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301)
돌이끼의 작은생각 (110)
돌이끼의 문화읽기 (478)
다문화·건강가족 얘기 (20)
경남민속·전통 (15)
경남전설텔링 (74)
미디어 웜홀 (142)
돌이끼의 영화관람 (21)
눈에 띄는 한마디 (8)
이책 읽어보세요 (76)
여기저기 다녀보니 (92)
직사각형 속 세상 (92)
지게차 도전기 (24)
지게차 취업 후기 (13)
헤르테 몽골 (35)
돌이끼의 육아일기 (57)
몽골줌마 한국생활 (15)
국궁(활쏘기)수련기 (16)
Total
Today
Yesterday
04-23 00:00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 2019년 9월 4일 치 19면. 전통의 향기

오랜 만에 전통 관련 기사를 썼다. 3년 전 경남도청 인터넷신문 '경남이야기' 프로젝트 매니저로 파견 일 할 때 경남 도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전통 행사를 취재하고 소개했더랬는데. 문화체육부 발령이 나고 전임자의 업무를 이어받았지만 건강면 한 달 치 중 하나를 줄여 전통면으로 대체했다. 

 

건강에 사람들이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가 전통 분야에는 거의 다루고 있지 않아 필요성이 절실했던 측면도 있었다.

 

첫 순서로 가곡을 잡았다. 왜 가곡인가? 우연이다. 기사가 나가고 이틀 후에 가곡전수관에서 목요풍류 공연이 있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겸사겸사로 공연소개도 하면서 가곡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실 이 지면에 거제영등오광대도 함께 다루려 했다. 가곡 기사를 쓰다 보니 한판짜리가 되어버린 탓도 있지만 영등오광대오 대충 쓸 수 없는 스토리가 담겨 있기에 다음 순서에 한판으로 다루는 게 좋겠다 판단했다.

 

자료까지 박기수 대표에게 다 받았는데... 미안케 되었다. 대신 공연 며칠 앞두고 소개를 해야겠지. 공연 때 동영상 취재도 하고 알차게 다뤄봐야겠다.

 

가곡은 현재 마산박물관에서도 기획전시를 하고 있다. 공연도 보고 전시도 본다면 우리의 전통문화 가곡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늘 그림을 보지만 종종 그림을 읽기도 한다. "그림과 대화하라." 지난주와 이번주 마산도서관에서 '명화의 비밀코드'에 관해 강의한 이성희 미학자의 말을 다시 새겨본다. 그림과의 대화는 때론 쉽기도 하고 때론 그림이 꽉 막혔는지 내가 꽉 막혔는지 모를 정도로 대화가 안 되기도 한다. 뭐 사람도 그러하듯이.

 

오늘은 벌초 가느라 강의를 듣지 못했다. 어제와 지난 두 첫 강의, 두 개를 들었는데 뭔가 포만감이 느껴질 정도의 지식을 많이 섭취한 듯하다. 벌초까지 다녀온 터라 몸이 거의 녹초상태지만 오늘 이것을 정리해놓지 않으면 한동안 기억 속에 머물기야 하겠지만 메모리 한계에 부닥치거나 어느날 재부팅 후 기억에서 사라질 지도 모른다. 그냥 휘~익 날려버리기엔 너무 아까워서 언제든지 꺼내서 써먹을 수 있게 기억의 주소를 하나 마련해 둔다.

 

1. 벨라스케스의 '실 잣는 여인들'(1655년)

 

벨라스케스의 '실 잣는 여인들'(1655년)

벨라스케스는 스페인 사람이다. 바로크시대 화가. 루벤스와 함께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벨라스케스 작품 '시녀들'이라는 그림도 제법 유명하다. 

 

이 '실 잣는 여인들'이란 작품은 마드리드에 있는 프라도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림 속으로 들어가보자.

 

다섯 여인이 어두운 곳에서 실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햇빛이 드는 안쪽 공간에는 귀족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 귀족들의 밝은 생활과 가난한 사람들의 어두운 생활을 그렸나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보편적일 것 같다.

