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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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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 밴 윙클은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이다. 이 소설은 워싱턴 어빙(Washing Irving 1783~1859)이 1819년 미국 독립전쟁 시점 카츠킬 산맥 주변 마을을 배경으로 그렸는데, 전설을 도입해 환상적 요소를 가미했다. 사실 소설 끝에 가서 그런 전설이 있는데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마무리하는 바람에 실망했지만 미국에서 1819년 당시 시간을 건너뛰는 소재로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에 솔깃하다.

 

전설은 익숙한 내용이다. 김시습의 <금오신화>에 '만복사저포기'라는 소설이 있는데, 이게 딱 비슷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거든. 말하자면 주인공 양생이 만복사에 들어갔다가 부처와 저포놀이(나무로 만든 주사위:윷놀이 유래 추정)를 해서 이기고 어떤 여인을 만나 사흘을 지내는데, 헐. 그런 후 절에서 나왔는데 3년이 지났더라고.

 

미국에도 이런 전설이 있구나 싶은. 주인공 립 밴 윙클이 개 울프와 함께 카츠킬 산맥 어느 산으로 사냥을 갔다가 어찌 하룻밤 지나고 마을로 내려오니 20년이 흐른 뒤더라 하는.

립 밴 윙클은 처의 잔소리를 피해 마을 남자들이 모인 여관 앞에 가서 담소를 즐긴다./아서 래컴

이 작품은 영국 왕이 신대륙 아메리카를 지배하던 미국 독립전 시점에서 시작한다. 주인공 립 밴 윙클은 부인들이 싫어하는 전형적인 인물이다. 남한테는 잘해주고 집안일을 등한시하는. 보잘것 없는 이 인물이 소설의 주인공이 되고 나중에 영웅담도 아닌 영웅담을 풀어놓는 주목받는 사람이 된다는 건 아무래도 내키지 않는다.

 

이야기는 딱 잘라 립 밴 윙클이 총을 메고 산으로 사냥을 떠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 마누라한테는 꼼짝도 못하고 마을사람들에겐 이용당하고 아이들에겐 바보소리를 듣는 답답한 남자 립 밴 윙클. 이 양반이 전설이 되는 과정을 따라가보자.

 

립은 무서운 아내와 하루종일 같이 있는 게 불행이라 여겨 총을 메고 역시 부인으로부터 고통받는 동병상련의 개 울프와 함께 산으로 들어간다. 고요한 산 속. 립은 어떤 인기척에 돌아보니 웬 짤닥막한 노인이 술통을 지고 가다 립을 발견하고 좀 들어달라고 부탁한다.

 

집안일은 안 해도 이런 거는 또 외면하지 못하는 우리의 윙클 씨는 술통을 대신 메고 노인을 따라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다. 노인을 따라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간 립은 그곳에서 별 세계를 발견한다. 넓은 공터에선 노인과 비슷한 차림의 사람들이 볼링과 같은 놀이를 하고 있다. 그들의 복장은 초기 아메리카로 넘어올 때 네덜란드인 복장이다. 립이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립은 술통에서 술을 따라 홀짝홀짝 마시고 잠이 들어버린다.

 

네덜란드 복장을 한 노인의 부탁으로 술통을 대신 메고 산을 오르는 립 밴 윙클./아서 래컴

다음날 깼을 때 희한하게도 어제 술통을 짊어진 노인을 처음 만났던 장소다. 꿈인가 싶어 어제 노인을 따라 갔던 계곡으로 올라가보니 사람은 없지만 어제 보았던 장소가 분명했다. 꿈인지 생시인지 혼란스럽기만한 립. 더 큰 걱정은 하루 외박한 상황이라 마누라한테 뭐라고 변명해야 할지 고민이다.

 

산을 내려가니 허드슨강 옆 자기가 살던 마을이 낯설다. 예전보다 규모가 더 커진 것 같다. 마을로 들어서자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마을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던 여관 앞의 모습도 변했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도 죄다 모르는 사람이다. 립이 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 게 있다. 어느새 머리는 터벅하고 하얀 수염이 길러져 있었다는 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수염을 쓰다듬는 습관까지 생겼다.

