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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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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텔링)이무기와 처녀 제물(3)

하동군 북천면과 진교면 사이 이명산에 얽힌 전설



(지난 줄거리)하동군 북천면 지금은 이명산으로 이름이 바뀐 동경산 아래 한 마을에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눈이 멀어진다거나 귀가 멀어진다거나 이러저러한 질병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무당은 이것이 동경산 꼭대기에 사는 이무기의 소행으로 처녀 제물을 바치고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마을 사람들에게 이릅니다. 사람들은 하는 수없이 제비뽑기로 제물이 될 처녀를 정하는데 이 서방네 딸 설희가 걸립니다.


촌장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설희를 가마에 태우고 동경산 꼭대기에 올라갑니다. 이무기는 앞으로 자신을 잘 공경하라 이르고 설희가 탄 가마를 물고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설희는 구름 위에서 이무기가 자신의 몸을 휘감는 이상한 꿈을 꾸고는 깨어납니다. 궁전 같은 침실, 설희 앞에 얼굴의 반을 흰 머리카락으로 가린 이무기가 인간의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이무기는 설희에게 자신의 아이를 낳아달라고 합니다. 그 말에 설희는 몸서리를 칩니다. 설희는 이곳에서 빠져나갈 궁리를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설희는 또 이무기가 자신의 몸을 칭칭 감는 꿈을 꾸다가 깨어납니다. 그런데 옆에 이무기가 자고 있었습니다. 돌아누웠을 때 이무기의 가려진 반쪽 얼굴이 아주 잘생긴 청년의 모습임을 발견합니다. 그 얼굴의 이무기가 설희에게 탈출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


설희는 다시 돌아눕는 이무기를 피해 반대쪽으로 가서 자리에 누웠습니다. 설희의 머릿속에는 이무기의 내면에 있는 다른 존재가 일러준 탈출방법으로 가득했습니다. 지하동굴 끝이라?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경계가 삼엄한데 어떻게 지하 신전까지 접근하느냐입니다. 지금으로선 이 침실을 벗어나기조차 쉽지 않으니 말입니다.


설희는 내일 아침부터 이무기와 뱀 병사들이 언제 임무를 교대하고 얼마 동안 자리를 비우는지 등의 동태를 관찰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다가 설희는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설희는 이번에 더욱 이상한 꿈을 꿉니다. 구름 위 정원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배가 불러옵니다. 그렇게 먹은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배가 불러오지 하고 이상하단 생각을 하는데 옆에 나타난 이무기가 “이런 경사요, 경사” 하면서 웃는 것입니다.


‘뭐가 경사라는 것이야?’ 설희는 자꾸 배가 커지고 있어서 더욱 심한 고통을 느낍니다. 이러다가 배가 터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불안해집니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지경으로 고통을 참고 있는데 이무기는 더 큰소리로 웃습니다. 설희는 불끈 화가 솟았습니다.


“이 나쁜 놈!”


설희는 자신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벌떡 몸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옆에 있었던 이무기는 어느새 나가고 없었습니다. 기분 나쁜 꿈 때문에 설희는 더욱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이무기의 인간 얼굴이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보름달이 뜬 밤에 지하 동굴 끝에 있는 이무기의 신전으로 가시오. 그 성전 그 가운데 탑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 푸른 구슬이 있소. 구슬을 들어 올리면 이 마법 성의 결계가 풀리면서 밖으로 나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오.”


보름은 이제 사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한시도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처지입니다. 설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정원 곳곳에 뱀 병사들이 창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이곳을 탈출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 식사시간이 되자 이무기가 나타났습니다. 설희는 이무기를 따라 식당으로 걸어갔습니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동굴로 들어가는 문을 발견했습니다. ‘저곳이 지하신전 입구구나.’ 침실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 문 열쇠만 손에 넣는다면 들키지 않고 들어갈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 들었습니다.


설희는 식당에서 이무기와 마주앉아 식사를 했습니다. 음식은 진수성찬이었습니다. 이런 음식이 다 어디서 생겼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혹시 이무기가 마법으로 만든 음식인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몇 번이고 그런 의심을 하면서 먹었지만 진짜 음식이 틀림없었습니다.


