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359 깊은 밤 녹차 삼잔으로 피로를 풀다 어느듯 밤이 깊었습니다. 퇴근 뒤에 저녁 먹고 어정거리다 보니 벽에 걸린 소리도 없는 시계가 취침시각임을 자꾸 눈치줍니다. 짐짓 모른 체 일어서서 부엌으로 갑니다. 부억 찬장에는 하동 녹차가 나를 기다립니다. 이 녹차는 회사 논설위원이 직접 만든 거라며 한 달 전 쯤 선물로 준 겁니다. 매일 저녁은 아니지만 종종 늦은 밤 녹차는 나의 좋은 친구가 되어줍니다. 찬장에서 함께 엎어져 자고 있던 다기도 깨워서 친구하고 있습니다. 혼자 잠들지 않은 밤 일부러 분위기 잡을 필욘 없지만 녹차 은은한 향기가 괜찮은 기분을 만들어 줍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이런 저런 세상구경 하다가 문득 아내 코고는 소리에 뒤돌아 보면 반쯤 차낸 이불, 베개 끝에 걸린 머리, 파도를 타는 배꼽... 퍼뜩 잠자리에 들라고 부르는 듯합니.. 2011. 5. 4. 지렁이똥 큰 놈은 어른 가운뎃손가락 끝에서 팔꿈치까지 오는 놈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세계는 쉽게 발견할 수가 없다. 어쩌다 비온 다음날이면 한 두놈이 바깥세상을 구경한다고 나왔다가 무엇에 홀렸는지 몰라도 '낮들이 노니다가' 일광욕을 넘 심하게 한 탓에 그대로 화석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얌전한 놈은 그냥 잔디밭 이곳 저곳을 기어다니며 놀다가 등따가우면 흙파서 들어간다. 그리고 이런 놈은 또 겁이 많아서 대개 인기척이 없어야 고개를 내민다. 그게 고개인지 꼬리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지렁이가 이렇게 세상밖으로 몸을 내밀땐 희한한 흙장난을 하기도 한다. 지렁이똥. 어찌보면 징그럽기도 하고 어찌보면 마이크로 월드의 거대 작품인 듯하기도 하다. 지렁이가 싸놓은 똥은 주 성분이 흙이다. 지렁이 내장을 지나 뱉어낸 것이니만큼 .. 2011. 5. 3. (머라카노)돌봄노동자, 누가 돌봐주나 돌봄노동자라꼬 들어봤나? 병원에 가모 환자 보호자가 딱히 없을 때 좀 바달라꼬 부리는 사람 안 있떠나, 그기 간병인이라 카고 또 집에서도 아픈 사람 있으모 사람 불러다가 바달라칸다 아이가? 그기 요양보호산기라. 그런데 이 사람들이 고생을 쌔빠지게 해도 돈도 얼마 못벌고, 근로기준법이라카나 그런 거에 맞차서 일하는 거는 꿈도 못 꾼다카네. 그것뿌이가 어데. 자택 돌보미로 가모 빨래다 청소다 설거지다 온갖 잡일에 시달리제, 병원 돌보미 때는 환가 가족이 오모 실~ 밖으로 나갈수밖에 없는기라. 가족같다 생각해도 결국은 아인기라. 그기 좀 설웁다카데. 머 이래저래 하인노릇일 수밖이 없는기라. 돌보미도 사람아이가? 비교해서 뭣하지마는 간호사도 똑같이 돌보민데 대우가 너무 차이난다 아이가. 핵교서 배웠다꼬 해서 그.. 2011. 5. 2. 천주산 진달래, 화무십일핑크 오랜만에 천주산에 올랐습니다. 남들 왁자지끌 복작복작한 날 피해 평일 쉬는 날 살빼기 삼아 큰맘 먹고 올라봤습니다. 달천 계곡으로 약수터 넘어 올라가본 기억이 아득한지라 오늘은 기어서 올라 가더라도 반드시 꼭대기에 도착해봐야겠다는 다짐을 '아자'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진달래 축제가 끝난지 2주밖에 안 지났으니 아직 산마루 분홍진달래를 보기에 늦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고서, 물론 진달래 보러 가는 건 아닌데... 이왕 가는 거 경치도 좋으면 일거양득. 역시 나의 한계는 만남의 광장까지인 것 같네요. 으~, 약수터 지나 만남의 광장까지 오르니 숨도 같이 목끝까지 차오릅니다. 달천의 계곡따라 오르다 능선을 처음 만나는 곳이 만남의 광장인데 내겐 갈등의 광장이네요. 이때 내 생각이 왜그렇게 간사해졌는지 모르겠네요.. 2011. 4. 29. '랜덤자유이용권'을 아시나요? 램덤 자유이용권, 지난 15일 아이들로부터 받은 선물입니다. 지난 15일은 아내와의 결혼기념일이자 아내의 생일이었죠. 중학교 고등학교 진학한 후 들어가는 돈이 많아 용돈을 제대로 주지 못한데다 아이들도 따로 돈 쓸 일이 많다보니 돈을 전혀 모으질 못했나 봅니다. 엄마 아빠에게 선물은 해야겠고... 궁리 끝에 마련한 선물이 '랜덤 자유이용권', 즉 엄마 아빠가 청소를 시키든 심부름을 시키든 설거지를 시키든 뭐든지 한 가지씩 시킬 수 있는 쿠폰이라고 합니다. 다만, 제외 사항이 있는데 그것은 '공부하라'는 것이랍니다. *^^* 2011. 4. 26. 신데렐라를 싫어하는 계모의 간단명료한 이유 엘라의 모험에 나오는 장면 아기를 괴롭히는 괴물이 계모와 함께 있다가 이런 말을 한다. "신데렐라는 마침내 왕자님을 만나 결혼을 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단다," 그러자 계모가 화를 버럭 낸다. "웃기고 있네! 넌 대체 누구 편이야?" 괴물이 궁금해하면서 계모에게 한가지 묻는다. "실은 한가지 아주 궁금한게 하나 있는뎁쇼. 신데렐라는 그렇게 미워하십니까? 동화를 보니까 그렇게 미운짓을 한 것 같지는 않은데요 ..." 계모의 대답이 걸작이다. "나도 몰라. 너무 예쁜데다 낄데 안 낄데 끼는 것도 싫고 항상 밝고 명랑한 것도 맘에 안들어. 게다가 잘하면 걔는 왕비가 되는데 난 그냥 못된 계모로 영원히 남잖아." 정말 솔직한 표현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이정도는 표현을 할 줄 알아야 신데렐라의 계모지요. .. 2011. 4. 21. 이전 1 ··· 163 164 165 166 167 168 169 ··· 2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