 

그림 속에서, 그런 스토리 말고는 건져낼 만한 어떠한 코드도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왜냐면, 나는 무식하니까.

 

그림에 관한 설명을 듣고 나서는, 제대로 그림을 읽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이 그림을 제대로 읽어내기 위해선 우선 밝은 쪽 그림의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무슨 장면일까? 

 

여인들이 모여있는 곳에 투구를 쓴 사람이 손을 들고 있다. 이 장면을 우선 이해하지 못하면 그림을 읽어낼 수가 없다. 투구 쓴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오비디우스의 소설 <변신>을 읽었거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유심히 본 이라면 이 상황을 잡아낼 수 있다.

 

아라크네 이야기다. 그리스 시대 길쌈이 뛰어났던 아라크네는 자신의 직조 기술이 인간이라면 감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실력을 지녔다. 어느 누구도 아라크네만큼 빠르고 예쁘게 테피스트리를 만들지 못했다. 그는 점점 거만해졌다. 전쟁의 신이기도 하고 지혜의 신이기도 한 아테나가 내려다 보니 이 애가 가관이거든. 자기가 전쟁, 지혜의 신이기도 하지만 직조술을 관장하는 신이기도 하는데 하찮은 인간의 기술을 가지고 신도 자기만 못할 거라고 떠벌이고 다니니 가만 둬선 안 되겠다 생각한 거지. 

 

아테나가 어떻게 했겠어. 변신은 제우스만 잘 하는 게 아니었지. 당시 신들이라면 변신술이 기본이었거든. 아테나는 노파로 변장해 아라크네 앞에 나타났지. "얘야, 니가 아무리 테피스트리를 잘 짠다 해도 신들보다 나을 거라느니 그딴 소리는 하는 게 아니란다." "무슨 말씀이세요, 할머니? 만약 아테나신께서 여기 나타난다 해도 전 이길 자신이 있어요." "뭐라?"

 

뽕!!!

 

아테나가 그 자리에서 원래의 모습을 드러내고 아라크네에게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어. "건방진 녀석, 감히 나에게 도전을 해?! 오늘 네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마!"

 

아테나는 자기가 넵투누스를 이기고 아테네 영유권을 차지하게 되는 광경을 테피스트리로 짜고 아라크네는 에우로페가 황소로 변신한 제우스에게 납치 당하는 테피스트리 등 신들이 인간을 납치하는 모습 6개를 짰지. 아라크네가 신들을 조롱한 게지.

 

그러니까 아테나는 돌아버리겠는 거야. 인간이 자기보다 훨씬 실력이 뛰어난 거야. 자존심 팍 상해서 아라크네가 짠 융단을 갈갈이 찍어보리고 씩씩거렸어. 그러고는 아라크네를 오만상을 찡그리고 째려보고는 "너, 일루와봐!" 그랬지. 아라크네는 정정당당하게 시합해서 테피스트리를 짠 거고 결과물을 보니 자기 게 아테나 꺼보다 나쁘지 않거든. "왜요?" 하고 갔네.

 

"야 이노무 시키야! 니가 글케 잘났냐? 이게 오데서 신한테 꺄불고 있어? 엉? 누가 그리 가르치디? 앙! 느그 아부지 누고? 이리 델꼬 올래?"

 

그리 하면서 치토루스 산 회양목으로 만든 실짜기 북을 가지고 아라크네 마빡을 몇 번이고 쿡쿡 찔렀던 게지. 전쟁의 신 아테나가 빡센대로 빡세어서 찌르는데 얼마나 고통스러웠겠어. 실짜는 기술 하나 믿고 신한테 덤빈 게 얼마나 큰 잘못인지 그제야 깨닫게 된 거지. 

