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상상창꼬 <매직가게> 15일 함안문화예술회관 공연
마산 극단 상상창꼬 <매직가게>
7월 15일 오후 7시 함안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공연
‘마술가게’라는 간판이 걸렸지만 판매하기 위한 옷들이 진열된 평범한 옷가게다. 조명이 밝아지면 점원이 마네킹을 들고 나온다. 쇼윈도 앞에 세우고 옷을 입힌다. 팔등신의 늘씬한 마네킹만 있는 게 아니다. 임신부 의상을 위한 배가 볼록한 마네킹도 있다. 점원이 나가자 마네킹들이 불만을 털어놓는다. 쉬지도 못하게 한다며. 그런데 옆 가게 알바 녀석들이 쇼윈도 앞으로 다가와 담배를 피운다. 이 녀석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마네킹 치마 밑을 들여다 보려고 낑낑대고 킬킬댄다. 마네킹들은 혼이라도 내주고 싶은데 아직은 인간의 시간이라 움직일 순 없고 불평을 늘어놓는 가운데 밤이 된다.
드디어 가게 이름처럼 판타스틱한 일들이 펼쳐진다. 마네킹들은 서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들은 매장 안을 돌아다니며 인간들의 나쁜 습성에 대해 흉을 본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 재빨리 제자리로 돌아간 마네킹들. 불도 켜지 않고 실내로 들어온 것을 보면 필시 도둑이 든 것이다. 그런데 이 도둑, 뭔가 이상하다. 마네킹과 춤을 주지 않나, 진열장의 옷을 고르기도 하고 하물며 술병까지 꺼내서 들이키기도 한다. 도둑이 아닌가?
그런데 그 순간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 일순 긴장감이 객석을 메운다. 아무리 여유를 부려보지만 도둑인 이상 이런 순간에는 진땀을 흘리게 마련이다. 고양이 발걸음으로 살며시 들어오는 남자. 손전등을 들고 더듬거리며 들어오는 모양새가 한눈에 척 봐도 초보 도둑이다.
선배 도둑과 초보 도둑은 이렇게 상견례(?)를 하게 되는데 서로 정체를 파악하고는 마음이 놓였나 보다. 때론 형님, 동생 했다가 때론 배신자로 여겼다가 옥신각신하며 날을 샌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도둑이 되어야 했던 이유, 도둑으로서 가져야 할 철학은 그대로 부조리한 인간세상을 향한 일침이 되고 만다.
이번 공연은 ‘우수예술단체 찾아가는 문화활동’ 사업으로 진행되며 이상범 원작의 <마술가게>를 김소정 연출이 각색했다.(문의: 070-8832-8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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