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로 변한 너, 우리에게 어떤 존재냐?-카프카의 '변신'
‘상상창꼬’의 야심작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당신이 어느날 벌레로 변했다면 과연 내 주변에서는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까?
전율과 감동의 대서사시 <변신>
공연명 카프카의 변신
일정 7월 6일 8시
공연장소 3·15아트센타 소극장
원작 프란츠 카프카
각색/연출 김소정
공연문의 070·8832·8801 / 010·6567·8801
티켓전석 2만원/ 사전할인 30%/동반할인 40%/청소년 균일 7000원
■출연진
그레고르 잠자 역- 강주성 <후에>·<때때로 사랑을 멈추다>·<다크엔젤의 도시> 외 다수 출연
아버지 역- 박진수 <너의 역사>·<죽어도 웃는다>·<시인 김삿갓> 외 다수
그레테 역- 이영자 <돈키호테, 희망유랑극단>·< 바리, 서천꽃그늘아래>·< 토선생전> 외 다수
홈 클리너 역- 이계환 <라디오여자>·<다크엔젤의 도시>·<시간 속으로> 외 다수
어머니 역- 진윤정 뮤지컬 <페임> 외
손님 역- 정현수/황윤정/장모세/김중민/장유리
Story
누구보다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며 가족을 부양하고 있던 그레고르. 여느날처럼 아무 문제 없는 아침을 가족과 함께 보내고 출근하려고 집을 나섰다가 뭔가 잊은 게 있어 다시 돌아온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려다 언성 높은 소리에 멈칫하고는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 본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서로 고함을 치며 싸우고 동생 그레테 역시 화난 표정으로 싸우는 부모님을 쳐다보고 있다. 점점 비는 세차게 쏟아지고, 그레고르는 이런 집안 분위기 속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그때 울리는 핸드폰 소리. 사장이다. 그레고르는 조금만 더 참고 일을 하자고 다짐하고 다시 회사로 향하지만 곧 되돌아와 창가에 주저앉고 만다.
몇 년 동안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참고 일해왔지만 더 이상은 가족을 위해 희생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그런 그레고르에게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 다음날 아침 방문밖의 요란한 소리에 잠을 깨어보니 자신의 모습이, 그레고르로선 상상할 수도 없는 괴상한 벌레로 변해버린 것을 발견한다. 벌레. 자기 스스로도 벌레가 된 모습이 혐오스러운데 가족들은 어떤 기분일까. 벌레가 된 그레고르를 보는 어머니의 시선, 그리고 아버지, 여동생 그레테,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행동들. 결국에 그레고르는 자신의 삶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About 카프카의 변신
상상하기도 싫은 설정 하나, 가령 당신이 어느날 벌레가 되었다. 인간 사회에서 도무지 쓸모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존재가 되었다면, 당신의 선택은? 이 화두의 종착점에 ‘햄릿’이 서 있을지도 모른다. 죽느냐, 사느냐 그런 고민을 안고. 그러나 이런 낭만적인 사고는 프란츠 카프카에는 통하지 않는다. 카프카는 이 불행한 존재에 대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게 두지 않는다. 오랫동안 가족을 부양해왔던 주인공 그레고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사랑하는, 아니 사랑했던 가족으로부터 죽임을 당한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겠느냐고?
옛말, 3년 병수발에 효자 없다 했듯이 ‘효’니 ‘천륜’이니 하는 말은 스트레스 유발성 단어에 불과하다. 카프카가 돋보기를 들고 들여다 본 가족의 모습은 특별한 어느 가족의 불행이 아니다. 많은 서민이 피치못해 안고 살아가는 실상이다. <변신>은 가족 중에 한 사람이 애물단지가 되었을 때 나머지 가족이 보이는 반응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작품이다.
그레고리는 적성에 맞지 않은 데다 고생은 되지만 수입이 괜찮은 직장에 다닌다. 그래서 자기 혼자 가족을 부양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벌레, 즉 돈벌이를 할 수 없고 가족의 부양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치환되어버린다. 가족을 부양하는 처지에서 부양받아야 하는 처지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된다. 오빠의 돈으로 예술적 재능을 키워오던 동생 그레테는 더는 오빠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데다 수발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오빠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가족도 마찬가지다. 아버지가 홧김에 던진 사과에 그레고리가 서서히 죽어가는데 가족 누구도 그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품은 현실적인 우리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레고리가 죽음을 앞두고 사라지자 가족에게 활기가 찾아온다. 밝은 표정으로 도시락을 싸서 가족소풍을 떠나는 것이다. 프란츠 카프카는 이러한 가족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1915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100년이 지난 오늘날에 어떤 의미를 지닐까. 불행하게도 카프카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인간 소외 문제는 오늘날 더 심각한 문제로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왕따, 병원 간호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태움, 더 나아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처우 문제 등 집단이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은 새로운 형태로 돌연변이를 거듭하며 앞으로도 영원히 인류 역사를 지배해나갈 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변신>은 인간의 존재 문제를 근엄하게 짚은 실존주의 사조의 문을 연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그동안 다양한 장르, 다양한 형태로 재생되어 왔다. 이번 재생작업에서 극단 상상창꼬는 지금까지의 작품과는 다르게 리얼리즘적 형태의 기법과 표현주의적 기법, 또 신체극 요소를 담은 움직임을 통해 무대를 양식화하기도 하면서 작품을 재해석했다. ‘인간소외’, 그것은 불행에 직면한 개인 스스로가 아니라 공동체인 우리 사회가 안아야 할 숙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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