 

깊은 산속 키작은 사람들이 볼링과 같은 놀이를 하는 모습./아서 래컴

세월이 벌써 20년이 지나버린 것이다. 영국 왕정 식민지였던 이곳이 어느새 독립국가인 공화국으로 바뀌어 있었고 선거를 앞두고 있다. 20년 전 상황만 생각하고 왕정을 옹호했다가 왕당파로 몰려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자기를 의심하자 자기는 원래 여기 사람이며 그저께까지 담소를 즐기던 사람들 이름을 이야기한다. 그러자 마을사람들은 그들이 어떻게 죽게되었는지 대답해준다. 그리고 립 밴 윙클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아느냐고 하니 20년 전에 갑자기 실종된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립이 그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고 하니 못 믿어하는 눈치다.

 

사람들 중에 주디스 가드니어가 나와 립이 자기 아버지임을 알아채고 20년 만에 회후하게 된다. 엄마 소식을 묻자 주디스는 립이 실종되고 얼마 있지 않아 어떤 양반하고 싸우다가 그만 화병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립이 그 소식에 안도하는 것을 보면 묘하다. 슬퍼해야할 죽음 소식에 안도라니. 그 스트레스가 어지간하겠나 싶기도 하다.

 

립 자신에겐 하루만에, 마을사람들에겐 20년 만에 돌아온 상황에서 아이 엄마가 되어 있는 딸 주디스를 만나는 립 밴 윙클. /아서 래컴

마을 사람이 산에 들어갔다가 20년 만에 돌아왔다는 이 동화같이 신기한 이야기는 미국 뉴욕 북부 허드슨강을 따라 펼쳐진 카츠킬 산맥의 어느 마을에 얽힌 전설을 소설로 풀어냈다. 현실적이진 않지만 동화같은 상황 묘사로 읽는 재미를 준다. 경남지역에도 곳곳에 많은 전설이 있다. 워싱턴 어빙처럼 그러한 지역 전설을 풀어내봐도 가치가 있을 듯하다. 혹시 아나. 대작이 나오게 될지. 겨울왕국처럼.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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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 책은 중2 올라가는 막내에게 딱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신문에 책 소개를 하고 집에 가져와 읽어보라고 추천했다.

막내의 첫 반응? 심드렁 그 자체다. 어쨌든 책이라 하면 바퀴벌레보다 더 기겁하는 모양새라니.

 

어떻게든 책을 한 번 읽어보게 하려고 온갖 전술과 전략을 펼쳤다.

 

"주인공이 이루나라는 애인데, 너랑 막상막하더군. 그런데 너보다 더 사춘기 겪는 거 같애. 안 궁금해?"

 

"별루."

 

다음날. 제 언니가 식탁 위에 놓인 책을 게눈 감추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읽는다. 큰 애가 집중력이 강하다. 다섯 살 때인가 세종대왕 위인전을, 세상에 본 거 또 보고... 아마 열 번도 더 읽었을 걸. 본 거 왜 또 보느냐 하니 "재있어요." 큰 애 대답이었다.

 

사춘기 갱년기를 다 읽은, 아마 두 시간만에 책장을 다 넘겼을 듯, 큰 애가 내가 쏙 마음에 들어하는 얘길 한다. 여튼 아빠 맘을 알아주는 내 새끼는 큰 애밖에 없다니까... 

 

"아빠, 아빠는 이루나 하고 엄마 중에 누구 편?"

 

"당연히 엄마 쪽이지."

 

"지원이 읽으면 사춘기와 갱년기 주제로 토론해도 재밌겠다."

 

"응. 그래 그래."

 

하고 호응을 했는데... 막내가 읽어야 말이지 싶어 금세 시무룩해졌다.

 

다음날 화장실에서 남은 반은 다 읽고 나와서는 막내에게 말했다.

 

"이거 아빠도 이제 다 읽었으니 니가 읽으면 되겠다."

