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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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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시락마을의 바닷가 조그만 암굴에 얽힌 전설입니다. 입에서 입으

로 전해져 내려온 전설이지만 그 내용이 너무 사실적이어서 이야기에 등장하는 정렬부인이라 불리던 여성이 실제로 있었던 것은 아닐까 추측하게도 합니다.

 

때는 조선의 영웅 이순신 장군이 바다 곳곳에서 승전고를 울리며 왜적을 물리치던 임진왜란 그 시점입니다. 이순신 장군의 공격을 받은 왜군들이 도망을 가면서 이 시락마을을 지나게 되지요. 왜군은 달아나면서도 마을을 불태우고 무고한 백성의 생명을 앗아가곤 했지요.

 

시락마을에 왜군이 들어오자 마을에 살던 젊은 부부는 바닷가 암굴에 몸을 숨겼습니다. 이 암굴은 사람 7~8명이 들어갈 수 있는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배를 타고 달아나던 왜군들이 이 암굴을 발견하고 들어왔습니다. 젊은 부부가 숨어있는 것을 보고 왜군들은 남자는 그 자리에서 베어버리고 기절한 여자는 배에 싣고 달아났습니다.

 

배에서 정신을 차린 여자는 왜군들이 자신을 욕보이려 하는 것을 완강히 물리쳤습니다. 밤이 되어 왜군들이 모두 곯아떨어진 그때, 여자는 품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던 칼을 꺼내어 배의 바닥을 파내었습니다. 밤새 후벼 판 덕에 배 바닥에는 구멍이 뚫리고 배는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지요.

 

여자는 남편의 이름을 부르며 바다에 뛰어들었고 왜군들은 배의 침몰과 함께 모두 물귀신이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정렬부인이라 일컬어지는 그 여자는 어쩌면 힘없고 독한 마음 하나 없이 평범한 아낙이었을 겁니다. 그런 여인이 왜군에 의해 남편을 잃고 치욕스러운 상황까지 당하게 되자 복수의 일념으로 배를 침몰시킬 때까지 배의 밑바닥을 후벼 파는 장면에 전율까지 느껴집니다.

 

꽃처럼 바람처럼은 임란시기 이 장면을 모티브로 이야기 앞뒤에 여러 상상력을 덧붙인 것입니다. 그래서 등장인물이 구체적으로 묘사되거나 가상의 인물이 덧붙여지고 줄거리도 좀 더 폭넓게 전개될 것입니다.

 

…………………………………………………………………………………………………………

 

1592년 봄. 따사로운 햇볕이 시락마을 앞 논에 가득합니다. 아침 일찍 논에 나온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손에 벼 모종을 들고 못줄을 따라 길게 줄을 서서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은 가운데서 선창을 하고 다른 사람은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면서 후렴을 합니다. 농민들의 구수한 모심기 노래에 동네 참새들도 나뭇가지에 앉아 짹짹거리며 박자를 맞추는 듯합니다.

 

아래웃는 모꾼들아 에헤이 춘삼월이 어느땐고

우리넘이 가실적에 에헤이 춘삼월에 오마드라

이논에다 모를심어 에헤이 감실감실 영화로세

그논에다 모를심어 에헤이 너울너울 영화로세

모시적삼 헌적삼에 에헤이 연적같은 저젖보소

.

 

논배미로 나뉜 논마다 돌아가며 마을 사람들은 모를 심었고 노랫소리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한참 모를 심고 쉴 때마다 참이 왔습니다. 참을 이고 논두렁으로 걸어오는 아낙 뒤에는 어린 아이들이 졸졸 따라붙었습니다.

 

벌써 점심참인가베?”

 

여동생인 화선이가 다른 아낙들과 함께 참을 머리에 이고 논두렁으로 들어서자 신우가 허리를 펴고는 옆에서 모를 심던 친구 해원을 툭 치며 말했습니다.