 

그래서? 난 오비디우스가 지은 <변신>을 읽어보지 않아서 그 이유를 알지 못하겠는데, 어처구니없게도 아라크네가 자결을 했다고 하네. 헐. 그 설명을 듣는 순간 신들이란 질투 덩어리구만 하는 생각뿐이더군. 아차 싶었는지 몰라도 아테나는 죽은 아라크네를 거미로 변하게 해 살게 했다는군. 그래서 거미가 거미줄을 잘 치는 건가? 가끔 신화는 막판에 사람을 허탈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지.

 

어쨌든 그 이야기가 그림의 밝은 쪽 상황이란 거지. 이제야 그 뒤편 벽에 걸린 테피스트리 그림 내용이 이해가겠지. 황소로 변한 제우스가 에우로페를 납치하는 그림.

 

티치아노 작 '에우로페를 납치하는 황소' 1559년. 미국 메사추세츠 보스턴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미술관 소장.

티치아노의 이 그림. 아라크네가 테피스트리로 짠 그림과 동일하다. 자, 다시 그림을 보자. 투구를 쓴 사람은 전쟁의 신 아테나이고 맞은 편에 있는 여인은 아라크네다. 이 정도면 대충 스토리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그쪽 동네에 있는 한 여인의 시선을 보자. 고개를 돌려 이쪽 실삼는 곳을 쳐다보고 있다. 시대로 치자면 밝은 쪽과 어두운 쪽이 동시대일 수는 없다.

 

밝은 쪽은 저너머의 세계다. 실 잣는 여인들이 있는 세계는 현실이다. 분업으로 실 잣는 일을 하고 있다. 벨라스케스가 살았던 시절의 직조공 모습일 것이다. 벨라스케스는 이 그림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저너머의 세계에서 시작한 빛은 어두운 현실세계로 이어져 있다. 빛은 차원을 달리하면서 앵글의 이동을 보인다. 이쪽에 있는 한 여인에게 빛이 쏟아진다. 다른 쪽은 어둑한데 얼굴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이 여인에게 환히 비추이고 있다. 왜?

 

여기서부터 그림과 대화를 해야 한다. 빛과 저쪽세계에서 이쪽 세계로 이어졌고 저쪽의 한 여인은 이쪽으로 쳐다보고 있다. 이쪽에서 빛을 한몸에 받고 있는 여인은 저쪽 세계로 향해 앉아 실을 뽑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연결. 그리스 시대의 아라크네와 근대의 아라크네를 이야기하고 싶은 거다. 그래서 저쪽과 이쪽 사이에 사다리가 있는 것이기도 하고.

 

자, 그림으로부터 그런 얘기를 듣고 보니 물레를 돌리는 노파가 눈에 들어온다. 이 여인은 또 누구인가? 바로 아테나다. 아테나가 노파로 변장했지만 그가 노파가 아니라는 사실은 다리에서 드러난다. 무릎까지 올린 치마에서 드러난 하얀 다리는 단연 노인의 다리가 아니다. 아테나임을 얼마든지 추리할 수 있다.

 

그럼 아테나와 이야기하고 있는 저 아이는 대체 뭘하고 있는 걸까. 그의 행동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커튼을 걷고 있다. 아니 직조공장에 웬 커튼? 막을 열 때는 언제일까. 그렇지, 개막!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리고 싶었던 게지. 과거는 현재로 이어지고 연결되어 있지만 아테나도 아라크네와 일을 나눠 분업하고 협조하는 새로운 시대 말이야. 이 부분은 이성희 강사의 얘기가 아니고 내 얘기.

 

아이가 막을 연다는 것은 이 그림이 액자소설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단계를 보면 막이 열리고 실 잣는 여인은 먼 옛날의 아라크네를 상상하는 그런 구도다. 극 중 극, 꿈 속의 꿈. 

 

강사가 말은 안 했지만 저쪽은 천상이고 이쪽은 지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기호가 또 있다. 창문의 모양이다. 저쪽은 원이고 이쪽은 사각형이다. 원은 하늘이고 사각은 땅이다. 이 상징이 창문으로 표현되었다.

