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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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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16:31

[공연리뷰]내 친구들, 늘 내 곁에 있을까?

밀양예술제 맞아 올린 극단 메들리의 추억의 앨범 같은 ‘다섯손가락’


“새끼 손가락 걸며 영원하자던/그대는 지금 어디에/그대를 사랑하며/잊어야 하는 내 마음/너무 아파요/그대 떠나는 뒷모습에/내 눈물 떨구어주리…”


연극 제목이 ‘다섯손가락’이라고 했다. 공연장 입구에서 받은 팸플릿을 보니 제목 위에 ‘추억을 함께 공유하고 지나온 시간이 담겨 있는 추억의 앨범 같은’이란 수식어가 붙어 있다. 암전 상태에서 페이드인, 조명이 밝아오는 동안 객석을 지배하던 음악이다. 김현식의 ‘추억만들기’. 이 노래가 이 연극의 전반을 관통하는, 말하자면 주제곡일 줄은 한동안 알아차리지 못했다.


지난 22일 오후 5. 밀양아리랑아트센터 소극장엔 밀양연극협회의 정기공연 ‘다섯손가락’이 무대에 올랐다. 극단 메들리의 창작 초연이다. 이 작품은 구성원들이 모두 제작에 참여한 공동창작물이라고 한다. 물론 공동창작물이라고 하더라도 연출의 영향력을 완전히 벗어난 작품은 가능하지 않다. 공연을 보고자 할 때 연출이나 감독을 먼저 떠올리는 것은 그 때문이다.


고교시절 연극을 하며 모인 다섯 친구들은 의기투합하여 “다섯손가락 화이팅!”을 외친다.


극단 메들리의 연출은 김은민이다. 그는 극단 메들리에서 20024월 ‘비밀을 말해줄까’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작품을 잡았다. 초기엔 다른 작가의 작품을 올렸지만 2010년 즈음해선 공동창작품을 주로 다뤘다. ‘2010날좀보소’부터 ‘저승사자에게 잡혀간 호랑이’, ‘망태공장의 비밀’, ‘아리랑연가’, 그리고 올해 경남연극제에서 역시 공동창작품 ‘하모니카’로 단체상 금상을 받기도 했다. 저력 있는 연출가란 방증이다.


무대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배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복장을 한 배우들의 대사를 가만히 들어보면, 무슨 공연을 준비하려는 모양이다. 문학을 하는 친구, 음악을 하는 친구, 그림을 그리는 친구 등등. 여자 셋 남자 둘, 각기 개성을 가진 친구들이 연극을 하기 위해 모였지만 서로 티격태격 신경을 곤두세우고 제대로 화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친구들은 이러한 위태위태한 상황에서 공연을 포기하지 못하고 연습을 이어간다. 공연을 올리지는 못하지만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의기투합이 이루어져 우정을 되찾고 ‘다섯손가락 화이팅!’을 외친다.


다섯 친구들 중에 진철과 강주는 마음이 맞아 갈등 없이 잘 지낸다. 훗날 진철이 강주에게 잡혀 살게 되지만.


세월이 흘렀다. 대학생이 된 다섯 친구들은 다시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중 고등학교 시절 하지 못했던 연극을 떠올린다.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은 이들을 강렬하게 다시 의기투합하게 만든다. 각자의 사정들은 조금씩 있지만 다시 뭉친 ‘다섯손가락’의 연극에 대한 열망이 더욱 강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이들의 그러한 열정은 얼마 가지 못한다. 연극을 잘 만들어보고자 하는 욕심과 상대에 대한 배려의 부족,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겪어 왔던 친구 간의 묘한 갈등. 이러한 것들이 형상기억합금처럼 티격태격 싸우던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게 한다. 결국 갈등이 제대로 풀리지 못한 가운데 태수란 친구는 연락두절로 친구들의 애를 태우게 하더니 불쑥 나타나서는 군대 간다고 통보하고 떠난다. 그렇게 ‘다섯손가락’의 두 번째 공연 시도는 불발되고 만다.


세월은 또 흐른다. 모두 사회인이 되었다. 대학 시절 공연 준비 중 군대 간다며 친구들의 열망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던 태수가 진철 앞에 나타난다. 맥줏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태수가 친구들의 안부를 궁금해 하자 진철은 옛 친구들을 하나씩 불러 모은다. 다시 모인 친구들.


하지만 이들은 모이기만 하면 희한하게도 칡넝쿨과 등나무처럼 갈등을 일으킨다. 입만 열었다 하면 매사가 꼬인다. 다른 친구들이 아무리 풀어보려 해도 얽힌 갈등은 쉬 풀리지도 않는다. 그렇게 친구들은 또 헤어지고.


헤어졌다가 만나고를 반복하던 다섯 친구들, 만나면 늘 연극 이야기다.


각자 제 삶을 찾아 산다. 미숙은 라디오 방송에 응모해 경품타는 취미로 사는 평범한 주부로 살고 현수는 연극 연출을 하고 태수는 정치권에 발을 들여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서로 마음이 맞았던 진철이와 강주는 어느새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다. 아이의 돌을 맞아 진철은 친구들을 부른다.


진철과 강주은 아기 돌에 친구들을 불러 잔치를 벌인다.


그렇게 다시 모인 친구들. 진철의 카페에서 쇼가 벌어진다. 드라마의 한 부분이면서도 관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극의 요소이기도 하다. 쇼를 펼치던 카페 알바생들은 쇼가 끝날 시점에 준비한 선물을 객석에 던지는 퍼포먼스를 한다. 객석은 더욱 환호로 이어지고.


쇼가 끝난 뒤 마지막으로 미숙이 카페로 들어온다. 이렇게 ‘다섯손가락’ 친구들이 다시 모였다. 모두 모이자 또 자연스레 연극 이야기가 오간다. 어렸을 때부터 만나기만 하면 꺼내는 ‘연극’은 이들에게 놓아버릴 수 없는 화두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월이 너무 흘러버렸다. 다시 연극 이야기를 꺼내놓고 할까 말까 고민할 나이는 이미 지나버린 것이다.


연출을 맡았던 현수의 갑작스런 죽음. 비통에 빠진 친구들은 현수를 위해 그가 못다했던 연극을 올리자며 의기투합한다.


그렇게 잊고 지내나 했다. 그러던 중 밤낮없이 작품에 매달려 몸을 혹사하던 현수가 쓰러졌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이내 사망 소식까지 듣게 되는 친구들. 서로 가슴에 상처를 주기도 하고 때론 의기투합도 하며 오랜 세월을 지내왔던 친구였기에 현수의 갑작스런 죽음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젊은 나이에.


현수의 빈소에 모인 친구들. 어려서부터 그토록 현수가 하고 싶어했던 연극을 이제라도 올려보자고 한다. 그렇게 다섯손가락, 아니 이제 네손가락이 된 친구들은 현수를 위해 연극을 올리기로 결심한다.


무대에 섰던 배우들을 모두 모아 사진 촬영을 하면서 극은 마무리짓는다.


연극은 수미상관법이라고 했던가? 장면은 다시 과거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간다. 지도선생님이 출석을 부른다. 여전히 현수는 지각이다.


“새끼 손가락 걸며 영원하자던/그대는 지금 어디에/그대를 사랑하며/잊어야 하는 내 마음/너무 아파요/그대 떠나는 뒷모습에/내 눈물 떨구어주리…”


어쩌면 배우들의 옛 추억들을 끄집어낸 이야기일 것만 같은, 또 어쩌면 객석에 앉은 중년의 관객들이 또 다른 형태로 겪어봤음직한 ‘추억의 앨범’ 같은 연극이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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