설희는 이런 산꼭대기에 농사를 짓는 곳도 없는데 어떻게 이런 음식을 조달하는지 궁금해서 이무기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저,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이 음식들은 다 어디서 나죠?”

이무기는 설희가 먼저 말을 걸어주는 것이 의외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이제 마음을 여는 것인가 싶어 반가웠습니다.“이 산 아래 여러 마을에서 나를 모시며 바친 것들이오.”

이무기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음식과 물건을 바친다는 점을 자랑하고 싶어 한 말이지만 설희는 속으로 탈출의 의지를 더 다지게 되었습니다. 설희가 입가에 약간 미소를 얹어 말했습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숭배하겠네요?”


그 말에 이무기는 우쭐해졌습니다.

“당연하지요. 당신에게서 나의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는 용이 될 거요. 용이 된 그 아이는 이 나라를 다스리게 될 것이오. 그리되면 이 천하가 내 손에 들어오는 것이지. 하하하.”

설희의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애써 아닌 척했지만 먹은 음식은 전혀 소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부하 한 명이 급히 식당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폐하! 서쪽 십리 산 아랫마을 사람들이 빈손으로 와서는 앞으로 절대 공물을 바치지 않겠다며 결계 밖에서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어찌 하올까요?”

이무기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음식을 하나 더 먹으면서 말했습니다.

“아무 힘도 없는 인간 주제에 겁을 상실했구나. 모조리 척살하고 그 마을에 있는 열 살 아래인 아이들에겐 지독한 병에 걸리게 하라.”

“존명!”


침실로 돌아온 설희는 이무기의 터무니없는 야망과 잔인무도한 모습에 치가 떨렸습니다. 처음 이무기로부터 천하를 손아귀에 넣는다는 말은 허풍이라고 보았지만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금처럼 온 나라에 질병을 퍼트리고 사람들에게 위협을 가해서 복종하도록 만들어 나가면 언젠가 그의 말대로 온 천하가 그의 수중에 들어가게 될지도 몰랐습니다.


밤이 되자 이무기가 또 몰래 설희의 침실로 들어왔습니다. 지금까지 이상한 향기에 정신없이 잠이 들었지만 이제 이 향기에도 면역이 생겨 참는 만큼 잠이 쏟아지지는 않았습니다. 설희는 자는 척하다가 이무기가 곤히 잠들기를 기다렸습니다. 자신이 탈출하는데 인간 모습의 이무기가 뭔가를 알려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무기가 잠이 들자 설희는 이무기를 살짝 돌려 뉘어서 머리카락을 뒤로 처지게 하여 인간의 모습이 나오도록 하였습니다.

“저기요, 눈을 좀 떠보세요.”

“무슨 일이오?”

“동굴신전으로 들어가는 문 열쇠는 어디에 두나요?”

“내 발목에 있소.”

“신전 중앙 구슬을 들어 올리면 결계가 열린다고 했는데 어디로 해서 나가야 하나요?”

“제단 가운데 문이 있어요. 그쪽으로 탈출하면 살아나갈 수 있을 거예요. 잡히지만 않는다면.


다음날부터 설희는 이무기를 안심시키려고 시키는 대로 잘 따랐습니다. 식사를 할 때에도 이무기를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옆의 뱀 병사들에게도 공치사를 하면서 기분 좋게 해주었습니다. 자기 부하들에게 대하는 설희의 모습을 보면서 이무기는 설희가 이제 자신의 아내로 마음을 굳혔다고 생각했습니다.


보름 밤이 되었습니다. 설희는 자고 있는 이무기의 발목에서 열쇠를 빼내었습니다. 열쇠를 손에 꼭 쥔 설희는 살며시 침대에서 내려와 창밖을 보았습니다. 지하신전 입구에는 두 명의 병사가 창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설희는 속으로 많이 떨렸지만 주먹을 꼭 쥐었습니다.


밖으로 나갔습니다. 침실을 지키는 병사가 설희를 가로막으며 물었습니다.

