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299)
돌이끼의 작은생각 (110)
돌이끼의 문화읽기 (477)
다문화·건강가족 얘기 (20)
경남민속·전통 (14)
경남전설텔링 (74)
미디어 웜홀 (142)
돌이끼의 영화관람 (21)
눈에 띄는 한마디 (8)
이책 읽어보세요 (76)
여기저기 다녀보니 (92)
직사각형 속 세상 (92)
지게차 도전기 (24)
지게차 취업 후기 (13)
헤르테 몽골 (35)
돌이끼의 육아일기 (57)
몽골줌마 한국생활 (15)
국궁(활쏘기)수련기 (16)
Total
Today
Yesterday
11-28 04:57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지난 줄거리) 창원시 동읍 자여마을에 사는 호성이란 청년은 효자입니다. 나무를 해서 연명하는 어려운 살림의 나무꾼이지만 어머니의 끼니를 거르게 하는 일은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사는 청년이지요. 그러나 어머니의 기력이 점차 쇠약해지면서 고민이 생겼습니다. 고라니 사냥을 해서 고기요리를 해 드리고 싶은데 고라니를 발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거니와 사냥을 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루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사냥을 갔지만 결국 실패하고 돌아오는 길, 정병산 중턱 바위굴에서 산신령을 만나게 됩니다. 고라니 사냥을 할 수 있게 호랑이로 변하는 마법 책을 선물 받고는 집에서 책에 쓰인 대로 주문을 읊습니다.


“우니머니 머니우니….” 그러자 호랑이로 변합니다. 호성은 산신령과의 약속대로 사람을 괴롭히는 호랑이 3마리를 먼저 처치하려고 못된 호랑이를 잡으러 나서지요. 처음엔 비음산 호랑이를 만납니다. 동이 틀 때까지 싸워 비음산의 나쁜 호랑이를 물리친 호성은 집으로 돌아와 다시 주문을 욉니다.


사람으로 돌아왔지만, 비음산 호랑이와 싸울 때 생긴 상처가 아직 그대로입니다. 어머니께서 놀라 물었습니다. 호성은 나무를 하다 실수하여 다쳤다고 합니다. 그러다 호성은 장에서 안민고개에서 호랑이가 나타나 사람들에게 해코지하였으니 이 호랑이를 잡거나 죽이는 자에게 큰 상금을 준다는 방을 보게 됩니다.


그날 밤, 호성은 주문을 외워 호랑이로 변한 다음 안민고개로 한달음에 달려갑니다. 그곳에서 나쁜 호랑이를 만나 대결을 벌입니다. 호성이 호랑이를 절벽 바위 끝으로 유인하여 달려오는 호랑이를 걷어차는 방법으로 하여 절벽 아래로 떨어뜨립니다. 호랑이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돌아서는데 숲에서 인기척을 느낍니다.


………………………………………………………………………………………………………


호성은 무서운 기세로 숲 속으로 달려들어 갔습니다.


“악!”


사람의 비명이 들렸습니다. 호성은 급히 걸음을 멈추고 큰 나무 뒤쪽으로 돌아가 보았습니다. 거기엔 몸집이 큰 사내가 주저앉아 와들와들 떨고 있었습니다. 이 사내의 손에는 큰 식칼이 쥐어져 있었지만 호랑이 앞에서 너무 겁을 먹은 탓에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호성은 한동안 사내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추운 겨울인데도 사내의 온몸에는 식은땀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호성은 이 밤에, 그리고 호랑이가 나타난다는 이곳에 사람이 어찌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제 관아에서 이곳에 호랑이가 나타나 여러 사람을 해쳤다고 하였으니 정말 용감한 사냥꾼이 아니면 올 수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이러한 겁쟁이가 호랑이 출몰 소문을 뻔히 알면서도 산속으로 들어온 데에는 필시 사연이 있겠지요.


이 덩치 큰 사내의 어제 상황으로 시간을 되돌려 봅시다. 관아에서 나졸들이 나와 방을 붙이는 그 시간이군요. 덩치 큰이가 양 주먹을 허리춤에 걸치고 가소로운 듯 한마디 합니다. 그의 옆에는 키가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은 작은 사내가 서 있습니다.


“그깟 호랑이 한 마리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저렇게 상금을 걸고 방까지 붙이나 모르겠네.”


