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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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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6월 마산지역에서 발행하던 신문에 난 영화포스트를 모았다. 낯익은 얼굴들... 유명 배우들의 햇병아리 시절 모습을 보니 '세월유수'.

남부군, 죽는자를 위한 기도, 끌로드 부인, 죽은 시인의 사회, 마유미, 장군의 아들, 남자시장, 묘탐쌍웅, 쫄병수첩2, 재전강호, 여전사... 흠, 이중에서 아직도 기억에 있는 영화는 남부군, 죽은시인의 사회, 장군의 아들.. 쫄병수첩은 포스터를 보니 아 이런 영화도 있었지 싶고 다른 영화는 금시초문이다. 마유미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던졌지만 영화로 만들어졌는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남부군의 주인공은 안성기다. 아마도 러닝타임이 2시간을 넘었지 싶다. 지리산을 배경으로 빨치산과 토벌군의 긴박한 전쟁과 배고픔과 극한 상황 속에서 버티어나가는 빨치산들의 심리를 잘 다루었던 것 같다. 어느 극장에서 봤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강한 인상을 받았던 영화임에 틀림없다. 주인공 안성기의 연기도 연기지만 아마 이때 데뷔하지 않았나 싶은데 임창정의 짧은 연기도 눈에 띄었던 것 같다. 어린 빨치산이었지 싶다. 포스트를 보니 이혜영, 최진실, 최민수, 트위스트김, 독고영재, 강태기, 조형기 등 제법 알려진 사람들이 있는데 기억 속에는 아무도 등장하지 않으니... 다시 한 번 비디오라도 빌려서 봐야겠다. 부림동 연흥극장에서 한다는 포스터다. 포스터에 보니 연흥극장을 '마산에 문화의 공간 탄생'이라고 적혀있는데 아마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때일 것 같다.
 
두번째 포스터에 있는 영화는 '죽는자를 위한 기도'인데 도저히 기억이 안 난다. 영화뿐만 아니라 은하극장이라는 게 있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하다. 마산역 앞 현대자동차 맞은편이라고 장소 안내가 되어 있는데 이 장소라면 지금 하이마트가 있는 곳? 포스터에 나타난 약도를 보니 생각난다. 옛날 국일관 있던 자리다. 지금은 별 볼일없는 건물로 이 시기에 개업한 모양이다. 은하극장의 김구태라는 사람이, 아마 대표이지 싶은데 인사말씀을 신문광고로 냈다. 내용을 그대로 옮겨 본다.
 
"근계시하(槿啓時下) 초하지절(初夏之節)에 존체금안(尊體錦安)하심을 앙축(仰祝)하나이다. (이후 한자 생략... 변환하려니 너무 귀찮아서리...) 평소 여러분의 후원에 힘입어 시내 동곡극장을 경영해 본 경험을 바타응로 미약하나마 지방문화 편달에 창달에 일조를 하겠다는 신념으로 이번에 다시 은하극장을 열게 되었습니다. 공사다망하신 중에라도 개업식에 자리하시어 많은 격려와 지도편달 있으시길 바랍니다. 1990년 6월.
 
그리고 그 옆의 영화는 끌로드 부인이다. 마산 창동 불종거리에 있는 명보극장과 합성동 시외버스주차장 앞에 있는 동보극장에서 동시에 상영했다. 내 기억에 이 두 극장은 항상 같은 영화를 상영했던 것으로 남아있다. 이런 짝짝이 극장들이 몇 개 있었는데 확실하게 기억나는 곳이 퍼떡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죽은시인의 사회'. 유명한 영화다. 아직도 TV나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명작이다. 16일 개봉이라고 나와있는데 3.15회관에서 했구나. 이 당시만 하더라도 3.15회관은 참 잘나갔다. 수시로 영화도 오르고. 회관 앞에 주차도 할 수 있어서 차 가지고 온 사람에겐 다른 극장보다 편리했지 싶다. 극장 간판도 다른 극장에 비해 컸던 것 같다. 이 당시 건물 규모가 비교적 컸던 극장은 3.15회관을 비롯해 시민극장, 중앙극장, 강남극장 쯤이지 싶다.
 