“마마, 어디 가시려고요?”

“달빛이 너무 좋아 잠이 오지 않아요. 정원을 한 바퀴 돌고 오겠어요.”

“네. 빨리 다녀오십시오.”


뱀 병사들은 며칠 설희가 자기들에게 잘해주기도 했고 이무기로부터 마마가 마음 상하지 않게 잘 모시라는 명령이 있어 의심의 여지가 없이 보내주었습니다. 설희는 지하신전 문 앞으로 걸어갔습니다. 신전을 지키던 병사들이 고개를 숙입니다.


“마마, 어찌 나오셨습니까?”

“정원을 거닐다 저쪽 끝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확인하고 폐하께 보고하세요.”

“네? 며칠 전에도 마을사람들이 소동을 피우더니 이젠 이런 야밤에까지….”

두 병사는 설희가 가리키는 쪽으로 창을 들고 걸어갔습니다.


병사들이 떠나자 설희는 얼른 열쇠를 넣어 돌렸습니다. 문이 스스르 열립니다. 설희는 시간이 별로 없다고 생각을 하여 신전 안쪽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그곳에는 이무기의 인간모습이 이야기한 그 푸른 구슬이 있었습니다. 구슬은 신비스러웠습니다. 구슬의 빛은 신전 안의 벽과 천장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이무기의 신전에 용과 이무기가 양쪽으로 그려져 있었습니다. ‘이무기가 온 세상을 지배하려는 욕망을 이 신전에 표현했구나’하고 설희는 여겼습니다. 설희는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 임금에게 이무기의 야욕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신전 문이 발칵 열리면서 좀 전에 문앞을 지키던 두 병사가 뛰어들었습니다.

“마마, 지금 뭘 하시는 겁니까?”

“보면 몰라요? 구슬놀이 하자는 거지요.”

설희는 구슬을 두 손으로 힘껏 들어 병사들 사이로 던졌습니다. 구슬은 정확하게 문밖으로 굴러갔습니다.

병사들은 허둥지둥하였습니다. 구슬에 탈이 생기면 안 된다고 여겨서인지 둘 다 구슬이 굴러간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때 신단이 있는 신전 앞쪽 벽이 양옆으로 밀리며 열렸습니다. 그쪽으로 달려나가니 숲이 나타났습니다. 결계가 풀린 것입니다. 설희는 산 아래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내려갔습니다. 뒤에서 우레와 같은 엄청난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무기가 병사들의 보고를 받았나 봅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쏟아졌습니다. 비는 시간이 지날수록 폭우가 되었습니다. 설희는 폭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달렸습니다.


한편, 마을 사람들은 보름달이 환하게 떠있던 하늘에서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니 어리둥절했습니다. 설희의 아버지 이 서방도 굵은 빗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장독간이며 볏짚창고가 비 피해를 보지 않도록 손을 보았습니다.

“아버지!”

이 서방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습니다. 분명히 설희의 목소리였는데, 하지만 이 서방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무기에게 잡혀먹힌 아이가 살아서 돌아올 리가 없지 않은가. 나이가 드니 이제 환청이 들리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아버지, 저예요. 설희.”

사립문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곳에 죽었을 설희가 서 있었습니다. 이 서방은 너무 놀라 뒤로 나자빠졌습니다.

“니, 니가 정말 설희냐?”


(다음 주에 4편이 이어집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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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텔링)이무기와 처녀 제물(2)

하동군 북천면과 진교면 사이 이명산에 얽힌 전설


(전편 줄거리)옛날 하동군 북천면 동경산 아래 마을에는 오랜 세월 조상 대대로 터를 잡고 살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 동경산 꼭대기에 이무기가 살기 시작하면서 늘 불안에 떨면서 살게 되었습니다. 이무기가 마을사람들을 괴롭혔기 때문이지요. 급기야 이무기는 무당을 시켜 동네 처녀를 제물로 바치라고 하기에 이르렀고 처녀가 있는 집에서 제비를 뽑았는데 이서방의 딸 설희가 걸린 것이지요.