“자넨 옆에 호랑이가 없다고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 거 아닌가? 그렇게 쉽게 잡힐 호랑이면 왜 나라에서 상금까지 걸고서 잡아달라고 하겠나? 저건 필시 비음산 호랑이를 잡은 장사에게 부탁을 하는 거란 말일세.”


덩치 작은 이가 약간 헐뜯듯 이야기를 하자 덩치 큰이는 은근히 부아가 났습니다.


“여보게 내가 진해 땅에서 힘이 제일 장사라는 사실 모르고 하는 말인가? 그깟 호랑이 이 주먹 한 방이면 바로 나가떨어질 걸세. 하하하.”


“자넨 늘 잘하지도 못하면서 큰소리치는 것이 문제야. 씨름대회에 나가서 한 번이라도 우승한 적이 있느냔 말일세. 경기 때만 되면 배가 아프니, 고뿔에 걸렸느니 하면서 피해 다니지 않았냐구?”


갑자기 당황한 표정을 보인 덩치 큰이가 말을 더듬으며 다시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무, 무슨 소린가? 그, 그럼 지금까지 내, 내가 힘도 하나 없으면서 큰소리만 쳤다는 얘긴가?”


“그럼 오늘 밤 안민고개에 올라가서 증명을 해보이게.”


“알았어! 내 당장 산에 올라가 호랑이를 잡아오지. 내가 호랑이를 잡아오거들랑 자넨 죽을 때까지 내 부하가 되어야 하네. 약속하게, 흥!”


“알았어, 알았어.”


덩치 큰 사내는 그렇게 큰소리 뻥뻥 쳤지만 사실 하나도 자신이 없었습니다. 홧김에 괜히 말을 꺼냈다가 호랑이 밥이 될 신세가 되었음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그렇다고 인제 와서 못하겠다고 하면 더 놀림감이 될 터여서 가슴만 졸이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날이 어둑해지자 덩치 작은 이가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아직도 호랑이 잡으러 산에 가지 않았느냐고 큰 소리로 말합니다. 동네 사람들이 들으면 더 창피한 일이기에 덩치 큰이는 친구의 입을 막고 말합니다.


“이 친구가 왜 이러나? 으흠, 으흠. 그러잖아도 나 지금 나가려는 참이네.”


덩치 큰 사내가 걸음을 산으로 옮기다 말고 돌아왔습니다.


“막상 가려니 겁이 나나 보군. 헤헤헤.”


“아냐!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이거라도 들고 가야겠어.”


사내는 부엌으로 들어가 큰 식칼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그때 정말 산으로 들어가려는 친구의 행동을 알아차린 덩치 작은 사내가 말리고 나섰습니다.


“이 친구, 정말 호랑이 잡으러 산으로 가려는 것인가? 지금까지 농담한 거네. 그만하면 자네 용기는 내가 인정함세. 그만 마음 풀고 주막에 가서 술이나 한 잔 하세.”


“아니야! 자넨 아직 나의 진가를 모르고 있어. 내가 산에 들어가 호랑이를 잡아오겠다니까!”


덩치 큰 사내도 이쯤에서 객기를 접고 친구가 한 번만 더 말려주면 못 이기는 체하고 주막에 따라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덩치 작은 친구가 느닷없이 “그러면 안 말리겠으니 산으로 들어가게!”라고 말해버린 것입니다.


호성은 덩치 큰 사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먼동이 트는 것을 발견하곤 발길을 돌렸습니다. 비음산 정병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달렸습니다. 호성은 이 와중에 고라니가 숲 속 곳곳에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고라니가 많은데 왜 사냥하려고 찾았을 땐 내 눈에 그렇게도 안 띄었을까?’. 호성은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면서 피식 웃음을 날렸습니다. 무엇이든 찾으려면 안 보이고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으면 잘 보이는 법이지요.



호성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와 어머니께 아침 밥상을 차려드렸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기력이 더욱 쇠잔해졌습니다. 혼자서는 일어날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호성은 벌써 며칠째 어머니께서 고기를 드시지 못하였으니 더욱 안 좋아졌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호성은 속으로 결심했습니다. 아무리 산신령님의 경고가 있었지만 우선 어머니부터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입니다. 나머지 남은 호랑이 한 마리는 언제든 나타나면 그때 가서 처치하면 된다고 여겼습니다. 호성은 그날 밤 바로 호랑이로 변신하자마자 고라니 사냥을 나갔습니다. 정병산과 안민고개를 오가며 고라니가 많은 곳을 봐놓았기 때문에 사냥은 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고라니 한 마리를 물고 집으로 돌아온 호성은 마당에 고라니를 던져놓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호성은 주문을 읊어 사람으로 변신한 다음 다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고라니의 가죽을 벗기고 뼈와 살을 발라 뼈는 뼈대로 살을 살대로 요리 하였습니다.


