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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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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텔링)토끼와 거북 전설이 깃든 사천 비토섬

별주부전으로 문학성까지 얻은 이야기…전설의 현장을 찾아서

 

사천시 서포면 비토리.

지금은 다리로 연결되어 섬이라 하기 그렇지만 위성지도로 내려다보면 고래 한 마리가 유유히 해안을 헤엄치는 모습을 한 작지 않은 섬입니다.

이 섬에는 누구나 아는 전설이 스며 있습니다바로 토끼와 거북 이야기입니다.


토끼와 거북이야기는 서로 상반되는 캐릭터여서 그런지 다양하게 전해 내려옵니다.

이솝우화에서처럼 토끼와 거북이 경주하는 이야기도 그렇고 이 섬에 서린 별주부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토끼와 거북은 따로 떼어놓고도 많은 이야기가 전합니다.


산중호걸 호랑이를 골탕먹이는 꾀많은 캐릭터로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 바로 토끼입니다.

거북 또한 느리지만 장수의 동물로 꼽히면서 자주 이야기에 등장하는 캐릭터입니다.

특히 김수로왕 설화에 담긴 구지가의 거북은 신비로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비토섬과 월등도를 항공촬영한 안내도

용궁을 배경으로 한 토끼와 거북의 이야기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요먼저 고대 인도 설화집인 ‘판차탄트라’에 실린 이야기부터 꺼낼 수밖에 없겠네요.

이 설화집은 6세기 쯤 중세 페리시아어인 파흘라비어로 번역되었다는데원본은 없기 때문에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습니다


이 ‘판차탄트라’에서는 악어와 원숭이가 유사한 스토리로 등장합니다.

이것이 불전에 실리게 되는데 악어 대신 자라로 스토리 주인공이 변신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불교 경전이 우리나라로 전파되면서 원숭이 대신 토끼가 주연을 꿰차게 되고 별주부전의 원형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토끼와 거북으로 주연이 완전히 대체된 한국형 이야기는 ‘삼국사기’에 전합니다바로 ‘귀토설화’입니다.

귀토설화는 신라 선덕여왕 때 김춘추의 활동에서 비롯됩니다.

차기 무열왕이 되는 김춘추는 백제의 침입으로 신라가 힘겨워지자 고구려로 달려가 청병을 요청합니다.

 

비토교 입구

 

거북교를 건너 이어지는 토끼와 거북이길

그런데 고구려의 연개소문은 김춘추에게 원래 고구려 땅이었던 한강 유역의 땅을 돌려달라고 합니다.

김춘추가 그것은 안 된다고 하자 연개소문은 그를 옥에 가두어버립니다.

이때 고구려의 한 신하가 김춘추에게 귀토지설즉 거북과 토끼 이야기를 합니다.


곰곰이 생각하던 김춘추는 연개소문을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하여 자기는 일개 신하이기 때문에 바로 결정할 수는 없고 돌아가서 여왕 폐하께 간청하여 한강유역을 고구려에 주겠노라고 약속하고 신라로 탈출하는 데 성공합니다물론 토끼의 꾀를 응용한 것이지요.


김춘추가 고구려 신하로부터 들었다는 귀토설화가 사천시 서포면 비토섬 동쪽 끝 월등도에 고스란히 스며 있습니다.

이 설화는 월등도 주변의 거북섬과 토끼섬목섬으로 인해 전설이 되었고 지금은 이 지역 대표적인 스토리텔링이 되어 있습니다.


남해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곤양IC에서 남쪽으로 서포로를 따라 가면 20분도 안 되어 비토섬에 도착합니다.

검섬삼거리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조금 들어가면 비토교가 나옵니다.

여기서 반가운 안내판을 만나게 되는데사천시 관광안내도입니다.

안내도 왼쪽엔 ‘별주부전의 배경이 남해안 지방이라는 근거’가 있고 오른쪽엔 ‘사천 8경’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읽어보면, ‘토생전’에선 북해 용궁이라 하고 ‘불주부전’에는 동해 용궁, ‘토별가’와 ‘수궁가’ 등에선 남해 용궁으로 전해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동해와 남해는 이해가 되는데, 북해는 어디일까 싶네요.


