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299)
돌이끼의 작은생각 (110)
돌이끼의 문화읽기 (477)
다문화·건강가족 얘기 (20)
경남민속·전통 (14)
경남전설텔링 (74)
미디어 웜홀 (142)
돌이끼의 영화관람 (21)
눈에 띄는 한마디 (8)
이책 읽어보세요 (76)
여기저기 다녀보니 (92)
직사각형 속 세상 (92)
지게차 도전기 (24)
지게차 취업 후기 (13)
헤르테 몽골 (35)
돌이끼의 육아일기 (57)
몽골줌마 한국생활 (15)
국궁(활쏘기)수련기 (16)
Total
Today
Yesterday
11-28 00:02

'전체 글'에 해당되는 글 1299건

  1. 2014.03.27 (전설텔링)꽃처럼 바람처럼(4)
  2. 2014.03.19 (전설텔링)꽃처럼 바람처럼(3)
  3. 2014.03.12 (전설텔링)꽃처럼 바람처럼(2)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지난줄거리) 임진왜란이 시작되던 1592년 단옷날 시락마을 사람들은 모내기를 끝내고 이웃 어신마을과 공동으로 씨름대회를 벌입니다. 불량배 천동석은 강신우에게 씨름에 지자 밤에 흉기를 휘둘러 앙갚음을 합니다.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왜군이 마을에 쳐들어오고 모두 몸을 피합니다. 강신우는 치료가 끝나는 대로 동생과 처남인 해원을 데리고 산으로 피신하고 여기서 이미 숨어있던 촌장을 비롯한 마을 사람을 만납니다. 강신우는 마을사람을 중심으로 의병을 구성하고 왜군의 진지에 침입해 무기를 탈취하고 잡혀 있는 마을사람들을 구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훔친 무기로 왜군과 일전을 벌이기 직전 천동석이 나타나 무기를 달라 하고 거절당하자 천동석은 왜장에게 강신우와 의병들의 은거지를 고자질합니다. 전투 끝에 마을사람 대부분은 사망하게 되고 강신우는 사로잡히게 됩니다. 왜장은 강신우를 죽이기 아깝다고 여기지만 천동석은 당장 죽여야 한다고 강변합니다. 왜장은 서로 대결하라는 제의를 하지만 천동석은 강신우에게 당할 게 두려워 묶여있을 때 서둘러 칼을 내리쳐 목숨을 빼앗습니다. 이 모습을 본 강신우의 동생 강화선과 최해원은 소리죽여 통곡을 합니다.


두 사람은 왜군의 눈을 피해 바닷가 암굴에 몸을 숨깁니다. 마침 조선의 해군이 마을에 당도하여 전투를 벌입니다. 왜군은 풍비박산이 되었는데 어둠이 내리는 때에 뭔가 강화선과 최해원이 숨어 있는 암굴로 다가옵니다. 그런데 그 배에서 오빠를 죽인 원수, 천동석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


화선과 해원은 너무 긴장되어 오금이 저렸습니다. 암굴 속은 겨우 두세 사람 정도 부대껴 숨을 수 있는 곳인데 지금 어디 다른 곳으로 피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꼼짝없이 들켜 죽음을 면치 못할 판입니다.


“제가 먼저 내려가 보겠습니다.”


천동석이 말하자 왜장이 제지를 하며 말하였습니다.


“아니다. 내가 볼 것이다.”


왜장이 배에서 뛰어내렸습니다. 그때 멀리서 날아온 포탄이 왜군의 배 옆에 떨어졌습니다. 조선군이 왜군의 도주를 발견했던 것입니다.


“장군! 들킨 것 같습니다. 조선군이 쫓아오기 전에 어서 피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서 배로 오르시지요.”


왜군 병사 하나가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왜군 장수는 잠시 멈칫하는가 싶더니 다시 암굴 쪽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암굴 속에 있던 해원과 화선은 더욱 긴장되어 서로 꼭 껴안았습니다. 두 사람의 온몸에는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딱!”


암굴 속으로 주먹 만한 돌이 날아 들어왔습니다.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비명을 질렀습니다.


“읍!”


그 소리가 암굴 밖으로 새어나가 버렸습니다. 왜장은 배에 있는 부하들에게 신호를 하였습니다. 왜군 네 명과 천동석이 칼을 뽑으면서 배에서 뛰어내렸습니다.


“저 굴 속에 누군가 있는 듯하다. 확인하라.”


왜군들은 왜장의 명령에 따라 조심스럽게 암굴로 다가갔습니다. 암굴 속에 있던 해원과 화선이 왜군들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장군, 안에 무장하지 않은 조선사람 두 명이 숨어 있습니다. 끌어낼까요?”


왜장이 신호를 하자 병사들이 암굴 가까이 다가가 창을 겨누었습니다.


“어서 나와!”