 

"... ..."

 

"여기에 둘게. 나중에 읽어."

 

"응."

 

"안 읽을 거지?"

 

"응"

 

"어이구.. 맘대로 해."

 

출근하면서 책을 침대 위에 올려놓긴 했는데, 나중에 퇴근해 집에 가보면 아마... 예상치가 완전히 빗나가길 바라지만, 하나도 안 읽었을걸. ㅜㅠ

 

그런데, 책이 참 재밌다. 손에 쥐고 담박에 다 읽어내려갈 정도로 집중도와 흡인력이 강하다. 문장에 산뜻하고 시원시원하다. 엄마와 딸의 갈등이 드라마를 보듯 선하다. 이루나의 대사는... 우리 막내가 좀 따라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시원시원하다. 언젠가, 그렇게 어렸을 때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런 말투 배우고 싶었다. 나는 생각이 많은 성격이라 말을 시원시원하게 하지 못한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본 적도 없으니. 그래서 더 이 책이 더 재미있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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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텔링-장자늪 구렁이의 저주 현장을 찾아서

다시 찾은 창녕 관음사 미륵존불상.

일부러 다시 찾은 것은 아니다. 일이 있어 인근에 들렀는데… 예전 이곳에 취재하러 왔던 기억이 떠올랐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경내는 한산했다. 발자국 소리도 목탁 소리도… 하다 못해 풍경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코로나19가 모든 걸 얼어붙게 만들었나 보다.

여튼 우연히 다시 들른 관음사 덕에 예전 '경남이야기'에 썼던 글 다시 소환하게 됐다.

 

전설텔링 집필할 때가 가장 즐거웠던 것 같다.

 

 

 

 

장자늪에 얽힌 전설은 비단 창녕군 영산면 장척호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1편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인근 함안지방에도 장자늪 전설이 있고 의령에도 있고 밀양에도 있습니다. 충북 청주와 충주에도 있고 경기도에도 유사한 전설이 많이 있습니다.

‘장자(長者)’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부자를 지칭할 때 쓰는 말입니다. 이러한 전설이 여기저기 많이 퍼져 있는 것은 아마도 옛 사람들은, 요즘 흔히 쓰는 말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부자들에게서 많이 기대했던 것은 아닐까요?

창녕의 이 장자늪 전설은 이야기 구성 형태가 다른 전설에 비해 비교적 기승전결의 짜임이 잘 되어 있습니다. ①욕심 많은 부자가 살았다 ②그 부자에게 스님이 찾아가 시주를 바라는데 시주는커녕 나쁜 짓을 했다 ③그것을 본 착한 며느리가 시아버지 몰래 시주를 하고 스님으로부터 주의사항을 듣는다 ④부자가 사는 마을에 나쁜 일이 생긴다 ⑤며느리는 스님의 말을 까먹는 바람에 돌부처가 된다 ⑥마을은 물에 잠겨 늪이 된다 ⑦물에 빠져 죽은 장자는 구렁이로 변해 늪을 지키고 있다. 대략 이런 구성입니다.

창녕군 영산면 신제리와 봉암, 봉산리에 걸쳐 있는 장척호.


◇도내 장자늪 전설 어떤 차이가 있나

앞서 언급한 이야기 구성은 ‘장자늪 구렁이의 저주’ 이야기에서 배경이 된 창녕 장척호에 얽힌 전설의 얼개이며 창녕군지(1984년)에 소개된 내용을 따왔습니다.

이러한 전설은 경남의 경우 각 지역의 시 또는 군지에 수록된 것으로 작성한 사람에 따라 이야기의 길이와 깊이에 차이가 납니다. 의령군에서 전해 내려오는 관련 전설은 아주 간략합니다. 창녕군 장척호에 얽힌 전설과 다른 점 몇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의령군은 정곡면 적곡마을 앞에 있는 약 2000평 가량 되는 늪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장자에게 시주승이 찾아간 대목입니다. 여기선 장자가 며느리에게 쇠똥 한 사발을 주라고 했는데 며느리가 몰래 쌀을 시주합니다. 이것이 들켜 장자가 노발대발하는데 스님이 도와 며느리가 화를 면하게 됩니다.

