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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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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란다고 응답할 사람도 없고, 실체가 있으되 실체가 없다고 우기기만 하면 되는 2013년에 거의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되었습니다. 


책임 있는 사람의 응답도 듣고 실체가 없다던 실체들의 정체를 보고서야 2013년 마침표를 찍고싶은데 그게 안 되니 마음이 도저히 안녕하지는 못하네요.


경남도민일보가 올 한햇동안 도내에서 일어난 굵직한 일들을 지하철 노선처럼(?), 사실은 신문지면 헤더를 대신한 띠로 6면에 걸쳐 편집한 것이 눈에 띄어 올려봅니다.


1월, 

7일 경남지역 초등학교 무상급식 전면 시행.

21일 창원시 청사관련 여론조사결과 발표.

30일 새 야구장 터 진해 육군대학 선정.


2월

6일 부산국제금융고 창원분교 첫 졸업식.

25일 경남도,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

26일 제18대 대통령 박근혜 취임.


3월

4일 하동고전초등학교 60~80대 할머니 7명 입학.

10일 경남FC 홈 개막전 첫 만원사례.

25일 축구계 큰 별 전형두 타계.


4월


2일 프로야구 창원시대 NC다이노스 개막전.

11일 NC다이노스 창단 첫승.

12일 진주의료원 '폐업조례안' 도의회 날치기 통과.

23일 창원시 시청사 조례 개정안 기습처리.


5월

1일 편의점 등 '갑 횡포'에 분노 시선 확산.

7일 부마민주항쟁법 국회 통과.

14일 창원시청사 현 청사 확정 후폭풍.

29일 진주의료원 폐업 신고.


6월

11일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 날치기 처리.

26일 남해고속도로 사고차량 운전자 실종 한 달째.


7월

13일 경남은행 지역환원 위한 범도민 결의대회 및 서명 시작.

16일 홍준표 지사 도청출입기자 상대 거액 소송.

29일 천주교 마산교구 신부들 시국선언 '국정원 사태 진실 밝혀라'.

31일 이창희 진주시장 서울시청에서 1인 - 시위 등축제 논란 확산.


8월

1일 NC승률 4할 진입 '후반기 돌풍' 

15일 지역문화계 거목 송인식 관장 타계


9월

7일 창원시 지역 국회의원 간담회서 안홍준 "시의원 총사퇴 해라".

23일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 경남도지사 출마선언 이주영 의원 마산분리법안 발의.

24일 KBO 기자회견 "NC 새 구장은 창원이나 마산에 건립돼야 한다" 창원시 "간섭하지 마라"


10월

2일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5일 NC다이노스 마지막 경기, 52승 4무 72패 리그 7위로 시즌 마무리.

8일 통영서 바다 추락한 운전자 맨몸으로 구한 김민철 씨.


11월

11일 경남도, 무상급식 예산 74억 원 감액해 제출.

14일 마산역 이은상 시비 옆에 친독재 새긴 민주수호비 설치.

28일 한국민주주의전당 마산 관주 서울에 건립.

30일 밀양희망버스 출발


12월

6일 밀양주민 유한숙 씨 사망.

15일 창원대 도내 첫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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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이번 연재 ‘용다리 연가’는 상황 묘사를 좀 더 디테일하게 하다 보니 연재 편수가 딴 스토리보다 길어졌네요. 대학 1년생인 연화와 윤석이 웜홀을 통해 과거로 빨려 들어가면서 화연과 돌쇠라는 신분 차이가 확연한 두 인물 속으로 각각 들어간 게 1편의 이야기였습니다. 두 사람은 이후 예전과 전혀 딴판의 의식을 지니게 되는데 실제 자신의 영혼과 미래의 영혼이 혼재하게 되지요.


서로 가까이 있게 되거나 살갗이 닿으면 미래의 영상이 머릿속에 비치는데 두 사람은 이것을 즐기게 됩니다. 그러면서 서로 사랑하게 되지요. 그런데 진주 군수의 딸인 화연은 곧 전라도 나주목사의 아들과 결혼하게 될 몸이라는 점이 연화에게나 돌쇠에게 안타까운 현실이 됩니다.