암굴에서 해원과 화선이 모습을 드러내자 천동석이 먼저 깜짝 놀랍니다.


“장군, 이놈들은 어제 제 손에 죽은 강신우의 동생과 친구입니다. 바로 처치하고 어서 떠나시지요.”


왜장은 강화선을 유심히 쳐다보았습니다. 여자는 죽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자는 처리하고 여자는 배에 태워라!”


“예, 장군!”


왜군 병사들이 꼭 껴안은 두 사람을 완력으로 떼어놓았습니다.


“여보!”


두 사람은 서로 손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습니다.


“이놈들! 차라리 나를 죽여라!”


화선이 소리쳤습니다.


“눈물겨운 장면이구먼.”


천동석이 이죽거리며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습니다.


“오빠의 원수, 민족의 배신자! 넌 내 손에 죽고 말 것이다!”


화선은 천동석을 노려보았습니다. 해원도 천동석을 향해 한마디 하였습니다. 해원의 목소리는 오히려 차분했습니다.


“아주 사적인 감정 때문에 너는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구나. 민족과 역사 앞에서 너는 죄인이 된 것이다. 너 때문에 돌아가신 마을 어르신들과 아주머니, 그리고 친구들과 동생들을 죽어서 어떻게 보려고 그러느냐? 정신 차리거라, 천동석!”


“이, 이….”


천동석이 칼을 높이 들고 머뭇거리고 있을 때 왜군 하나가 해원의 가슴을 긴 창으로 찔렀습니다. 해원은 앞으로 꼬꾸라졌습니다.


“여보, 부디 내 몫까지 살아주오.”


“여보, 여보!”


화선은 발버둥을 쳤습니다. 그러나 왜군들은 화선을 꼭 붙잡고 꼼짝도 못하게 하였습니다. 천동석이 머뭇거리다 다시 칼을 집어넣고 배에 올랐습니다. 왜군들은 화선을 먼저 배에 올리고 올라탔습니다.


“빨리 노를 젓도록 하라!”


흐린 날씨인데다 어둠이 짙어 조선군은 더 추격하지 못하고 돌아갔습니다. 추격을 따돌리고 한숨 돌린 왜장은 화선이 묶여 있는 선실로 들어갔습니다.


“어서 이것을 풀지 못하겠느냐? 내 오빠와 남편을 따라갈 것이다.”


굵은 밧줄로 묶여 있는 손목에 피가 흐르는 데도 화선은 계속 몸을 움직였습니다. 왜장은 화선에게 가까이 갔습니다. 위급할 때 인질로 이용하려고 배에 태웠지만 혼자 선실에 들어와 여자를 보니 엉큼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화선은 왜장이 가까이 오자 발버둥을 치며 물리쳤습니다. 왜장도 화선을 어르고 달래기도 하며 때론 협박도 하면서 화선을 품으려 했지만 화선은 있는 힘을 다해 왜장의 근접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이년이 지독하구나. 아무것도 먹지 않고 그렇게 발버둥치며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왜장은 결국 포기하고 돌아갔습니다. 그러고는 아무도 화선이 있는 선실 구석으로는 오지 않았습니다. 밤이 깊어갔습니다. 선실 곳곳에서 왜군들은 기대거나 누운 채 잠이 들었습니다. 화선은 잠이 든 사이에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바짝 긴장하고서 손목을 감은 밧줄을 움직여 조금씩 느슨하게 만들어갔습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지 배가 많이 흔들렸습니다. 파도가 제법 높게 치나 봅니다. 그때 잠자던 왜군의 칼집에서 짧은 칼이 화선에게 미끄러져 왔습니다. 화선은 얼른 발로 그 칼을 끌어당겼습니다. 몸을 돌려 칼을 손에 쥐었습니다.


“뚝!”


화선의 손목을 묶었던 굵은 밧줄이 끊어졌습니다. 그때부터 화선은 그 칼을 이용해 배의 밑바닥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왜군들은 얼마나 피곤했던지 파도가 이렇게 치는 데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한 식경, 두 식경….


섬섬옥수 고왔던 화선의 손은 어느새 물집이 잡혔고 바닥을 파낼 때마다 손은 부르르 떨렸습니다. 그렇게 쉴새 없이 칼로 배의 바닥을 파내자 드디어 작은 구멍이 뚫렸습니다. 뚫린 구멍으로 칼을 집어넣어 더 틈을 벌렸습니다. 그랬더니 바닷물이 세차게 들어왔습니다. 물은 점점 차올랐습니다.


“배가, 배가 가라앉는다!”


선실에서 자던 왜군 하나가 몸이 물에 잠기자 벌떡 일어나 소리쳤습니다. 그 소리에 다른 왜군들도 잠에서 깨어나 우왕좌왕하였습니다. 왜장이 선실로 내려왔다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배가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헤엄을 쳐서 가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화선이 선실 밖으로 나왔습니다. 왜군 일부는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고 또 몇몇은 배를 붙잡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화선은 뱃머리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네~ 이년!”


