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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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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10:00

(전설텔링)태극나비, 훨훨(2)

신라 말기 밀양 무봉사에 나타났다는 태극나비에 얽힌 전설


(전편 줄거리) 신라 말, 밀양지역은 서울인 경주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혼란의 공간입니다. 지방에서 세력을 키운 호족들이 권력을 마구 휘두르는 시기입니다. 어느 이른 봄날. 겸이와 하연이 무봉암이 있는 아동산 기슭으로 놀러 갔을 때 한 무리의 태극나비 떼가 산을 휘돌아 올라가는 모습을 봅니다.


이내 따라가지만 태극나비 떼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하연이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이르자 좋은 일이 생길 징조라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신라정부의 관리가 허술해지고 영향권에서 벗어나자 지방의 호족들은 자기 마음대로 백성을 부리고 세금을 걷으며 횡포를 부립니다.


견디다 못한 하연의 아버지가 동네 사람들과 함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려 하자 성주는 집사를 시켜 폭력을 행사합니다. 이를 말리는 동네 사람에게도 집사는 부하들을 시켜 몽둥이를 휘두릅니다.


이웃동네인 겸이의 마을도 마찬가지입니다. 겸이의 마을엔 아개라는 사람이 스스로 장군이라 일컬으며 백성들을 괴롭혔습니다. 주민들의 생활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지자 어느 날 밤, 동네 사람들은 겸이의 집으로 모여듭니다.


이런 모습으로 보아 겸이의 아버지는 농민이면서도 동네 사람들의 신망을 받는 사람인 모양입니다. 주민들은 아개가 더는 횡포를 부리지 못하도록 본때를 보여주자고 합니다. 그런 비밀스러운 모의를 하고 있는데 밖에서 인기척이 들립니다. 겸이 아버지가 방문을 살짝 열어보다 깜짝 놀라 뒤로 나자빠집니다.


……………………………………………


문앞의 그림자도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아버지, 왜 그러세요?”


문앞의 그림자는 바로 겸이었던 것입니다. 겸이는 하연과 하연의 가족이 봉변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어찌 된 것인가 염려가 되어 이웃동네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아이쿠! 이놈아! 너라는 걸 알 수 있게 소리라도 좀 내지 그랬냐?”


겸이 아버지 못지않게 깜짝 놀란 유씨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습니다. 겸이는 아버지 곁으로 다가가 앉으며 이웃마을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하연이가 여전히 성주에게 붙잡혀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진정되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차분히 가라앉히고 입을 열었습니다.


“아버지, 아랫마을에 다녀왔는데 그곳에서도 아저씨들이 성주의 등쌀에 못 견디겠다며 불만이 여간 아니었습니다. 하연이 아버지를 만나뵈었는데, 얼마나 폭행을 당했는지 얼굴마저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겸이의 말에 모인 사람들도 주먹을 쥐고 방바닥을 쿵쿵 내리쳤습니다.


“에잇, 몹쓸 놈들!”

“형님, 우리도 가만히 있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라요. 우리 힘으로 안 되면 아랫동네 사람들과 힘을 합쳐 호족놈들 쳐부숩시다!”


마을에서 가장 덩치가 큰 돌석이가 흥분을 하며 소리쳤습니다.


“쉿! 조용하게. 누가 듣겠어.”


유씨가 급히 돌석을 쳐다보며 입에 손가락을 댔습니다. 한참 생각에 빠져 있던 겸이 아버지가 천천히 말문을 열었습니다.


“자, 이렇게 합시다. 우리끼리만 들고 일어선다면 바위에 계란치기일 테니 아랫마을과 함께 힘을 합치는 게 좋겠습니다. 아랫마을엔 내가 가서 의향을 물어보겠습니다.”


겸이 아버지는 결연한 어조로 여러 사람을 둘러보며 말하였습니다. 겸이 역시 아버지의 판단에 동의했습니다. 겸이는 어서 봉기하여 아랫마을 성주의 집에 들이닥쳐 하연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흥분이 되었습니다.