이때 스님은 온데간데 없고 늪에서 잔잔한 물결이 들끓기 시작하는데 이때 커다란 이무기가 튀어나와 장자의 집을 모두 쓸어버렸다고 합니다. 장자는 흔적도 없어지고 이무기는 승천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늪 속에는 지금도 놋그릇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는데 장자의 영혼이 개과천선하여 구원을 청하는 소리라고 전해진답니다.

같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이야기 구성이 창녕과 좀 차이가 있습니다. 다음은 통영시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초라한 복장을 한 스님이 장자로부터 쇠똥 시주를 받게 됩니다. 이 스님은 동네사람들로부터 장자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혼을 내겠다 마음을 먹습니다. 이듬해 예전의 초라한 행색과 달리 흰수염에 장죽을 짚고 장자를 찾아 가지요. 장자는 이 스님이 도사처럼 보였던지 대문 안으로 반갑게 맞이합니다.

스님이 장자의 집에 서기(瑞氣)가 있다며 앞으로 집안이 번창할 거라며 너스레를 떱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며 슬쩍 운을 떼자 장자는 귀가 솔깃해합니다. 그러자 스님은 바다 건너 삼봉산 앞 대섬(竹島) 가운데를 잘록하게 파서 봉우리 두 개를 만들면 5대가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욕심쟁이 장자는 다음날 즉시 머슴들을 데리고 산 능선을 팝니다. 사흘째 되던 날 장자의 곡괭이에 거북이 목이 잘려 나옵니다. 장자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놈이 우리 집안 명당의 혈을 가로막고 있었구나’ 하고요. 이 일이 있고서 장자에겐 계속 우환이 생기며 5대는커녕 3년도 못 가서 폭삭 망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밀양의 경우 초동면 반월리에 있는 원늪에 이 전설이 전해져 옵니다. 이 원늪은 달리 ‘장재늪’이라고도 불린답니다. 원늪에 얽힌 전설은 창녕과 가까이 있어서 그런지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차이가 나는 점은 며느리가 스님의 말에 따라 뒷산 중턱에 올라섰을 때 천둥번개에 뒤돌아보는 순간 돌미륵이 될 때 마을이 물에 잠기는 것이 아니라 장자의 집이 불길에 휩싸인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 반달 모양의 연못이 생겼고 마을을 반월이라고 부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함안의 장자에 얽힌 전설은 또 다른 형태를 띱니다. 장자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점과 잘못의 원인이 장자가 아니라 장자의 며느리란 점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잠깐 들여다보면, 입곡리 숲안마을에 아주 큰 부자인 곡부공씨(曲阜孔)가 살았는데 이집 며느리는 하도 손님이 많이 찾아오자 뒤치다꺼리에 진절머리를 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스님에게 시주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과객이 몰려들지 않게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스님은 집 왼쪽의 하천을 오른쪽으로 흐르게 하면 과객이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며느리는 일꾼을 시켜 하천을 오른쪽으로 돌리자 하루아침에 집안 살림이 망해버려 다시는 과객이 찾아오지 않았다는 얘기로 전해옵니다.

◇장척호

봉암리와 봉산리 중간 지점에서 바라본 장척호 모습. 연꽃 군락이 꽤 넓게 펼쳐져있다.

장척호 남쪽 제방. 덩그마니 홀로 선 주택과 멀리 교회의 모습이 고즈넉한 풍경을 이루고 있다.


장척호는 인근의 번개늪과 함께 민물낚시를 좋아하는 동호인들에게 꽤 알려진 저수지입니다. 주로 배스가 많이 잡힌다고 합니다. 전설에 의하면 아직도 늪 속에는 장자가 변한 구렁이가 산다고 하는데 낚시인들은 겁도 없나 봐요.