천동석이 화선을 발견하고는 칼을 뽑고 달려오다 미끄러져 바다에 빠졌습니다. 천동석은 물속에서도 칼을 휘두르며 뭐라고 고함을 쳤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그러다 몇 번 물 밖으로 꼬르륵거리며 고개를 내민 후엔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왜군 병사 하나가 화선을 잡으려고 기울어진 배를 타고 기어올라 왔습니다. 화선은 이미 뱃머리 끝에 서 있었습니다.


“오빠! 천동석과 왜군에게 복수를 했어요. 여보! 당신을 따라가겠어요.”


화선은 어둠 속에서 연꽃처럼 몸을 던져 바닷속으로 뛰어내렸습니다. 뒤이어 배도 물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던 왜군들도 해가 빨간 모습으로 떠오르기 전에 모두 물속으로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들은 시락마을의 왜군을 물리치고 다시 함대를 돌려 당항포로 돌아갔습니다. 하늘은 유난히 푸른 색채를 띠고 있습니다. ‘끼룩끼룩’ 갈매기 소리도 들립니다. ‘~’ 하는 파도 소리가 귀에 생생합니다.


“그래, 꽃처럼 바람처럼 살면 되는 거야.”


화선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렇게 살아난 것, 화선은 하늘이 다시 준 생명이라 생각하였습니다. 화선은 집으로 돌아와 남자 복장으로 옷을 갈아입고 어릴 때부터 오빠에게 무술을 가르쳐줬던 스승이 있는 산으로 향했습니다. ()


[관련기사]


(전설텔링)꽃처럼 바람처럼(1)

(전설텔링)꽃처럼 바람처럼(2)

(전설텔링)꽃처럼 바람처럼(3)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지난 줄거리) 조선 중기 1592년 단옷날. 시락마을 사람들은 모내기를 끝내고 이웃 어신마을 사람들과 함께 단오 축제를 벌입니다. 시락마을의 강신우는 씨름대회에서 이웃마을의 천동석을 꺾고 우승을 합니다. 천동석은 강신우에게 진 것이 분해 그날 밤 술을 먹고 주막을 나서는 때를 틈타 상해를 입힙니다. 이때 왜군이 마을에 침입하면서 조총을 쏘아댑니다. 겁을 먹은 천동석 일행은 산속으로 숨고 강신우는 친구 최해원의 부축을 받아 동생의 집으로 갑니다. 친구이자 매제인 최해원이 의원을 불러와 치료를 하고 다음날 새벽 산속으로 대피합니다.


산에서 이미 대피해 있는 촌장과 마을 사람 몇몇을 만난 강신우는 왜군에 잡혀 있는 사람들을 탈출시킬 계획을 짭니다. 이때 천동석 패거리가 나타나 비아냥거립니다. 야음을 틈타 집에 있는 농기구 중에서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챙기고 왜군의 무기창고를 텁니다. 가지고 가지 못하는 무기는 우물 속에 빠트립니다. 다음날 아침 무기고가 털렸다는 사실을 보고받은 왜장 요시다는 경비병들을 문초하고 노발대발합니다. 왜군들은 강신우와 마을 사람들이 매복해 있는 곳으로 수색해 올라옵니다. 강신우의 공격 명령에 따라 마을 사람들은 전광석화와 같이 처치합니다. 그 와중에 왜군 한 명이 쓰러지면서 총소리를 냅니다. 총소리를 듣고 왜군들이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


“강 대장, 왜놈들이 너무 많이 몰려오는데? 일단 피하는 게 좋겠어.”


마을 사람들은 강신우를 강 대장이라고 불렀습니다. 왜군 무기고를 털고 왜군에 맞서 싸우면서 강신우의 지도력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예, 그러는 게 좋겠습니다.”


적의 움직임을 잠시 관찰한 강신우는 사람들에게 손짓을 합니다. 강신우 일행은 적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몸을 숙여 일사불란하게 산속 비밀 기지로 돌아옵니다. 왜장 요시다는 자신의 부하들이 칼에 맞아 죽어있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분노에 차서 소리칩니다.


“너희들 모두 내 손에 죽고 말 것이다!”


요시다는 부하들을 불러모았습니다.


“이 산을 이 잡듯 샅샅이 뒤져라. 한 놈도 놓쳐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숨어있는 비밀기지는 어지간해서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기 때문에 왜군들이 오전 내내 온산을 뒤졌는데도 강신우 일행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비밀기지에선 강신우가 마을 사람들에게 무기를 다루는 법과 오늘 밤의 작전에 대해 설명하였습니다.


“강 대장, 오늘 날씨로 보아 밤에는 강한 비가 내릴 것 같소. 비 때문에 경계가 허술한 틈을 타서 사람들을 구해냅시다.”