혼인을 목전에 두고 두 사람이 밤마다 만나는 것을 화연의 아버지가 알게 되지만 소문이 두려워 자연스레 해결되길 바라고 지켜봅니다. 하지만 혼례식 전날까지 밤마다 두 사람이 만나자 군수는 화연에게 더는 돌쇠를 만나지 말라고 이릅니다.


다음날, 혼례식이 시작되고 돌쇠는 사랑채 입구에서 외모가 아주 준수한 나주도령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돌쇠는 이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요.


…………………………………………………..


돌쇠는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오름을 느꼈습니다. 이 순간 이후 어차피 아씨를 만날 수 없다면 살아있을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이르자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주먹을 너무 세게 쥐어 그랬는지 양 주먹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습니다.

“신랑 입장하시오!”

안쪽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돌쇠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지금 신랑에게 해코지했다가는 화연아씨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자 쥐었던 주먹에서 힘이 빠져나갔습니다.

“썩 비키지 않고 무얼 하느냐?”


신랑의 옆에 선 사내가 굵은 목소리로 돌쇠에게 쏘았습니다. 돌쇠는 그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혼례식장으로 들어가던 신랑의 뒷모습을 보던 돌쇠의 눈에서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렸습니다. 돌쇠는 매화나무 위에 올라가 담장너머로 혼례를 지켜보았습니다. 나주도령과 마주선 화연도 멀리 담장 너머로 나무 위에서 쳐다보고 있는 돌쇠를 느끼면서 혼례를 치렀습니다.


이렇게 혼례가 끝나고 화연과 나주도령은 신방에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신방 앞을 오가며 두런두런 얘기도 나누었지만 돌쇠는 멀찌감치 떨어져 아씨가 다른 남자와 있을 신방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오라버니, 여기서 뭐하는 거야? 내 이럴 줄 알았어.”

곱단이 역시 풀이 죽은 채 터벅터벅 걸어오며 신방으로 들어가는 중문 앞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돌쇠에게 말했습니다.


“오라버니도 내가 내일이면 아씨를 따라 나주에 간다니까 슬픈 모양이구나. 하지만 걱정마.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린 다시 만날 테니까.”

돌쇠의 귀에는 곱단이의 말이 하나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건성으로 응응하고 대답은 했지만 돌쇠 마음의 눈은 줄곧 신방을 향해 있었습니다. 옆에서 곱단이는 뭐라고 조잘대고, 나름 돌쇠와 헤어짐이 아쉬워 눈물까지 흘리며 말을 하고 있는데 돌쇠는 시간이 지날수록 대답할 기력마저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곱단이는 내일 아씨를 모시고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며 돌아가고 돌쇠는 여전히 초승달 희미한 빛을 밟으며 마당을 왔다갔다 거닐었습니다. 숲속에서 부엉이 소리가 몇 번 울리고 날이 희끄무레 밝아왔습니다.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화연아씨가 나주도령을 따라 멀리 떠납니다. 돌쇠는 눈물로 멍이 든 가슴을 무릎에 파묻은 채 아침해를 맞았습니다.


아침부터 맛있는 음식 냄새가 집안은 물론이고 온동네에 퍼졌습니다. 가솔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잠시 느려지더니 다시 어수선해졌습니다. 아씨가 나주도령을 따라 대문을 나섰습니다. 주인마님을 비롯해 안방마님과 여러 사람들이 배웅을 하고 있습니다.

가마 창문을 열고 뒤돌아보던 화연은 여러 사람 중에서 돌쇠를 찾았습니다. 그러다 바로 담장 너머로 보고 있는 돌쇠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화연의 눈도 잠을 못자 그런지, 밤새 울어서 그런지 벌겋게 핏발이 서 있었습니다.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순간이지만 많은 대화를 하였습니다. 그러다 둘이 동시에 피식 입가에 웃음을 지었습니다. 눈물은 그대로 볼을 타고 흐르고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화연아씨가 나주로 떠나고 사흘이 지나도록 돌쇠는 밥을 전혀 먹지 못했습니다. 함께 방을 쓰는 행랑아범은 돌쇠가 곱단이 때문에 넋을 놓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우리 같은 사람의 운명은 주인을 따라 가는 거란다. 이제 훌훌 털고 일어나거라.”


