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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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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텔링)태극나비, 훨훨(3)

신라 말기 밀양 무봉사에 나타났다는 태극나비에 얽힌 전설


(지난 줄거리) 신라의 국운이 다하던 어느 날 밀양 영남사 인근에 놀러 갔던 겸이와 하연은 때아닌 시기에 태극나비 떼가 아동산을 휘돌아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놀랍니다. 좋은 징조일까 나쁜 징조일까. 하연의 아버지는 좋은 징조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더 이상 나빠질 게 없는 서민의 살림살이였기 때문입니다.


하연의 동네도 그렇고 겸이의 동네도 마찬가지로 악질 호족들이 서민의 고혈을 짜서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세를 키워나갔습니다. 망해가는 신라는 지역의 이런 상황에 관여할 만큼 정세가 녹록지 않습니다. 중앙 정부의 간섭에서 자유로워지자 지역의 호족이나 관리들은 제멋대로 자기들이 왕이나 된 것처럼 행동하고 다녔습니다.


하연의 아버지는 이런 폭정에 못 이겨 마을을 떠날 계획을 세웠는데, 성주가 사람을 보내 폭력을 행사합니다. 하연의 아버지는 만신창이가 되고 하연은 머리채를 잡혀 끌려갑니다. 성주의 집사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마을 사람들에게까지 폭력을 휘둘러 마을을 떠나지 못하게 겁박합니다.


사정은 겸이의 마을도 마찬가지입니다. 하급관리였던 아개는 스스로 장군이라 칭하며 마을을 폭력으로 지배해나갑니다. 또한, 자기 마음대로 마을사람들을 데려다 군인으로 내세워 이웃마을과 전쟁을 벌입니다.


전쟁터에 끌려나오다시피한 두 마을 주민들은 공격명령에도 싸울 생각을 않고 무기로 들고 나왔던 농기구 등을 내팽개치고 집으로 돌아가 버립니다. 서로 대립각을 세우며 전쟁을 일으켰던 양쪽마을 성주와 장군이 황당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그냥 되돌아갑니다.


이들의 폭정이 계속되자 겸이 아버지는 하연의 아버지를 찾아갑니다. 두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성주와 아개장군을 마을에서 몰아내자는 논의를 합니다. 하연의 아버지도 이에 동조합니다.


……………………………………………….


다음 날, 겸이 마을엔 아침 일찍 아개의 병사들은 장터 한쪽에 방을 붙였습니다.


“오늘부터 아개장군이 보호하는 이 마을 주민들은 모두 매달 쌀 한 섬씩의 세금을 내어야 한다. 세금을 낼 수 없는 자는 군역으로 대신할 수 있다. – 아개장군백”


방을 본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웅성거렸습니다.


“무슨 소리야? 갑자기 세금이라니!”

“갑자기 사람들을 전쟁터로 끌고 가더니 이젠 쌀 한 섬이나 되는 양을 세금으로 내라니? 그것도 매달 말이야! 이게 말이 돼?”

“아개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손에 권력 조금 쥐었다고 백성을 노예 부리듯 하는구만.”


아개는 사람들이 세금으로 낼 쌀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아개의 생각은 백성들이 세금을 내지 못하면 군역으로 대신해야 하니 그들을 데리고 군사훈련을 시켜 이웃지역을 점령해나가려는 생각이었습니다. 아개는 철원을 중심으로 태봉을 일으킨 궁예나 광주에서 세력을 키운 견훤의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기에 자긴들 못할 게 뭐냐는 야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아개가 오늘부터 마을 사람들에게 세금으로 쌀 한 섬씩 걷겠다며 방을 붙였습니다.”


겸이는 장터에서 보고 들은 대로 주민들의 반응까지 상세히 아버지께 보고하였습니다. 겸이의 아버지는 마루를 탕 치고 일어섰습니다.


“가자. 해도 해도 너무하는구나. 백성이 얼마나 준엄한 존재인지 보여줘야 할 것 같다.”


겸이의 아버지는 빠른 걸음으로 장터에 갔습니다. 장터에는 아직 마을 주민들이 많이 모여 있었습니다. 겸이 아버지가 장터에 도착하자 마을 사람들이 그에게로 왔습니다.


“겸이 아버지, 도저히 이대로는 우리 땅에서 살 수가 없어요. 일어섭시다, 우리.”


한 사람이 흥분해서 큰소리를 쳤습니다. 그의 말이 메아리가 된듯 다른 사람들도 동조하며 ‘일어섭시다, 일어섭시다’하고 연호하였습니다. 겸이 아버지는 앞으로 나갔습니다.


“맞아요, 우린 참을 만큼 참았어요. 이런 폭정을 당하면서도 가만히있는다면 우린 자식들에게 볼 낯이 없을 겁니다. 마침 아랫마을 양 접장도 우리와 힘을 합치기로 하였으니 모두 모여 아랫마을로 갑시다. 그곳 성주를 무너뜨리고 아개를 물리칩시다.”


마을 사람들은 겸이 아버지의 말에 따라 아랫마을로 갔습니다. 겸이 아버지를 중심으로 봉기하였다는 소문이 급속히 번지면서 집에 있던 부인들도 대열에 합류하였습니다. 군중은 삽시에 70여 명이나 되었습니다.


아랫마을에서도 벌써 소식을 들었는지 윗마을 군중이 도착하기도 전에 50여 명이나 모여들었습니다. 하연이 아버지는 아픈 몸을 이끌고 집회장소로 나갔습니다. 하연이 아버지가 바로 양민우 접장입니다. 접장은 따로 벼슬이 아닌 마을 주민대표를 맡은 사람입니다.