마을 사람의 말에 최해원도 동의하고 나섰습니다.


“나도 오늘 밤이 적기라고 생각하네. 왜놈들은 온종일 우리를 찾느라고 심신이 피로한 데다가 비가 많이 내려준다면 우리의 움직임이 발각되더라도 조총을 쏠 수 없으니 싸워볼 만하다고 생각하네.”


강신우는 잠깐 고민을 하였습니다.


“좋습니다. 오늘밤 특공대를 꾸려 마을 사람들을 구하러 갑시다.”


“여어~. 이 사람들이 무슨 작당을 하고 있는 겐가? 보아하니 왜군들의 무기를 많이도 훔쳤군. 우리에게도 칼 몇 자루 주면 안 될까?”


얼마 전 이곳을 떠났던 천동석 일행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최해원과 마을 사람들은 천동석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벌떡 일어나며 칼을 뽑으려 했습니다.


“그만두세요.”


강신우가 마을 사람들을 말렸습니다.


“자네도 오늘 밤 왜군진지에 잡혀 있는 마을 사람들을 구하러 가는 데 동참할 텐가?”


강신우가 구출작전에 합류할 의사를 묻자 천동석은 심드렁하게 대답했습니다.


“자네가 의병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데 난 그딴 어리석은 일에 목숨 걸 생각 없거든. 내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있는 무기 좀 나눠달라는데 목숨을 걸라니 이런 거래가 온당하다고 보는가, 자넨?”


천동석은 히죽히죽 웃으면서 무기를 들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둘러보았습니다.


“군사훈련을 제대로 받지도 않은 사람들이 군인을 상대로 싸운다? 용기가 참 대단하셔.”


“여보게, 천동석이. 산 아래 왜군 진지에는 자네 마을 사람들도 많이 잡혀 있어. 내일이면 모두 어찌 될지도 모르는데 자넨 걱정이 되지도 않는가?”


“걱정은 무슨. ,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어딜 봐서 자네 밑에 들어가서 부하 노릇이나 하는 분으로 보이느냐 이 말이야. 자네가 내 밑에 있으면 몰라도. 하하하.”


천동석의 이 말에 마을 사람 서넛이 화를 버럭 냈습니다.


“아니, 저런 경우 없는 놈을 봤나!”


“뭐 그건 그렇고. 죽으면서 가져갈 것도 아닐 텐데 남는 무기나 좀 나눠주지?”


“안 되오. 강 대장. 이놈에게 절대 무기를 줘선 안 되오. 오히려 우리에게 칼을 겨눌지도 모르는 놈이잖소.”


강신우 역시 천동석의 비겁하고 야비한 품성을 알고 있기에 무기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천동석을 무기로 위협해 비밀기지에서 쫓아냈습니다. 천동석은 쫓겨나면서 강신우와 마을 사람들에게 온갖 악담을 퍼부었습니다.


“오늘 밤 거사를 위해 잠시 눈이라도 좀 붙입시다.”


강신우는 네 사람만 경계를 서게 하고 특공대에 합류한 다른 사람들은 쉬게 하였습니다. 그렇게 서너 시간 지났을까, 경계를 맡은 사람들이 급하게 들어오면서 소리를 쳤습니다.


“강 대장, 큰일이오. 왜군들이 다시 몰려오고 있소. 천동석이 그놈이 맨 앞장을 서서 오는 것을 보니 그놈이 일러바친 게 틀림없소.”


“뭐? 천동석이, 이 인간 아무리 막나가는 놈이라 해도 동족을 배신할 줄은 몰랐네.”


마을 사람들은 천동석의 배신에 치를 떨었습니다.


“자, 지금 천동석을 원망할 겨를이 없습니다. 목숨을 다해 싸워 우리 가족을 위해 우리 마을을 지켜냅시다.”


“싸우자! 싸우자!”


마을 사람들, 아니 의병들의 결기는 온 산을 울렸습니다. 왜군이 비밀기지에까지 올라왔습니다. 강신우는 이런 때에 활이 있었으면 하고 아쉬워했습니다. 왜군이 근접하자 강신우와 의병들은 일제히 돌을 던지며 항전하였습니다. 왜군들은 의병들을 향해 조총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의병 몇몇이 조총에 맞아 쓰러졌습니다. 왜군들이 조총에 다시 장전하는 틈을 타서 강신우는 공격신호를 내렸습니다.


“와!”


강신우와 의병들은 아무리 가족을 지키고 마을을 지키려는 의기가 강했어도 정규 군사훈련을 받지 않아 왜군과의 대결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군에게는 천동석과 그 패거리까지 가세해 동족인 조선 사람을 향해 무기를 휘두르니 당해낼 재간이 없었습니다. 결국, 강신우는 왜장 요시다 앞에 무릎을 꿇게 되었습니다.


“네놈이 감히 겁도 없이 우리에게 도전을 한 놈이냐?”