다음날 점심녘에나 되었을 때입니다. 겸이의 집에 아개의 집사와 병사들이 들이닥쳤습니다. 뒷마당에서 나무막대로 훈련을 하고 있던 겸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벌써 들켜버린 것인가?’ 가족들 모두 모이라는 집사의 호통에 앞마당으로 나갔습니다. 그곳엔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와있었습니다. 겸이가 아버지 곁에 가서 서자 집사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오호라. 이 집엔 두 사람 모두 장정이구만. 하하하. 쓸만해!”

“무슨…, 말씀이신지?”


겸이의 아버지가 집사에게 물었습니다.


“축하하네. 자네 이름이 이건이라고 했나? 자네와 자네 아들은 지금부터 바로 아개장군님의 훌륭한 병사가 되는 걸세. 녹봉도 톡톡히 받을 것이야.”


겸이 아버지와 겸이는 영문도 모른 채 아개의 병사가 되었습니다. 집사는 마을을 휘젓고 다니면서 신체가 건강한 남자는 모두 그렇게 선발해 아개의 집으로 데려갔습니다. 마을 주민 서른 명이 모였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자네 뭐 아는 게 있나?”

“아니. 나도 아개 장군의 병사가 되었다는 말만 듣고 끌려오다시피 해서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네.”


사람들은 웅성거렸습니다. 그때 집사가 허리춤만큼이나 높은 기단 위로 올라가더니 모여있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모두 조용히!”


웅성거리던 경내가 일시에 조용해졌습니다.


“아개 장군님께서 납신다. 모두 예를 올려라!”


아개는 화려한 옷을 입고 팔자걸음으로 걸어왔습니다. 기단으로 오르려면 계단 다섯 개를 올라야 하는데 옷일 밟힐까 봐 옆에서 따르던 시녀가 옷을 잡아주었습니다. 아개는 주민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부터 계속 으흠으흠을 반복하였습니다. 기단 위에 올라서서는 거만한 표정으로 마을 사람들을 쭉 둘러보았습니다. 그러더니 희미한 미소를 띠었습니다.


“아개장군께서 너희들을 모은 것은 이 나라를 위해 큰일을 도모코자 함이니라. 알다시피 이미 신라는 국운이 다하여 다시 일어설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너희들이 이 아개장군을 모시고 충성을 다한다면 새로운 나라를 일으키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집사의 이 말은 사실 마을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기 어려운 말이었습니다. 아개라는 사람은 신라에서 이 작은 마을에 관리로 파견된 하급관리에 불과한데 그가 어찌 나라를 일으킨단 말인가. 돈이 좀 있고 데리고 있는 병사가 몇 명 있다고 해서 왕이 된다면 이 나라 신라에 왕이 안 될 사람이 또 누가 있단 말인가? 모인 사람들이 다시 웅성거리자 집사가 소리쳤습니다.


“왜 이리 시끄러운가? 허락을 받지 않고 쑥덕거리는 자는 이 자리에서 바로 참수를 면치 못할 것이다!”


집사의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둘러싸고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칼집에서 칼을 빼어 들었습니다. 겸이는 아개와 집사, 그리고 그들의 병사들을 둘러보면서 뭔가 일이 이상하게 꼬여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개의 집에 끌려오다시피한 마을 사람들은 그날 아개의 집에서 늦게까지 군사훈련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군복이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무기도 병장기 대신 농기구들이 들렸습니다. 시키는 대로 군사훈련을 하긴 하지만 왜 이러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못된 성주가 지배하는 이웃마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연의 아버지는 그날 성주의 집사로부터 폭행을 당해 몸져누워있던 터라 끌려오지 않았지만 신체 건장한 남자는 대부분 성주의 집에 모여 군사훈련을 받아야 했습니다.


다음날. 겸이는 새벽같이 일어나야 했습니다. 병사들이 꽹과리를 치면서 깨웠기 때문입니다.


“전쟁이다! 모두 일어나!”


겸이는 아버지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아버지, 전쟁이라뇨? 후백제가 다시 쳐들어온다는 얘길까요?”

“후백제를 세운 견훤 장군이 신라를 공격한다면 합천을 거쳐 경주로 가겠지. 이쪽으로 쳐들어올 이유가 없는데….”