하룻밤 지나면 이무기에게 잡아먹힐 신세가 된다는 사실에 밤새 불안에 떨면서 슬퍼하던 설희는 오히려 당일 아침 담담해집니다. 동경산 꼭대기에서 이무기는 촌장을 비롯한 마을사람들에게 앞으로 마을에서 편안하게 살려면 자기 말을 잘 들으라고 엄포를 놓습니다.


그러고는 가마를 물고 물속으로 들어가버립니다. 가마 속에 있던 설희는 순간 정신을 잃게 되는데 구름 위에서 이무기가 자신의 몸을 칭칭 감고 온몸에 독을 바르는 끔찍한 꿈을 꾸게 됩니다. 잠에서 깨어보니 시설이 꽤 괜찮은 침실입니다.


…………………………………………………………………………………………………


이제 정신이 드느냐는 남자의 목소리가 난 쪽으로 설희는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 남자의 얼굴을 보고마자 설희는 깜짝 놀라 뒤로 주춤 물러났습니다. 그 남자의 얼굴은 사람의 형상이긴 하나 낯빛이 푸른색이었으며 목 아래로는 비늘무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굴의 반은 하얗고 긴 머리카락으로 감추고 있었습니다.


그는 사람 형상을 한 이무기였습니다. 이무기는 침실 위에서 벌벌 떨고 있는 설희에게 다가갔습니다. 설희는 이불을 끌어올리며 더 뒤로 물러앉았습니다.


“가까이 오지 마세욧!”“겁낼 것 없소. 당신을 해칠 생각은 없으니 안심해도 되오.”


이무기는 침대에 걸터앉았습니다. 설희는 자신이 지금 살아있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 저승에 있는 것인지 도무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산꼭대기에서 가마째로 이무기에게 물려 물속으로 빨려 들어온 것까진 기억이 나지만 그 다음은 전혀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설희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습니다.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혹시 제가 지금 살아있는 건가요?”

“하하하.”

이무기는 어이가 없다는 듯 설희를 쳐다보며 웃었습니다. 설희는 더욱 당황하였습니다. 자신이 살아있는 것인지 죽은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어 묻는 말인데 이무기가 이렇게 웃어대니 더욱 혼란스러웠습니다.


“한 대 때려 주리까? 꼬집어 주리까?”

그렇게 말하면서 가까이 다가오는 이무기가 더욱 징그럽기도 해 설희는 한 번 더 뒤로 주춤 물러앉았습니다. 그러면서 양 어깨를 살짝 꼬집어보았습니다. ‘아얏!’ 분명히 아팠습니다. 그렇다면, 살아있다는 것인데, 거대한 이무기에게 분명 잡아먹혔을 텐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거대한 이무기에게 가마에 탄 채 잡아먹혔을 텐데 어떻게 제가 이렇게 살아있는 것이지요?”

설희는 이무기에게 물었습니다. 이무기는 한참 설희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가 입을 열었습니다.

“어차피 당신은 내 아내가 되었으니 우리의 비밀을 알려주지. 저기 문 앞에 서있는 병사들 보이시오? 또 여기 창문 밖에 창을 들고 서 있는 병사들도 보이시오? 당신 눈에는 무엇으로 보이시오?”


설희가 창밖을 한참 응시하고 있는데 한 병사가 고개를 설희 쪽으로 홱 돌렸습니다. 멀리서 보면 사람의 형상이나 얼굴은 뱀의 것이었습니다. 설희의 마음 속에는 다시 불안감이 솟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잡혀온 이곳은 온통 뱀으로 가득한 뱀의 소굴이었던 것입니다. 갑자기 싸늘한 공기가 설희의 몸을 감쌌습니다. 설희의 얼굴은 창백해졌습니다.


“이곳에 있는 병사들은 모두 뱀들인데 내 마법에 의해 병사가 된 것이오.”

이무기는 침대에서 일어나 손끝을 튕겨 문지기 병사에게 신호를 보냈습니다. 병사가 이무기에게 달려왔습니다.