아침이 되었습니다. 호성의 집에는 맛있는 고라니 요리 향기로 가득하였습니다. 요리한 것을 밥상 가득히 차려 어머니께 올렸습니다. 어머니는 고라니 고기를 많이 드시지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맛있게 음식을 먹었습니다.


“이게 다 어디서 난 거냐?”


“예, 어머니. 어제 산에 갔다가 나무를 들이받고 쓰러져 있는 고라니를 보았어요. 전에 사냥하러 갔을 땐 그렇게 찾아도 안 보이더니, 이런 횡재를 만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어머니, 많이 많이 드시고 얼른 기운 차리세요.”


호성은 어머니께 자신이 호랑이로 변해 사냥해온 것이라고 솔직히 말씀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행여 솔직히 말씀드린다고 해서 어머니께서 믿어주시지도 않겠거니와 괜한 걱정을 안겨드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호성은 다시 산으로 나무하러 갔습니다. 어머니께서 맛있는 고기 요리를 드시고 기운을 조금이라도 차리신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죽어가는 나무나 삭정이를 그러모아 지게에 한가득 채우는 데 얼마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호성은 전과 마찬가지로 일부는 단골에게 팔고 남은 것은 시장에 지고 나갔습니다. 햇볕 따뜻한 곳에 앉아 나무 사러 오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으려니 골목 저쪽 끝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한 아이가 놀란 표정으로 고함을 치며 달려옵니다.


“호랑이다! 아주 큰 호랑이를 잡았어요. 굉장해요.”


그 소리에 곳곳에서 물건을 사고팔면서 흥정하던 사람들이 일제히 골목 끝으로 시선이 쏟아졌습니다. 호성도 고개를 빼고 그쪽으로 돌아보았습니다.


산에서 보았던 그 덩치 큰 사내가 배를 내밀고 거드름피우듯 앞서 걷고 그 뒤쪽으로 체구가 작은 사내가 꽹과리를 치면서 따라오고 있습니다. 이 두 사내의 바로 뒤로 예닐곱 사람이 긴 나무를 어깨에 걸치고 걸어오고 있었는데 그 긴 나무엔 어젯밤 그 안민고개 호랑이가 네 발이 묶인 채 매달려 있었습니다.


“이 호랑이는 바로 여기 진해 장사님께서 어젯밤 안민고개에서 맨손으로 잡으신 것이렷다! 여보시오들, 손뼉 좀 치세요. 이 얼마나 장한 일입니까?”


사람이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았다는 이야기에 시장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얼떨결에 손뼉을 쳤습니다.


“야, 대단하군, 저 큰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았다니! 저 사람이 진해 장사라지? 진해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얘길 들어보진 못했지만 정말 훌륭한 일을 했어. 암.”


호성은 그 일행이 앞을 지나갈 때 아주 세게 손뼉을 쳐주었습니다. 앞서 가던 그 덩치 큰 사내가 호성에게 고개를 돌렸습니다. 호성과 사내의 눈이 마주쳤습니다. 호성은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사내는 한참 호성을 멀뚱멀뚱 보다가 고개를 돌려 관아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다음 주에 4편이 이어집니다.


[관련기사]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전편 줄거리) 창원 동읍 자여마을 정병산 자락에 효심이 지극한 구씨 청년이 살았습니다. 이 청년은 몸이 기력을 잃고 불편한 어머니를 위해 늘 나무를 해다 봉양을 하고 어머니가 장에 가고 싶다고 하면 지게에 지고 마실을 다녀오기도 하였지요.


하루는 어머니께 고기를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토끼를 사냥해서 요리해 올립니다. 그러다가 고라니도 잡아 어머니께 드리고 싶은데 고라니는 좀체 눈에 띄지도 않을뿐더러 잡기도 어렵습니다. 사냥 준비를 해서 아침 일찍 산에 들어가 이산 저산을 헤맸으나 고라니를 발견하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해가 질 무렵 고라니를 발견하지만 인기척을 느낀 고라니가 도망을 갑니다. 구씨 청년이 뒤쫓아 달려가 보지만 역부족입니다. 결국, 고라니를 놓치고 몸만 다친 청년이 해거름에 돌아오면서 정병산 중턱 바위굴에서 산신령께 소원을 빕니다.