왜장 요시다는 강신우의 턱을 들어 올렸습니다.


“흠, 나이는 많아 보이지 않는데 일개 농사꾼 주제에 군인을 상대로 싸울 생각을 하다니 그 의기는 가상하구나.”


요시다는 일어서서 뒤쪽 바위 위로 올라가 뒤돌아서서는 병사들에게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죽이기 아까운 놈이다. 끌고 가라.”


“안 됩니다. 이놈을 살려뒀다간 분명히 후회할 일이 생깁니다. 이 자리에서 반드시 처치해야 합니다. 장군!”





천동석이 왜장에게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요시다도 이런 전쟁 와중에 제 편이 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의병을 끌고 다니는 것도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면서 요시다는 천동석에게 넌지시 물었습니다.


“너는 이자와 같은 조선사람이 아니냐? 그런데 왜 이자를 못 죽여 안달이 났느냐?”


강신우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던 천동석이 왜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습니다.


“이런 녀석은 잘난 체하다 주변의 사람을 다치게 하는 놈이지요. 실력도 없는 놈이 거들먹거리고 다니는 게 영 꼴사납습니다. 어서 죽이라고 명을 내려주십시오.”


천동석의 말을 모두 들은 왜장 요시다는 천동석의 실력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다 싶어 강신우와 천동석, 두 사람에게 제의를 했습니다.


“둘 중에 누가 실력이 좋은지 궁금하구나. 두 사람이 맞붙어 보겠느냐?”


왜장의 이 말에 천동석이 깜짝 놀라 뒷걸음을 쳤습니다. 실력으로 하면 자신이 강신우에겐 발끝에도 따라가지 못함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씨름판하고는 다른, 자칫 잘못되면 목숨을 잃는 수도 있는 싸움이어서 그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죽을 이놈과 싸워서 제게 득이 되는 게 없는데 뭐하러 싸우겠습니까? 이놈의 목숨은 제가 거두게 해주십시오. 장군.”


“천동석 이놈 듣거라. 너와 아무런 원한을 진 일이 없는 마을 사람을 이렇게도 많이 죽게 하고 민족을 배신한 죄의 대가는 머지않아 분명히 치르게 될 것이다. 부디 네놈이 눈을 감기 전에라도 먼저 간 사람들에게 속죄할 기회가 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강신우의 말에 천동석은 더 흥분하였습니다. 강신우의 목에 겨눈 칼끝이 부르르 떨렸습니다.


“이 자식이!”


강신우에 대한 열등감과 적개심에 이성을 잃은 천동석은 칼을 높이 들었다가 바로 내리쳤습니다. 왜군들이 말릴 새도 없었습니다. 왜장 요시다 역시 손을 쓸 틈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대해 망연자실할 정도였습니다.


‘흠, 이 조선 녀석 잘만 이용하면 꽤 쓸모가 있겠는걸.’


왜장 요시다는 그렇게 생각하고 병사들에게 철수를 명했습니다. 왜군의 뒤를 따라가면서도 천동석은 숨어있는 강신우 일행이 없나 유심히 살폈습니다.


왜군이 다 사라진 것을 확인한 최해원과 강화선은 그제야 풀숲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미 두 사람의 얼굴에는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화선은 신우를 끌어안고 통곡을 하였습니다. 해원도 화선과 신우를 안고 소리없이 흐느꼈습니다.


신우의 얼굴은 오히려 편안해 보였습니다. 툭툭. 그 얼굴 위로 빗방울이 떨어졌습니다. 한 식경 넘게 두 사람은 신우를 끌어안고 그렇게 슬퍼했습니다. 빗방울은 점차 굵어졌습니다. 두 사람은 농기구로 땅을 파서 전사한 마을 사람들을 모두 묻어주었습니다.


어느덧 아침이 되었고 비는 멎었습니다. 화선과 해원은 왜군에게 잡혀 있는 사람 중에 살아서 가족을 찾을 것을 대비해 무덤 앞에 나무를 박고 전사한 이의 이름을 적어두었습니다.


“여보, 갑시다. 천동석이 우릴 잡으려고 이곳에 또 올지 모르니 여길 떠나는 게 좋겠소.”


두 사람은 동쪽으로 계속 걸어갔습니다. 안전하게 숨을 곳이 필요했습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두어 시간 걸었나 봅니다. 두 사람은 절벽 아래 바닷가에서 작은 암굴을 발견했습니다. 두 사람이 숨어지내기에 적당한 것이었습니다.


그때 멀리서 대포를 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시락마을 앞에 조선 수군의 것으로 보이는 배들이 모여 있습니다.


“여보, 우리 수군이오. 이제 우리 살았소.”


해원은 화선을 꼭 껴안았습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났습니다. 날이 어둑해졌습니다. 싸움이 일어나는 쪽을 주시하고 있던 해원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안쪽을 바짝 들어가세요. 뭔가 이쪽으로 오고 있소.”


