어제 개막식을 시작으로 다음주까지 진행되는데, 어제가 경연작으로 첫 작품 사천의 '천년의 마블' 공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먼 거리이기도 하지만 이왕 가는 김에 어디 볼만한 곳 들렀다 공연을 보러 갈 참이었다. 그런데 가다가 밥먹고 하다 보니 그럴 만한 여유를 갖지 못해 아쉽긴 하다.


<천년의 마블>은 사천의 '매향비'를 모티브로 게임을 제작하려는 청년들의 이야기다. 이 시대 청년들에게 무엇이 가치있는 것인지 이야기하는 것 같다. 꿈을 포기하게 만드는 수많은 여건들 중 어느 하나라도 받아들이는 순간 자신의 삶이 아닌 타인의 삶, 혹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연극이다.


옆지기도 이 연극을 재미있게 봤다고 한다. 다만 공연 시작 전 핸드폰 꺼라고 그렇게 강조했건만, 우리 뒤편에 있던 관객이 수시로 찰칵찰칵대는 바람에 집중력이 떨어져 독백이 주인공 민혁의 대사가 잘 안들린 게 좀 거시기하긴 했지만.


영상과 무대의 연계성 아이디어는 상당히 괜찮았다. 요즘 서울서도 프로젝션 맵핑 기술을 접목한 공연이 많다던데...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가다가 차가 고장나는 부분이다. 무대 위에서 배우들의 대사와 영상이 융합되어 움직였다. 배우들이 걸어가면 영상 역시 걸어가는 느낌으로 카메라 앵글을 잡았다. 이러한 기술적 묘사가 매향비에 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면서 극의 몰입도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본 것 같다.


매향비를 설명하는 장면도 자칫 따분할 수 있는 역사기록을 힙합 스타일로 풀어내 재미를 더했다. 다만 뭔말인지 귓속에 머문 단어가 별로 없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여말선초 사천의 인구 4100명에서 기묘한 언어의 중의적 느낌 때문에 한동안 그 수치에 사로잡히긴 했다. '사천이라 사천명인가' 하는. ㅋㅋㅋ.


왜구의 침임으로 봉수대장과 주민들이 방어에 나서 싸우는 장면을 풍물 재간꾼의 땅재주로 풀어낸 것은 너무 추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 극단의 예산으로 꿈도 못 꿀 <명랑> 같은 영화의 한 장면이 먼저 연상되긴 하지만, 이 장면을 좀 더 설득력있게 묘사할 방법이 없었을까 싶기도 하다.


여튼 연극과 영상의 융합시대는 한동안 이어질 것 같다. 어쩌면 영상뿐만 아니라 더 고차원의 3D 영상기술이 무대 위에 접목될 수도 있다. 공연 예술의 발전 방향은 무궁무진하다. 사천 장자번덕의 <천년의 마블>은 그 시작점에 선 예술의 한 형태를 보여준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하겠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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