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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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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데이이자, 안중근 의사의 사형집행일이자 올해는 정월대보름이었던 지난 14일, 진동 태봉천 동촌냇가에 다녀왔다. 취재를 위해서였지만 이런 큰줄다리기는 꼭 한번 보고싶었다. 매번 기사로만 보다 현장에서 보니 실감이 났다. 굵고 긴 줄을 보면서 이걸 어떻게 만들었을까 신기하기도 했다. 기사에도 언급했지만 단 30분 행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줄만들기에 매달렸을까.. 그 정성이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민속보존회서 만든 행사 팸플릿은 받았지만 어디에도 전화번호가 없어 궁금했던 것을 물어볼 수 없었지만... 내일이나 면사무소 전화해 물어보기로 하고 경남이야기에 기사를 써서 올렸던 것을 그대로 옮겨 싣는다.



유세차 갑오정월진동민속문화보존회장 이학봉 감소고우원소절을 맞아 유서깊은 태봉천에서어영차 큰 소리에 지축이 요동하니승자는 축배요, 패자는 감으로 응답하니 원기가 탱천하여 달빛따라 멀리 멀리 울려퍼지게 하옵소서상향.”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태봉천 동촌냇가 너른마당. 길이가 100미터나 되는 큰줄 앞에 고사상을 차려놓고 이학봉 진동민속문화본존회장이 축문을 읊었다. 분위기가 사뭇 경건하다.

 

고사가 끝나자 주변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고사상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고사떡 등 음식을 나눠먹기 위해서다. 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들어간 고사음식은 먹는 것 자체가 복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해서였을까. 우리 민속놀이의 특징이다. 행사를 하기 전에 고사를 지내고 고사가 끝나면 음식을 그 자리에서 바로 나눠먹는. 우리 전통 민속이 제의에서 비롯된 것이 많기 때문이다.

 



드디어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동부와 서부로 나뉘어 편을 갈랐다. 창원진해 쪽이면 동부요, 고성 통영 쪽이면 서부다. 그런데 기실 그것 따져서 줄을 잡지는 않는다. 스탠드에 서서 구경을 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내려온다. 계산을 하고 나뉘어 걸어간 것은 아닐진대, 희한하게도 양쪽 균형이 맞다.

 

첫 번째 줄다리기에서 동부가 이겼다. 사회자가 농을 한다.

서부 쪽에 한 100명 쯤 모자라는 것 같아요. 아직 밖에 서계신분들 내려와서 줄을 잡으세요. 날씨도 쌀쌀한데 이럴 때 몸 한 번 푸세요.”

몇 명 더 추가되었을까. 참가인원은 모두 합해 한 250명 쯤 되어 보인다. 두 번째 시합에선 서부가 이겼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거들어 줄을 당겨도 가운데는 줄의 굵기가 두 아름이 넘으니 쉬 들리지는 않는다. 줄다리기라 해서 운동회 때 줄 당기듯이 큰줄을 잡고 당기는 것이라고 상상했다면 착각이다. 큰줄은 잡을 수가 없다. 굵기도 굵기려니와 그 줄을 보듬어 안고 당길 수 있는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 큰줄에 작은 줄을 여러 가닥으로 연결한 작은 줄을 잡고 당기는 것이다.

 

마지막 시합이 시작된다. 사회자가 하나, 둘하면 큰줄 가운데 서있던 징잡이가 크게 징을 울린다.

영차, 영차!”

옆에선 진동부녀회 사람들이 꽹과리, , 장고를 두르리며 흥과 힘을 돋운다.

사진기자들이나 작가들, 일반 구경꾼들도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연신 셔터를 누르고 있다.

스탠드 위 임시 식당에서 마련한 식탁에 앉아 구경하던 어르신들도 손뼉을 치면서 응원한다.

 

 


 

!”

함성이 터녀나온다. 다시 동부가 이겼다.

만세!”

서부쪽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 사회자가 서부도 잘했으니 만세를 하란다. 서로 만세를 부르고 손뼉을 치고 즐긴 큰줄다리기 행사가 이것으로 끝났다. 고사를 지내는 시간을 빼고 순전히 줄을 당기는 데 든 시간은 불과 10분도 안 된다.

