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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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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를 받았다. 조만간 담당 기자가 기사는 쓰겠지만 공연소식 소문내고 싶어서 먼저 받은 자료 그대로 올려 소식을 알린다.

 

출연자나 스태프 대부분 아는 분들이라 반갑기도 하고. 멋지게 공연하고 만선, 아... 만석의 기쁨과 감동 있기를.

 

 

사단법인 한국예총 경상남도연합회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한국연극협회 경상남도지회가 주관하는 제20회 경남예술극단 정기공연 <평범한 사람들> (작 정으뜸, 연출 장종도)이 오는 1117일 진해문화센터와 1121일 진영한빛도서관에서 무대에 올린다.

 

경남예술극단은 ()한국예총 경상남도연합회 산하 민간예술단으로서 2001년 창단공연을 시작으로 매년 경남의 전문 연극인들의 역량이 결집된 우수한 작품을 제작하여 도내 시·군 지역을 순회 공연함으로서 각 시·군 지역의 연극 예술인의 창작 의욕을 고취하고 문화예술회관의 활성화를 도모하며, 경남 도민의 정서 함양과 삶의 질을 높이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20회 경남예술극단 연극 공연 <평범한 사람들>은 경남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연극인들이 창작하여 공연을 올려 의미가 남다르다. 극단 이루마 소속의 정으뜸이 글을 썼고 극단 미소 소속의 장종도가 연출하며 경남 젊은 연극인들과 경력이 화려한 중년 연극인들로 출연진이 구성된 공연이다.

 

<평범한 사람들>나만 아니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시작된 작품이다. 요즘 sns를 통해 소통이 편해졌다 생각되지만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기보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 sns나 관심을 가지는 요즘 사람들이 다른 사람이 처한 상황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고 나만 아니면 상관없다라는 생각을 많이들 가지고 있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남의 아픔을 외면하는 것이 평범한지,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고 응원하는 사람이 평범한지에 대해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연극이다.

 

 

줄거리

 

택배물류센터.

지옥의 알바라 불리며 하루가 멀다 하고 그만두는 직원들이 많아 아르바이트생이나 불법외국인 노동자들로 인력을 충원하는 곳. 안전보다는 신속이 우선시되는 이곳에 재환과 지은이 단기 알바로 일을 오게 되고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지은은 컨베이어 벨트에 머리카락이 끼어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한 것을 정숙이 구해주고 이 장면이 친구 재환이 찍어 올린 유튜브 덕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

하루아침에 의인이라 불리며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 정숙.

그녀의 유명세 덕에 그녀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지고 이윽고 회사에서도 그녀를 특별대우해 주며 그녀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게 된다.

그 모습에 같이 일하던 동료들은 불만과 요구조건을 정숙에게 말해 달라 부탁하고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만족해 하는 직원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기만 하던 소장과 매니저는 오히려 정숙의 유명세를 이용하고자 하는데…

 

관람연령은 중학생이상이며 티켓가격은 일반 20,000, 학생 10,000원이다

사전 전화 예약 시 균일가 5,000원으로 관람할 수 있고 단체 할인도 있다.

 

문의전화 : 055-264-5264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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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꼬대하듯 책을 뒤척이다가 기억 창고에 불을 켜듯 환하게 눈으로 들어오는 그림이 있다. 멕시코 작가 프리다 칼로가 그린 '우주와 대지와 나와 디에고와 세뇨르 홀로틀의 사랑 포옹'. 엇다, 제목도 길다. 왜 이 그림에서 기억창고의 불이 켜졌느냐면, 두어달 전 마산도서관에서 이 그림에 관한 강의를 들은 적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억을 더듬어 당시에 들었던 프리다 칼로의 이 작품이 내포한 코드를 풀어보고 책 <국민화가를 찾아 떠나는 세계여행>에는 또 뭐라고 설명했는지 살펴본다.

 

먼저 프리다 칼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그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수가 없다. 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온갖 불행을 다 짊어진 듯한 이 멕시코 여성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열여덟 한창 나이에 남친과 버스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했다. 척추는 으스러졌고 골반은 세 조각이 났다. 살 수 없을 거라는 진단이 있었지만 칼로는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삶은 침대에 누워 지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의사가 되려 했던 그였지만 이 일로 화가가 된다. 그의 그림은 아주 인상적이다. 엽기적이기도 하다. 칼로의 엄마는 그의 방에 커다란 거울을 사다가 걸어줬다. 칼로는 늘 거울 속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 보았다. 칼로 작품 중에 자화상이 많은 이유다.

 

칼로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나를 그리는 이유는 너무 자주 외롭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이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이기에 나를 그린다." 자화상 중에서도 가장 깊은 심연을 표현한 것이 작품 '우주와 대지와 나와 디에고와 세뇨르 홀로틀의 사랑 포옹'이다.