“마님에게 음식이 필요하다.”

“존명.”


병사가 밖으로 나가자 이무기는 침대에서 일어나 설희의 앞을 왔다갔다하며 말했습니다.

“나는 원래 동해 용왕의 아들인데 아홉형제가 있었소. 내가 막내지. 다른 형들은 모두 머리에 뿔도 있고 수염도 있는데 내 모습만 볼품이 없었지. 형들은 내가 이상하게 생겼다며 어렸을 때부터 놀리기만 하고 같이 놀아주지 않았어. 그런 형들이 미웠지. 아니 용왕인 아버지가 더욱 미웠어. 아버지는 내가 태어난 것을 두고 늘 태어나지 말아야 할 아이가 태어났다고 자책했으니까 말이지. 같은 용왕의 아들로 태어났음에도 난 언제나 차별을 받아왔던 거야. 동해의 어촌 사람들은 또 어떻고? 제사를 지내더라도 꼭 용왕인 아버지와 형들에게만 지낸단 말이야. 인간들조차 이렇게 나를 차별하니 내가 어떻게 화를 참겠어? 그래서 회오리폭풍을 일으켜 수많은 어부들을 수장시켜버렸지. 크하하하. 물론 그 대가로 난 아버지와 형들에게 쫓겨 여기까지 와야만 했지만 말이지. 여기도 괜찮아. 아버지와 형들의 영역에서 벗어난 데다 사람들이 나에게 제사까지 지내주니 말이야. 하하하.”




이무기는 한참 이야기하다 제풀에 화를 내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했습니다. 설희는 이무기가 태생의 한계 때문일지 몰라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요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무기의 얼굴이 설희의 얼굴 앞으로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내 얼굴이 징그럽지?”

“…….”

“흥, 용의 얼굴도 징그럽기는 마찬가지지. 오히려 그 얼굴들은 징그러울 뿐만 아니라 괴상하기까지 하지. 차라리 내 얼굴이 나아.”


설희의 눈앞에 들이댄 이무기의 얼굴은 흉측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설희는 이무기의 하얀 머리카락으로 가린 나머지 반쪽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그러나 이무기 자신이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상 볼 수는 없었습니다.

이윽고 음식이 들어왔습니다. 진수성찬입니다. 설희는 이처럼 산해진미로 가득한 상차림을 태어난 이후 처음 보았습니다.


“마음껏 드시오. 부족한 것이 있으면 하인에게 언제든 말하시오.”

“궁금한 게 있어요. 왜 제물로 바쳐진 저한테 이렇게 잘해주는가요?”

“제물이라니 당치 않소. 당신은 나의 아내요. 더 깊이 알려고 하지 마시오. 당신은 내 아이만 하나 낳아주면 평생 호강하며 살 수 있을 것이오.”


설희는 지난 밤 꿈에 이무기가 자신의 몸을 칭칭 감아 온몸에 독을 바르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것이 비단 꿈만이 아니었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미치자 전신이 파르르 떨려왔습니다. 혹시 자신의 피부가 이무기처럼 비늘로 덮이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졌습니다. 아직 피부는 예전과 다를 바 없지만 이무기와 살면서 이무기의 아이를 낳게 되면 자신도 이무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희는 여기서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섣불리 탈출을 시도했다가는 자신은 물론 마을사람들도 해를 입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자 설희는 차차 적절한 시기와 방법을 찾아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계획을 세운 설희는 이무기에게 친절히 대해주었습니다. 이무기 또한 완강히 거부할 것으로 생각했던 처녀 제물이 순순히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고 자신을 받아들이는 모습에 한편으론 의심스러웠긴 하지만 한편으론 현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무기가 형성해놓은 마법의 성 안에서 이 처녀 제물이 빠져나갈 구멍은 전혀 없습니다. 곳곳에 독사와 구렁이들로 구성된 뱀 군단이 지키고 있는 데다 이 성의 결계를 깰 방법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밤마다 설희는 구름 위에서 이무기가 자신의 몸을 칭칭 감아 온몸에 독을 바르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습니다. 설희가 또 같은 꿈을 꾸는 중간에 잠이 깨었습니다. 옆에는 이무기가 자고 있었습니다. 설희는 자고 있는 이무기의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평소에 아주 궁금하게 여겼던, 이무기의 반쪽 얼굴은 어떤 모습일지 확인하고 싶은 호기심이 갑자기 샘솟았습니다.