달빛에 비친 그것은 일본의 배였습니다. 아마도 조선군에게 패퇴하여 도망치는 왜군일 것이라는 생각에 두 사람은 마음을 졸였습니다. 왜군의 배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해안을 따라 배를 몰아 오는 것을 보면 그들도 어디 숨을 곳을 찾고 있는 지 모릅니다. 왜군의 배가 암굴 앞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멈추었습니다.


해원이 고개를 살짝 내밀어 보니 달빛에 왜장과 천동석의 모습이 실루엣으로 비쳤습니다.


‘저놈들이 가지 않고 왜 저기 서 있는 거야?’


배가 암굴 쪽으로 서서히 다가왔습니다. 해원과 화선은 속이 탔습니다. 들킨 것인가? 이를 어쩌면 좋은가? 배에서 천동석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장군, 저기 절벽 아래 굴이 보입니다. 일단 조선 수군이 철수할 때까지 피신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왜군의 배가 암굴 바로 앞에까지 도착했습니다.


다음 주 4편이 계속됩니다.


[관련기사]

(전설텔링)꽃처럼 바람처럼(1)

(전설텔링)꽃처럼 바람처럼(2)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미루다 일을 시작하니 집중도가 급강한다. 글이란 거. 정말 쓰기 싫을 때는 한 페이지 써내려가는데 무려 세 시간이 족히 걸릴 때도 있다. 아무리 줄거리 정해놓고 플롯 다 짜놓아도 소용이 없다. 보폭을 크게 해도 마찬가지고 작게 해도 매한가지다. 그럴 땐 잠시 쉬었다 가는 게 상책인데... 쉴 틈이 없다는 게 어찌 게으런 놈의 핑계같아서 그러지도 못하고... 쥐어짜다 보니 돌아보기 부끄러운 발자국만 남겼다. 


(전편 줄거리) 조선 중기 시락마을은 평화스럽습니다. 마을사람들이 모두 논에 나와 농요를 부르면서 모를 심습니다. 점심참이 왔을 때 주인공 강신우는 촌장에게 이번 단오씨름대회는 이웃 어신마을과 공동으로 열자는 제의를 합니다. 촌장도 마을 대항으로 단옷날을 즐기는 것도 좋겠다는 판단에 어신마을에 기별을 넣습니다.


단옷날, 여자들은 그네뛰기를 하고 남자들은 씨름대회에 참여하였습니다. 이 씨름대회에는 어신마을 출신 천동석이 참여했습니다. 그는 몇몇 패거리를 이끌고 장터를 돌아다니며 못된 짓을 일삼는 건달패의 우두머리입니다. 천동석은 불리하다 싶으면 비열한 수법도 얼마든지 쓰는 야비한 사람입니다.


강신우는 결승에서 1승을 거둔 후 두 번째 판에서 눈에 모래를 뿌려 반칙을 한 천동석에게 패하게 됩니다. 마지막 판에서 강신우는 천동석을 번쩍 들었다가 내동댕이칩니다. 천동석이 강신우에게 비참하게 패하자 앙심을 품고 그날 밤,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강신우를 흉기로 찌르며 공격합니다. 함께 술을 마신 친구이자 동생의 남편인 최해원까지 폭행하려는 순간 ‘땅땅’하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


“땅! 따당! !”


갑자기 들려오는 기분 나쁜 소리에 흉기를 들고 해원을 공격하려던 천동석의 똘마니가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천동석을 돌아봅니다.


“형님, 이게 무슨 소리요?”

“난들 아나. 분위기가 심상찮으니 일단 여길 뜨자.”


천동석 패거리는 뒷산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신우도 처음 듣는 소리여서 불안해졌습니다.


“여보게 신우, 우리도 여기에 있다간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겠어. 일단 집으로 가세.”


해원은 자신보다 훨씬 덩치가 큰 신우의 팔을 어깨에 걸고 부축을 했습니다.


“이거 순식간에 처지가 바뀌었네, 그려. 허허허. 자네 이제 술이 다 깬 모양이군.”

“배에서 붉은 샘이 흐르는데 자넨 입에서 농담이 나오나?”


신우와 해원이 집에 도착했을 때 화선이 사립문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화선 역시 날카롭고 섬뜩한 소리에 오빠와 남편이 무사한지 걱정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제 오세요?”


그렇게 말을 꺼내면서도 화선은 남편이 오빠에게 부축 당한 게 아니라 오빠가 남편의 부축을 받은 게 이상하다 여겼습니다.


“어찌 이번엔 오라버니 혼자 술을 마셨수?”

“여보, 그게 아니라….”

“아이구, 오라버니 이게 웬일이우? 어쩌다?”

“별것 아니다.”

“일단 방으로 들어갑시다.”