 

시간도 빨리 가지. 벌써 점심인가? 이거 오늘 해안에 모를 다 심기나 하겠나? 하하하

 

해원도 허리를 펴고는 아내 화선을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이 친구, 화선이가 매번 참을 가지고 오니까 은근히 좋으면서 말이야!”

 

신우는 해원의 허리춤을 진흙이 묻은 손으로 툭 쳤습니다. 해원도 질세라 흙 묻은 손으로 신우의 옆구리를 치고는 겅중겅중 논 밖으로 나왔습니다.

 

, 먹고 하입시더!”

 

함께 일하던 마을사람들도 논둑으로 나왔습니다. 사람들은 논둑에 여기저기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점심참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촌장님, 탁배기 한잔 드시이소.”

 

신우가 밥을 먹다 막걸리를 한 사발 부어서는 촌장에게 다가갔습니다.

 

촌장님예, 내일이 단옷날인데 씨름대회 크게 한 번 벌여야지예. 이번에는 산너머 어신마을하고 합치가지고 크게 한 번 하모 어떻겠습니꺼?”

 

신우는 매번 씨름대회 때마다 우승을 했던 터라 이번에는 이웃마을 장사들과도 힘겨루기를 해서 동네장사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촌장은 신우의 의견에 찬동을 했고 바로 열대여섯 먹은 아이를 통해 어신마을 촌장에게 기별을 넣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서산을 넘어갈 즈음에 모심기는 모두 끝이 났습니다. 어신마을 쪽에서도 올해 단오씨름은 공동으로 하는 것에 찬성을 했고 장소는 시락마을로 정해졌습니다.

 

단옷날 아침이 되자 어신마을 사람들이 줄을 지어 건너왔습니다. 남정네들이나 남자아이들은 산을 넘어 지름길로 건너왔고 아낙들과 어린 아이들은 바닷가 길로 둘러서 시락마을에 왔습니다.

 

채챙 채챙~! 둥두두둥. ~”

 

드디어 두 마을 공동 단오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마을 공터 가운데엔 씨름판이 만들어지고 산 아래쪽에는 큰 그네가 설치되었습니다. 이것은 부인들과 아가씨들이 추천놀이, 즉 그네뛰기를 하기 위한 것입니다. 여자들도 누가 그네를 더 높이 뛰나 내기를 하였습니다.

 

화선은 은근히 그네를 뛰고 싶은 욕망이 일었지만 관두고 씨름 선수로 출전한 오빠를 남편과 함께 응원하기로 하였습니다. 화선의 남편 해원이 씨름 선수로 나가지 않는 것은 체구가 남자치고는 좀 작을뿐더러 늘 글만 읽는 서생이라 힘도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머리가 좋아서 사서삼경은 물론 옛사람들의 시문에도 능통했습니다.

 

해원은 씨름에 나갈 신우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잘 싸우라고 격려했습니다. 신우는 혜원에게 아무 염려 말라 하고는 씩 웃어주었습니다. 그때 신우는 경기장 맞은 편에서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계속 주시하고 있는 눈빛을 감지했습니다.

 

천동석. 그는 어신마을 출신으로 몇몇 젊은 아이들을 패거리로 모아 돌아다니는 불량배 우두머리입니다. 멀리는 고성 읍내까지 장터를 누비면서 상인들로부터 돈을 갈취하기도 하고 그곳 불량배들과 툭하면 싸우는 망나니 같은 사람입니다.

 

징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신우는 첫 시합에서 상대를 너무 쉽게 쓰러뜨렸습니다.

 

! 강신우 최고다!”

오빠 일등!”

 

샅바를 고쳐매고 심판과 관중석을 향해 간단히 목례를 하고 돌아 나오는 신우를 보면서 동생 화선과 친구 해원이 엄지손가락을 치세우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어신마을 천동석도 그렇게 우람한 체구는 아니지만 꾀가 많아서인지 여러 경기에서 번번이 승리를 하며 올라왔습니다.