산신령이 구씨 청년의 효심을 알고 있는지라 나타나서는 주문을 읊으면 호랑이로 변하는 책을 줍니다. 그 책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 청년은 산신령의 말대로 주문을 외니 호랑이로 변하게 됩니다. 호랑이로 변한 청년은 먼저 산신령의 주문대로 나쁜 호랑이를 제거하기 위해 찾아나섭니다.


비음산에서 나쁜 호랑이를 만난 호랑이 청년은 밤새 결전을 벌입니다. 호랑이 싸우는 소리가 온 동네 울려 퍼지고 닭들과 개들의 소리가 섞여 시끄러운 밤이 어느덧 조영해집니다. 동녘에 희끄무레 날이 밝아옵니다.


……………………………………………………………………………………………………


아직 호랑이 모습을 한 호성이의 온몸에 상처가 나 있습니다. 지칠 대로 지쳤지만 사람을 해치는 나쁜 호랑이를 처치했다는 생각에 기분은 좋았습니다. 어머니께서 깨실까, 조심스레 방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어느새 날이 밝았는지 방으로 들어가도 그렇게 어둡지 않았습니다.


“우니머니 머니우니, 머니머니 우니우니, 으르으르 으르으렁!”


주문을 몇 번 되풀이해서 읊어내려가자 손이 서서히 사람의 것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호성은 그 손으로 살며시 얼굴에 갖다 대었습니다. 얼굴도 본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음산 호랑이와 싸우면서 생긴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은 채 여기저기 생채기가 나 있었습니다. 물론 보통 때와는 달리 상처의 회복 속도는 엄청 빨랏습니다. 호성은 너무 피곤하여 잠시 잠을 청했습니다.


“호성아,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게야?”


잠결에 얼핏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잠에서 화들짝 깨어난 호성은 얼른 부엌으로 달려갔습니다. 어머니의 아침상을 차려드려야 하는데 자느라 때를 놓친 것입니다. 호성은 가마솥에 아주 적은 양이지만 보리를 안치고 불을 때웠습니다. 보리밥이 익는 동안 나물을 무쳐 반찬을 만들었습니다.


밥상을 차려 어머니 방으로 들어갔을 때 어머니는 아들의 얼굴과 손등에 난 상처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게 무슨 상처냐? 혹시 산에서 사나운 짐승들에게 봉변을 당한 것이 아니냐?”

“아닙니다. 어머니. 괘념치 마세요. 비탈에서 나무하다 잘못하여 넘어져 다친 상처입니다. 금방 나을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머니께 아침상을 차려드리고 호성이 자신도 몇 숟갈을 뜬 다음 나무하러 간다며 집을 나섰습니다. 어머니는 집을 나서는 호성에게 부디 조심조심하여 몸을 다치지 않도록 하라는 당부를 연거푸 하였습니다.


지게를 지고 산에 오른 호성은 의외로 몸이 가뿐한 것을 느꼈습니다. 밤새도록 비음산 호랑이와 싸웠으면 온몸이 쑤시고 상처 난 곳이 아리기도 할 텐데 전혀 통증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았습니다.


나무도 예전보다 훨씬 많이 하였습니다. 몇몇 단골집에 장작을 팔고 남은 것은 시장으로 가져갔습니다. 때마침 장날이라 사람들이 북적거렸습니다. 겨울 추운 날씨여서 양손을 소매에 넣고 쪼그려앉아 나무 사러 오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습니다.


“자네 어젯밤에 호랑이 소리 듣지 못했나?”

“글쎄, 그게 호랑이 소리였나? 우리 집 닭들과 개가 하도 시끄럽게 굴어서 얼핏 잠이 깨어 듣긴 했다만…, 그러고 보니 그게 호랑이 싸우는 소리였구먼!”

“오전에 관아 이방 나리가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나졸들을 비음산으로 보냈다는군.”

“그 비음산에 사는 호랑이가 벌써 사람을 수십 명도 더 해쳤다지?”

“그 호랑이가 얼마나 크고 사나운지 나졸들이 잡을 엄두도 못 내고 있다지 않던가?”