그런데 이 시점, 집안이 어수선해졌습니다. 행랑아범은 주인마님을 따라 멀리 출타를 했습니다. 한동안 집안 분위기가 숙연해지는가 싶더니 아씨가 나주도령을 따라 떠난 지 닷새가 되던 날에 주인마님과 함께 돌아온 것입니다.


돌쇠는 미칠 듯이 기뻤습니다. 곱단이가 먼저 달려와 돌쇠의 손을 잡고 얼쑤 춤을 추며 기뻐했지만 돌쇠는 곱단이가 화연아씨인 양 덩달아 기분이 좋아 춤을 추었습니다.

화연도 돌쇠를 보는 순간, 서로 얼싸안고 좋아할 수는 없었지만 재회의 기쁨에 마음이 콩닥거렸습니다. 곱단이가 먼저 돌쇠 손을 잡고 저러는 것이, 그간의 관계를 모르는 바도 아니지만 좀 얄밉기는 했습니다.


그날부터 이제 밤마다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두 사람의 계산은 오산이었습니다. 화연은 집으로 돌아온 날부터 방에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엄명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화연아, 다시 돌쇠를 밤마다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아예 말거라. 예전엔 소문이 무서워 그랬다만 만약 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돌쇠를 멍석말이시키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나주로 시집간 첫날 밤, 잔치가 끝날 쯤 친구들과 술잔을 나누던 신랑이 갑자기 숨지는 바람에 청상과부가 된 화연. 돌쇠가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기대감에 신랑을 잃은 슬픔보다 기쁨이 앞서 가슴 두근거렸는데 아버지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가슴에 무거운 바위를 얹은 듯했습니다.


이 사실을 모르는 돌쇠는 밤마다 담장 아래로 나와서 화연을 기다렸습니다. 부엉이가 몇 번을 울고 난 뒤에야 돌쇠는 힘없는 발걸음으로 행랑채로 돌아와 눈을 붙였습니다. 이 같은 일이 매일 되풀이되었습니다.

돌쇠는 곱단이로부터 화연아씨가 벌써 일주일째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돌쇠 역시 제대로 먹지 못했지만 아씨의 건강이 걱정되었습니다. 그러나 돌쇠로선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화연아씨의 방에서 안방마님의 통곡이 들려왔습니다. 모두 아씨가 결혼하자마자 청상과부가 되어 시집을 떠나 온 게 짐이 되어 남편을 그리다가 몸이 쇠약해져 숨졌다고 수군거렸습니다. 화연이 죽었다는 데도 아버지인 이 군수는 한동안 방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군수는 돌쇠에게 화가 났던 거였습니다. 오전 내내 방에서 돌쇠를 어찌할지 속으로 화풀이를 하였습니다. 그러다 그냥 둘이 멀리 보내어 살게 할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들었습니다. 이 군수로서는 딸의 돌쇠에 대한 정이 이리 깊은 것인 줄 몰랐습니다. 만나지 못하게 하면 자연히 옛날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화연의 죽음으로 가장 상심이 큰 사람은 돌쇠였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무엇 때문에 식음을 전폐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는 게 무엇보다 갑갑했습니다. 돌쇠는 화연아씨가 나주도령을 따라 대문밖을 나서던 그때보다 더 슬픔에 북받쳤습니다.





화연의 죽음은 남편의 죽음으로 상심에 빠져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남편을 따라 간 것으로 외부에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장례를 치를 때 나주목사와 전국의 벼슬아치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습니다.


셋째날 탈상을 하고 화연의 시신은 상여를 타고 대문밖을 나섰습니다. 가솔과 수많은 사람들이 상여를 따라갔습니다. 돌쇠도 상심한 채 상여를 따라갔습니다.