'마유미', 시민극장에서 했구나. 월북인지 납북인지 어쨌든 북에 갔다가 한동안 예술활동을 하다 유럽 어디선가에서 한국대사관으로 탈출한 신상옥 감독이 만든 작품이다. 김현희라는 여인이 칼 항공기를 공중폭파시켜 수많은 인명피해를 낸 사건을 소재로 은근히 북조선의 만행(?)을 고발한 작품이다. 북에서 갓 탈출한 영화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순수성에 의심이 가기도 하고 묘한 늬앙스가 풍겨지기도 한다.
 
그 다음 포스터는 '장군의 아들'이다. 박상민을 일약 스타로 만든 영화다. 거장이라는 임권택 감독이 만든 만큼 인지도도 높았던 것 같다. 그런데 박상민의 애띤 모습이 정치깡패 김두한의 모습과는 영 딴판이어서 현실성은 좀 떨어진 느낌을 받았다. 강남극장에서 했다. 부림시장 바로 위에 있었던 강남극장, 90년대 중반 영화관글이 줄줄이 문을 닫을 때 그래도 내부수리까지 하며 버텼었더랬는데 결국 멀티플렉스라는 복합영화관의 대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문을 닫았으니 마산 영화 역사의 마지막 장을 장식한 셈이겠다.
 
그 다음 포스터는 '남자시장'? 이런 영화도 있었나? 최민수가 주연으로 되어 있는데 극중에서 아마 '제비' 역할을 맡은 모양이다. "사모님, 제비 한 마리 키우시죠?" 동아극장에서 상영했네. 강남극장, 마산시외버스터미널 옆의 태화극장과 함께 주인이 같다. 동아극장은 어시장 앞 사거리에 있었는데 그곳에서 임청하(린칭샤) 이연걸 주연의 '동방불패'를 연달아 세 번을 내리본 기억이 있다.
 
그 다음 피카디리와 제네바극장에서 묘탐쌍웅을 했고, 피카디리는 처음에 피카다리인 줄 착각해 불렀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중앙극장에서 한 쫄병수첩2. 당시 TV에서는 쓰리랑 부부의 김한국과 메기병장 이상운이 나왔던 '동작그만'이라는 코미디 프로가 인기절정이었다. 쫄병수첩에 메기병장 이상운이 나오는 것을 보니 동작그만이라는 프로의 영향을 받아 제작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재전강호를 상영했던 동곡극장과 경동극장, 여전사를 상영한 코이라극장과 스카라극장. 이들 극장은 객석 200개 정도에 지나지 않는 소규모 극장이었다. 이외에 창원에는 정우극장이 있었으며 39사 맞은 편에 이본동시 상영을 주로 하던 한성극장이 있었다. 이들 극장 중에 지금 남아 있는 곳이 하나도 없으니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2008/04/08 - [미디어 웜홀/옛날에 무슨 일이?] - 남부군 최진실을 찾아서...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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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에 의자가 사람을 대변하지 않는다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업무에 맞춰 의자를 통일했으면 하는 생각을 칼럼에 담은 적이 있습니다. 지위가 높다고 좋은 의자에 앉고 지위가 낮다고 값싼 의자에 앉아 일한다는 것은 일의 능률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권위를 내세우고 계급을 중요시하는 풍조라고 보았고 이를 비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한국 건설회사가 말레이시아에서 다리를 지어 준공식을 할 때 수상 부부를 초청했을 때의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그늘막 아래 커다란 의자를 준비하자 이 말레이시아 수상은 그늘막도 치우고 다른 사람과 똑같은 의자에 앉겠다고 한 사례 말입니다.

