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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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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가 며칠 전 방영한 석양의 무법자 한 장면. 

중학교 2학년. 다락방에 엎드려 계단 아래에 있는 대한전선 디제로 14인치 흑백 TV를 내려다 보며 일요일로 넘어가는 밤 12시를 지켰다.

 

TV에선 주말마다 서부영화를 틀어줬다. 서부영화가 재미있었 던 이유 중에 50% 이상은 엔니오 모리코네가 지은 그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음악 덕분이기도 했다.

 

40여년 전 그때는 몰랐는데, (9월 28일 밤 방영분 녹화)오늘 석양의 무법자를 다시 보면서 '아아아아아~'하고 시작하는 음악의 그 소리가 멍멍이 소리와 너무나도 흡사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영화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배역 중 하나가 강아지다. 그 강아지의 소리가 음악과 겹치면서 서부 무법자들의 짧은 서사는 시작한다.

 

총질이 빠르거나 눈치가 빠르거나. 이것은 서부에서 살아남는 가장 큰 덕목이다. 법이 소용 없는 시대에는 피곤할 정도로 상대의 의중을 잘 읽어내야 한다. 잠시라도 방심했다가는 저승 지름길로 직행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보는 사람에겐 재미를 주지만 정작 그게 자신의 일이 되면 어떤 심정일지 가늠이 된다.

 

요즘 한국사회처럼 법이 누군가에 의해 무기가 되어버리는 상황이라면 약육강식의 매커니즘이 작동할 수밖에 더 있겠나 싶기도 하다. 석양의 무법자처럼.

 

착한놈 나쁜놈 못난놈. 석양의 무법자 틀을 가져와 만든 한국영화도 생각이 난다. 착한놈 정우성도 멋있었지만 이상한놈 송강호 연기가 멋지게 연출됐던 놈놈놈(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이 영화도 마찬가지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매력적으로 나왔지만 지안 마리아 볼론테의 못난놈 연기가 영화를 살리지 않았나 싶다. 촬영하면서 고생도 가장 많이 했고. ㅋ~.

 

착한놈
나쁜놈. 리 반 클리프.
못난놈

석양의 무법자 OST는 출근길 감상용이라 매일 듣다시피 하고 있다. 하다못해 내 벨소리도 수개월 전부터 이것이다. 40년이 지났어도 익숙한 작품이라 스토리가 낯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낯선 장면이 많다. 40년된 기억은 바래고 바래다 보니 줄거리를 왜곡시키기도 했다. 마지막에 못난놈도 죽는 줄 알았는데 착한놈이 살려주었구나.

 

기병대 장면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 것도 기억에 없는 것이었고 착한놈과 못난놈이 다리를 폭파하는 장면도 기억에서 지워진 부분이었다. 공동묘지에서 셋이 눈치를 보며 결투를 벌이는 장면은 이러저러한 장면에서 재탕되고 패러디되어 그런지 몰라도 기억과 거의 비슷하게 오버랩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인공이고 The Good이라서 착한놈인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야 다시 보니 사실은 나쁜놈이었다는 게 충격적이다. 감독은 왜 '블론드(못난놈은 그를 이렇게 불렀다)'를 착한놈이라고 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리 반 클리프가 맡은 '엔젤 아이스'와 다를 게 뭔가. 엔젤 아이스는 청부 살인업자고 블론드는 현상금 사기꾼이지 않은가.

 

솔직히 나쁜짓은 많이 했다고 나오지만 못난놈 지안 마리아 볼론테가 셋 중에선 그나마 착한놈이 아닌가. 어쨌든 무법 천지에선 착한놈은 있을 수 없다는 메시지는 제대로 전달받았다. 약육강식, 미국의 본성도 그대로 드러낸 작품이었다. 영리하고 쎈 놈이 끝까지 살아남고 그가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는 그대로 역사의 속성과도 닮았다.

 

오래된 영화라 그런지, 하긴 요즘 영화도 디테일에 약한 모습 많이 드러나긴 하지만, 몇몇 장면은 실소를 풋! 자아내게 한다. 다리 폭파 장면이다. 대여섯 개의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고 그 중 하나에 불을 붙였는데 동시에 '펑!' 터지는 장면하며, 착한놈이 묘비명을 안다고 해서 포로인 그를 총까지 줘가며 데리고 나와선 총질해 죽게 하는 건 또 뭥미?

 

