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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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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텔링)전쟁의 신()(2)

함안 방어산 묵신우 장군에 얽힌 전설


(전편 줄거리) 한반도 남쪽, 가야의 여러 부족국가들과 신라, 백제가 서로 경계를 이루고 있던 서기 400년 경 신라의 잦은 침범으로 위협을 느끼던 안라국은 백제와 왜를 끌어들여 공동방어 정세를 이룹니다. 이에 신라는 삼국 연합군에 대항하려고 고구려를 끌어들입니다.


신라의 원군 요청을 받은 광개토는 즉시 출병을 합니다. 그의 머릿속에는 신라의 요청에 따른 출병을 넘어 가야와 왜까지 고구려에 복속시키려는 계획이 들어있었습니다. 국내성에서 출발한 광개토의 군사들은 남하하는 곳곳에서 주둔군을 차출, 안라국 접경지역에 도착했을 때엔 그 군사의 수가 무려 5만에 이르렀습니다.


고구려 광개토가 공격해온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안라국 왕과 신하들은 고민에 빠집니다. 싸울 것이냐 항복할 것이냐. 겨우 3000의 군사에 불과한 안라국이 5만의 광개토 군을 상대한다는 것은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격이어서 일부 신하들은 왕에게 항복을 간합니다. 한참 논란 끝에 안라국왕이 결단을 내립니다. 항전하라.


안라국왕의 아들이자 대장군인 무시우가 3000의 군사를 이끌고 방어산에 진지를 구축합니다. 방어산은 안라국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목입니다. 지수평야에 진지를 구축한 광개토와 일전을 앞둔 긴장감이 흐릅니다.


사위를 분간할 수 없는 깜깜한 밤. 방어산 요새 바위 위에 올라선 무시우는 너무 조용한 광개토 군의 동태가 수상하다 여겨 부하 장수 쾌수를 시켜 정찰하도록 합니다. 동작이 빠른 5명의 정찰대와 함께 산 아래로 내려간 쾌수는 광개토 군 선발대를 발견합니다. 적의 수는 500.


쾌수와 정찰대가 쏘아올린 불화살을 신호로 방어산 정상 무시우 장군의 화살부대는 일제히 불화살을 퍼붓습니다.


………………………………………………………………………………


“들켰다. 퇴각하라!”


광개토의 군사들은 일순 당황했고 허둥거렸습니다. 광개토의 부하장수 중 살수로 명성이 자자한 현무가 퇴각명령을 내렸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불화살은 빈틈없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날아오는 불화살을 멍하니 보고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졌습니다. 불화살을 가슴에 맞고 온몸을 비틀거리다 불에 타 목숨을 잃는 병사들도 부지기수였습니다.


현무는 이를 갈았습니다. 아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담덕(광개토의 본명) 형님을 모시고 수많은 전쟁을 거치는 동안 자신의 살수부대가 선발을 맡아 지금까지 한 번도 실패해 본 적이 없었고 이번 작전도 그야말로 어둠과 같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적에게 노출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장군, 어서 피하십시오. 불화살은 최대한 저희들이 막아보겠습니다. 어서요!”


현무는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습니다. 부하들이 방패로 날아오는 불화살을 막으면서 후퇴하였습니다. 어느 정도 불화살의 사정권에서 벗어나자 부하들은 모두 쓰러져 있었고 주변 숲은 불길에 휩싸여 더는 들어갈 수도 다시 나올 수도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500명의 부하들을 허무하게 잃은 현무는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자신의 계획에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돌이켜보았습니다. ‘지수평야에 진을 치고 안라국 무시우와 대척을 이룬지 사흘. 그동안 정적만 있었을 뿐 아무런 충돌도 없었다. 벌써 공격을 감행했을 수도 있고 더 공격을 미룰 수도 있었다. 적은 대규모 병력이 일시에 공격할 것이란 계산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 뻔한 싸움이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 정세를 역이용해서 살수들로만 구성한 현무 군사들이 몰래 잠입해 적을 교란시켜 전쟁을 승리로 이끌 계획이 아니었던가.’ 현무는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억지로 옮기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정면에서 바람이 세차게 불어왔습니다. 현무는 자연스레 고개를 돌려 방어산 정상을 쳐다보았습니다. 길게 띠를 이룬 횃불들이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역풍이 불어 소리는 약했지만 적의 환호성도 들리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그 횃불과 환호는 더욱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폐하! 살수부대의 작전이 실패한 것 같습니다.”