비토교를 건너 섬으로 들어가면 또 하나의 다리인 거북교를 건너게 됩니다.

여기서 얼마 못 가 비토섬휴게소를 만나는데 일단 우회전하기로 합니다.

고개를 넘으면 넓게 펼쳐진 바다를 보게 됩니다.

바다 건너 멀리 하동 금오산과 큰설산이 보입니다.

 

생굴회와 굴국밥 등을 판매하는 비닐하우스 식당

지난 325일 마침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섬들도 선명하게 보입니다.

바닷물도 더없이 깨끗해 보이고요.

곳곳에 비닐하우스로 생굴을 판매하는 곳이 있군요.

바로 생굴회와 굴국밥 등 식사를 해주기도 하네요.


해안도로를 따라 더 들어가면, 사천수협활어위판장을 만나게 되는데 오른쪽으로 난 부두 길을 따라 바다쪽으로 나가면 비토해양낚시공원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잡는 물고기들을 구경해도 시간가는 줄 모를 것 같네요.

 

낙지포마을 비토해양낚시공원

여기서 다시 가던 길을 따라 조금 더 들어가면 토끼와 거북 모형이 반깁니다.

월등도 입구입니다.

바로 토끼와 거북 전설이 있는 곳이지요.


토끼와 거북 모형 옆에는 원형 조형물에 ‘별주부전 전설’이란 제목으로 설명문이 있는데, 월등도와 토끼섬거북섬, 목섬에 얽힌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여기에 적힌 내용을 옮겨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토끼와 거북 설화와는 좀 다른 스토리가 있군요.

 

월등도 앞 토끼와 거북 조형물과 별주부전 내용을 담은 안내문

 

비토섬에서 월등도로 들어가는 갯벌, 물이 빠지면 길이 열린다.

 

맞은 편 섬이 월등도이고 오른쪽이 거북섬이다.

“서포면 비토, 선전리 선창과 자혜리 돌 끝을 생활터전으로 꾀 많은 토끼 부부가 행복하게 살아가던 중 남편 토끼가 용궁에서 온 별주부(거북)의 감언이설에 속아 용궁으로 가게 된다.

용궁에 도착하니용왕은 병들어 있고 오직 토끼의 생간이 신효하다는 의원의 처방에 따라 자신이 잡혀왔음을 알게 된 토끼는 꾀를 내어 ‘한달 중 달이 커지는 선보름이 되면 간을 꺼내어 말리는데, 지금이 음력 15일이라 월등도 산 중턱 계수나무에 걸어두고 왔다’고 거짓말을 한다이에 용왕은 토끼의 말을 믿고 다시 육지로 데려다 주라고 별주부에게 명한다.

월등도 앞바다에 당도한 토끼는 발빛에 반사된 육지를 보고 성급히 뛰어내리다 바닷물에 떨어져 죽고 말았으며그 자리에 토끼 모양의 섬이 생겨났다(현재의 토끼섬).

토끼를 놓치 별주부는 용왕으로부터 벌 받을 것을 걱정하여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거북 모양의 섬이 되었다(현재의 거북섬).

한편부인 토끼는 남편이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다 바위 끝에서 떨어져 죽어 돌 끝 앞에 있는 섬(현재의 목섬)이 되었다.

현재 이곳 주민들은 월등도(月登島)를 돌당섬이라 부르고 있는데, 그 이유는 토끼가 용궁에 잡혀간 후 돌아와 처음 당도한 곳이라는 뜻에서 ‘돌아오다’ 그리고 ‘당도하다’의 첫머리 글자를 따서 돌당섬이라 부르고 있다.”


이곳은 기념촬영을 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초등학생 이하의 자녀가 있다면 아주 좋아할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여기서 아래쪽으로 비스듬히 난 길로 내려갑니다.

길 끝에 도착하면 바로 반가운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모세의 기적’이라는 키워드로 만나는 지형이 눈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건너편에 월등도가 있습니다.

그러나 물이 차서 월등도로 건너갈 수가 없군요.

물이 빠지는 날에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몰려옵니다.

잠시 길을 걸으니 작은 고깃배가 모터소리를 내며 지나갑니다.

물이 빠지면 사람이 건너는 그쪽으로 물살을 일으키며 지나갑니다.