“으흐흐흐. 그 호랑이 얘길 들으니 내 등골이 오싹해지네! 그려. 그런데 그 호랑이 어찌 됐을까?”


호성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속으로 흐뭇했습니다. 자신이 호랑이를 죽였다는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을 괴롭히고 해치는 나쁜 호랑이의 목숨을 자신이 거뒀다는 것에 은근히 우쭐해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습니다. 호성은 여전히 나무를 해서 장에 내다 팔고 있었습니다. 시장 공터 게시판으로 나졸 서너 명이 걸어가더니 방을 붙였습니다. 사람들이 게시판으로 몰려들었습니다. 호성도 무슨 내용인가 궁금해서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방을 보았습니다.


“지난번 밤새 호랑이 소리가 울리던 날 비음산에서 큰 호랑이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이 호랑이를 누가 죽였는지 아무리 수소문하여도 알 수가 없다. 호랑이를 해치운 자가 이 방을 보게 되면 즉시 관아로 와서 사례금을 받도록 하라. 또한, 최근 안민 고개에 호랑이가 나타나 행인 다섯 명을 해쳤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이 호랑이를 사살하는 자에게도 큰 상을 내릴 것이다.”


호성은 게시판에 붙은 방을 유심히 보았습니다. 최근에 창원과 진해를 넘나드는 안민고개에서 호랑이가 출몰했다면 분명히 아직 그 어디쯤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했습니다. 그날 밤 호성은 산신령이 준 책을 꺼내어 주문을 읊었습니다.


“우니머니 머니우니, 머니머니 우니우니, 으르으르 으르으렁!”


호성은 한달음에 정병산 꼭대기까지 올라가 능선을 타고 불모산을 넘어 안민고개로 내달렸습니다. 안민고개에 도착한 호성은 호랑이의 발자국 흔적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고개 인근에는 아직 호랑이에게 습격을 당해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호성은 산의 형태로 보아 호랑이가 갔을 만한 곳을 찾아봤습니다. 숲이 우거진 장복산 방향으로 호랑이 냄새를 맡으며 발자국 흔적을 찾으며 한참을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뭔가 스산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본능적으로 몸을 바짝 움츠렸습니다.


“크앙~!”


안민고개 호랑이가 등 뒤에서 기습공격을 해왔습니다. 몸을 피하면서 되돌아봤을 때 호성은 상대가 자신보다도 몸집이 한 배 반은 더 크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정면 승부를 펼치면 백전백패라는 계산이 섰습니다. 호성은 숲 속으로 달렸습니다.


안민고개 호랑이는 첫 공격이 실패하자 아쉬운 듯 멈칫하더니 다시 호성이 달아난 숲 속으로 추격을 시작했습니다. 호성은 바위절벽 쪽으로 달렸습니다. 바위절벽에 다다르자 바람이 거세게 불어왔습니다.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던 호성은 아찔함을 느꼈습니다.





‘상대의 힘을 이용해 절벽 아래로 떨어트리는 수밖에 없겠어’. 호성은 잠시지만 머릿속으로 온갖 작전을 꾸몄습니다. 맞붙어 싸우게 되면 필시 자신이 물려 죽거나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렇다면, 달려오는 상대의 중심을 잃게 해서 절벽으로 떨어지게 해야 한다’. 호성은 절벽 바위 끝에 서서 안민고개 호랑이를 기다렸습니다.


사납게 크렁거리는 안민고개 호랑이가 어두운 숲에서 나왔습니다. 호성이의 숨결이 차분한 반면 안민고개 호랑이는 아주 거칠었습니다. 두 호랑이는 한동안 두 눈을 마주 보며 서로 견제하였습니다. 그러다 안민고개 호랑이가 힘차게 달려왔습니다. 호성이도 일순 바짝 긴장이 되었습니다.


‘지금이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호성은 마주 달려가는 척하다가 잽싸게 몸을 비틀면서 드러누워 안민고개 호랑이의 배를 걷어찼습니다. 호성의 작전이 성공했습니다. 안민고개 호랑이의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졌습니다. 달려오던 속도에 같은 방향으로 호성에게 걷어차였으니 절벽 아래로 떨어지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크앙~!”


안민고개 호랑이가 순간적으로 바위 끝을 앞발톱으로 꽉 잡았습니다. 바위 끝에서 몸이 대롱대롱 매달린 형국이 되었습니다. 안민고개 호랑이는 바위를 타고 오르려고 사력을 다했습니다. 이겼다는 생각에 잠시 방심하던 호성이가 재빨리 안민고개 호랑이가 매달린 바위 끝으로 달려갔습니다. 호랑이를 내려다봤습니다. 안민고개 호랑이는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듯했습니다.