진지 끝에서 망을 보던 병사가 광개토의 본진으로 쫓아와 아뢰었습니다.


“살아남은 아군이 하나도 없느냐?”

“지금으로선….”

“현무 장군은?”


광개토는 자신의 오랜 벗이자 동생인 현무의 생사가 궁금했습니다. 적장 무시우의 전력과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현무의 작전계획을 윤허한 것이 못내 후회가 되었습니다. ‘좀 더 살펴본 뒤에 작전을 펼칠 걸 그랬어.’ 광개토는 주먹을 꽉 쥐었습니다. ‘무시우, 보통 놈은 아니구나.’


“폐하! 현무 장군이 살아 돌아왔습니다.”


다른 병사가 황급히 달려와 보고하였습니다. 현무가 살아있다는 말에 광개토는 병사의 추가 보고도 듣지 않고 천막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병사가 뒤따라 나왔습니다.


“현무 장군이 어디에 있느냐?”

“이제 막 군진에 들어와서 이리로 오고 있사옵니다.”

“그래. 현무 장군과 함께 살아 돌아온 병사가 몇이나 되더냐?”

“그게…, 현무 장군 혼자이옵니다.”


이윽고 현무가 광개토 앞에 다다랐습니다.


“폐하, 죽여주십시오. 이놈이 작전에 실패하고 군사들을 모두 잃었사옵니다.”


현무는 광개토 앞에 무릎을 꿇고 통곡을 하였습니다.


“일어서거라. 내 잘못도 크다.”

“제가 고집만 피우지 않았더라도….”

“이젠 지나간 일. 되씹어서 무슨 이득이 있겠느냐?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광개토는 현무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부관, 주작, 청룡, 백호 장군에게 가서 작전회의가 있으니 속히 모이라고 이르라!”


한편, 방어산 정상 무시우의 군진에선 승리의 기쁨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안락국 군사들의 환호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쾌수 장군이 다섯 명의 정찰병과 함께 군진으로 돌아오자 더욱 환호성이 커졌습니다.


“수고했다, 쾌수. 이번 작전은 완벽하게 우리의 승리다. 이제 적들도 함부로 우리에게 달려들지 못할 것이다.”

“예, 이제 시작입니다. 우리의 화력을 똑똑히 보았을 테니 인해전술로 쳐들어오진 못하겠지요. 대신 다양한 전술로 공격을 시도할 것입니다.”

“그래, 광개토가 어떤 전술을 펼칠지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무시우는 쾌수의 어깨에 손을 얹고 군진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적의 선발대는 우리의 불화살에 전멸했다. 떨고 있는 적들을 보아라! 우리의 승리가 눈앞에 있다! 안라국 만세!”

“안라국 만세! 무시우 장군 만세!”


무시우는 병사들 앞에서 쾌수를 안았습니다. 환호성은 더 커졌습니다. 병사들의 사기는 하늘높이 치솟았습니다. 무시우는 그런 병사들에게 다시 긴장을 풀지 말고 경계할 것을 지시하고 군막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무시우를 따라 쾌수를 비롯한 마금, 비화, 혜목 장군이 들어왔습니다. 광개토에게 현무와 주작, 청룡과 백호가 있다면 무시우에겐 이 네 명이 있습니다. 쾌수가 발빠른 움직임이 장점이라면 마금은 다루지 못하는 쇠가 없을 정도로 무기제작에 뛰어나며 검이면 검, 창이면 창 무예 또한 출중해 맞붙어 그를 당해내는 자가 없을 정도입니다.


또한, 비화는 궁술에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는 장군입니다. 그가 쏜 불화살이 목표물에서 벗어난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혜목은 무시우의 책사입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제갈량과 비견되는 인물입니다. 천리안을 가진 데다 통찰력 또한 뛰어나 작전을 펼침에 있어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혜목, 이번엔 광개토가 어떤 작전으로 공격할 것 같은가?”

“우선 첩자를 활용하여 우리의 전력을 탐색하려 할 것입니다. 연후 우리 군의 사기를 꺾으려 시도할 것이며 어쩌면 궁내 폐하를 시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과연 그러하다. 대비책은 있는가?”

“예, 장군.”


혜목의 이야기를 들은 무시우와 나머지 세 명의 장군은 감탄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무시우의 군막은 밤늦게서야 불이 꺼졌습니다. 이튿날 무시우의 군사들은 이리저리 바삐 움직였습니다. 새로운 작전에 맞춰 군진을 다시 짰기 때문입니다.