 

 

 

그리하여 맨 마지막, 결승에 신우와 천동석이 맞붙게 되었습니다. 징이 울렸습니다. 화선과 해원의 응원을 받으며 신우는 모래판 가운데로 걸어나갔습니다. 천동석도 그의 똘마니들로부터 응원을 받으며 모래판 가운데로 걸어나왔습니다.

 

강신우와 천동석. 두 사람은 무릎을 꿇고 마주 앉아서 서로의 샅바를 잡았습니다. 천동석은 강신우의 샅바를 잡으면서 자못 긴장하면서도 안 그런 체하였습니다.

 

이거 돼지가 따로 없구만. 내가 사람하고 씨름을 하는지 돼지와 하는지 모르겠네. ?”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여 이겨보려는 천동석의 계략을 모를 리 없는 신우는 느긋하게 응대했습니다.

 

돼지를 못 이길 사람은 없을 테고. 자네가 내게 지면 쥐새끼가 되겠구만. ?”

어림없는 소리 말라구. 내가 이래 봬도 장터 돌아다니며 자네보다 더 큰 덩치들 수없이 꼬꾸라트렸지. 조심하라구.”

 

심판이 두 사람의 등을 동시에 탁 쳤습니다.

 

시작!”

 

강신우와 천동석은 한동안 서로 샅바를 마주 잡은 채 경계를 하였습니다. 신우도 상대가 그리 만만찮음을 느꼈습니다. 그리 큰 체구는 아니어도 힘이 얼마나 세게 들어갔는지 몸이 딱딱한 쇠꼬챙이 같았습니다.

 

천동석은 덩치가 자신보다 큰 상대를 쉽게 무너뜨리기 위해선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 전략이 잘 먹힌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몇 번 상대를 그런 전략으로 이겼기 때문에 강신우에게도 그 방법을 써먹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천동석은 전광석화와 같이 강신우의 샅바를 끌어당기며 배지기를 하려 했습니다. 덩치가 더 크고 힘이 센 강신우가 오히려 배지기로 자신을 넘기려고 하는 순간을 기다린 것이지요. 그때 발 뒤축을 뒤로 빼면서 되치기를 할 요량이었습니다.

 

그러나 강신우는 천동석을 번쩍 든 채로 그대로 있었습니다. 천동석의 작전을 간파했기 때문입니다. 들배지기 기술이 들어간 것입니다. 강신우는 몸의 방향을 틀면서 천동석의 중심을 흩트려놓은 다음 육중한 몸으로 천동석을 덮었습니다.

 

강신우에게 깔려 충격을 받은 천동석은 인상을 찌푸렸습니다. 정정당당하게 붙어선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두 번째 판에서 천동석은 미리 모래를 쥐고 있다가 강신우의 얼굴에 뿌렸습니다.

 

아무리 야비하고 교활한 천동석이라도 씨름대회에서 이런 반칙을 쓸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에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천동석은 눈에 모래가 들어가는 바람에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한 강신우를 끌어당기는 수법을 이용해 무릎을 꿇게 했습니다.

 

보이소, 심판! 상대가 우리 선수한테 얼굴에 모래 뿌렸다 아인교! 못봤는교?”

그래, 맞아. 저 사람이 이쪽한테 얼굴에 모래를 뿌리더만!”

 

화선과 해원이 심판에게 천동석이 반칙을 썼다고 항의하고 구경꾼들도 천동석이 반칙을 썼다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무슨 소리야? 씨름하다 보면 모래가 튀고 그러는 거지. 지니까 괜히 억지 부리고 있어.”

 

천동석이 오히려 큰소리쳤습니다.

 

괜찮아. 마지막 판에서 이기면 돼. 저 녀석이 어떤 비열한 짓을 또 할지 모르니 이번엔 속전속결로 끝내야겠어.”

 

신우는 우려하는 해원과 화선을 안심시켰습니다.