해원은 아내에게 물과 소독할 것을 준비하라 하고 신우를 부축해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잠시 누워있게. 퍼뜩 의원을 불러옴세.”

“괜찮아. 지혈하고 조금 있으면….”

“무슨 소리야?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구.”


해원은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마침 화선이 물을 대야에 담아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여보, 의원을 불러올 테니 잠깐 오빠를 간호하고 있어요.”

“마을 공터 쪽에 분위기가 심상찮던데,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해원은 마을 뒤쪽으로 돌아 의원을 찾아갔습니다. 씨름판이 벌어졌던 마을 공터에선 외부인들로 보이는 그림자들이 웅성거렸습니다. 해원은 무슨 일인가 궁금했지만 그렇다고 지금 공터로 갈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보오, 의원 계신가?”


해원은 목소리를 낮춰 의원을 불렀습니다. 안에서 기척이 없습니다. 해원은 속이 탔습니다. 혹시 의원에게 무슨 변고라도 생기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보시게. 이보시게. 의원! 안에 안 계신가?”

“무슨 일이시오?”


의원이 대문을 배꼼 열고 내다봤습니다.


“큰일 났네. 강신우 알지? 그 친구가 칼에 맞았네. 얼른 치료 준비해서 같이 좀 가주시게.”


의원은 주춤했습니다.


“지금 우리 마을에 왜놈들이 쳐들어왔다 하오. 돌아다니다 잡히면 죽은 목숨이오.”

“그래도 어쩌겠는가? 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신우가 어찌 될지 모르는데…. 그러지 말고 좀 따라오시게.”

“아이 참.”


의원은 머뭇거리면서도 치료도구와 약재를 챙겨 해원을 따라나섰습니다. 두 사람은 몸을 숙여 주변 동정을 살피면서 이동하였습니다. 다행히 왜군들은 공터에서 군막을 설치하는지 바쁘게 움직이고 집들이 모여있는 산 아래쪽으로는 오지 않았습니다. 겨우 해원의 집에 도착한 의원은 신우를 치료했습니다.


의원에게서 마을에 왜군들이 쳐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신우는 깊이 고민했습니다. 왜군들이 어두운 밤을 타서 상륙했다면 분명히 날이 샐 때까진 크게 소란을 벌이지는 않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치료가 끝나자 신우는 의원에게 말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을 공터에 진을 진 녀석들이 분명히 왜놈들이라면 내일 아침 이 동네를 쑥대밭으로 만들게 분명합니다. 내일 새벽닭이 울기 전에 뒷산으로 가서 몸을 숨기세요.”


다음날 아침이 되었습니다. 신우는 일찍부터 왜군들이 집집이 돌아다니며 식량과 먹을 만한 것들을 빼앗아갔습니다. 그러더니 또 한 무리가 마을을 돌면서 일을 할만한 남정네와 아낙들을 끌고 갔습니다. 왜군들은 그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칼을 휘둘러 죽거나 다치게 하고 먹을 만한 것을 챙겨서는 집을 불태우기도 하였습니다.


새벽부터 산 속에 대피해 있던 신우와 화선, 해원은 왜군들의 움직임을 관찰했습니다. 왜군들은 이곳에 진지를 구축하고 조선 침략의 교두보로 삼을 모양입니다.


“이 사실을 관아에 알려야겠어. 이 보게 해원, 좀 더 안전한 곳에서 몸을 숨기고 있게. 난 어서 관아에 갔다 오겠네.”

“무슨 소린가? 그 몸을 하고서. 내가 다녀옴세.”


해원은 말이 떨어지자 무섭게 뒷산을 넘을 요량으로 능선으로 향했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해원은 산 속에 대피해있던 촌장과 마을 사람 몇몇을 만났습니다.


“아, 해원이 아닌가? 자네도 일찍 마을을 빠져나왔구먼. 다행이네. 얼마 전 부산포로 쳐들어온 왜군들이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가는 모양이야. 그런데 어딜 가는가?”

“진해 관아에 이 사실을 알려야지요.”


해원이 다급하게 말하자 촌장이 말렸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군에서 벌써 이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네. 아침 일찍 봉화를 띄웠으니 곧 수군과 육군이 이곳으로 들이닥칠 게야.”


촌장과 일행, 해원은 신우 남매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이들은 마을에 있는 왜군들을 다시 관찰하고 산속에 숨을 만한 곳으로 갔습니다. 이곳에는 어신마을 사람들도 왜군을 피해 숨어들어와 있었습니다.


“일단 여기 숨어지내면서 상황을 살펴보세.”


촌장은 뒤를 따르는 신우와 일행에게 말했습니다. 언제 조선군이 마을에 올지 알 수는 없었습니다. 왜군들에게 잡혀 있는 마을 사람들을 빨리 구하지 않으면 어찌 될지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촌장님, 오늘 밤 왜군들이 잠든 틈을 타서 사람들을 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렇게 놔뒀다간 우리 군이 오게 되면 모두 살해할 게 뻔합니다.”