“백성이 바로 하늘임을 이번에 단단히 보여줍시다.”


하연이 아버지는 아픈 몸이면서도 결기 있는 목소리로 군중 앞에서 소리쳤습니다.


“와! !”


군중은 성주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하연이 아버지와 겸이 아버지가 맨 앞장을 섰습니다. 백성들의 함성이 점점 커지자 집무실에서 낮잠을 자던 성주는 뭔 소린가 하며 깼습니다. 그때 집사가 문을 발칵 열고 들어왔습니다.


“성주님, 큰일 났습니다. 어서 몸을 피하셔야 합니다. 백여 명이나 되는 주민들이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어서요.”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 제 살기만 급급해하는 무지렁이 백성들이 그럴 리가 없지 않으냐??”

“대문이 부서지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어서 뒷문으로 해서 이곳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병사들은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이냐?”

“초적의 수가 너무 많습니다. 겨우 열 명도 되지 않는 병사로 그들을 어찌 당해내겠습니까? 어서 피하십시오.”


성주는 이 순간이 믿기지 않는지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집사에게 끌려가다시피 하여 뒷문으로 향했습니다.


“와당탕!”


대문이 부서지고 군중이 성주의 집으로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뒷문으로 도망친다. 잡아라!”


성주의 병사들은 물밀듯 들어오는 군중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그들은 무기를 버린 지 오래되었고 군중과 맞설 용기를 잃은 상태였습니다.


겸이는 성주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하연이를 부르며 갇혀 있을 만한 곳을 찾았습니다. 겸이는 사람들의 흐름에서 벗어나 뒤째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여기야!”


작은 창고에서 하연이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창고를 지키던 병사는 이미 달아났기 때문에 마찰 없이 하연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고생이 많았지?”


겸이는 하연의 손목에 묶인 밧줄을 풀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응, 너희 동네와 우리 동네 주민들이 민란을 일으켰어. 결국, 터질 게 터진 거지.”

“우리 아버진?”

“응. 아버진 많이 좋아지신 것 같아. 우리 아버지와 이번 민란에서 앞장을 서셨는 걸.”

“성주는?”

“뒷문으로 도망치는 것을 마을사람들이 잡으러 갔어. 곧 잡힐 거야. 성주를 잡고 나면 바로 우리 동네로 진격할 거래. 아개도 이제 끝이야.”

“나도 함께 갈래.”


겸이는 잠시 망설였습니다. 갑자기 휩쓸어 대비를 못한 성주와 달리 아개는 무장한 병사들로 방비를 갖췄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두 함께하는 거사인데 사사로운 감정으로 대처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자고 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사람들을 따라 밖으로 나갔습니다. 성주는 이미 말을 타고 멀리 달아난 뒤였습니다. 군중은 윗마을로 향했습니다. 함성은 밀물처럼 아개의 집으로 향했고 머지않아 아개의 집을 포위했습니다.


아개의 병사들이 쏜 화살에 몇 사람이 크게 다쳤습니다. 주민들은 돌을 주워 던졌습니다. 처음엔 제각기 돌을 던지다가 별로 효과가 없자 겸이 아버지와 하연의 아버지 지시에 따라 모두 일시에 돌을 던졌습니다. 그러자 아개의 병사들은 공격을 하지 못하고 주춤거렸습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마을 사람들은 두 번째 돌을 던지며 아개의 집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아개의 병사들은 위협을 느끼고 모두 달아났습니다. 먼저 담을 넘은 사람이 대문을 열었습니다. 사람들은 함성을 지르며 집안으로 달려 들어갔습니다.


아개는 미리 준비한 말에 올라타고 뒷문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아개는 아동산 쪽으로 말을 달렸습니다. 마을사람들 역시 아개를 쫓아 아동산으로 향했습니다. 겸이와 하연은 사람들 속에 섞여 함께 달려가면서 같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달려가는 모습이 얼마 전에 보았던 태극나비 떼가 산을 휘감으며 날아 올라가던 모습과 똑같아.’


마을 사람들은 아개를 더 이상 쫓지 않았습니다. 백성의 적인 성주와 아개가 마을에서 사라지는 것으로 만족해했습니다. 한동안 마을엔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왕건이라는 사람이 고려라는 나라를 세웠다는 이야기가 전해졌습니다.


겸이와 하연은 아동산 자락에 있는 무봉암에서 만났습니다. 머지않아 두 사람은 결혼할 것입니다. 함께 절에서 부처님께 기도를 하였습니다. 그때 법당 안에 한 쌍의 태극나비가 날개를 팔랑거리며 들어왔습니다.


태극나비 한 쌍은 법당 안을 빙빙 돌며 춤을 추었습니다. 겸이와 하연은 한참 동안 나비들의 춤을 감상했습니다. 나비들은 그러다 법당 밖으로 나갔습니다. 겸이와 하연도 나비를 따라 밖으로 나왔습니다.


나비들은 서로 손을 마주 잡고 빙글빙글 돌면서 춤을 추었습니다. 나비의 태극문양이 햇살에 반사되어 빛이 났습니다. 나비들은 하늘로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점이 되어 더는 보이지 않을 때까지 겸이와 하연은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하늘의 푸른 빛이 두 사람의 눈에 가득 들어왔습니다. ()


[관련기사]


(전설텔링)태극나비, 훨훨(1)

(전설텔링)태극나비, 훨훨(2)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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