괜히 이무기의 얼굴에 손을 댔다가 무슨 화를 당할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자신에게 잘 대해주었던 것을 생각하면 얼굴 반쪽을 본다고 해서 이무기가 어쩌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설희는 이무기의 얼굴을 가린 머리카락을 살짝 젖혔습니다. 이무기는 반대로 몸을 돌렸습니다. 설희의 손이 더욱 떨렸습니다. , 그냥 참을까. 옆으로 돌아누우면서 이무기의 가려진 얼굴이 약간 드러났습니다.


설희는 이무기를 마주 보는 쪽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다시 머리카락에 손을 대니 이무기가 반대로 몸을 돌려 누웠습니다. 그때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로 쓸리도록 하여 가려진 얼굴이 완전히 드러나게 하였습니다. 설희는 이무기의 가려졌던 얼굴을 보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상상을 완전히 벗어나는 얼굴이었습니다.


설희가 지금까지 보았던 어떤 남자보다 더 멋지고 잘생긴 얼굴이었습니다. 표정도 아주 맑고 밝았습니다. 설희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이상하다. 이무기는 이렇게 잘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음에도 왜 못생기고 징그러운 이무기 형상의 얼굴만 드러내놓고 사는 걸까?


“낭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는 알고 있소.”

설희는 깜짝 놀랐습니다. 순간적으로 이무기의 머리카락에 함부로 손을 댄 잘못이 얼마나 큰 죄인지 깨달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도 모르게 그만….”

설희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무기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거지요? 내가 도와 주리다.”

이게 무슨 말인가? 이무기가 이무기에게 벗어나게 도와준다니? 설희는 사람 형상의 이무기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여전히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이무기의 반쪽이 잠꼬대를 한 것입니다.


설희는 밑져야 본전이다 싶어서 이무기에게 어떻게 하면 이곳을 벗어날 수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이무기는 잠꼬대치고는 제법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보름달이 뜬 밤에 지하 동굴 끝에 있는 이무기의 성전으로 가시오. 그 성전 그 가운데 탑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 푸른 구슬이 있소. 구슬을 들어 올리면 이 마법 성의 결계가 풀리면서 밖으로 나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오.”

이무기가 다시 몸을 뒤척이며 반대쪽으로 돌아누웠습니다. 설희는 원래 자신이 누웠던 자리로 옮겨 눈을 감았습니다.


(다음주 3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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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텔링)이무기와 처녀 제물(1)
하동군 북천면과 진교면 사이 이명산에 얽힌 전설

 

 

1990년 하동군에서 발행한 <내 고장의 맥>이란 책에 보면 북천면과 진교면 경계를 이루는 산 중에 이명산에 얽힌 이야기 하나가 전해집니다. 이 이명산은 이맹산이라고도 불리며 옛날에는 동경산이라고도 불리었습니다. 북천면 직전리 이명마을 이름도 이에 연유가 된 것이겠지요.

 

이 이명산 꼭대기에는 움푹 들어간 곳이 있는데, 아주 옛날 이곳에 못이 있었다고 해요. 이 못에는 커다란 이무기가 살고 있었는데 성질이 사납고 심술이 고약해서 툭하면 마을을 향해 독을 뿜어서 사람들의 눈을 멀게 했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무기의 횡포에 치를 떨었지만 조상 대대로 이어 살아온 터전을 버리고 떠날 수도 없어서 제발 자기 마을 쪽으로 독을 뿜지 말기만을 바라며 제사를 지냈다고 하네요. 또 자기 마을 쪽으로 독을 뿜더라도 자신이 시력을 잃지 않기만을 바랐지요.