에호 에~호 에가리 넘자 에~호

세상천지 만물 중에 사립밖에 또 있던가

에호 에~호 에가리 넘자 에~호

여보시오 시주님 내 말 잠시 들어보소

에호 에~호 에가리 넘자 에~호

아버님 뼈를 타고 어머님 살을 빌려

에호 에~호 에가리 넘자 에~호

칠성님께 명을 빌고 석가여래 복을 빌어

에호 에~호 에가리 넘자 에~호

세상탄생 나 가지고 한두 살에 철을 몰라

에호 에~호 에가리 넘자 에~호

부모 은공 내 못하고….


상여가 용다리를 지날 때였습니다. 돌쇠는 다리 아래를 우연히 내려다보게 되었습니다.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이미 사람이 아닌 듯했습니다. 그런가 싶더니 어느새 물속의 자신이 아씨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씨는 물속에서 빙그레 웃고 있었습니다.


“아씨!”

돌쇠는 저도 모르게 소리질렀습니다.

“아씨, 가지 마요. 가지 마요. 엉엉.”

돌쇠가 하도 서럽게 울기에 다른 사람들도 상여를 따라 지나가면서 한마디씩 하였습니다.

“아무리 자기 주인의 죽음이 안타깝기로서니 노비가 저리 서럽게 우는구나.”


상여행렬이 다 지나도록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던 돌쇠가 고개를 들었을 때 눈빛이 이상하게 변하였습니다. 서서히 초록빛으로 변하는가 싶더니 이내 이상한 행동을 하면서 동네를 빙빙 돌아다녔습니다. 돌쇠의 이러한 행동은 며칠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밤, 다시 초승달이 찬바람에 오들오들 떨면서 구름 뒤로 들어가려던 그때였습니다. 돌쇠는 넋을 잃은 채 용다리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연화야, 제발 돌아와. 사실 난 너만 사랑하고 있어.”

돌쇠가 용다리에 도착해 아래로 내려다보았습니다. 구름에 반쯤 얼굴을 가린 초승달 희미한 그 빛에 물속 그림자가 일렁였습니다.

연화의 모습입니다. 웜홀 속으로 빨려 들어갈 때 그 때의 두려워하는 모습입니다. 돌쇠의 몸이 서서히 초록빛으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연화야~.”

돌쇠는 용다리 앞 고목나무에 기댄 채 초승달만 멍하니 쳐다보았습니다.


그날 밤 숲속의 부엉이는 밤이 새도록 부엉부엉하고 울었습니다. 다음날 마을 사람 어느 누구도 돌쇠의 모습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돌쇠는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습니다. 다만 곱단이가 매일 밤 고목나무 아래에 와서 하늘을 보기도 하고 물속을 들여다보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집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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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텔링)용다리 연가(戀歌)(4)

진주시 진주성 옆 지금은 없어진 용다리에 얽힌 전설


(지난 줄거리) 사랑싸움을 하던 연화와 윤석은 옥신각신하면서 진주성 앞 고목 옆을 지나다 갑자기 형성된 웜홀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고려시대 진주 군수의 집 별당 화연의 방과 돌쇠가 기거하는 행랑채에 밝은 초록빛이 감돌더니 두 사람에게 뭔가 변화가 일어납니다.


돌쇠가 10년을 화연의 아버지인 이 군수의 집에 들어와 솔거노비로 살았지만 화연과 돌쇠는 상전과 하인 이상의 관계였던 적이 없었는데 몸에 변화가 일어난 이후론 서로 스치기만 하여도 이상한 끌림을 느낍니다. 서로 피부가 닿기만 하면 두 사람은 지금까지 본적이 없었던 영상을 공유합니다.


두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매일 밤마다 별당으로 이어지는 골목 담벼락 아래에서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을 담장 끝에서 지켜보는 그림자가 있습니다. 화연이 그것을 눈치채고 돌쇠에게 이야기하자 돌쇠는 불안해집니다. 천한 종놈이 언감생심 지체 높은 군수의 딸을 가슴에 품었으니 말입니다. 그러한 때에 평소 자신을 잘 따르던, 같은 솔거노비인 곱단이가 찾아와서는 큰일이 났다며 하염없이 울먹입니다.