장척호의 남쪽은 제방을 쌓아 물을 가둔 형태입니다. 장척호의 넓이는 0.5㎢로 약 15만 평에 이릅니다. 늪의 주변은 연잎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고즈넉한 호수 분위기에 어울린다는 느낌이 듭니다.

인근 주민들은 장자늪이 장척호 옆에 있는 번개늪으로 알고 있기도 합니다. 동쪽과 서쪽에 엇비슷하게 형성된 두 늪의 넓이는 비슷하지만 모양은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장척호는 기러기가 날아가는 모습이고 번개늪은 타원형의 밋밋한 모습입니다. 이 번개늪 역시 장척호만큼 낚시인들의 관심지역이라고 합니다.

장척호의 서쪽에 있는 번개늪. 마을의 어떤 사람들은 이 번개늪이 장자늪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부처고개

영산면에서 부곡면으로 가는 길은 고갯길입니다. 지금은 도로가 잘 형성되어 두 지역 간 소통이 원활하지만 옛날엔 그리 녹록한 고개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에서 며느리가 고개를 올라가서 뒤돌아보았다가 돌 속으로 몸이 스며들어 부처가 되었다는 내용이 있는데 그 고개가 이곳입니다. 이 미륵불은 일제강점기 때 도로개설을 하면서 도천면 송진리 관음사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부처고개로 추정되는 영산면에서 부곡면으로 가는 고갯길. 이곳에서 관음사에 보관되어 있는 미륵존불상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부처고개. 부곡면에서 영산면으로 넘어가는 방향.



◇관음사 미륵존불상

미륵존불상은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21호입니다. 이 미륵존불상은 관음사 내 성법보전 옆 작은 보호각 안에 들어 있는데 누구에게나 볼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습니다.

안내문에는 이 부처바위가 신라 말에서 고려 초에 세워진 것으로 보며 자연석의 한쪽을 다듬어 미륵의 몸과 광배(光背)를 선으로 새긴 마애불이라고 설명되어 있군요.

이야기 속에 부처가 된 며느리가 장자구렁이에게 불꽃을 던지는 장면이 있는데 이 안내판의 내용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설명문을 잠깐 소개하겠습니다.

영산면 송진리 관음사 보호각 안에 보관되어 있는 미륵존불상. 부처가 된 며느리 소재다.[


“미륵의 머리에는 소라 모양의 나발과 상투 모양의 육계(肉髻)가 선명하다. 늘어진 귀에 긴 얼굴은 살집이 있어 온화하게 표현되었고, 목에는 두꺼운 세 줄의 삼도(三道)가 새겨졌다. 부처의 빛을 나타내는 광배(光背)에는 불꽃과 꽃잎이 돋을새김으로 조각되었고, 양 어깨에서 걸쳐 내린 법의(法衣)는 얇게 표현되었다.”

관음사에는 미륵존불상 외에도 오래된 문화재자료들이 두 개나 더 있습니다. 하나는 도천삼층석탑이고 또 하나는 관음사 석등이라고 이름 붙여진 것들입니다.

[caption id="attachment_33523" align="aligncenter" width="630"]관음사 전경.[/caption]

[caption id="attachment_33524" align="aligncenter" width="630"]

도천삼층석탑과 석등. 둘다 경상남도 문화재자료다.


도천삼층석탑은 원래 송진1리 탑골이라 불리던 보광사에 있던 탑인데 임진왜란 때 절이 폐허로 변해버리는 바람에 파손되었고 1928년 이 탑을 관음사로 옮겼다고 합니다.

이 탑은 당시 기단부와 탑신 1장, 지붕돌 2개가 남아있었다고 하네요. 상륜부와 나머지는 사라진 상태였는데 탑재의 일부로만 다시 세웠기 때문에 석탑의 정확한 원형이 복원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탑의 높이는 1.62m이며 고려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관음사 연못에 세워져 있는 석등 역시 삼층석탑과 함께 폐허가 된 보광사 터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사람이 소장하고 있던 것을 옮겨와서 관음사에 설치했다고 합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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