 

10분의 행사를 위해 진동민속문화보존회 사람들은 8일 동안 준비를 해왔다. 지난 6일부터 행사 하루 앞날까지 공을 들여 이 큰줄을 만들었다.

 

진동의 큰줄다리기는 삼국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것으로 배의 닻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역사적 배경은 이렇다.

 


250명 가량의 주민이 편을 갈라 시합을 벌이는 진동큰줄다리기 멀리서 본 모습.

 

이 지역은 삼한이 멸망하고 나서 포상팔국이라 하는 부족국가들이 형성되었다. 각 포마다 우두머리가 있어 8개 포상국이 단합하여 그 힘이 막강해지자 인근 함안의 아라가야를 침공했다. 위기에 빠진 아라가야가 신라에 구원을 요청해 신라의 대군이 쳐들어왔는데 이로 말미암아 포상국들이 멸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포상국들은 바닷가 부족국가라는 점에서 서로 힘을 견제하면서도 일면 협동단결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 차원에서 큰줄다리기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다. 포상팔국이 아라가야를 침공한 때가 2097월이라고 하니 큰줄다리기의 역사는 족히 1800년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진동큰줄다리기는 1965년 재현됐다. 이때 근대화 물결이 출렁이고 있었지만 진동 지역에선 아직 농경사회였다. 이때는 음력 섣달 보름부터 한달간 줄만들기 작업이 이어졌다. 현재의 삼진주유소에서 동촌다리까지 작업틀을 설치해 가는 줄을 만들었는데 다 만들고 나면 행사장으로 옮겨와 다시 큰줄로 만들었다고 한다.

 

행사 당일 양쪽의 줄을 마주보게 하고 가운데 양쪽의 줄을 끼우고 서로 당겨도 빠지지 않게 비녀쇠를 걸었다. 길이 200미터에 굵기가 2미터. 참여 인원도 많을 땐 1000명에 달할 때도 있었단다.

 

1992년 첫 행사를 연 이후 22회째를 맞은 이번 진동큰줄다리기 및 달맞이 행사에는 큰줄다리기 말고도 당산제, 비녀쇠 시가행진, 축하공연과 노래자랑, 달집태우기 등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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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주인공 설희는 이무기에게 제물로 바쳐져 이무기의 성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그러다 이무기가 조만간 임금을 몰아내고 나라를 차지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곳을 탈출하려 고민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설희는 자고 있는 이무기의 반쪽 얼굴이 궁금해 머리카락을 젖힙니다. 이무기의 반쪽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어 깜짝 놀랍니다. 그런데 그 인간 모습의 이무기가 성을 탈출할 방법을 일러줍니다.

 

탈출을 위해 이무기와 이무기의 병사들로부터 환심을 산 설희는 인간 이무기가 말한 대로 보름날 밤 지하신전으로 들어갑니다. 설희는 푸른 구슬을 탑에서 떼어내고 결계가 풀린 틈을 타서 탈출에 성공합니다. 마을로 돌아온 설희는 아버지에게 이무기의 야욕을 막아야 한다고 전하지만 아버지는 반신반의하고 무당을 비롯한 마을 사람 일부는 설희를 다시 이무기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때 마을을 지나가는 노승이 배가 고파 설희에게 밥 한 끼 얻어먹게 됩니다. 설희로부터 그간의 사정을 들은 노승은 마을회의를 한다는 촌장의 집으로 찾아갑니다.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노승은 이무기를 물리칠 묘책을 일러줍니다. 그 묘책은 이무기가 사는 못에 불돌을 던져넣어 물을 끓게 하면 이무기가 도망을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무기의 포악한 성질이라면 아무리 비위를 맞추어 주더라도 언젠가 모든 사람을 죽일 것이라는 점에 공감하게 됩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무기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무당을 가두고 총 공격을 하기 위해 동경산에 오릅니다. 촌장의 신호에 따라 마을사람들은 일제히 불돌을 삽으로 떠서 물에다 던져넣습니다.

 

…………………………………………………………………………………


호수 가운데서 물방울이 솟아오르는 것을 본 촌장은 마을사람들에게 더 크게 소리쳤습니다.

공격을 멈추지 마라! 이무기가 꼼짝하지 못하게 계속 불돌을 던져 넣어라.”