 

삼세판. 단판으로 끝나던 준결승까지와는 달리 결승에선 세 번을 겨뤄 두 번을 이긴 사람이 승자로 뽑히게 됩니다. 다시 상대의 샅바를 맞잡은 두 사람은 심판의 신호가 떨어지기를 기다렸습니다.

 

시작!”

 

그 소리와 함께 강신우의 기합소리가 온 마을을 울렸습니다.

 

으라차차차!”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천동석의 몸이 번쩍 하늘로 솟구치더니 그 자리에 내동댕이쳐졌습니다. 모래사장에 얼굴이 처박힌 천동석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서는 강신우를 노려보았습니다. 분이 삭히지 않자 자기 부하들을 있는 대로 걷어차고 신경질을 부렸습니다.

 

시락마을 사람들은 신우를 헹가래치며 좋아했습니다.

 

역시 강신우를 당할 자는 없네, 그려.”

어신마을도 평정을 했으니 다음 씨름 대회는 더 많은 마을과 함께 열어야겠는 걸. 하하하.”

 

신우와 해원은 받은 송아지 고삐를 화선의 손에 쥐어 집으로 돌려보내고 주막에서 밤이 늦도록 술을 마셨습니다. 동네 아저씨들도 일등을 축하하며 오며 가며 한 잔씩 주기도 하였습니다. 술이 약한 해원은 몇 잔 만에 혀가 꼬였습니다.

 

역쉬 자넨 내 칭구야. 처남! 자넨 무과에 급제하고 난 문과에 급제해서. 끄윽. 이 어지러운 세상 똑바로 한 번 세워보세!”

어허! 이 친구 벌써 이러면 어쩌나. 안 되겠어. , 일어나게. 집에 데려다 줌세.”

 

신우가 해원을 부축하여 골목을 돌아나왔을 때였습니다. 몇몇 그림자가 돌담에 붙어 움직였습니다. 신우는 순간적으로 뭔가 불길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보게, 잠깐만 여기 앉아.”

 

신우가 해원의 팔을 어깨에서 풀려던 그 찰나였습니다. 담장에서 튀어나온 그림자가 신우의 복부를 흉기로 찔렀습니다.

 

!”

 

신우는 짧은 비명과 함께 앞으로 꼬꾸라졌습니다.

 

다른 그림자가 신우의 머리 쪽으로 걸어나왔습니다. 배를 움켜쥔 손 위로 선혈이 흘렀습니다. 신우는 핏발이 선 눈을 들어 그림자를 쳐다보았습니다.

 

돼지가 이제야 사람을 알아보는 듯 하구만. 난 누구에게도 지고는 못 사는 성미라서 말이야. 앞으로 날 보면 알아서 잘 모셔야 할 거다.”

천동석 이놈!”

 

천동석은 강신우의 얼굴을 향해 힘껏 걷어찼습니다. 강신우는 옆으로 쿵하고 쓰러졌습니다.

 

이보게, 신우! , 이걸 어째.”

 

해원은 손을 부르르 떨면서 신우를 일으키려 하였습니다. 천동석은 해원에게 걸어왔습니다.

 

, 아까 낮에 돼지새끼 어깨를 주무르던 놈 아닌가? 헤헤헤. 이 녀석도 맛을 좀 보여줘야겠어.”

 

해원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습니다.

 

여기 사람이 죽어가요. 누구 없어요?”

아니 이 자식이? 애들아, 이 녀석도 바람구멍 몇 군데 만들어 줘라.”

사람 살려요! 사람 살려요!”

 

! ! 따당!”

그때 해원에게도 신우에게도, 물론 천동석 패거리에게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괴상하고 기분 나쁜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습니다.