이외에도 논리가 약한 구석이 많은 영화지만 오랜만에 보고는 나름 만족한다. 어렸을 때 몰랐던, 지금까지 잘못 알고 있었던 점을 바로잡을 수 있었으니까. 어렸을 땐 그저 우리편과 나쁜놈편이 총쌈 한판을 벌여 우리편이 이기는 것으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면 지금은 (어른의 시각으로 봐서 그렇지만) 유치하달 수밖에 없는 스토리 전개와 쥐파먹은 듯 듬성듬성 끊어지는 장면전환, 하잘것 없어보이는 주제의식, 화두라곤 눈을 닦고 봐도 찾을 수 없는 서사를 통해 새로운 창의적 발상을 고민하게 된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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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오 선생의 옛이야기 창작 팀이 만든 <무서운 옛이야기>. 머슴과 지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의 총각이 머슴이라도 살아야겠다 싶어 집을 떠났어.
날은 어둑해져 하룻밤 묵을 곳 찾는데 냇가에 집이 한 채 보여. 아낙이 빨래를 하고 있는 거야.
사정을 얘기했더니 쉬어가래. 사연을 들어보니 남편과 10년을 살고자 했는데 얼마 전에 남편이 죽었대는 거야.
하룻밤 묵고 총각은 떠나려 해. 이때 총각 주인공은 착한 애구나 판단을 했지. 아낙도 그리 생각했겠지.
아낙은 총각에게 집에 있으라고 부탁을 해. 바깥일을 맡아달라고. 힘 쓰는 일 있잖아. 그러잖아도 머슴일 찾고 있었는데 잘됐지 뭐야.
그렇게 지내다 자기만 잘먹고 잘사는 게 미안키도 하고 할아버지 제사이기도 하구... 집에 다녀오겠다 하니 푸짐하게 싸서 보내주는 거야.
제목에 지네라는 글자가 들어가니 당연히 이 아낙이 지넨 줄은 알지. 이야기가 이쯤 되니 흥미진진해. 총각이 집에 가니 새집에 가족들이 잘사는 거야.
총각은 아낙이 돈을 보내줘 가족이 잘살게 되었다며 고마워 했지. 그러고 제사를 다 지내고 돌아오는데 산속에서 어느 영감을 만나. 아낙의 정체를 폭로하는 거지.
이 할배, 착한 사람일까 나쁜 사람일까? 정체를 이때 알 수 없으니 글이 재밌어. 할배는 지네의 밥상을 받아먹지 말래.
그런데 총각은 가족이 잘살게 해줬고. 그래서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매한가지다 싶어 밥을 먹었지. 그제야 아낙이 사연 이야기를 하지.

사실 그 영감은 천년묵은 구렁이라고. 옛이야기는 뻥튀기가 매력이긴 한데, 1000년이면 얼마야? 1년 365일로 계산하면 36만5000일이잖아. 그만큼이나 많이 하루일과를 반복했을 텐데 상상이 가? 여튼 나처럼 이렇게 따지면 옛이야기가 재미없어져. 그러려니 해야지.
지네 아낙 말이 총각한테 복수하러 올 거래. 자기말 안듣고 밥먹었다고. 왜냐면 총각이 밥을 먹어야 자기가 사람으로 변하거든.
밤에 구렁이가 왔나봐 지네가 나가서 싸우려 하지. 나가면서 날이 샐 때까지 내다보지 말래.
이게 전설이나 설화에 많이 나오는 '금기'라는 장치야. 금기가 나왔을 때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지. 하지말라 하면 더 하고싶고 보지말라면 더 보고싶은 게 본능인가봐.
총각은 지네 아낙 말을 어기고 막판 동틀 무렵 내다봤구. 사람으로 변화하던 지네와 눈이 마주쳐. 어찌 되겠어. 도로 지네로 변하고 산속으로 달아나버렸지. 얼마나 안타까워. 에이 등신! 싶었지.
이런게 옛이야기야. 지네가 착한 캐릭터로 나오는 건 특이하긴 하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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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 30분 같은 장소 성산아트홀에서 회사가 주최하는 '삼색재즈페스티벌'도 있고 한 데다 창원시문화정책준비단 공지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로 '영화포스터로 보는 한국영화 100년' 전시회에 들렀다. 

 

며칠 전 이 전시회 소식을 접하고 보고싶은 마음이 생기긴 했었다. <월하의 공동묘지> 포스터가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월하의 공동묘지>는 내가 초등학교 1학년 쯤 봤을 영화다. 음... 개봉 연도가... 일단 검색부터 해보고... 헐... 1967년이네. 그럼 내가 다섯 살에 나왔다는 얘긴데... 개봉하고 한참 후에 봤단 얘기구나. 그럼에도 장면 하나하나가 기억에 선명하다. 반쯤은 몸을 숙이고 귀를 막고 보는 둥 마는 둥 했지만... 옆에 앉은 아버지는 무서워하지 않고 덤덤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었다.

 

그런 기억이 이곳으로 가뿐하게 이끌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유명하지 않았나 보다. 오래된 영화 포스터 중에 내가 봤던 영화는 몇 없다. 내가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게 증명되는 건가.... 사실 학교에서 단체영화관람 말고는 볼 기회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부산 범일동 살 때... 그때가 초등 1~2학년. 보림극장은 종종 갔었다. 아버지가 세탁소할 때였다. 극장 포스터맨이 세탁소 안쪽 벽에 붙이면서 초대권을 주었다. 그걸로 어쩌다 아버지를 따라 갔던 기억.

 

보림극장 사진을 보고 반가웠다. 1974년이면 토성초등학교로 전학 갔을 때라 내가 갔을 때의 그런 느낌이 없다. 입구가 여느 옛날 극장처럼 그랬는데... 그러고 보니, 마산창원의 극장이 보이지 않는다. 시민극장을 비롯해 강남극장, 중앙극장, 피카디리극장, 동아극장, 명보극장, 동보극장, 연흥극장, 한성극장, 정우극장, 신태양극장, 태화극장.... 퍼뜩 기억나는 극장만해도 손가락을 넘는다. 창원에서 전시하면서 이 지역 자료가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준비를 좀 더 해서 상남영화제작소 자료도 모아 전시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싶다.

 

벙어리 삼룡이, 봤던 영화인데.. .장면이 낯설다. 불난 집에서 삼룡이가 아씨를 업고 방황하는 모습만 어렴풋이 기억난다. 어쨌든 그런 기억 때문인지 이 자료가 반갑긴 하다.

 

연극으로 봤던 <사람의 아들>. 영화로 봤음 좋겠네.

 

몇몇 안되는 원본자료.

 

2000년대 이후 자료는 방대하다. 물론 빠진 것도 많을 것이다. 절반 이상 본 영화라는 게 신기하다.

 

배우들의 현재 모습과 비교가 되어 이 영화가 이렇게나 오래 된 거야 싶은 작품이 제법 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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