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비판 시선 가득한 시집 '엄마들은 성자다'
(지역민이 낸 책)<엄마들은 성자다> (배순정 지음)
“발품으로 쓴 이 시집은 울음이다.”
남해 출신 배순정 시인은 ‘시인의 말’ 첫머리에 자기 시를 ‘울음’이라고 표현했다. 그 울음은 자신의 울음이고 엄마의, 자궁의, 딸의, 아들의, 장애인의, 노인, 노숙인, 유목민, 보험설계사의 울음…. 자신이 보고 겪고 느꼈던 모든 것이 울음으로 귀결되는 이유가 궁금해 시가 발품을 팔아 다니는 여정을 따라가 본다.
“절규는 유구하다/ 공녀/ 화냥년/ 위안부/ 기지촌/ 다 김복동의 다른 이름이다// 숭고한 소녀가/ 소녀상으로 그친다면/ 소녀들은 죽어서도 구천을 헤맬 것이다//”(‘소녀를 보내며’ 일부)
“…/ 언문/ 언서/ 암클로 불리어지며/ 주인 대접을 받기까지/ 얼마나 지난했던가// 방탄소년단은 한글로 세계무대에서 노래한다// 선각자들은 끊임없이 패권에 도전하는데/ 지식인들은 오늘도 외국어 종 몰이에 여념이 없다/ 거리는 한자에서 알파벳으로 바뀌었다// 사대가 언제 끝나려나”(‘한글’ 일부).
“민초들이 밀려나도 성전은/ 그 자리에 서 있다/…/도시가스에 외면당해 냉방에 시달려도/ 성전은 보고 있었다/…”(‘재개발’ 일부)
그의 시는 26년 동안 보험설계사로 활동하면서 맞닥뜨린 현실을 비추고 있다. 그의 발품 끝에 닿은 현실은 언제나 일그러져 있었다. 그래서 시집 속 곳곳에 엄마들의 아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아픔, 민초들의 아픔, 우리 사회의 아픔이 배어있나 보다.
“아기를 낳을 때 성자가 된다/ 하나도 아니고 생길 때마다 아기를 낳은/ 우리네 엄마들은 다 성자다/…”(‘성자’ 일부) 시인은 엄마를 성자라고 표현한다. ‘자궁이 없는 자’들은 온갖 노력을 다해야 성자로 추존 받지만, 엄마들은 본성으로 다 성자가 되었다고 한다. 남성 중심 사회 풍토를 비꼰 시어로 보이기도 한다.
시집엔 202개의 시가 ‘뿌리’ ‘자연’ ‘귀의’ ‘밥그릇’ ‘해원’이라는 다섯 개의 모둠에 나뉘어 실렸다. 작가마을 펴냄. 206쪽.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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