 

(다음 주 2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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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데이이자, 안중근 의사의 사형집행일이자 올해는 정월대보름이었던 지난 14일, 진동 태봉천 동촌냇가에 다녀왔다. 취재를 위해서였지만 이런 큰줄다리기는 꼭 한번 보고싶었다. 매번 기사로만 보다 현장에서 보니 실감이 났다. 굵고 긴 줄을 보면서 이걸 어떻게 만들었을까 신기하기도 했다. 기사에도 언급했지만 단 30분 행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줄만들기에 매달렸을까.. 그 정성이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민속보존회서 만든 행사 팸플릿은 받았지만 어디에도 전화번호가 없어 궁금했던 것을 물어볼 수 없었지만... 내일이나 면사무소 전화해 물어보기로 하고 경남이야기에 기사를 써서 올렸던 것을 그대로 옮겨 싣는다.



유세차 갑오정월진동민속문화보존회장 이학봉 감소고우원소절을 맞아 유서깊은 태봉천에서어영차 큰 소리에 지축이 요동하니승자는 축배요, 패자는 감으로 응답하니 원기가 탱천하여 달빛따라 멀리 멀리 울려퍼지게 하옵소서상향.”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태봉천 동촌냇가 너른마당. 길이가 100미터나 되는 큰줄 앞에 고사상을 차려놓고 이학봉 진동민속문화본존회장이 축문을 읊었다. 분위기가 사뭇 경건하다.

 

고사가 끝나자 주변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고사상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고사떡 등 음식을 나눠먹기 위해서다. 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들어간 고사음식은 먹는 것 자체가 복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해서였을까. 우리 민속놀이의 특징이다. 행사를 하기 전에 고사를 지내고 고사가 끝나면 음식을 그 자리에서 바로 나눠먹는. 우리 전통 민속이 제의에서 비롯된 것이 많기 때문이다.

 



드디어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동부와 서부로 나뉘어 편을 갈랐다. 창원진해 쪽이면 동부요, 고성 통영 쪽이면 서부다. 그런데 기실 그것 따져서 줄을 잡지는 않는다. 스탠드에 서서 구경을 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내려온다. 계산을 하고 나뉘어 걸어간 것은 아닐진대, 희한하게도 양쪽 균형이 맞다.

 

첫 번째 줄다리기에서 동부가 이겼다. 사회자가 농을 한다.

서부 쪽에 한 100명 쯤 모자라는 것 같아요. 아직 밖에 서계신분들 내려와서 줄을 잡으세요. 날씨도 쌀쌀한데 이럴 때 몸 한 번 푸세요.”

몇 명 더 추가되었을까. 참가인원은 모두 합해 한 250명 쯤 되어 보인다. 두 번째 시합에선 서부가 이겼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거들어 줄을 당겨도 가운데는 줄의 굵기가 두 아름이 넘으니 쉬 들리지는 않는다. 줄다리기라 해서 운동회 때 줄 당기듯이 큰줄을 잡고 당기는 것이라고 상상했다면 착각이다. 큰줄은 잡을 수가 없다. 굵기도 굵기려니와 그 줄을 보듬어 안고 당길 수 있는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 큰줄에 작은 줄을 여러 가닥으로 연결한 작은 줄을 잡고 당기는 것이다.

 

마지막 시합이 시작된다. 사회자가 하나, 둘하면 큰줄 가운데 서있던 징잡이가 크게 징을 울린다.

영차, 영차!”

옆에선 진동부녀회 사람들이 꽹과리, , 장고를 두르리며 흥과 힘을 돋운다.

사진기자들이나 작가들, 일반 구경꾼들도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연신 셔터를 누르고 있다.

스탠드 위 임시 식당에서 마련한 식탁에 앉아 구경하던 어르신들도 손뼉을 치면서 응원한다.

 

 


 

!”

함성이 터녀나온다. 다시 동부가 이겼다.

만세!”

서부쪽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 사회자가 서부도 잘했으니 만세를 하란다. 서로 만세를 부르고 손뼉을 치고 즐긴 큰줄다리기 행사가 이것으로 끝났다. 고사를 지내는 시간을 빼고 순전히 줄을 당기는 데 든 시간은 불과 10분도 안 된다.