……………………………………………….


돌쇠는 어젯밤 화연아씨와 자신이 함께 있는 것을 본 그 그림자가 오늘 아침 주인나리에게 고변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불호령이 떨어졌을 테고 그 불호령을 들은 곱단이가 먼저 쫓아와 자기에게 그 사실을 알리는 것이리라. 돌쇠는 자신의 처지를 돌아봤습니다. 상놈이 언감생심 밤마다 상전인 아씨를 마음에 품고 포옹까지 하였으니 목숨을 부지하려 한다는 것 자체가 과욕이리라.


돌쇠는 멍석말이든 곤장을 맞든 그렇게 고통 속에서 목숨이 다하더라도 후회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슨 연유에서 아씨와 이렇게 서로 사랑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밤마다 만나며 짜릿한 사랑을 맛보았고 그것만으로도 행복했기에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여겼습니다.


다만, 돌쇠는 곱단이에 대한 미안함은 금할 길 없었습니다. 오랜 세월 한 집에서 함께 노비로 생활하면서 서로 정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곱단이가 조금만 더 나이를 먹으면 안방마님에게 둘이 혼례를 올릴 수 있게 해달라고 할 참이기도 했으니까 말입니다. 돌쇠의 눈에도 핑그르르 물방울이 맺히더니 귓불 타고 목으로 떨어졌습니다.


“오라버니 지금 당장 이 집에서 도망갈까?”

“도망간다고 해결이 되겠니? 그러고 니가 도망은 왜 가?”

“이제 헤어지면 영원히 오라버니를 못 볼 텐데 그러고 어떻게 살아? 그럴 바에야 산속에 숨어 살거나 아니면 죽는 게 낫지.”

돌쇠는 곱단이가 자신을 위해 이렇게 목숨까지 걸 정도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미안한 마음이 일었습니다.

“무슨 소리냐? 넌 꿋꿋이 살아야지. 내 몫까지 보태서 오래오래 살아야지.”


곱단이는 돌쇠가 그래 당장 이 집을 떠나 멀리 도망이라도 가자고 말해주길 바랐는데 자기 몫까지 살라고 하면서 눈물까지 흘리는 모습에 의아해졌습니다.

“오라버니, 무슨 말 하는 거야? 내가 아씨를 따라 나주에 가게 되었는데 오라버니 몫까지 살라니?”

“……?”

돌쇠는 곱단이 얼굴을 한참 뚫어져라 쳐다보았습니다. 곱단이가 울면서 자신을 찾아온 것이 어젯밤 정체 모를 그림자에게 들킨 것 때문이 아니라 서로 헤어지게 된 것 때문이구나. 그렇게 상황파악이 되고 나니 돌쇠의 입가에는 살짝 미소가 피었습니다.

“오라버니는 나랑 헤어지는 게 좋은 거야? 슬픈 거야? 울었다가 웃었다가. 왜 그래?”

곱단이는 돌쇠가 밉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해서 툇마루에 돌아앉아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 더 크게 울었습니다.


‘그렇다면, 분명히 어젯밤 아씨가 봤다는 그림자는 사람의 그림자가 아니었을 것이다.’ 돌쇠는 괜한 걱정을 한 것 같아 쓴웃음을 또 지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습니다. 내일이면 나주 목사의 아들이 장가를 들려고 집에 올 것으로 생각하니 가슴이 다시 갑갑해졌습니다.


내일 있을 혼례 준비를 하느라 온 집안이 어수선하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화연은 종일 방안에만 있었습니다.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불안했습니다. 이미 돌쇠에게 마음이 가버린 터라 아무리 나주 목사의 아들이 멋있는 총각이라 해도 손톱만큼도 화연의 마음에 들여놓을 공간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내일이면 그 나주 도령과 혼례를 치러야 하고 그를 따라 나주로 가야 합니다.





밤이 되었습니다. 화연은 화연 대로 돌쇠는 돌쇠대로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안 보고는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자정이 되었을 무렵 화연은 방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으흠.”

화연은 댓돌에 놓인 꽃무늬 갖신을 신으려다 헛기침 소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아버지였습니다.