그 모습을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꼭 공룡발자국을 발견할 것만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경치가 눈이 시리도록 좋습니다.

월등도로 건너가진 못하지만 여기에서 거북섬을 볼 수 있습니다.

볼록한 등에 소나무들이 꼭 우담바라처럼 자라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꺼번에 토끼섬을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토끼섬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검섬 검도항으로 향합니다.

검도항으로 가기 위해선 월등도로 들어가기 전에 보았던 별주부전 테마파크로 다시 나와야 합니다.

 

별주부전테마파크 안내판
테마파크 주차장 앞에 설치된 토끼아내 조형물, 남편 토끼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테마파크가 한산합니다. 테마파크에는 커다란 토끼상이 있습니다. 남편 토끼를 기다리던 아내 토끼입니다.

새끼토끼들도 주변에 많이 있네요. 살아있는 토끼를 기르는 토끼장이 있는데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아서인지 토끼는 보이지 않습니다.

테마파크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조금 걸어가면 별주부전 테마파크 이야기 공원이 나옵니다.

삽화와 함께 별주부전을 읽을 수 있는 공원입니다.

놀이터도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할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기념촬영을 하면 재미있는 장면이 많이 연출될 것 같군요.

 

앞쪽은 컬러로 된 삽화이며 뒤쪽은 해당 이야기가 적혀있다.

 

포토존 뒤편에 조성된 어린이 놀이터

테마파크 가운데엔 양쪽에 거북과 토끼를 대동하고 용왕처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왔다면 여기서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고 다시 아래로 내려가 해변으로 난 목책 데크로드를 따라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물레방아와 목재로 된 계단을 만납니다.

계단을 끝까지 오르면 중봉 정상에 전망대가 나타납니다.

사천대교뿐만 아니라 삼천포대교도 눈에 들어옵니다.

물론 가까이 월등도도 한눈에 들어오고요.

남쪽으로는 남해군의 여러 산들이 바다를 떡하니 가로막고 위용 있게 서 있습니다.

 

해안을 따라 조성된 목책 데크로드

이제 토끼섬과 목섬을 보러 검도항으로 갈 차례입니다.

검도항에 도착하니 월등도 일부에 가려 토끼섬이 일부만 보입니다.

게다가 목섬은 양식장에 가려 아예 보이질 않네요.

아무렴 어떻습니까.

항구에서 따스한 햇볕과 조금 놀다가 나섭니다.

사천대교를 건너면 목섬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을 하면서 말이죠.


되돌아오는 길 검섬 고개를 넘다가 되돌아 보니 토끼섬이 잘 보이네요.

그 너머로 각산도 눈에 들어옵니다.

목섬 사진은 사천대교를 넘어 선전마을 쯤에서 찍을 수 있었습니다.

이리하여 토끼와 거북 전설의 현장을 모두 확인하였습니다.

 

오른쪽 월등도에 거의 붙어 있는 토끼섬
바다 건너 선전마을에서 본 목섬

별주부전 이야기 배경인 비토섬을 여행하면서 인근에 있는 삼천포 대교와 대방진굴항, 낙조 풍경으로 유명한 실안마을까지 모두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지역에 얽힌 전설도 되새기고 주변 유명 관광지도 둘러보는 알찬 여행이 되었습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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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래구 메가마트 동래점 뒤편에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얼굴이 담긴 옛 500원짜리 지폐를 형상화한 벤치가 조성돼 있다. 청동으로 만든 이 조형물은 길 가운데 있으며 바닥에도 조형물이 조성돼있어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구경도 하고 밟기도 한다는 것이다.


동래구는 고도심 재창조 사업으로 5000만 원을 들여 지난달에 청동 돈다발 벤치 6개를 설치했는데, 이곳이 1951년 한국조폐공사가 창립된 곳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형물의 소재가 된 것은 우리나라 현대식 최초의 화폐인데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승만 얼굴을 인쇄한 것이다.


부산일보는 25일 ‘대통령 얼굴 깔고 앉는 벤치, 글쎄요?’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부산일보는 기사에서 윤모 씨의 말을 빌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얼굴을 아무렇지 않게 밟고 지나가거나 엉덩이로 깔고 앉는 게 썩 좋아 보이진 않는다.”란 말을 인용해 문제제기를 했다.