 

프라다 칼로 작 '우주와 대지와 나와 디에고와 세뇨르 홀로틀의 사랑 포옹'.

 

그림 속으로 들어가보자. 당시 마산도서관에서 강의했던 이성희 미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심포니의 4악장 종결부 전 악장 전 악기가 한꺼번에 울리는 진동처럼 장엄하고 우수적이고 숭고하고 심오한 비애에 초현실적인 심비로움까지 느껴지는 작품이다."

 

작품 속 가운데서부터 차곡차곡 확장해가며 시각을 넓혀 보자. 프리다가 아기를 안고 있다. 아기는 그의 남편 디에고다. 디에고는 멕시코 국민화가다. 그리고 이들을 안은 존재가 있다. 대지. 또 대지를 품에 안은 것은 우주의 신이다. 4단계로 품에 안긴 디에고의 이마에는 눈이 하나 더 붙어 있다. 이 눈은 중요한 상징성을 지닌다.

 

실제로 프리다는 남편 디에고로부터 많은 고통을 받았다. 자기가 이렇게 안아서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왜 프리다는 디에고를 안고 있는 자신을 표현했을까. 미학자 이성희는 "사랑과 증오, 그것을 넘고자 했던 그의 일생이 응축된 장면이다"고 풀이했다.

 

이들을 감싸고 있는 대지의 신 가이아는 메마른 땅에 선인장과 세계수를 쏟아내는 장면으로 표현했는데, 이는 근원적인 모성을 나타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전체를 아우르는 우주의 모습은 해와 달, 남성과 여성, 삶과 죽음, 밝음과 어둠으로 대비해 표현했다. 그리고 제목에서도 언급된 세뇨르 홀로틀은 대지를 지키는 개 역시 프리다의 관념을 대변하는 주요 미장센이다. 사실 홀로틀은 그가 기르던 개의 이름이기도 하다.

 

작품의 전체를 아우르는 철학이 있다. 무엇일까? 태극. 음과 양의 조화를 기반으로 하는 태극 사상이 프리다의 작품 속에 녹아 있다. 프리다의 다른 작품에서도 태극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참고로 '알라메다 공원의 어느 일요일 오후의 꿈'이라는 작품을 보면 숨은그림처럼 태극 문양을 발견할 수 있다.

 

프리다 칼로 작 '알라메다  공원의 어느 일요일 오후의 꿈'

그림이 작아 눈에 보일지 모르나 작품 가운데 해골이 보인다. 해골은 프리다와 디에고 사이에 있다. 이 그림에서 프리다는 디에고와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여기서 태극은 프리다 손에 들려있다. 호기심 많은 분은 사이즈가 큰 그림을 구해 살펴보시라.

 

이러한 태극 사상은 멕시코 아즈텍 문화와도 상통한다. 아즈텍 신화는 대립과 모순의 양립을 허용하고 있으니. 프리다는 태극이야말로 모든 대립을 품는 철학이라고 여겼나 보다. 이성희 미학자의 강의는 이 정도로 정리하고. <국민화가를 찾아 떠나는 세계여행>에 있는 이 작품에 관한 설명 간단히 인용해보자.

 

"작품은 프리다의 예술 세계가 멕시코 민족성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배경에 희미하게 보이는 형상은 고대 멕시코 신화에 나오는 우주의 어머니, 한가운데 초록색 여성은 대지의 여신이에요. 우주의 어머니는 낮과 밤을 상징하는 거대한 두 팔로 지구의 동식물을 감싸고, 대지의 여신은 가슴에서 흘러나온 젖으로 땅을 풍요롭게 만들어 생명을 키웁니다. 대지의 여신이 품에 안고 있느 ㄴ두 남녀는 프리다와 남편 디에고 리베라입니다."

 

그리고 디에고의 이마에 있는 눈에 대해 설명한 부분을 보자.

 

"디에고의 이마 한가운데 새겨진 눈은 심장의 눈으로 불리는 제3의 눈입니다. 힌두교의 주신 시바 신의 이마 한가운데 제3의 눈이 새겨져 있어요. 이 눈은 지혜, 깨달음을 상징해요. 즉 프리다가 디에고를 신처럼 숭배한다는 뜻이지요."

