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진주 관광
[해설이 있는 경남](1)진주편 : 용호정원~청동기유적박물관~진주성
지난 3월 28일 진주시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진주시 명석면 용산리 용호정원을 비롯해 청동기문화박물관, 진주농민항쟁탑, 이충무공진배미유적지, 그리고 진주성으로 돌아오는 ‘진주투어’를 다녀왔다.
이번 기획은 경남 도내 여러 관광지를 다니면서도 정작 그곳이 어떤 곳인지, 어떤 역사적 의미가 담긴 곳인지 몰랐던 여행 관습에서 벗어나 해당 지역의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 제대로 보고 배우는 가족여행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하게 되었다.
경남 도내 각 지역의 문화관광해설사는 경남도가 인력을 양성해 파견하는 형태로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문화관광해설사들은 해당 시군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으며 경남도에서도 교육과 모집 등 일정 부분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진주로 떠나기 닷새 전 진주시관광안내소(055-749-2485)로 전화를 했다. 이번 토요일(28일) 진주 관광을 하려는데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싶다고. 그랬더니 마침 전화를 받으신 분이 당일 당번이어서 여행 안내를 해주겠단다.
그렇게 만난 문화관광해설사가 조서윤 씨다. 먼저 핸드폰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여행일정을 그와 논의했다. 역사 유적지 중심으로 관광하고 싶다고 하자 그가 먼저 청동기박물관과 농민항쟁기념탑, 진배미유적지, 그리고 진주성을 제의했다. 하지만, 너무 유적지 중심이라 진주에는 연못이 많은데 가볼 만한 연못을 추가하면 어떻겠냐 하여 용호정원이 들어간 일정이 도출됐다.
오전 10시. 진주성 공북문 입구에서 전화와 이메일로 소식을 주고받았던 조서윤 문화관광해설사를 만났다. 주차장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자 그가 바로 알아차린 듯 걸어와 반긴다.
“바로 용호정원으로 가시죠!”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그를 차에 태우고 첫 여행지인 용호정원으로 출발했다. 진주성에서 산청으로 가는 방향으로 20분 정도 가니 잘 눈에 띄지 않는 위치에 용호정원이 있었다.
조서윤 진주시 문화관광해설사가 용호정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초봄이라 그런지 용호정원엔 마른 연꽃 가지들과 아직 잎을 피우지 못한 나뭇가지들로 말미암아 따스한 햇볕이 드는 겨울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연꽃이 피는 시기가 아닌 데다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곳이라 좀 황량해요.”
조서윤 해설사는 논둑길을 걸으며 운을 떼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마을 옛사람들을 기린 불망비들이 나란히 서 있었고 오른쪽으론 가운데 팔각정이 있는 연못이 보였다. 연못 가운데 서 있는 팔각정이라, 연꽃이 화사하게 피는 계절이라면 제법 운치가 있겠다 싶다.
“이 용호정원은 조선 세조 때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 자결한 충정공 박심문이란 분의 후손이 조성한 곳입니다. 일제강점기 때 박심문이란 사람이 마을 사람들을 위해 땅과 돈을 주어 만들어졌어요. 참, 연못 가운데 있는 팔각정으로 드나드는 배가 있긴 한데 지금은 운영을 하지 않아요. 그리고 저쪽 뒤편에 커피숍이 있는데 건물이 꼭 관공서 같아서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지요.”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면서 연꽃이 만발할 시기에 다시 와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진주엔 이런 연못이 여러 군데 있으니 ‘연꽃투어’를 계획해보는 것도 좋겠다.
대평면에 있는 청동기문화박물관 앞 안내판을 보면서 설명하고 있는 조서윤 해설사.
우린 다음 코스로 대평면에 있는 ‘청동기문화박물관’으로 향했다. 청동기문화박물관은 1975년부터 1980년 사이 남강 다목적댐 개량사업 추진 과정에서 수몰예정지에 있던 매장문화재를 발굴해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이곳은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그대로 꾸며놓은 야외전시장과 청동시 시대를 거치면서 역사시대의 생활상을 알려주는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된 박물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서자 마침 학예사가 여러 관광객에게 해설을 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함께 갔던 해설사가 이곳의 해설은 학예사에게 직접 듣는 게 좋겠다고 한다. 천성주 학예사. 그를 따라 청동기 시대 사람들이 살았다는 움막으로 향했다.
천성주 청동기문화박물관 학예사가 고상창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저기 보이는 큰 움막은 여러 사람들이 함께 생활했던 곳인데 안에서 화덕을 피우고 했어요, 대신 이 앞에 보이는 작은 움막은 단순한 주거 용도입니다. 불을 피우거나 할 때엔 밖에 나와서 했지요.”
천 학예사는 움막 안으로 들어가 소개한 다음 밖으로 나와 고상창고에 대해 설명했다. 다른 말로 ‘다락창고’라고도 한다. 이 건물은 청동기 시대 마을의 식량을 저장한 곳으로 땅에서 발생하는 습기로부터 곡식이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옛사람들 지혜의 결정체라는 설명이다.
이어서 청동기 시대 무덤을 복원해놓은 곳으로 이동했다. 청동기 시대 유행했던 석관묘의 형태를 관찰하고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대평면 유적지 발굴 사진들을 보며 당시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도 들었다.
야외전시장 설명을 모두 듣고 나서 우리는 다시 박물관 안으로 돌아왔다. 학예사는 우리 가족이 안에서 설명을 듣지 않았다는 점을 인식해 계속 안내를 해주었다.