설희도 주변에서 돌을 주워와 돌을 달구고 있는 장작더미 위에다 올렸습니다.

수백 개의 불돌이 물에 들어가자 호수 여기저기서 수증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폐하! 큰일 났사옵니다. 마을 사람들이 결계 밖 호수에다 불돌을 던져넣고 있사옵니다.”

경계근무를 서던 병사가 달려와 이무기에게 보고하였습니다.

뭐야? 어리석은 인간들이 화를 자초하는구나! 즉시 전 병력을 집결하고 물화살 공격을 준비를 하라.”

그런데 폐하, 물밖에서 뱀의 모습으로 경계를 서던 병사가 보고하기를 그 마을사람들 속에 황후마마께서 계신다 하옵니다.”

이무기는 움찔하였습니다. 함부로 공격을 하였다가 설희의 뱃속에 있는 자신의 아이를 잃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무기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일단 저들의 불돌이 다 떨어질 때까지 기다린다.”

그러나 폐하, 이러다 결계가 뚫려 궁전이 무너질 수도 있사옵니다. 지금 바로 공격하심이 나을 듯하옵니다.”

신하 하나가 앞으로 나와 이무기에게 당장 공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무기는 설희의 뱃속에 있는 자신의 후계자에 대한 안위는 전혀 걱정을 하지 않는 그 신하가 괘씸했습니다.

네 이놈! 너는 장차 이 세계를 지배할 내 아들이 죽어도 좋다는 것이냐? 어디서 함부로 그 입을 놀리느냐?”

 

이무기는 큰소리로 신하를 꾸짖었습니다.

송구하오나 폐하, 태중 왕자님의 안위만을 고집하셨다가 이 궁전이 무너지면 폐하의 안위도 장담할 수 없기에 드리는 충언이옵니다. 깊이 헤아려주십시오.”

걱정 말라. 이곳의 결계가 그리 허술하지 않으니라.”

사람들이 자정이 넘도록 계속 불돌을 던져넣게 되면 아무리 많은 물이라도 끓게 되고, 그리되면 결계도 열릴 것이옵니다. 어서 공격을 하여 궁전을 방어하심이 옳은 줄 아룁니다.”

거참, 말이 많구나. 제아무리 불돌을 던지더라도 이 많은 물이 그리 쉽게 끓지 않을 것이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거라. 불돌도 이제 거의 다 떨어졌을 것이다.”

 

이무기는 궁에서 나와 물 밖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쉴새 없이 불돌을 던져넣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천장의 결계가 조금씩 금이 가고 있었습니다. 이무기는 이를 깨물었습니다.

내가 저놈들을 쫓아내야겠다.”

이무기는 자신의 몸을 이무기로 변신시켰습니다. 본래의 모습으로 변한 이무기는 서서히 물밖으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이무기다!”

이무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절대 물러서면 안 된다!”

촌장은 사람들이 이무기의 흉악한 모습에 겁을 먹고 불돌던지기를 그만둘까 걱정이 되어 더 크게 소리쳤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겁을 잔뜩 집어먹었습니다. 손에 힘이 빠져 불돌은 멀리 날아가지 못했습니다.

이때 뒤에 서 있던 설희가 스님의 말을 상기하고 소리쳤습니다.

절대 물러서면 안 돼요. 여기서 그만두면 이무기의 공격을 받아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거예요. 계속 불돌을 던져 넣어야 해요!”

 

이무기는 마을사람들 뒤쪽에서 소리치는 설희를 보았습니다. 복중에 자신의 아이까지 가진 황후가 남편인 자신을 공격하라고 소리치는 모습을 보고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크르르르 캬아~!”

이무기는 순간적인 분노에 휩싸여 마을사람들을 향해 독을 내뿜었습니다. 마을사람들은 재빨리 나무 뒤쪽으로 몸을 숨겨 독을 피했습니다. 설희도 간신히 피했지만 독이 묻은 치마 끝자락이 까맣게 변색되었습니다.

 

모두 물러가라. 그렇지 않으면 모두 이 자리에서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무기는 커렁커렁 소리를 내며 사람들에게 엄포를 놓았습니다.

스님 말씀대로 우리가 계속 불돌을 던지면 이무기가 공격을 하지 못할 거예요. 겁먹지 마세요.”