그런데 JTBC 보도에선 이런 반응에 대한 반론이 있어 눈에 띈다.


김옥경 부산 동래구청 도시재생담당의 말이다. “1만 원짜리 지폐도 음식점 가면 방석으로 많이 깔지 않습니까? 깔고 앉으면서 세종대왕을 모독한다는 생각은 안 하잖아요.”


이승만을 깔고 앉는다는 문제 제기는 일부 시민의 편협된 사고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싶다. 이에 대한 반론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부산일보의 태도 역시 편협해 보인다.


/JTBC홈페이지 갈무리


다음 뉴스. JTBC가 보도한 일본 혼혈 미인 대표에 자격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일본 내의 논란을 다룬 기사다.


2015년 미스 유니버스 일본 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한 20살 미야모토 아라아나 이야기다.


이 뉴스를 접한 순간 일본의 다문화 인식이 많이 좋아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은 국민 98%가 순혈이라고 한다. 그만큼 국제결혼이 없다는 얘기로 보인다. 그 통계가 믿기진 않지만 어쨌든 이런 나라에서 아프리카 아버지와 일본 어머니 사이에서 난 딸이 미인 대표에 선발되었으니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겠다.


이런 혼혈인이 미인대회에 대표로 선발되자 사람들은 98% 순혈 국가인 일본의 대표로서 자격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단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반응을 보였는지 모르지만 이런 인식은 갈등유발 원인이 되기에 옳지 않다.


과거 일본이라는 나라가 행한 인종 차별을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JTBC는 제프 킹스턴 템플대학교 아시아 연구소 교수의 말을 인용해 “일본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는 아주 긍정적인 메시지”라고 소개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런 혼혈(사실 따지고 보면 형제끼리 결혼하지 않고서야 혼혈이 아닌 자녀는 없지만)인이 사회 중추적 역할을 하거나 우리 속의 한 구성원으로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지는 그런 사회가 빨리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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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이 따스하다. 일상이 바쁘다는 핑계로 주말을 ‘방콕(방에 콕 처박혀 지내는 일)’한다면 너무 아까운 날들이다. 멀리 나가기 머뭇거려진다면 가까운 도심의 산책로라도 거닐어보면 어떨까? 주택으로 꽉 들어찬 도심이라도 주변에 한가로이 산책할 만한 곳이 곳곳에 있으니 마음만 먹는다면 못할 것 없음이니.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박물관 광장과 주변 산책로에는 2010년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에 발표됐던 10개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이뿐만 아니라 몽고정 맷돌과 실물을 그대로 복사한 월영대, 그리고 13인의 시비 등 천천히 거닐며 감상할 만한 것들이 있어 주말 두어 시간 한가로이 보내기는 딱 좋은 산책 코스다.


추산야외조각미술관 안내 입석.

조각 미술품 위치도.

마산박물관 앞에 몽고정 맷돌이 있다. 몽고정이란 우물은 자산동 3·15의거 기념탑 옆에 있다. 고려 충렬왕 때 원나라가 일본 정벌을 위해 합포에 군사를 주둔시켰는데 군사들에게 물을 공급하고자 만든 우물이다. 원래 이름은 ‘고려정’이었다.


마산박물관 앞뜰에 전시해놓은 몽고정 맷돌.

몽고정 맷돌은 지름이 1.4m의 원형으로 된 돌이다. 원래 회원 성지에 있는 것을 박물관 앞으로 옮겨 놓았다. 생긴 모양으로 보아 전차의 수레바퀴라느니 대형 약연(약재를 가는 기구)이라느니 하지만 다량의 군량미를 가는 데 썼던 맷돌로 보는 게 정설이란다.

연자방아처럼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안내문에는 이 맷돌이 고려와 원나라의 일본정벌 전진기지로서의 흔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어 전시한다고 설명되어 있다.


월영대 모조 석물과 13인의 시비.

월영대와 13인의 시비. 몽고정 맷돌 옆에 있는 것으로 고운 최치원과 관련이 있는 석물들이다. 월영대는 마산 해운동에 있는 것으로 이곳에는 원래 모양 그대로 만들어 전시한 것이다. 최치원의 자가 ‘고운’ ‘해운’인데 해운동의 ‘해운’이나 부산 해운대의 ‘해운’도 최치원의 자에서 따온 이름이다.