마을 사람들이 주어진 농기구를 각자 하나씩 들고 집합장소로 가니 아개는 군복을 입은 채 말 위에 앉아 있고 역시 군복을 입은 집사가 앞에 나서서 소리쳤습니다.


“아랫마을 성주는 자신의 본분을 잊은 채 우리 마을을 제 손아귀에 넣으려 하고 있다. 제 주제를 모르고 설치는 그자의 수급을 거두는 자에게 큰 상이 내릴 것이다.”


전쟁이란 다름 아닌 이웃마을과 벌이는 동네전쟁이었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농기구를 들고 나왔던 사람들이 사실을 알고는 ‘뭐 이런 게 있어?’ 하는 표정으로 멀뚱멀뚱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출정이다!”


집사의 말에, 또 뒤에서 밀어내는 병사들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모두 떠밀려 전쟁터에 나서긴 했지만 모두 떨떠름했습니다. 상황은 맞은 편 이웃마을 성주가 데리고 나온 마을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모두 이웃끼리 무슨 전쟁이냐는 표정이었습니다.


“공격하라!”


양쪽 모두 뒤에서 집사들이 소리쳤고 병사들은 ‘와!’ 하며 고함을 질렀습니다. 그러나 양쪽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앞으로 뛰쳐나가지 않았습니다.





“뭣하는 거야? 공격하라는데. 모두 항명하는 거냐?”


집사가 흥분하며 날뛰었습니다. 아개 역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씩씩거렸습니다. ! 하고 기세를 올리던 병사들도 찬물 끼얹은 듯한 분위기에 그만 숙지근해졌습니다. 마을사람들은 이쪽이나 저쪽이나 들고 있던 농기구를 내팽개치고 각각 자기 마을로 돌아가버렸습니다.


몇몇 되지 않은 병사들을 앞세우고 마주 선 성주와 아개는 서로 얼쯤해졌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싸움도 되지 않자 한동안 서로 경계만 하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날 오후 성주와 아개는 자기 마을 사람들을 다시 불러모아 몽둥이로 때리기도 하고 협박도 하면서 밤늦게까지 괴롭혔습니다. 이들은 아무리 화가 난다 해도 함부로 인명을 해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은 말을 듣지 않아도 언젠가는 자신의 병사가 될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다음날 밤. 겸이의 아버지는 밤이 이슥할 즈음에 아랫마을로 향했습니다. 겸이도 아버지와 함께했습니다. 마을 입구와 곳곳에 성주의 병사들이 보초를 서 있었습니다. 그들과 마주친다고 해도 친구 집에 쌀을 꾸러 간다 하면 그만이지만 괜한 트집 당할까 봐 그들의 경계를 피해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겸이의 안내로 겸이 아버지는 하연이 집에 도착했습니다.


“안에 계시오? 건넛마을 이건이라 하오.”


방문이 열렸습니다. 하연의 어머니가 쪽마루로 나왔습니다.


“어서오세요. 안으로 드시지요.”

“네, 아주머니. 따님 일로 걱정이 크시겠습니다.”


겸이 아버지는 하연이 어머니의 안내를 받고 방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겸이는 집 주변을 돌면서 망을 보았습니다. 하연의 아버지 곁에 앉은 겸이 아버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꺼냈습니다.


“좀 어떠시오? , 악랄한 놈들. 우리 같은 백성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고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드나 그래.”

“괜찮소. 이 정도야.”

“어서 기운을 차리셔야지요.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은 들으셨소이까?”

“예, 참 통쾌하더이다.”

“그 일로 그들이 우리에게 또 어떤 해코지를 할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도 자기들 뜻대로 안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회유책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을 겁니다.”


겸이 아버지는 하연의 아버지 이야기를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오히려 잘 된 것 같군요. 적절한 시기를 보아 우리가 일어섭시다.”


한 시진이 지나서야 겸이 아버지는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버지의 기척을 알아채고 멀리서 망을 보던 겸이 달려갔습니다.


“이야기가 잘 되었습니까?”

“그래.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게다.”


겸이는 아버지의 표정을 읽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다음 주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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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텔링)태극나비, 훨훨(1)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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