 

10분의 행사를 위해 진동민속문화보존회 사람들은 8일 동안 준비를 해왔다. 지난 6일부터 행사 하루 앞날까지 공을 들여 이 큰줄을 만들었다.

 

진동의 큰줄다리기는 삼국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것으로 배의 닻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역사적 배경은 이렇다.

 


250명 가량의 주민이 편을 갈라 시합을 벌이는 진동큰줄다리기 멀리서 본 모습.

 

이 지역은 삼한이 멸망하고 나서 포상팔국이라 하는 부족국가들이 형성되었다. 각 포마다 우두머리가 있어 8개 포상국이 단합하여 그 힘이 막강해지자 인근 함안의 아라가야를 침공했다. 위기에 빠진 아라가야가 신라에 구원을 요청해 신라의 대군이 쳐들어왔는데 이로 말미암아 포상국들이 멸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포상국들은 바닷가 부족국가라는 점에서 서로 힘을 견제하면서도 일면 협동단결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 차원에서 큰줄다리기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다. 포상팔국이 아라가야를 침공한 때가 2097월이라고 하니 큰줄다리기의 역사는 족히 1800년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진동큰줄다리기는 1965년 재현됐다. 이때 근대화 물결이 출렁이고 있었지만 진동 지역에선 아직 농경사회였다. 이때는 음력 섣달 보름부터 한달간 줄만들기 작업이 이어졌다. 현재의 삼진주유소에서 동촌다리까지 작업틀을 설치해 가는 줄을 만들었는데 다 만들고 나면 행사장으로 옮겨와 다시 큰줄로 만들었다고 한다.

 

행사 당일 양쪽의 줄을 마주보게 하고 가운데 양쪽의 줄을 끼우고 서로 당겨도 빠지지 않게 비녀쇠를 걸었다. 길이 200미터에 굵기가 2미터. 참여 인원도 많을 땐 1000명에 달할 때도 있었단다.

 

1992년 첫 행사를 연 이후 22회째를 맞은 이번 진동큰줄다리기 및 달맞이 행사에는 큰줄다리기 말고도 당산제, 비녀쇠 시가행진, 축하공연과 노래자랑, 달집태우기 등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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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주인공 설희는 이무기에게 제물로 바쳐져 이무기의 성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그러다 이무기가 조만간 임금을 몰아내고 나라를 차지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곳을 탈출하려 고민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설희는 자고 있는 이무기의 반쪽 얼굴이 궁금해 머리카락을 젖힙니다. 이무기의 반쪽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어 깜짝 놀랍니다. 그런데 그 인간 모습의 이무기가 성을 탈출할 방법을 일러줍니다.

 

탈출을 위해 이무기와 이무기의 병사들로부터 환심을 산 설희는 인간 이무기가 말한 대로 보름날 밤 지하신전으로 들어갑니다. 설희는 푸른 구슬을 탑에서 떼어내고 결계가 풀린 틈을 타서 탈출에 성공합니다. 마을로 돌아온 설희는 아버지에게 이무기의 야욕을 막아야 한다고 전하지만 아버지는 반신반의하고 무당을 비롯한 마을 사람 일부는 설희를 다시 이무기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때 마을을 지나가는 노승이 배가 고파 설희에게 밥 한 끼 얻어먹게 됩니다. 설희로부터 그간의 사정을 들은 노승은 마을회의를 한다는 촌장의 집으로 찾아갑니다.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노승은 이무기를 물리칠 묘책을 일러줍니다. 그 묘책은 이무기가 사는 못에 불돌을 던져넣어 물을 끓게 하면 이무기가 도망을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무기의 포악한 성질이라면 아무리 비위를 맞추어 주더라도 언젠가 모든 사람을 죽일 것이라는 점에 공감하게 됩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무기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무당을 가두고 총 공격을 하기 위해 동경산에 오릅니다. 촌장의 신호에 따라 마을사람들은 일제히 불돌을 삽으로 떠서 물에다 던져넣습니다.