설희가 다시 소리쳤습니다. 설희의 말에 사람들은 다시 불돌을 삽으로 떠서 이무기 쪽을 향해 세게 던졌습니다.

이무기는 한동안 설희를 쏘아보다가 물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무기가 물속으로 모습을 감추자 사람들은 환성을 지르며 더욱 열심히 불돌을 던져 넣었습니다.

 

물속 이무기의 궁전에선 이무기와 신하들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일어났습니다. 신하들은 지금 당장 공격하지 않으면 궁전이 무너지게 되고 결국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간언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무기는 당장 결정을 하지 못했습니다.

설희의 뱃속에 있는 자신의 아들인 용이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결계는 점점 더 크게 금이 갔습니다.

드디어 일촉즉발의 위기상황까지 치닫고 말았습니다. 병사들도 빨리 결정을 내리지 않은 이무기를 원망스런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후퇴한다!”

이무기의 명령이 떨어지자 신하들과 병사들은 일제히 지하신전으로 몰려갔습니다. 이곳에서 예전 설희가 푸른 구슬을 들어내고 탈출했던 것처럼 하여 산을 빠져나갔습니다. 결계를 벗어나자 신하와 병사들은 모두 뱀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무기 역시 거대한 이무기의 모습으로 산을 타고 내려갔습니다.

 

이무기가 도망간다!”

우리가 이겼다!”

마을 사람들은 이무기가 도망가는 모습을 보곤 환성을 질렀습니다.

설희도 아버지의 손을 맞잡고 기뻐했습니다.

 

그때 이무기 궁전의 결계가 무너지면서 호숫물이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뜨거운 물은 이무기가 도망간 방향으로 콸콸 흘러내렸습니다.

호수에서 물이 빠지니 이무기 궁전이 드러났습니다. 그러자 바로 궁전은 기둥이 부러지면서 궁 전체가 와르르 내려앉았습니다. 주변 봉우리들의 바위도 궁이 있던 자리로 함께 무너지면서 구덩이를 메워버렸습니다. 그 때문에 동경산에 새로운 산봉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이무기가 도망간 이후 마을에는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아침이면 집집이 굴뚝에서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낮에는 힘센 황소가 쟁기를 끌며 밭을 갑니다. 저녁엔 호롱불을 켠 방안에서 가족들이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눕니다.

 

~.”

이 서방 집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던 설희가 갑자기 배를 감싸고 주저앉습니다.

갑자기 불러온 배에서 꿈틀거리는 느낌이 들자 설희는 한동안 잊고 지냈던 이무기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당신에게서 나의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는 용이 될 거요. 용이 된 그 아이는 이 나라를 다스리게 될 것이오.”

설희는 두 손으로 배를 감쌌습니다. 뱃속의 아이가 손의 기운을 느꼈는지 불쑥불쑥 반응을 보였습니다. 설희의 손에 땀이 배었습니다. 그 손 위로 물방울이 떨어집니다. 설희의 눈물이 두 볼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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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하동 동경산 아랫마을 사람들은 이무기로부터 처녀를 제물로 바치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 끝에 제비뽑기를 해서 이서방의 딸 설희를 산꼭대기로 데려갑니다. 이무기는 마을사람들에게 재난을 당하지 않으려면 자신의 말에 순순히 따르라며 엄포를 놓고 설희가 탄 가마를 물고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이무기의 궁전. 설희는 이무기가 자신의 몸을 감고 온몸에 독을 바르는 이상한 꿈을 꾸다가 깨어납니다. 설희는 이무기의 궁전에 머무는 동안 이무기가 곧 나라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을 계획을 알아차리고 이곳을 탈출할 계획을 세웁니다.

 

설희는 잠자리에서 우연히 이무기의 흰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반쪽이 인간의 모습이란 것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그 인간 모습의 이무기가 설희에게 탈출방법을 알려줍니다. 보름달이 뜬 밤 지하신전에 있는 푸른 구슬을 들면 결계가 풀려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말입니다.

