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 보러 가기로 한 '레몬 레이드'
아내랑 함께 보러가기로 한 연극 '레몬 레이드'. 내가 좋아하는 안톤 체호프의 콩트를 미국의 극작가 닐 사이먼이 각색하고 또 거기에서 대학 극예술활동할 때 동료였던 김소정 극단 상상창꼬 감독이 각색 연출했다니 아내를 꼬셔서라도 안 갈 수가 없다. 많은 분들이 봤으면 해서 경남이야기에 썼던 글을 옮긴다.
“에~~~취! 아이구 각하, 이거 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졌습니다.” 이반의 재채기로 ‘각하’의 대머리에 오물(?)이 튀었다. ‘각하’는 괜찮다고 해도 이반은 너무나 죄송한 마음에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실수를 자꾸 되뇌고 그 장면서 아주 느린 동작으로 재생된다. 느린 동작은 ‘재채기’ 상황에서 받은 ‘각하’의 충격을 더욱 강하게 비춘다. ‘이젠 죽었구나.’ 극장에서 처음 장관과 한자리에 앉게 된 것이 자신에게 행운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재채기 한 번으로 대역전극이 펼쳐지며 자신을 지옥으로 몰아넣고 말았다.
이런 상황과 유사한 경험들, 우리는 일상에서 수도 없이 겪고 있다. 행운이다 싶었던 것이 불행의 씨앗임을 뒤늦게야 알게 되어 후회하기도 한다. 게다가 그냥 훌훌 털어버리면 될 것을 끝까지 변명하고 용서받으려 들다가 오히려 처음의 잘못보다는 이후에 전개된 행동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보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살아가면서 겪는 그런저런 이야기들이 연극으로 재현된다. 극단 상상창꼬가 오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마산 창동가배소극장에서 닐 사이먼 극 김소정 각색 <레몬 레이드>를 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은 원래 러시아의 문호 안톤 체호프의 작품이다. 그의 여러 콩트 중에서 8편을 골라 닐 사이먼이 옴니버스형 연극으로 각색해 만든 연극이 <굿 닥터>다.
닐 사이먼의 <굿 닥터>는 1막 프롤로그와 네 개의 에피소드, 2막 다시 네 개의 에피소드와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레몬 레이드>에서 연출을 맡은 김소정 감독은 닐 사이먼의 <굿 닥터>에서 다섯 개의 에피소드를 가려뽑아 재배열하고 각색을 가미했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재채기’. 닐 사이먼의 첫 에피소드와 같다. 이반이라는 인물의 소심함이 점점 일을 더 크게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두 번째 에피소드, ‘오 선생과 정 여사’. 닐 사이먼 희곡에선 ‘늦은 행복’이란 제목의 에피소드다. 이 에피소드는 김소정 감독이 상당히 손을 댔다. 원래 내용과 흐름에 차이가 있고 등장인물의 노래도 다른 가사로 구성됐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겁탈’이다. 희대의 카사노바로 불리는 피터의 이야기다. 그는 친구의 아내를 유혹하는데 그 친구의 아내는 정말로 이 피터를 사랑하게 되어버린다. 결혼 남자로선 경계 대상 1호다.
네 번째 에피소드 ‘오디션’은 배우를 하고 싶어 사흘 밤낮을 걸어서 도시에 와서 오디션을 보는 소녀의 꿈을 그리고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온갖 어려움을 견뎌내는 이 당찬 소녀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 다섯 번째 에피소드는 ‘치과의사’다. 치통으로 곧 죽을 것 같은 표정의 사제가 치과에 들어서면, 치과 조수가 그를 반긴다. 그런데 의사는 출타 중. 이 선무당 같은 조수에게 치아를 맡겨야 하는 상황. 이런 걸 안 봐도 비디오라고 하던가. 이런 상황에서 벌어지는 웃지 못할(?) 광경이 관객의 배꼽을 잡게 한다.
극단 상상창꼬는 2014년 마산 창동을 지역기반으로 탄생한 창원의 젊음 예술가 단체다. 극단은 주로 마임과 소리, 아크로바틱 등을 활용한 스타일극을 무대에 올렸다. 그동안 밀양여름공연축제와 거창국제연극제에 출품했으며 지난해엔 몽골국제연극제에 참가해 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공연관람 시 미리 하루 전에라도 전화예약하면 3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일반 2만 원, 학생 1만 5000원.
공연일시 : 4월 29일 오후 7시 30분.
30일 오후 4시, 7시 30분.
5월 1일 오후 4시.
공연장소 : 가배소극장.
문의 : 010-7440-8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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