 

아, 벨라스케스가 왜 이 그림을 그렸을까 하는 화두에 강사는 이렇게 해석했다.

"벨라스케스가 예술로 신과 맞짱 뜨고 싶었던 거지요. 그의 강렬한 예술적 자부심이 표현된 그림입니다. 자신을 아라크네에 비유했으니까요."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어제(24일) 오랜만에 무학산에 올랐다. 

컴퓨터에 저장된 사진 파일을 검색해보니 2016년 11월 16일이다. 이번 산행에 빠진 최상호 팀장과 함께 갔었군.

이 당시 내가 등산을 시작할 무렵이다. 이후 이일균 국장과 허진도 부국장이 합류해 4인조로 구성돼 지금까지 월 1회 산을 타고 있다.

 

앵지밭골이라는 지명을 종종 들었더랬는데, 이번에 그 이름의 의미를 알게됐다. 물론 표지판에 나타난 것처럼 유래가 정확한 것은 아니다. 앵지는 연계, 연개, 앵기에서 변화했다는 설이 있다. 여튼 우리는 마산여자중학교 입구에서 출발했다.

 

무학산 등산로 종합안내도. 우리는 마여중-광명암-봉화산 약수터-서마지기-무학산정상-학봉-서원곡유원지 코스로 길을 잡았다.

 

봉화산 약수터. 초장부터 헉헉거리다 보니 자신이 없어진다. 한 주 내내 술을 안 마신 날이 없었다. 산행에 영향을 안 미칠 까닭이 없다. 약수터를 만난 김에 시원스레 두 바가지 연거푸 들이켰다. 그러고 의자에 앉아 물끄러미 약수터 간판을 쳐다보는데, 웬걸. '약수터 시설 폐쇄 공고'란 문구가 눈에 '퍽' 들어온다. 한 방 먹은 느낌. 뭐야, 이거. 

 

그런데 주민들은 예사로 물을 마신다. 이곳을 종종 찾는 듯한 주민이 말한다. "며칠 전 동사무소에서 다녀갔어요. 검사한 지 3년이나 지났는데 다시 검사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많으니 이제야 왔다간 모양이에요."

 

이젠 비소가 검출되지 않으려나. 사람들이 몸에 해로운 비소를 들먹이며 이야기를 나누자 어떤 중년의 아저씨가 한마디 덧붙인다. "내는 몇십 년을 이 물 먹었는데 아무 이상 없어요."

 

위치로 유추하면 이곳이 만남의 광장일 가능성이 크다. 등산로가 몇 군데서 만나는 곳인데다 이런 표식이 있는 것을 보면. 가운데 쑥 튀어나온 봉에 '마산회원구 지리적 중심점'이라고 적혀 있다. 마산회원구의 중심지역이라는 얘기겠지. 

 

서마지기에 다다른 곳. 경사가 심하다. 핵핵!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다. 근데 앞선 두 사람 왜 그리 할랑한고. 전혀 지치지도 않고 설렁설렁 올라간다.

 

서마지기. 산꼭대기에 이런 평지가 있다는 게 그리 낯설진 않다. 화왕산에도 이런 곳이 있고 재작년에 갔던 신불산에도 이런 평지가 있었고 재약산 수미봉 사자평도 이런 평지다.

 

무학산 정상. 고생한 보람. 바다 반대쪽, 내서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볕이 심해 점심할 곳을 찾으려 학봉 쪽으로 내려갔다.

 

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 마산 시내와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멀리 보면 섬들이 바다를 균형있게 채워놓은 게 꼭 다도해같다.

 

우린 이 바위를 보고 꼭 지리산 칼바위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문득, 스펀지밥 뚱이 머리같다는... ㅋ~

 

서원곡으로 내려왔다. 

 

조금 더 내려오니 무학산 둘레길을 만났다. 그러고 보니 아직 이 둘레길도 걷지 못했군. 이날 하루 걸음은 총 1만 4000보. 일주일 치 운동은 한 셈이겠지. ㅋ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