 

…………………………………………………………………………………


호수 가운데서 물방울이 솟아오르는 것을 본 촌장은 마을사람들에게 더 크게 소리쳤습니다.

공격을 멈추지 마라! 이무기가 꼼짝하지 못하게 계속 불돌을 던져 넣어라.”

설희도 주변에서 돌을 주워와 돌을 달구고 있는 장작더미 위에다 올렸습니다.

수백 개의 불돌이 물에 들어가자 호수 여기저기서 수증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폐하! 큰일 났사옵니다. 마을 사람들이 결계 밖 호수에다 불돌을 던져넣고 있사옵니다.”

경계근무를 서던 병사가 달려와 이무기에게 보고하였습니다.

뭐야? 어리석은 인간들이 화를 자초하는구나! 즉시 전 병력을 집결하고 물화살 공격을 준비를 하라.”

그런데 폐하, 물밖에서 뱀의 모습으로 경계를 서던 병사가 보고하기를 그 마을사람들 속에 황후마마께서 계신다 하옵니다.”

이무기는 움찔하였습니다. 함부로 공격을 하였다가 설희의 뱃속에 있는 자신의 아이를 잃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무기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일단 저들의 불돌이 다 떨어질 때까지 기다린다.”

그러나 폐하, 이러다 결계가 뚫려 궁전이 무너질 수도 있사옵니다. 지금 바로 공격하심이 나을 듯하옵니다.”

신하 하나가 앞으로 나와 이무기에게 당장 공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무기는 설희의 뱃속에 있는 자신의 후계자에 대한 안위는 전혀 걱정을 하지 않는 그 신하가 괘씸했습니다.

네 이놈! 너는 장차 이 세계를 지배할 내 아들이 죽어도 좋다는 것이냐? 어디서 함부로 그 입을 놀리느냐?”

 

이무기는 큰소리로 신하를 꾸짖었습니다.

송구하오나 폐하, 태중 왕자님의 안위만을 고집하셨다가 이 궁전이 무너지면 폐하의 안위도 장담할 수 없기에 드리는 충언이옵니다. 깊이 헤아려주십시오.”

걱정 말라. 이곳의 결계가 그리 허술하지 않으니라.”

사람들이 자정이 넘도록 계속 불돌을 던져넣게 되면 아무리 많은 물이라도 끓게 되고, 그리되면 결계도 열릴 것이옵니다. 어서 공격을 하여 궁전을 방어하심이 옳은 줄 아룁니다.”

거참, 말이 많구나. 제아무리 불돌을 던지더라도 이 많은 물이 그리 쉽게 끓지 않을 것이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거라. 불돌도 이제 거의 다 떨어졌을 것이다.”

 

이무기는 궁에서 나와 물 밖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쉴새 없이 불돌을 던져넣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천장의 결계가 조금씩 금이 가고 있었습니다. 이무기는 이를 깨물었습니다.

내가 저놈들을 쫓아내야겠다.”

이무기는 자신의 몸을 이무기로 변신시켰습니다. 본래의 모습으로 변한 이무기는 서서히 물밖으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이무기다!”

이무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절대 물러서면 안 된다!”

촌장은 사람들이 이무기의 흉악한 모습에 겁을 먹고 불돌던지기를 그만둘까 걱정이 되어 더 크게 소리쳤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겁을 잔뜩 집어먹었습니다. 손에 힘이 빠져 불돌은 멀리 날아가지 못했습니다.

이때 뒤에 서 있던 설희가 스님의 말을 상기하고 소리쳤습니다.

절대 물러서면 안 돼요. 여기서 그만두면 이무기의 공격을 받아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거예요. 계속 불돌을 던져 넣어야 해요!”