“크르르르~. 크앙!”


호성의 목에서 나온 소리는 호랑이 소리였지만 호성은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해친 죄는 죽음으로 치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호성은 발톱을 날카롭게 세워 안민고개 호랑이의 발등을 찍었습니다. 발버둥치던 안민고개 호랑이는 결국 절벽에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절벽 위에서 안민고개 호랑이의 죽음을 확인한 호성이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습니다.


“바스락.”


그때 숲 속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호성은 또 다른 호랑이가 있나 싶어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조심스레 소리가 들린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큰 나무 뒤쪽에 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으로선 그것의 정체를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피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등을 보였다가 잘못하면 상대의 공격을 받게 되니 이 싸움은 피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먼저 빠르게 몸을 움직여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아앙!”


호성은 큰 나무를 향해 몸을 날렸습니다.


다음 주에 3편이 이어집니다.


[관련기사]

(전설텔링)우니머니 으르으렁(1)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창원시 동읍 자여마을 뒷산에는 언제부턴가 호랑이가 된 구씨 사내의 슬픈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가진 것이 없는 이 젊은 사내는 노모를 봉양하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었는데 노모의 몸이 쇠잔해지자 어찌할 수 없어 여간 마음 아파하지 않았습니다.


노모의 기운을 차리게 하기 위해 뒷산 중턱 바위굴에 들어가 산신령께 빌기로 했지요. 아내에게 노모를 보살펴달라고 맡기고 말이죠. 바위굴 밖에선 늑대가 짖고 호랑이도 사납게 으르렁거려도 꾹 참고 몇 날 며칠을 기도하였습니다. 그러자 마침 산신령이 나타나 책자를 하나 주면서 책을 보고 주문을 외우면 호랑이가 된다고 이르고 고라니를 잡아 어머니께 드리라고 합니다.


산신령은 사내에게 두 가지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합니다. 하나는 사람을 괴롭히는 호랑이 세 마리를 죽여야 하고 그 후 고라니 열 마리를 잡아 어머니께 고아드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내는 약속을 지킬 것을 맹세하고 그 책을 받아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날 밤 아내가 잠든 사이에 주문을 외우자 몸이 호랑이로 변하였습니다.


호랑이가 된 사내는 산으로 들어가서 나쁜 호랑이와 싸웁니다. 그리하여 두 마리를 죽이게 되나 마음이 급한 나머지 한 마리는 나중에 잡기로 하고 고라니를 매일 잡아서 어머니께 고아드립니다. 고라니 아홉 마리를 잡아 어머니께 요리해 드렸을 때 어머니의 기력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제 한 마리만 더 고아드리면 어머니는 완쾌될 것이라며 기쁜 마음으로 주문을 외우고 호랑이로 변해 산으로 들어갑니다.


이때 사내의 아내가 이 모습을 지켜보게 됩니다. 놀란 아내는 남편이 보고 외우던 책을 없애면 호랑이로 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아궁이에 넣어 태워버립니다. 돌아온 호랑이 남편은 사실을 알게 되고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가 없게 되자 울면서 산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그러고 며칠 후 산에서 포수의 총소리가 들리고 호랑이의 흔적은 사라지게 됩니다. 대신 그 부근에 호랑이 모양의 바위가 새로 솟아나 있고 그 바위는 자여마을 구씨 사내의 집을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전설, ‘호랑이가 된 사내’는 신이 등장하고 몇 가지 금기를 제시하는 전형적인 전설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설의 일반적인 결말인 비극으로 끝이 납니다. 이런 비극적 구조는 항상 교훈이라는 교육적 가치를 지니고 있지요. 이번 전설텔링은 이 옛날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롭게 꾸며보겠습니다.


…………………………………………………………………………………………………………


“어머니, 산에 나무하러 다녀오겠습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으니 산짐승들이 내려올지 모릅니다. 제가 다녀올 때까지 문단속 단단히 하고 기다리셔야 합니다.”


아들의 인사를 들은 노모는 방문을 열고 걱정스레 바라보았습니다.