 

프리다와 디에고, 둘은 멕시코 지폐에도 등장한다. 500페소 주인공들이다. 두 사람이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된 데에는 강렬한 그들의 사연 때문일 것이다. 프리다의 작품을 처음으로 평가한 디에고, 어쩌면 스승과 제자의 관계일 테고,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했던 프리다와 결혼한 디에고 역시 예사롭지 않다. 바람둥이 디에고를 증오하면서도 사랑하는 프리다 역시 그 심리가 어떨까 싶다. 이혼했다가 1년 만에 다시 같은 상대와 재혼하기까지 하였으니. 그래서 작품마다 스토리를 품나보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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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오페라단의 이번 공연은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다. 트로바토레는 '음유시인'이라는 뜻이다. 스페인 극작가 안토니오 가르시아 구티에레스의 희곡이 원작이다. 오페라 대본은 살바도레 캄마라노가 썼고 레오네 엠마뉴엘레 바르다레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고 한다. 

주세페 베르디가 작곡한 <일 트로바토레>는 1853년 1월 19일 로마 아폴로 극장에서 초연됐다.

귀에 익는 노래가 몇 있다. 오페라엔 그다지 조예가 깊지 못해 대부분 생소한 음악이었지만 처음 보는 작품임에도 익숙한 곡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보라, 밤의 어둠은 지나가고(대장간의 합창)'이나 노래 제목은 생각이 나지 않으나 집시 남자들이 부르는 노래 등은 한번 쯤 들었던 것들이다.

 

공연 1시간이 지난 뒤 2막이 끝나고 휴식 시간에 찍은 장면.

줄거리는 리플릿에 있는 내용을 옮긴다.

 

1막: 결투

 

15세기 스페인. 젊은 귀족 루나백작의 부하 페란도는 군사들에게 루나백작 형제에 얽힌 사연을 들려준다. 늙은 집시여인이 백작 집안의 작은 아들을 쳐다본 이후 시름시름 아프기 시작했다. 그 병이 집시여인의 저주 때문이라 믿은 루나백작의 아버지는 그 집시를 마녀로 몰아 화형에 처해버렸으며, 이를 지켜본 집시여인의 딸 아추체나는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루나백작의 동생을 납치해갔고 다음날 화형대에서 어린아이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끔찍한 이야기다.

아라곤 공주의 시녀 레오노라는 동료 시녀에게 얼마 전 만난 기사에게 마음을 빼앗겼으며, 밤마다 발코니 아래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노래하는 그를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늦은 밤, 레오노라를 좋아하는 루나백작은 그녀를 만나러 발코니 까까이 다가갔다가 그곳에서 사랑의 노래를 불러대고 있는 만리코와 그에게 사랑고백을 하는 레오노라를 보자 불같은 질투에 휩싸인다. 그 음유시인이 망명한 반대파 세력의 장교 만리코임을 알게되자 루나백작은 결투를 신청한다.

 

2막: 집시

 

집시 마을에 모인 아추체나는 만리코에게 자기가 저지른 과거의 잘못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원수의 아이를 납치해왔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그 아이를 불속으로 밀어버렸다고...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백작의 아이는 그대로 서 있고 사라진 건 자신의 아들이었음을 고백한다. 그 끔찍한 아야기에 놀란 만리코는 자신이 누구인지 의문을 품는데 아추체나는 실언을 했다며 얼버무리며 얼마 전 루나백작과의 결투에서 죽어가던 만리코를 어미의 사랑으로 소생시켰다고 설명한다. 그러자 만리코는 루나백작과의 결투에서 그를 죽이려는 순간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죽이지 못했다고 말하고 아추체나는 다음에 기회가 온다면 꼭 루나백작을 죽일 것을 당부한다.

만리코는 전령으로부터 점령한 성의 책임자로 임명되었다는 것과 만리코가 죽었다고 생각한 레오노라가 수녀원으로 떠났다는 전갈을 받는다. 만리코는 아픈 몸으로 레오노라를 만류하러 급히 달려간다. 루나백작 역시 레오노라를 찾아 수녀원으로 들이닥치고 만리코의 병사들과 일대 결투를 벌인다. 승리한 만리코는 레오노라를 데리고 요새로 따나고 루나백작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한다.

 

커튼콜

3막: 집시의 아들

 

루나백작의 부하들이 레오노라를 데려오기 위해 만리코의 요새를 격렬히 공격한다. 그 와중에 루나 백작의 병사들이 수상한 집시여인을 붙잡아 오는데, 옛날 루나백작의 동생을 납치해간 집시임이 밝혀진다. 절망에 찬 아추체나가 아들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자 만리코의 어머니인 것을 눈치 챈 백작은 두 사람 모두에게 복수하기로 마음먹는다. 만리코의 요새에 돌아온 레오노라는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지만, 만리코의 진실한 사랑을 확인하며 안도한다. 그때 아추체나가 루나백작에게 잡혀갔다는 소식을 들은 만리코는 어머니를 구하러 급히 달려간다.

 

4막: 처형

 

만리코는 결국 체포되어 두 사람은 곧 처형 당할 운명이다. 만리코가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은 레오노라는 그를 구하기 위해 루나백작을 찾아가 만리코를 풀어주는 조건으로 그에게 결혼을 제안하고 백작은 기쁘게 받아들인다.