 

이무기는 마을사람들 뒤쪽에서 소리치는 설희를 보았습니다. 복중에 자신의 아이까지 가진 황후가 남편인 자신을 공격하라고 소리치는 모습을 보고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크르르르 캬아~!”

이무기는 순간적인 분노에 휩싸여 마을사람들을 향해 독을 내뿜었습니다. 마을사람들은 재빨리 나무 뒤쪽으로 몸을 숨겨 독을 피했습니다. 설희도 간신히 피했지만 독이 묻은 치마 끝자락이 까맣게 변색되었습니다.

 

모두 물러가라. 그렇지 않으면 모두 이 자리에서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무기는 커렁커렁 소리를 내며 사람들에게 엄포를 놓았습니다.

스님 말씀대로 우리가 계속 불돌을 던지면 이무기가 공격을 하지 못할 거예요. 겁먹지 마세요.”

설희가 다시 소리쳤습니다. 설희의 말에 사람들은 다시 불돌을 삽으로 떠서 이무기 쪽을 향해 세게 던졌습니다.

이무기는 한동안 설희를 쏘아보다가 물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무기가 물속으로 모습을 감추자 사람들은 환성을 지르며 더욱 열심히 불돌을 던져 넣었습니다.

 

물속 이무기의 궁전에선 이무기와 신하들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일어났습니다. 신하들은 지금 당장 공격하지 않으면 궁전이 무너지게 되고 결국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간언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무기는 당장 결정을 하지 못했습니다.

설희의 뱃속에 있는 자신의 아들인 용이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결계는 점점 더 크게 금이 갔습니다.

드디어 일촉즉발의 위기상황까지 치닫고 말았습니다. 병사들도 빨리 결정을 내리지 않은 이무기를 원망스런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후퇴한다!”

이무기의 명령이 떨어지자 신하들과 병사들은 일제히 지하신전으로 몰려갔습니다. 이곳에서 예전 설희가 푸른 구슬을 들어내고 탈출했던 것처럼 하여 산을 빠져나갔습니다. 결계를 벗어나자 신하와 병사들은 모두 뱀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무기 역시 거대한 이무기의 모습으로 산을 타고 내려갔습니다.

 

이무기가 도망간다!”

우리가 이겼다!”

마을 사람들은 이무기가 도망가는 모습을 보곤 환성을 질렀습니다.

설희도 아버지의 손을 맞잡고 기뻐했습니다.

 

그때 이무기 궁전의 결계가 무너지면서 호숫물이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뜨거운 물은 이무기가 도망간 방향으로 콸콸 흘러내렸습니다.

호수에서 물이 빠지니 이무기 궁전이 드러났습니다. 그러자 바로 궁전은 기둥이 부러지면서 궁 전체가 와르르 내려앉았습니다. 주변 봉우리들의 바위도 궁이 있던 자리로 함께 무너지면서 구덩이를 메워버렸습니다. 그 때문에 동경산에 새로운 산봉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이무기가 도망간 이후 마을에는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아침이면 집집이 굴뚝에서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낮에는 힘센 황소가 쟁기를 끌며 밭을 갑니다. 저녁엔 호롱불을 켠 방안에서 가족들이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눕니다.

 

~.”

이 서방 집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던 설희가 갑자기 배를 감싸고 주저앉습니다.

갑자기 불러온 배에서 꿈틀거리는 느낌이 들자 설희는 한동안 잊고 지냈던 이무기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당신에게서 나의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는 용이 될 거요. 용이 된 그 아이는 이 나라를 다스리게 될 것이오.”

설희는 두 손으로 배를 감쌌습니다. 뱃속의 아이가 손의 기운을 느꼈는지 불쑥불쑥 반응을 보였습니다. 설희의 손에 땀이 배었습니다. 그 손 위로 물방울이 떨어집니다. 설희의 눈물이 두 볼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립니다. ()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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