월영대는 높이 210㎝, 폭 35㎝ 규모의 입석으로 ‘月影臺’라는 글자는 최치원 선생이 친필로 쓴 해서체 글이다. 주변에 둘러 있는 13인의 시비는 왼쪽에서부터 정지상, 김극기, 채홍철, 안축, 이첨, 정이오, 박원형, 서거정, 김극성, 정사룡, 이황, 신지제, 정문부 등 13의 것으로 한시가 비석에 새겨져 있다.

이들 시는 ‘신증동국여지승람’과 ‘동문선’ 등 각종 문집에 있는 것으로 그 내용과 서체를 그대로 옮겨 새긴 것이라고 한다.

이 중에서 고려문신 정지상의 시를 소개하면, ‘푸른 물결 아득하고 돌이 우뚝한데/그 안에 봉래학사 노닐던 대가 있어/소나무 오래된 제단가에 풀이 우거졌고/구름 낀 하늘 끝에 돛배 오누나/백년 풍류에 시구(詩句)가 새롭고/만리 강산에 한 잔 술을 마시네/계림 쪽으로 고개 돌려도 사람은 보이지 않고/달빛만 부질없이 해문(海門)을 비추네.’ 최치원의 학문을 흠모하는 마음이 오롯이 들어 있는 시다.


세키네 노부오 작 ‘Phase of Nothingness’.

추산야외조각미술관. 미술관이라고 적혀 있으나 조각공원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맨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세키네 노부오라는 일본 작가의 스테인리스와 자연석 작품인 ‘Phase of Nothingness’다. 사각의 스테인리스 스틸 기둥에 얹힌 거대한 바위는 마치 공중에 부유하는 듯한 착각이 든다고 설명해 놓았는데, 공중에 떠 있는 고인돌 같다는 느낌이다.


장뤽 빌무스 작 ‘빛이 있는 공간’.

그 다음 눈에 들어온 작품은 장뤽 빌무스의 ‘빛이 있는 공간’이다. 역시 스테일리스 스틸로 만들었으며 둥글게 배치한 가로등을 표현했다.


데니스 오펜하임 작 ‘폭포’.

데니스 오펜하임의 ‘폭포’는 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든 작품이다. 이 작가는 조각과 건축을 결합하는 쪽으로 주로 작업하는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모색하는 환경미술 분야의 주역이라고 설명해 놓았다. 이 분수조각은 기존 원형 분수에 신소재를 이용해 빛과 물을 융합한 작품이라고 한다.


박종배 작 ‘못과 大地(대지)’.

다음 작품, 황동으로 된 큰 조형물 쪽으로 걸어가 보면, 박종배의 ‘못과 大地(대지)’란 작품을 만난다. 이 작품은 팽이 모양의 유선형 볼륨과 그 안에 박힌 사각형의 입방체가 결합된 구조물로 두 개의 다른 정서가 하나로 합쳐진 것을 나타냈다. 작품 설명을 보면, ‘두 개의 상반된 상황 안에 생존하는 인간의 삶에 대한 성찰’이라고 한다.


피터버크 작 ‘Head Space’.

마산박물관 주변을 둘러보고 맞은편 계단을 내려가면, 사람 얼굴 모형을 한 스테인리스 구조물이 보인다. 피터버크의 ‘Head Space’란 작품이다. 컴퓨터 3D 프린팅 기법과 리이저 커팅 기술, 그리고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질감을 십분 활용한 것이란다. 야누스의 얼굴처럼 양면적인 모습을 띠면서 신비로운 공간체험을 할 수 있는 조형물이다.

여기서 계단으로 더 내려가면 한적한 산책로가 나온다. 계단을 밟고 몇 걸음 내려가다 보면 나무 위에 지은 판잣집이 눈에 띈다. 땅만 보고 걸으면 발견할 수 없으리라. 이게 뭘까? 새집 같기도 한데 그러기엔 너무 크다.


가와마타 타다시 작 ‘나무오두막’.

산책로 곳곳에 설치된 쉼터.