“밖에 있는 유물들은 관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가짜들이고요, 여기에 있는 것은 대부분 진짜입니다.” 그렇게 천 학예사는 운을 떼고 선사시대부터 우리 조상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설명을 이어갔다.
청동기 시대 생활상을 디오라마로 구성해놓은 전시관을 보며 학예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 관람객들.
설명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른 가족도 합류하게 되었다. 학예사는 퀴즈도 내면서 안내를 했다. 학예사의 설명이 끝나고 함께 간 조서윤 문화관광해설사가 보충설명을 해주었다.
우리 일행은 박물관을 나와 수곡면 창촌리 농민항쟁기념탑을 찾았다. 이 탑은 2012년 6월 24일 건립됐다. 이 탑은 1862년 조선 철종 13년 2월 14일 진주에서 일어난 최초의 반봉건 농민항쟁을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
수곡면 창촌리에 있는 농민항쟁기념탑으로 향하고 있는 일행.
“탑 주위에는 당시 희생당한 분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어요. 사노귀대, 사노명돌이란 이름들이 보이는데 사노란 노비 신분으로 성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명패를 새긴 거예요.”
다음 코스. 수곡면 원계리에 있는 이충무공 진배미 유지다. 경상남도 기념물 제16호다. 진배미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군사훈련을 하였다는 마을 앞 ‘진터’를 두고 이르는 말인데 이곳이 논배미여서 ‘진배미’란 이름이 붙여졌다. 군사들의 훈련장으로 활용되었던 곳이어서 그런지 비닐하우스만 없었다면 정말 군사들이 마음껏 훈련했을 광활한 장소다.
조서윤 해설사가 이충무공의 군사훈련지였던 진배미유적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군사훈련 장소였던 진배미 들판.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 받았던 손경례 고택으로 들어가는 일행.
이곳 마을에 ‘손경례의 집’이 있다. ‘손경례의 집’은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하던 중 원균이 이끌던 조선 수군이 대패했다는 소식과 함께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임금의 교서를 받았던 곳이다. 이순신 장군은 1597년 7월 27일 이곳에 머물렀는데 8월 3일 교서를 받은 것이다. 그동안 손경례는 이런 이순신을 깍듯이 대했다고 한다.
마을 앞길은 산청 남사예담촌까지 이어지는 백의종군로다. 손경례가(家)를 나온 일행은 진주성으로 향했다. 먼저 공북문으로 들어섰다.
“진주성의 정문은 어느 문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촉석루 앞에 있는 촉석문이 정문이라고 생각해요. 잘못 알고 있는 거죠. 공북문이 정문이에요.”
‘공북’이란 말은 충성을 맹세한 신하가 임금이 있는 북쪽을 향해 공손하게 예를 올린다는 뜻이다. 공북문은 조선 말 훼손되었는데, 2002년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진주성은 그동안 열 차례도 넘게 온 곳이어서 별로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아 무심코 걷고 있는데 조서윤 해설사가 딸의 손을 잡고 김시민 장군 동상 앞에 선다.
김시민 장군 동상 앞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해설사와 경청하고 있는 가족.
“지원아, 이분이 누군지 알겠어요?”
“이순신 장군요.”
아이는 지금까지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를 줄곧 들어와서 그런지 무심결에 오답을 내고 말았다. 한자를 알고 있었다면 그 동상 아래에 쓰인 글자를 보고 눈치껏 김시민 장군임을 알아차렸겠지만 좀 당황한 눈치다.
해설사는 김시민 장군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했다. 아이 혼자 듣게 하는 게 어색해서 곁으로 가서 함께 설명을 들었다. 아마 아이에게 진주성 하면 ‘김시민’이 등식으로 개념이 잡혔지 않았을까 싶다.
진주성 내 우물가에서 조서윤 해설사가 설명하고 있다.
이어서 진주성 우물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해설사는 진주성 안에 우물이 여러 곳에 걸쳐 있었다고 했다. 수맥을 따라 곳곳에 우물이 있어 성내 군사들과 백성들이 유용하게 사용했다는 것이다.
일행은 촉석루를 구경하고 논개 영정이 모셔져 있는 의기사로 들어갔다. 논개야 널리 잘 알려진 인물이지만 해설사는 아이에게 논개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우리에게 의기사가 어떻게 세워졌는지, 논개 영정은 누가 새로 그렸는지 등에 대해 설명했다.
논개 영정이 모셔져 있는 의기사 앞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 가족.
해설사의 설명에 따라 의암 바위를 내려다 보고 있는 가족.
“이제 논개가 적장을 안고 물속으로 뛰어든 의암 바위로 가시죠. 오늘은 날이 좋아 개방을 하지만 비가 오거나 할 땐 위험해서 출입을 금하고 있어요. 다행이네요.”
우리는 바위 있는 곳까지 내려가지는 않았다. 예전엔 바위 위로 건너가는 것을 통제하지 않았지만 이젠 막는단다. 위험하기도 하고. 우린 출입구 앞에서 의암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서 하루 여행 일정을 마쳤다.
단체 관광이 아니라 가족 관광으로 일정을 짜면서 진주시의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여행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 새로운 경험이었다. 어쩌면 예사로 스쳐 지나갔을 유적지들, 해설사로부터 설명을 들으면서 다녀보니 그만큼 많이 알게 되고 인상도 깊게 각인되는 것 같다.
진주시 대평면 청동기문화박물관에서 천성주 학예사가 고대 무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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