 

설희는 다시 인간 모습의 이무기에게서 지하신전 열쇠를 구해 탈출 시기를 모색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이무기와 이무기 부하들에게 잘 대해주어 마음을 놓게 하고선 보름날 밤 지하신전으로 들어갑니다. 뱀 병사들이 쫓아 들어오자 구슬을 던져 그곳을 빠져나옵니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이무기는 화가 치밀어 천둥을 치게 하고 폭우를 내리게 합니다. 설희는 쉬지 않고 달려 집으로 돌아옵니다. 아버지가 마당에서 비 피해를 막기 위해 창고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설희를 본 이 서방은 믿기지 않아 그만 뒤로 엉덩방아를 찧고 맙니다.

 

………………………………………………………………………………………………

 

아버지, 그간 맘 고생이 얼마나 많으셨어요? 제가 살아 있었어도 연락드릴 방법이 없었습니다.”

무슨 소리냐? 니가 이렇게 살아있다니, 이게 꿈인지 생신지 모르겠구나.”

이 서방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일어나면서 말했습니다. 설희는 일어나는 아버지의 손을 잡아 부축하고는 아버지의 품에 꼭 안겼습니다.

, 이러다 감기 걸리겠다. 들어가자꾸나.”

 

설희는 방으로 들어와 아버지께 이무기의 계략을 전했습니다.

아버지, 이무기는 곧 이 나라를 지배하려 들 겁니다. 날이 밝는 대로 관아에 가서 이 사실을 고하고 군사를 불러 이무기를 물리쳐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임금님도 쫓겨나고 온 백성이 이무기의 신하가 되어야 할 거예요.”

이 서방은 설희의 말이 너무 터무니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냐? 이무기가 임금님을 쫓아내고 왕이 된다는 말이냐?”

, 터무니없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이에요. 지난 며칠 사이에도 자기 말을 듣지 않는 마을 여러 곳에 질병을 퍼뜨리고 수많은 사람을 무자비하게 죽였어요.”

 

지금까지 이무기가 한 짓을 생각하면 딸의 말이 거짓으로 꾸며낸 말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 서방은 그래도 설마 했습니다. 이 나라가 얼마나 큰데 동네 이무기가 무슨 힘이 있어 수많은 군대를 거느리고 있는 임금을 쫓아낼 수 있을까 의심이 되었던 거지요.

설희야, 관아에 신고하는 것은 좀 더 고민을 해보자. 이만 씻고 자거라.”

 

다음날 아침, 비는 멎었습니다. 설희는 부엌에서 밥을 안치고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그때 동네에서 바보라고 놀림 받는 진찬이가 집앞을 지나가다가 설희를 발견합니다.

설희야, ~. 너 이무기에게 시집갔다며 언제 왔어? 어어, 그러니까 너 쫓겨났구나. , 바보.”

설희는 여느 때 같으면 진찬이를 보자마자 , 혼난다하며 팔을 걷고 쫓아갔겠지만 이번엔 가만히 웃고 넘겼습니다.

진찬이는 예전처럼 설희가 화를 내며 쫓아올까 봐 몇 걸음 도망을 가다가 되돌아봅니다.

, . 안 잡으러 오네. 이무기에게 시집가서 착해졌나 보다.”

그러고는 자기 집이 있는 곳으로 뒤뚱거리며 사라집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 사람들이 이 서방의 집으로 몰려왔습니다. 설희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진찬이에게서 듣고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이무기에게 잡혀먹힌 설희가 살아있을 리 없다고 여겼습니다.

이 서방 있는가?”

사립문 앞에서 박 서방이 불렀습니다. 방에서 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진찬이 말대로 설희였습니다.

설마 했는데, 정말 설희구나.”

귀신은 아닌 것 같아. 어떻게 살아왔지?”

사람들은 들어오려다 말고 문밖에서 웅성거렸습니다.

 

, 저 설희 맞아요. 어젯밤 이무기 소굴에서 도망쳐 나왔어요. 아버진 일찍 촌장님 댁으로 가셨어요. 조금 있으면 촌장님이 여러분들을 다 모이라고 할 거예요.”

사람들은 여전히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한데 뭐가 뭔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설희는 내심 촌장이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관아에 이무기의 계략을 알려 이 동네에 수많은 군사가 올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한편, 촌장의 집. 이 서방이 맥빠진 표정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촌장의 말이 너무 무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지에서 겨우 살아 돌아온 아이를 어떻게 다시 이무기에게 바치자는 말을 할 수 있는가. 생각할수록 촌장이 미워졌습니다. 만일 자기 딸이었대도 그랬을까.