가와마타 타다시의 ‘나무오두막’이란 작품이다. 새처럼 이런 곳에서 하루쯤 보낸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무오두막으로 오르는 줄이나 사다리가 있었다면 벌써 올라갔을 호기심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가와마타 타다시는 생선상자 나무로 조형물을 만드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계단을 어느 정도 내려오면 곳곳에 쉼터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잠시 쉬었다가 왼쪽 산책로를 따라가면 왕루엔의 ‘삼각자’를 만난다. 역삼각형으로 세워져 있다. 스테인리스 재질의 거대한 자다.


왕루엔 작 ‘삼각자’.


숲 속에 난 산책로.

여기 설치된 삼각자는 문명의 척도를 상징하지만 눈금의 숫자를 교묘하게 왜곡시킴으로써 규범화된 문명의 위상에 대한 풍자와 비판적 시각을 나타냈다고 안내문이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다시 방향을 되돌려 걸어가면 산책로 가운데 놓인 돌다리를 만난다. 그런데 돌에 알아볼 수 없는 한자가 음각으로 적혀있다. 순간 알 수 없는 한자에 자신의 무식함을 한탄한다. ‘이런 한자가 있었나?’ 그렇게 돌다리를 밟으며 끝까지 걷는다.


쉬빙 작 ‘石-經’.

쉬빙 작품에 등장하는 한자 제자 원리.

돌다리 끝에 안내판이 있다. ‘石-經’. 중국 작가 쉬빙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 특징은 ‘뜻을 알 수 없는 한자를 개발하고 이를 형상화했다’고 적혀있다. 아하! 무슨 글자인지 알 수 없었던 게 당연한 거였다.


박석원 작 ‘積意-2010-바람’.

숲 속 산책길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올라오면 주차장 쪽에 큰 돌기둥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積意-2010-바람’이란 제목의 박석원 작품이다. 벽의 구조와 물성을 표현한 것으로 조합된 단위들이 상호의존적 관계를 통합해 하나의 단일성을 이루게 한 작품이란 설명이다. 화강석으로 만들었다.


로버트 모리스 작 ‘LABYRINTH’.

이 ‘돌벽’ 맞은 편으로 햇살에 번쩍거리는 삼각형 울타리가 있다. 처음엔 무슨 시설물인가 했는데 미술작품이다. 로버트 모리스의 ‘LABYRINTH’란 작품으로 안과 밖을 연계하는 공간과 장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유도한다는 게 작가의 의도란 설명이다. 미로를 따라 꼬불꼬불 걸어다니는 재미가 있다.

이렇게 이곳의 미술작품은 모두 둘러봤다. 여기서 멈추면 뭔가 허전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제대로 된 산책으로 종결지으려면 바로 뒷산에 있는 회원현성지를 둘러보아야 한다. 문신미술관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가파른 언덕길이 나온다. 마침 봄이라 쑥을 캐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사람들도 있다.


회원현 성지 산책로.


동백이 화사한 회원현 성지 산마루에 망루가 보인다.

이 언덕 꼭대기엔 회원현 성지 망루가 있다. 바로 아래에 동백이 햇볕바라기를 하고 있다. 신선한 바람이 옷깃을 세웠다 눕혔다 한다. 마산항과 멀리 마창대교, 도심의 주택들, 그리고 뒤편 무학산 줄기, 또 저 멀리 장복산 줄기.

마산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풍경이 가슴을 확 열어준다. 그 옛날 골포국 이래 신라와 고려, 조선시대를 거쳐 끊임없이 창궐했던 왜구들이 들어왔던 길목이 그대로 드러난다.


망루에 올라서면 펼쳐지는 풍경.

망루에 올라 따사한 봄 햇볕과 부드러운 바람을 맞으며 모든 시름을 내려놓고 스스로 풍경이 되어 서 있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 했던가 산들거리는 봄바람도 계속 마주하다 보니 추위를 느낀다.

다시 내려오는 길. 가파른 길이라 내려다보며 걸을 수밖에 없지만 간간이 고개 들어 주위를 돌아보면, 아이들과 함께 산책 나온 사람들, 스트레칭을 하는 사람, 강아지와 장난을 치는 사람…. 주택으로 둘러싸인 도심에서 예술작품도 감상하고 이렇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또 하나의 즐거움 아닐까.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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