당장 저 자신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신우로선 말은 그렇게 하지만 갑갑하기만 하였습니다.


“저 많은 마을 사람들을 어떻게 구한단 말이냐? 돼지처럼 같지도 않은 소리로 꿀꿀대지 말고 그냥 왜군들한테 손들고 가는 게 어때?”


신우는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천동석이 히죽거리며 서 있었습니다.


“아니, 저 녀석이!”


해원이 먼저 화를 내며 일어섰습니다. 그러자 바로 신우가 해원을 말렸습니다.


“참게. 복수는 언제든 해도 돼.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아.”


신우는 천동석을 향해 돌아보며 말을 꺼냈습니다.


“자네는 왜군에게 손들 들고 투항할 생각이 있는가?”

“무슨 소리야? 내가 왜?”

“자네 마을 사람들도 왜군들에게 많이 잡혀 있을 텐데 구해야 하지 않겠나?”

“제 몸도 제대로 간수 못 하는 놈이 남 걱정은.”


신우는 천동석이 마을 사람들을 구하려는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다는 것을 눈치 챘습니다.


“도울 생각이 없거든 자네 살길 찾아서 가게. 우리 일에 방해 말고.”

“흥, 목숨이 여러 개라도 되나 보네. 의기 내세워 허튼짓하다 다친 놈 여럿 봤다. 어리석은 놈.”


신우의 말에 천동석은 콧방귀를 뀌며 다른 곳으로 패거리들을 이끌고 갔습니다.


“저런, 천하에 나쁜 놈!”


해원과 화선은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신우는 촌장을 비롯한 여러 마을 사람들과 의논한 끝에 오늘 밤 왜군 진지로 정탐을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을 구하려면 만약을 대비해 낫이든 괭이든 무기가 될 만한 농기구들을 챙겨야 할 필요성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밤이 되어 신우를 비롯한 몇몇 마을 사람들이 마을로 내려갔습니다. 나무 뒤에 숨어 왜군들의 동태를 살펴보았습니다. 막사와 몇몇 집 앞에 경비를 서 있는 것으로 보아 그곳에 왜군 장수가 기거하거나 아니면 식량을 모아두었을 것이 분명하였습니다.


신우 일행은 마을 사람들이 갇혀 있을 만한 장소와 왜군들의 경비 교대시간 등을 살핀 다음 무기가 될 만한 각종 농기구를 챙겨 산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밤, 신우는 몇몇 몸이 날쌘 마을 동생들을 뽑아서 왜군 진지로 다가갔습니다. 왜군의 무기고를 털 계획입니다. 무기고 앞에는 왜군 두 명이 보초를 서 있었습니다. 신우와 다른 한 명이 날쌔게 왜군의 등 뒤로 다가가 소리없이 처치하였습니다.


무기고 안에는 조총과 칼, 창 등 다양한 무기들이 있었습니다. 신우 일행은 무기를 들 수 있는 만큼 챙기고 나머지는 모두 마을 우물 속에 빠트렸습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왜군 진지에서는 큰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신우는 마을 뒤편까지 내려와 소란스런 왜군들의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이 바보 같은 놈들. 그렇게 많은 무기가 사라졌는데도 못 알아차리다니 어젯밤 보초 선 놈들 모두 집합해!”


왜군 장수 요시다 기요마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부하들을 있는 대로 발로 차고 채찍을 휘둘렀습니다.


“마을 사람 중에 분명히 산 속으로 숨어 들어간 놈들의 짓일 것이다. 수색대를 꾸려 우리의 무기를 훔쳐간 놈들을 모조리 잡아들여라.”

“옛, 장군!”


왜군들은 장군의 말이 떨어지자 무장을 하고 마을 집들을 모두 뒤지고는 뒷산으로 향했습니다. 신우 일행이 매복해 있는 곳으로 왜군 10여 명이 길을 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왜군의 모습은 바짝 긴장한 모습이었습니다. 한 번도 전쟁을 해본 적이 없던 신우와 마을 사람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왜군을 물리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판이니 신우 일행은 오히려 비장한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왜군들이 점점 가까이 오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이때입니다. 신우가 공격 신호를 내렸습니다.


“쳐라!”


왜군의 창과 칼을 들고 있던 마을 사람들은 신우의 신호에 따라 일제히 모습을 드러내며 왜군을 공격했습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왜군도 미처 방어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땅!”


칼에 맞아 쓰러지던 왜군 한 명이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총소리는 온 산을 뒤흔들었습니다. 다행히 총에 맞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신우와 마을 사람들은 왜군이 가지고 있던 무기들을 챙겼습니다. 어느샌가 산 아래쪽에는 왜군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다음주 3편이 계속됩니다.)


[관련기사]

(전설텔링)꽃처럼 바람처럼(1)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