아침 먹고 다시 오게. 무당과 사람들을 불러모아 어떻게 할 것인지 진지하게 논의해 보세.”

 

집으로 돌아온 이 서방은 설희에게 마을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이 서방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이무기에게 돌아간다면 지금 당장 해코지는 면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머지않아 모두 이무기에게 가진 것 다 내놓고 그것도 모자라 목숨까지 바쳐야 한다는 것을 왜 모를까요? 아버지, 나중에 열리는 마을회의에 저도 참석하겠어요.”

아서라. 괜히 니가 나섰다가 더 일이 꼬일 수 있으니.”

 

마을은 설희의 일로 어수선했습니다. 동네 아이들마저 설희 누나를 이무기에게 다시 보내야 하느니 우리가 지켜야 한다느니 하며 목청을 올렸습니다. 설희는 이무기를 지금 물리치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정보를 나라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탈출했는데 마을사람들은 오히려 자신을 다시 이무기에게 바쳐야 한다고 주장을 하니 한심하고 갑갑한 노릇이었습니다.

 

같은 시각 동경산 꼭대기 이무기 궁전에서는 이무기가 마을을 정탐하러 보냈던 병사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래, 마을 분위기는 어떻더냐?”

무당의 말로는 마을 사람들이 곧 마마를 다시 이곳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합니다.”

병사의 보고를 들은 이무기는 깊이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당장 마을을 공격하면 속이야 후련하겠지만 앞으로 아내가 다칠 우려가 있으니 함부로 병사를 보낼 수도 없습니다. 자칫 잘못하여 설희 뱃속에 있는 자신의 아들이 잘못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들어라! 마을에서 황후가 돌아오면 그 즉시 남녀노소를 가리지 말고 모두 척살하고 마을을 불태워버려라.”

, 폐하!”

 

마을에서 보는 동경산은 고요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언제 이무기가 해코지하러 내려올지 모른다며 불안에 떨고 있었습니다.

나무관세음보살.”

큰 삿갓을 쓴 스님이 설희의 집 앞에서 목탁을 치며 염불을 외자 설희가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허기진 노승이 이곳에서 밥 한 끼 얻을 수 있을까요?”

, 스님 방으로 들어오세요.”

 

설희는 스님에게 따뜻한 밥을 밥상에 얹어 몇몇 반찬과 함께 차려주었습니다. 삿갓을 벗고 밥상을 기다리던 스님은 설희에게 다시 고맙다고 고개를 숙이며 합장을 하였습니다. 설희가 방에서 나가자 스님은 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는지 숟가락을 잘 뜨지 않았습니다.

허어, 이상한 일이로다. 처자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해. 그런데 예사 관상이 아니야. 지존이 될 상인데.’

 

밥을 다 먹은 스님은 상을 들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리 주세요.”

설희가 얼른 부엌에서 나와 스님에게서 밥상을 받았습니다.

낭자, 무슨 근심이 있나요? 얼굴에 수심이 가득 찼습니다.”

설희는 갑갑한 마음에 그간 있었던 일들을 스님에게 소상히 설명했습니다.



설희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스님은 촌장의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마을에 근심이 가득하군요. 근심을 잠재울 방도가 없지는 아니오만.”

스님의 말에 촌장은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잠시 후면 사람들이 이곳에 모일 것입니다. 그때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방도를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촌장의 방에 마을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무당도 굿을 하다가 달려와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촌장이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이 서방의 딸 설희가 엊저녁에 이무기로부터 벗어나 마을로 돌아왔습니다. 아직 이무기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 같은데 우리가 어찌 하느냐에 따라 이무기의 태도가 달라질 것으로 봅니다. 설희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촌장의 말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당연히 설희를 이무기에게 보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좀 조용히 하세요. 한 사람씩 이야기를 해봅시다.”

이때 설희의 아버지 이 서방이 입을 열었습니다.

이무기의 세력이 더 커지기 전에 관군의 도움을 받아 물리쳐야 합니다. 언제까지고 계속 이무기에게 모든 것을 바쳐가며 살 것입니까? 지금까지 이무기의 행실을 보면 이번에 설희를 다시 바친다고 해도 우리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입니다.”