감옥에 갇힌 만리코는 두려워하는 어머니를 위로하고 지친 아추체나는 잠이 든다. 그때 레오노라가 만리코를 찾아와 이제 자유의 몸이니 빨리 달아날 것을 재촉한다. 자신은 같이 갈 수 없다고 말하는 레오노라에게 자신의 목숨을 구한 대가가 무엇이냐며 다그친다. 사랑의 맹세를 팔어버렸다며 레오노라에게 저주의 말들을 퍼붓던 만리코는 그녀가 이미 독약을 마셔 죽어가고 있는 사실을 알고 비탄에 잠긴다. 결국 레오노라는 만리코의 품에서 숨을 거두고, 이를 지켜본 백작은 그녀에게 속은 사실에 분노하며 만리코를 끌어내 처형하라 명한다. 잠에서 깨어난 아추체나는 만리코의 죽음에 절망하며, 백작을 향해 소리친다. "그가 바로 너의 친 동생이었다." 끔찍한 인연에 루나백작은 괴로워하고 아추체나는 실성한 듯 중얼거린다. "어머니, 이제 당신의 복수가 이루어졌군요."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이야기는 희랍 비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외디푸스왕>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것처럼 루나백작은 자기가 그토록 찾아헤매던 동생을 죽이게 된다. 사실 아추체나의 복수는 계획된 것이라고 보기엔 현실감이 많이 떨어지긴 하나 어떤 장엄미를 위해 사소한 디테일은 무시하고 건너뛴 압축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로 치면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냐 싶은 장면이 몇 있다. 아추체나가 복수를 위해 납치한 아이를 화형대 불속에 던져버렸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애가 자기 친아들이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인 장면이다. 드라마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관객에게 아주 자극적으로 비친다. 그리고 레오나라가 만리코를 살리기 위해 취했던 행동을 알아주지 못하고 저주나 퍼붓는 만리코의 때려주고 싶은 모습은 깊은 인상을 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기 동생을 참살하라고 명령하고 지켜보는 루나백작의 모습. 루나백작에겐 만리코처럼 그런 신의 음성이 들리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이닥친다.

 

신파와 같은 서사구조이지만 오페라와 만나면서 체면을 차린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야기의 완결성으로 치자면 이해하기 어려운 플롯이 제법 눈에 띈다. 아추체나의 어머니가 화형당하고 그날 밤 만리코를 납치하고 다시 불에 집어던지기까지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을 법한데 불이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었나 하는 점. 그리고 오페라에선 레오노라의 지위가 어느 정도인지 멱확하지 않다. 이네스가 아가씨라고 하는 것을 보면 시종은 아닐 테고, 그렇다고 영주의 딸이거나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 루나백작은 귀족이고 만리코는 집시 출신의 군인이다. 당시 이런 삼각관계가 당연했을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아추체나의 엄마가 복수하라며 유언을 남겼고 그 유언을 실현하기 위해 아이였던 만리코가 성인으로 성장할 때까지 자기자식처럼 키웠고 복수의 완성 단계에서 만리코의 죽음을 보고 루나백작에게 친동생임을 밝히는 것으로 복수를 했다고 읆조리는 건 과연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만리코를 죽이는 게 목적이었다면 벌써 죽일 수도 있었을 테고 루나백작을 죽이는 게 목적이었다면 복수를 성공하지 못한 것이며 자기 엄마를 죽게한 루나와 만리코의 아버지에 대한 복수였다면 벌써 죽고 없는 사람이니 복수의 대상도 사라진 것일 테니... 복수의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드라마 측면에서 이 작품의 가장 큰 단점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너무 급히 마무리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급전직하 마침표를 찍어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커튼콜을 봐야 했다. "시간 너무 많이 지났어! 빨리 마쳐!" 감독이 그렇게 지시나 한 것 같은... 

 

경남오페라단에서 내 이름으로 초대장이 왔었다. 그러나 내가 취재할 기자가 아니어서 초대장으로 관람할 수 없었다. 인터파크에서 C석을 예매해 관람했는데, 2층이라 내려다보는 장면은 그닥 매력적이지 않았다. 2층이라 사운드는 그런대로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장치는 그런대로 좋았다는 평을 하고 싶다. 일부 불꽃이라든지 나비인지 새인지 날짐승들의 성의없는 날갯짓만 빼면. 경남오페라단의 이 작품은 이번 한 번 공연으로 끝내기엔 아깝지 않나 싶다. 제법 돈이 들어갔을 텐데... 대형무대 세트를 그대로 버리기도 아깝고... 순회공연을 하든지....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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