마금 이끄는 군사들은 백제와 대가야에서 안라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길목을 지켰으며 비화는 군사들을 길목은 물론 산으로 침투할 적에 대비해 위치를 폭넓게 잡아 배치하였습니다. 지난밤 정찰 업무를 완벽히 성공시킨 쾌수에겐 다시 특별한 임무가 주어졌습니다. 바로 적진 속으로 들어가 광개토군의 정보를 캐오는 첩보작전이 떨어진 것입니다.


쾌수는 아침 일찍 민간인 복장을 하고 대가야 쪽으로 떠났습니다. 다라국의 민간인으로 위장해 광개토군에 지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괴나리 봇짐 하나를 달랑 메고 안라국 북쪽으로 흐르는 남강을 건넌 쾌수는 어젯밤 혜목이 신신당부한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여보게, 쾌수. 이번 전쟁의 승패는 자네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세. 적진으로 들어가면 우선 방어산에 전쟁의 신이 있다고 소문을 퍼뜨리게. 특히 그 소문이 거짓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돌도록 해야 하네. 그래야 우리 장군께서 모습을 드러낼 때 그들의 사기가 더 떨어질 테니까. 그 다음엔 광개토 휘하의 각 부대 장수들의 성향이 어떤지 파악하게. 그중에 혹시 이번 선봉대를 지휘한 장수가 있다면 그의 신임을 얻도록 하게. 적절한 때에 쓰임이 있을 것이야.”


한편, 광개토의 휘하 장수 중에서 말이 없고 무예가 특히 뛰어나서 신임을 두텁게 얻고 있는 백호 장군 역시 민간인 복장을 하고 군진을 나섰습니다. 그는 안라국 안으로 잠입해 방어산의 동태를 살피고 적당한 시기에 국왕을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았습니다. 광개토는 그 틈을 이용해 공격을 펼칠 계획이었습니다.


방어산 인근이야 전쟁의 기운으로 숨이 막힐 정도의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다라국 쪽은 그러하지 않았습니다. 다라국 남부지역 시장은 평소대로 각국의 교역이 활발했습니다. 특히 다라국은 백제와 신라, 왜에까지 교류가 활발해 어느 때나 시장이 번성했습니다.


쾌수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안라국도 외국의 위협을 받지 않고 이렇게 평화스러운 시절을 보냈으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쾌수의 눈에 독특한 물건이 하나 들어왔습니다. 옥으로 만들어진 목걸이였습니다. 아내에게 꼭 어울리는 장신구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거, 얼마나 하오?”

“두냥이오. 귀한 물건이라 없어서 못판다오. 딱 하나 남았으니 댁은 횡재한 거요.”


장사치가 너스레를 떨면서 쾌수 눈앞에다 옥목걸이를 들이밀었다.


“잘 보세요. 이 옥빛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어지간한 미녀가 아니면 소화하지 못하는 고급품이라오.”

“두냥이면 너무 비싼데….”


쾌수가 망설이자 장사치는 더욱 곰살맞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비싼 데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근데, 보아하니 손님의 부인께서 미인이 아니신 모양이오. 이런 구하기도 어려운 옥목걸이를 두고 망설이는 것을 보면?”

“거참, 상술이 보통 아니구료. 알겠소. 내 아내가 미인이라서 사는 거요.”

“아이고, 대인이십니다. 통이 여느 사람과는 다른 분이군요. 예쁘게 포장해드리리까?”

“포장은 필요 없고! 옛소. 한냥!”

“뭐요? 한냥?”


장사치의 배실배실 웃던 표정이 일순 일그러지며 험상궂게 변하였습니다. 쾌수 역시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패악질을 벌일 기세로 으르렁거렸습니다.


“좋소. 그럼 한냥 반!”

“아니, 한냥 두푼!”


그렇게 실랑이를 하는 동안 쾌수 뒤쪽으로 온몸에서 무거운 기운이 서린 한 사내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하지 못할 쾌수가 아니었습니다. 백호 역시 방금 지나친 사내의 기운을 감지하였습니다. 자신과 맞먹는 강한 에너지를 느끼고는 이마에서 식은 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한참을 걷다가 살짝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장신구 매점 앞에 서있던 사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다음 주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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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텔링)전쟁의 신()(1)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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