“니가 이 에미 때문에 고생이 많구나. 장가 들 나이가 훨씬 지났는데 살림이 이렇다 보니 중매 들어오는 곳도 없고, 에휴~. 너도 조심해서 다녀오너라.”


사내의 이름은 구호성입니다. 구호성은 마을에서 소문이 자자한 효자입니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가 장에 가고 싶다고 하면 지게에 어머니를 얹히고 먼 거리임에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다녀오곤 하였지요. 호성의 그런 효심을 아는지라 마을 사람들은 호성이가 해온 나무를 일부러 사주기도 하곤 했지요.


하지만, 나무만 해다가 파는 것만으로는 노모를 봉양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겨우 끼니를 때울 정도의 보리쌀을 살 정도밖에 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호성은 나무하러 산에 들어가서는 토끼를 잡는 등 사냥도 하였습니다.


호성은 사냥한 토끼를 맛있게 요리하여 어머니 밥상에 올렸습니다. 어머니는 오랜만에 고기를 먹게 되어서인지 아주 맛나게 먹었습니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호성은 매일 토끼 사냥을 해서 어머니께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토끼사냥을 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토끼가 아예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었고 발견한 토끼를 놓치기도 일쑤였습니다. 때로는 토끼를 잡으려다 비탈에서 굴러 다치는 바람에 해놓은 나무마저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머니의 기력은 점점 쇠잔해갔습니다. 호성의 걱정도 점점 커져갔습니다. 호성은 산에서 나무를 하기보다는 사냥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매일 산을 헤매며 다녔지만 사냥이라는 것이 마음먹은 것처럼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토끼를 쫓다가 놓치기 일쑤였고 늑대나 멧돼지를 만나면 오히려 도망을 가야 했습니다. 정말 잡고 싶었던 고라니는 한 번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매번 빈털터리로 돌아오는 호성에게 어머니가 말씀했습니다.


“얘야, 이제 사냥은 그만두거라. 이러다 너마저 어찌 될까 두렵구나. 그냥 예전처럼 나무나 해다 팔고 넌 다시 글공부를 하는 게 좋겠다.”


어머니는 아들이 잘못될까 걱정이 되어 사냥을 그만두게 하려 했지만 호성은 그럴 수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나날이 기력을 잃어가는 어머니를 그대로 두고만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호성은 찬바람이 살을 에는 듯한 추운 날이지만 계곡에 내려가 얼음을 깨고 목욕을 하고서 기도를 하였습니다. 제발 오늘은 고라니 한 마리를 잡게 해달라고 말이죠.


목욕재계한 호성은 대밭에서 튼튼한 대나무 하나를 잘라 끝을 날카롭게 다듬었습니다. 고라니를 발견하면 대창을 던져 잡으려는 계산이었습니다. 산을 오르면서 적당한 크기의 돌도 보이는 대로 주워 어깨에 걸쳐 멘 보자기에 담았습니다.


오전 나절, 이산 저산 여러 산을 돌아다니며 고라니의 흔적을 찾아다녔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싸온 주먹밥으로 간단히 배를 채운 호성은 더욱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맞은 편에서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바짝 긴장한 호성은 몸을 숙였습니다.


눈 쌓인 나무들 사이로 고라니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고라니는 아직 호성이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눈밭을 헤치며 먹이를 찾고 있었습니다. 호성이 살금살금 고라지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뽀드득!”


눈밟히는 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렸는지, 호성이도 멈칫했습니다. 긴장하며 다시 몸을 숙이고 있는데 고라니가 뛰기 시작했습니다. 호성이도 따라서 뛰었습니다. 호성이가 사력을 다해 달렸지만 고라니의 뜀박질을 당할 재간이 없습니다. 호성이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대창을 힘껏 던졌습니다.


해가 어느새 뉘엿뉘엿 서산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호성은 패잔병처럼 힘겹게 걸음을 옮기며 마을 뒷산인 정병산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이렇게 빈손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울컥 눈물이 솟았습니다. 호성은 마음을 달래고자 산 중턱에 있는 바위굴로 들어갔습니다. 이곳은 어려서부터 자주 놀러 왔던 곳이었습니다.


“산신령님께서 계신다면 제 소원 하나를 들어주세요.”


호성은 중얼거리듯 산신령에게 소원을 빌었습니다. 배도 고프고 기력을 너무 소진한 탓에 눈앞이 가물가물해졌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눈앞이 훤해지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조화인가 생각하며 고개를 들어보니 이야기로만 듣던 산신령이 턱 하니 서 있는 것입니다.