 

이야기는 마을 사람들이 무당의 점괘에 따라 처녀를 이무기에게 바쳐야 하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어떤 스님의 도움을 받아 불에 달군 돌을 못에 던져 넣음으로써 이무기를 쫓아낸다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번 전설텔링은 이 전설에 몇 가지 의문과 재미요소를 가미해 새롭게 풀어낸 것입니다. 이무기가 아무리 강한 존재라 하더라도 혼자서는 횡포를 부릴 수 없을 것이라는 점과 처녀가 제물로 바쳐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궁금증, 마을 사람들이 불돌을 던질 때 이무기의 반응은 어땠을까 하는 호기심이 엮여 이야기는 새롭게 꾸며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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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너무 무서워요. 이무기에게 먹혀 죽느니 그냥 사람들에게 뭇매를 맞아 죽는 게 나아요. 아버지, 제발 사람들을 말려주세요.”
초가집 방문 밖으로 울음 섞인 처녀의 목소리와 등잔불 불빛이 흔들리며 새어나왔습니다. 사립문 앞에는 초저녁부터 슬피 짖어대던 삽사리도 이제 지친 듯 ‘꾸우~ 꾸우~’하며 기어들어가는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휘이~”
방문 밝은 창호지에 겨울바람이 한차례 세차게 들이닥쳤습니다. 방안에선 역시 한숨 섞인 50대 남자의 목소리가 들릴 듯 말 듯 나오다가 바람 소리에 파묻힙니다.

등잔불이 한 번 더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연지곤지를 찍고 머리에는 족두리를 한 설희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하염없이 신부복 소매 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습니다.


“설희야, 이 애비가 죄인이다. 제비뽑기만 잘했어도 니가 이렇게 허무하게 사지로 가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정말 할 말이 없구나. 그렇다고 다들 합의해서 내린 결정을 따르지 않을 수도 없고. 이 애비가 너 대신 가마를 탈 수만 있다면…….”
이 서방의 눈에서도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두 부녀의 가슴은 등잔불 심지처럼 타들어갔습니다. 찬바람이 밤새 등잔불을 밝힌 초가집을 맴돌며 울다가 기울어가는 반달을 따라 산 너머로 달려갑니다. 멀리서 닭우는 소리에 깜박 졸던 삽사리가 벌떡 일어나 멍멍 짖습니다.

 

희끄무레 동이 터오자 마을 사람들이 가마를 메고 이 서방 집으로 몰려왔습니다.
“이 서방, 준비는 됐는가?”
“…….”
“어쩌겠는가? 처녀를 제물로 바치지 않으면 마을 사람들 모두가 이무기에게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판인데…. 마을 사람 모두를 위해 자네가 희생한다 생각하게.”
촌장은 밤새 괴로워했을 이 서방과 설희의 심경을 헤아려 조심스레 말을 꺼냈습니다.

 

이윽고 방문이 열리며 밤새 타들어간 등잔불 냄새와 함께 이 서방과 설희가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두 사람의 눈은 얼마나 울었던지 퉁퉁 부어있었습니다.


“서두르세. 성질 급하고 심술궂은 이무기가 조금 늦는다는 이유로 또 패악질을 부릴지 모르니까.”
가마에 오르기 전 설희는 아버지 품에 안겨 소리내어 엉엉 울었습니다. 나이 열여섯. 한창 꽃다운 나이에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산꼭대기 괴물의 제물로 바쳐질 운명이라니. 설희는 자신의 이 기구한 운명이 너무 한스럽고 세상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이 서방은 설희가 탄 가마가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굳은 듯이 서 있었습니다.

 

설희가 탄 가마는 동네 사람들에 의해 들려져 동경산으로 올라갔습니다. 동경산은 한동안 완만한 경사로 올라가다 산 중턱에 이르러서는 급경사로 접어드는데 가마를 메고 가던 마을 사람들은 이제 힘에 부쳐 오르지 못할 지경이 되었습니다.