무당이 이 서방의 말을 받았습니다.

이 서방은 설희의 아버지라서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이무기는 자신에게 복종하는 자에겐 하염없이 은혜를 베푸는 분이란 걸 왜 모르시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스님이 헛기침을 하곤 입을 열었습니다.

사람들의 의견이 이처럼 분분하니 쉽지는 않을 것 같소만 이무기를 처치하고 마을과 나라를 구할 방법이 있긴 있소이다.”

마을 사람들은 스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여기에 오기 전에 설희라는 낭자로부터 이미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이무기는 동해에서 시작해 여기까지 오면서 온갖 악행을 저지른 포악한 놈입니다. 이놈이 지나온 마을에는 온갖 질병이 난무했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여기까지 말을 하곤 스님은 잠시 눈을 감았습니다. 그리고는 천천히 말을 꺼냈습니다.

관군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오. 오늘 당장 산에 올라가 호수가 뜨거워질 때까지 불에 데운 돌을 던진다면 이무기를 쫓아낼 수 있을 겁니다.”

 

스님의 말이 끝나자 또 왁자지껄해졌습니다. 촌장이 조용히 시켰습니다.

이무기에게 불돌을 던지다가 우리가 오히려 당하면 어찌합니까? 이무기에겐 뱀 병사들이 많이 있다면서요?”

박 서방의 말에 다른 사람도 맞장구를 쳤습니다.

이무기를 쫓아내거나 없애는 방법은 그것뿐이오. 마을 사람들이 합심하지 않고 이렇게 분산된다면 절대 이무기를 이길 수 없을 것이오. 그뿐만 아니라 설희낭자를 이무기에게 바치는 순간 이 마을은 불바다로 변해버릴 것이라는 것 잊지 마세요.”

 

오랫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촌장은 스님의 말에 따르기로 하였습니다. 승산이 있는 싸움이든 없는 싸움이든 어차피 이대로 가다간 마을 사람들이 이무기에게 몰살당할 것은 뻔한 일이었습니다. 그럴 바에야 싸우다 죽는 것이 떳떳할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싸웁시다. 이판사판입니다. 관군이 이 일에 나서주지도 않겠지만 스님 말씀대로 우리 스스로 합심하여 이무기가 사는 못이 뜨거워질 때까지 불돌을 집어넣으면 된다고 하니 그렇게 해봅시다.”

스님의 말에 이어 촌장까지 이무기와 싸우자고 하니 박 서방과 그를 동조하던 다른 사람도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회의가 끝나자 무당은 슬그머니 뒤로 빠졌습니다. 어서 이 사실을 이무기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이를 설희의 아버지 이 서방이 눈치를 챘습니다.

무당을 잡아라!”

그제야 사람들은 무당이 이무기의 사람임을 눈치 채고 도망가는 것을 잡아 포박하였습니다.

너무 서운하게 여기지 말게. 일이 끝날 때까지 잠시 창고에서 얌전히 기다려 주게.”

촌장은 잡혀 있는 무당에게 한마디 하고 그를 잡은 마을 사람에게 눈짓을 하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삽을 하나씩 들고 촌장을 따라 동경산 꼭대기를 향해 몰려 올라갔습니다. 설희 역시 마을 사람들 속에 섞여 산을 올랐습니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라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모두 못가에 도착했습니다.

이무기는 마을 사람이 근처에 왔어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내일쯤 아내를 돌려받고 나면 모두 마을로 쳐들어갈 것이므로 모두 휴식을 취하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어리석은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공격하리란 것은 추호도 생각할 수가 없는 일이기도 했으니까요.

 

사람들은 돌을 모아 불에 달구었습니다. 한 시간 넘게 엄청난 양의 불돌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촌장의 공격명령만 떨어지기를 기다렸습니다.

, 공격을 시작하면 절대 멈춰서는 안 되오. 우리가 목숨을 걸고 이무기를 쫓아냅시다.”

촌장은 앞에 서서 손을 올렸습니다.

공격!”

촌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마을 사람들은 일제히 삽으로 불돌을 떠서 못에다 던져넣었습니다.

못에 떨어진 불돌들은 치이익 소리를 내며 가라앉았습니다.

그때 갑자기 연못 가운데서 부글부글 물방울이 올라왔습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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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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