“니가 나를 찾았느냐? 그래 너의 소원이 무엇이냐?”

“산신령님, 제 소원은 어머니께 고라니 고기를 맛있게 요리해서 드리는 것입니다. 어머니께서 기력을 찾으실 때까지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저는 어찌 되어도 상관없습니다.”

“효성이 지극한 젊은이구나. 너의 소원을 들어주겠다.”


호성은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산신령의 말에 한없이 기뻤습니다. 그래서 절을 몇 번 하고 있는데 눈앞에 책이 한 권 툭 던져졌습니다. 호성은 고개를 들어 산신령을 쳐다보았습니다.


“산신령님, 이것이 무슨 책입니까?”

“그 책에 쓰인 주문을 읊으면 너는 호랑이로 변신할 것이다. 호랑이로 변해서 고라니를 잡아 어머니께 요리해 드리거라. 고라니 열 마리를 고아 드시면 어머니의 기력은 완전히 회복될 것이다.”

“정말입니까? 어머니께서 기력을 되찾을 수 있단 말이죠? 정말 고맙습니다. 산신령님.”


호성은 몇 번이고 고개를 조아리며 산신령에게 감사를 드렸습니다.


“하지만, 먼저 일러둘 말이 있다. 니가 호랑이로 변신해 고라니를 잡기 전에 사람들을 괴롭히는 호랑이 세 마리를 죽여야 한다. 그리고 그 책은 절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책을 보면서 주문을 외워야만 니가 호랑이로 되었다가 다시 사람으로 되돌아올 수가 있으니 명심하거라.”


그날 밤 호성은 어머니께서 잠이 드신 후에 등잔불을 켜고 산신령이 준 책을 펼쳤습니다. 거기에는 무슨 뜻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글자들이 쓰여 있었습니다. 호성은 한 자 한 자 정성껏 읽어내려 갔습니다.





“우니머니 머니우니, 머니머니 우니우니, 으르으르 으르으렁!”


호성은 깜짝 놀랐습니다. 책에 쓰인 주문 같은 글을 한참 읽어내려가고 있는데 책을 잡고 있던 손이 어느덧 호랑이 손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 손이 갑자기 왜 이렇지?’ 호성은 얼굴을 만져보았습니다. 이미 얼굴도 호랑이로 변해 있었습니다. 산신령님이 주문을 외우면 호랑이로 변신한다고 하였지만, 막상 호랑이가 되고 보니 약간 두려운 마음도 생겼습니다. 호성은 살짝 소리를 내어보았습니다.


“크르르렁~.”


호랑이가 된 호성은 책을 책상 아래에 소중히 놓아두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어스름 달빛이 정병산을 흐릿하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호성은 고라니를 잡기 전에 먼저 못된 호랑이 세 마리를 먼저 죽여야 한다는 산신령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평소 호랑이가 출몰한다는 소문이 있는 비음산으로 달려갔습니다.


비음산 능선에서 바위 사이로 어슬렁거리며 걸어나오고 있는 호랑이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저놈이 툭하면 마을로 내려가 사람들을 해친다는 비음산 호랑이구나! 저놈을 내가 죽여야 우리 어머니가 살 수 있다.’ 그러나 호성은 막상 달려나갈 용기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자신이 호랑이로 되었다고는 하지만 상대는 진짜 호랑이인데 잘못하면 자신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비음산 호랑이는 점점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호성은 두려움 반 갈등 반으로 온몸을 떨었습니다. ‘크렁 크렁…’ 비음산 호랑이가 코를 벌름거렸습니다. 이젠 고민할 여지도 없게 되었습니다. 호성은 심호흡을 크게 하고 바위 위로 솟구치며 비음산 호랑이에게 달려들었습니다.


“크아앙~!”


달빛도 잠자는 듯이 게슴츠레 비추는 오밤중, 비음산에서 싸우는 호랑이 소리가 천지를 울렸습니다. 두 호랑이의 싸움은 새벽까지 계속 되었습니다. 선잠 깬 동네 닭들이 동이 트기 한참 전인데도 꼬꼬댁꼬꼬댁 울어댔습니다. 그러자 동네 개들도 느닷없이 컹컹거리며 온 동네를 시끄럽게 하였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세상은 조용해지고 멀리 빠알간 얼굴을 한 해님이 바다 위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다음 주에 2편으로 이어집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