 

“아저씨, 가마를 내려주세요. 지금부터 걸어가겠습니다. 이런 숲 속에 있으니 이무기인들 제가 가마를 타고 왔는지 걸어왔는지 알지 못할 거예요.”
설희는 가마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고는 좁은 숲길로 마을 사람들 사이에 섞여 걸어 올라갔습니다. 신부 복장이 걷기에 너무 불편했지만 설희는 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이까짓 불편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겼습니다.

 

드디어 동경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멀리 큰 못이 보입니다. 아저씨들이 다시 가마를 내려 설희에게 타게 하였습니다. 설희의 마음도 이젠 모두 체념을 해서인지 오히려 담담해졌습니다. 무시무시한 이무기에게 잡아먹혀도, 그래서 마을에 평화가 찾아올 수만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마를 든 마을 사람들이 호숫가에 도착하자 이무기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촌장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이무기를 향해 두 손을 모아 계속 절을 하였습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이무기님께 비나이다. 원하신 대로 오늘 아리따운 처녀를 제물로 바치오니 부디 노여움을 푸시고 우리 마을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여주시옵소서.”
“이 어리석은 사람들아! 내가 꼭 너희를 혼내고 나서야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겠느냐? 내가 이 산으로 옮겨온 이후 지금까지 조용히 지내려 했다만 신령스런 나의 존재에 대해 조금이라도 불경스런 태도를 보인다면 그땐 온 마을이 재앙을 받으리라. 명심하거라!”

 

이무기의 쩌렁쩌렁한 불호령이 끝나자 마을 사람들은 고개를 조아리고 연거푸 손을 비비며 용서를 구했습니다.
“네, 이무기님. 저희가 너무 어리석어 이무기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미처 몰랐사옵니다. 부디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만은 용서하겠다. 앞으로 나에 대한 공경심을 어떻게 나타내야 하는지는 마을 무당에게 이를 테니 그 무당의 말을 따르도록 하라.”
그렇게 말하고 이무기는 가마를 입으로 덥석 물고 물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가마 속에 있던 설희는 갑자기 가마가 공중에 붕 떠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윽고 가마가 떨어지는 것 같더니 물속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순간적인 충격에 의해 설희는 정신을 잃었습니다.

 

설희는 구름 위에 떠 있습니다. 아래로 내려다보았습니다. 구름 사이로 자신이 살았던 마을이 보였습니다. 그러다 어지럼증이 밀려와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구름 아래로 떨어질 뻔하였습니다.


설희는 자신이 이무기에게 먹혀 죽고 영혼이 하늘나라에 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먼저 저 아래 땅에 홀로 남아 아내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딸마저 먼저 보낸 죄책감에 슬퍼하고 계실 아버지가 생각났습니다. 절로 눈물이 흘렀습니다.

 

구름 저쪽에서 뭔가 꿈틀대더니 푸른 비늘로 덮인 용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설희는 온몸이 떨렸습니다. 내가 어차피 죽은 몸인데 왜 이렇게 떨리는 거지? 설희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룡이 설희에게 서서히 다가왔습니다. 자세히 보니 청룡의 모습을 한 이무기였습니다. 머리에 뿔이 없고 수염도 없었습니다. 설희는 이 이무기가 나를 잡아먹은 놈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이무기는 설희의 주변을 꿈틀거리며 몇 바퀴 돌더니 서서히 몸을 휘감았습니다. 설희는 숨이 막혀왔습니다. 뼈가 바스러지는 듯 고통스러웠습니다.


벗어나려고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발버둥을 칠수록 몸은 더욱 조여왔습니다. 이무기는 혀를 낼름거리며 설희의 온몸에 독을 발랐습니다. 그 독은 몸을 타들어가게 하였습니다. 피부가 따갑게 느껴지자 설희는 자신의 몸을 보았습니다. 이무기처럼 비늘이 생기고 있었습니다.

 

“안돼~!”
잠에서 깬 설희의 눈앞엔 화려하게 장식한 방안의 모습과 하얀 천으로 꾸며진 침대가 있었습니다.
‘어찌 된 거지? 정말 천국이란 게 있었던 건가?’
설희의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아무리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려 해도 어찌 된 영문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정신이 들었소?”
설희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다음 주에 2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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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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