“화연아, …….”

이 군수는 딸의 표정을 오랫동안 살피더니 작심한 듯 이야기를 꺼냅니다.

“화연아, 내일이 혼례인데 이제 돌쇠를 그만 만나는 게 좋을 듯하구나.”

화연은 깜짝 놀랐습니다. 아버지께서 어떻게 이 사실을? 그러다 그 그림자의 주인공이 아버지였구나 하는 생각에 다다랐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여태 일언반구 말씀이 없었을까?


“벌써 돌쇠를 잡아다가 혼찌검을 내고 싶었다만 혼사를 앞두고 소문이 나서는 안 되는 일. 니가 스스로 자제해주길 은근히 바랐다.”

“…….”

“그런데 니가 오히려 더 돌쇠를 찾는 것 같아 이제 더는 두고 볼 수 없구나. 화연아, 니가 마음을 접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돌쇠를 만나거든 잘 이야기하거라.”


아무리 소문이 나서 안 될 일이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이 정도로 자신과 돌쇠를 생각해주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자신이 깨끗하게 마음을 정리하면 아버지도 돌쇠를 벌주거나 어찌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버지가 안채로 건너가는 것을 보고 화연은 돌쇠가 밤마다 찾아오는 골목길로 갔습니다. 이번엔 돌쇠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돌쇠야, 이런 우리의 만남도 이게 마지막이구나.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겠지. 나도 너의 마음같이 헤어지기 싫지만 나로선 어찌할 수가 없구나.”

화연은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돌쇠에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그림자의 주인공이란 사실을 돌쇠가 알게 되면 더는 이 집에서 일할 수 없을 것이란 걸 알기 때문입니다.

“아씨, 전 아씨가 없으면 도저히 살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둘이 어디라도 도망을 가서 살까요?”

돌쇠는 이렇게 말하고서 아침에 곱단이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도망간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돌쇠는 가슴이 갑갑해져 옴을 느꼈습니다.


두 사람은 한참을 마주 보고 서 있었습니다. 여전히 멀리서 부엉이 울음소리가 적막을 흔들며 번져왔습니다. 담장 위에 앉아있던 고양이는 지겨운 듯 일어서서 기지개를 한 번 크게 켜고는 담장 끝으로 걸어갔습니다.

“돌쇠야, 우리 다음 생에는 같은 신분으로 태어나서 꼭 다시 만나자.”

화연은 눈물을 훔치면서 별당으로 달려갔습니다. 돌쇠는 우두커니 선 채 달려가는 화연아씨를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한스러웠습니다.


다음날, 점심나절께 나주에서 온 신랑 일행이 도착했습니다. 때맞춰 풍악이 울렸습니다. 음악에 맞춰 무용수들이 일사불란하게 춤을 추었고 마을 사람들은 마당에 깔아놓은 멍석 위에 앉아 음식을 먹으며 즐거워했습니다. 사랑채 대청 위에는 이 군수와 나주 목사, 그리고 초청받은 지체 높은 사람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이제 곧 혼례가 시작될 터이니 다들 준비하거라.”

이 군수의 말을 시작으로 마당은 순식간에 혼례식장으로 정돈되었습니다. 돌쇠는 사랑채가 있는 마당으로 들어가지 않고 행랑채 옆 문앞에 서서 불안한 걸음으로 왔다 갔다 하였습니다.

그때 돌쇠는 혼례식장으로 들어서려는 신랑과 마주쳤습니다. 신랑이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외모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질투가 날 정도로 준수한 얼굴입니다.

돌쇠의 가슴이 또 뜨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신랑 역시 길을 가로막고 서 있는 돌쇠를 보고 일부러 근엄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신랑의 길 안내를 맡은 이가 돌쇠에게 목소리를 깔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놈 무엄하구나. 썩 비키지 못할까?”


(다음 주 5편이 이어집니다.)


[관련기사]


 (전설텔링)용다리 연가(戀歌)(1)

 (전설텔링)용다리 연가(戀歌)(2)

 (전설텔링)용다리 연가(戀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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