돈에 따라 차별되는 좌석

그땐 의자에 얽힌 권위주의에 초점을 맞춰 글을 썼지만 오늘은 돈과 의자에 관해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최근 거창, 밀양, 마산에서 국제연극제를 치렀습니다. 시간을 내어 두어 편 보았습니다만 객석이라는 것이 참 묘하더군요. 어떤 공연은 앞에 앉으나 뒤에 앉으나 관람료가 같은데 또 어떤 공연은 R석, S석이라 해서 자리의 위치에 따라 가격이 달랐습니다.

대개 이렇게 같은 공연을 보는 데도 가격이 다른 곳은 서구식 정통 공연무대입니다. 신문을 보고 눈치를 챈 분들도 있을 겁니다. 대개 3·15아트센터나 성산아트홀 같은 대규모 극장에서 공연하는 작품에는 자리에 따라 다른 가격을 매긴다는 것을요. 지금은 오히려 이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작품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려고 남들보다 돈을 더 많이 지급하는 것 말입니다.

어떤 공연은 관람 위치에 따라 3등급으로 나누기도 하고 또 심한 경우엔 4등급으로 나눠 자리를 구분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로열석이 5만 원이라면 이 자리를 기준으로 스페셜석은 1만 원 깎아서 4만 원 하고, 또 A석은 2만 원 깎아서 3만 원, B석은 더 깎아서 2만 원으로 하는 건지…, 아니면 원래 2만 원이 기준인데 좋은 자리라는 개념을 만들어 더 높은 가격을 매겨서 관람권을 판매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한 공간에서 한 작품을 관람하면서도 차별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썩 기분이 개운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감정이 생기는 것은 우리 전통극의 무대 형태에 너무 익숙해 있어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물론 돈을 지급하고 보는 형식이 아니라 마당놀이로 연희자나 관객이 한데 어울려 노는 판이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남녀노소 빈부차이 없이 보고 즐겼다는 데 더 매력을 느껴서 그렇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올렸던 국제연극제라도 거창과 밀양에서 열린 공연은 또 달랐습니다.

일반 얼마 학생 얼마 하는 식으로 입장권을 팔았습니다. 용돈을 받아 쓰는 학생들에게는 할인 혜택을 주는 방식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밀양연극촌에서는 일반이든 학생이든 지정석을 먼저 판매하고 그 외에는 보조석 관람권을 판매했습니다. 물론 가격은 좀 쌌겠죠. 자리가 좀 불편해도 공연을 보려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라는 차원에서 이해되었습니다.

등급화 분위기 사라졌으면

무대 공연에서 자리의 위치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사례가 확산하지 않고 줄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아직은 좌석의 위치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입장권을 판매하는 곳이 많습니다. 영화관도 그렇고 대규모 공연시설이라 하더라도 비상업적인 성격이 짙은 공연엔 입장료에 차등을 두지 않습니다.

반대로 기우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자리 하나에도 상업적 계산이 깔려 등급화하는 사례가 늘면 세상 살기 참 각박해지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은 위치에 따라 금액을 달리하지만 나중엔 비슷한 위치에 있더라도 고급 의자를 놓고 VIP 대접한다며 금액을 더 높게 책정할 수도 있겠고, 또 맨 뒷좌석 낮은 금액의 좌석이라도 조금 더 좋은 자리와 나쁜 자리를 구분해 차등화할 수 있겠다는 상상까지 미칩니다. 물론 이런 일까지야 없겠죠. 있어서도 안 되겠고요.

공연장의 객석 위치에 따라 차등을 두어 고액 관람객에게 더 좋은 관람환경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부정적 시각으로 본 이 글에 반론을 제기하실 분이 많을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더 많이 지급한 사람에게 그만큼의 혜택을 더 주는 것은 이치에 맞는 행위로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차별도 정도가 지나치게 되면 위화감을 조성하게 되고 이는 오히려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는 판단에 일례를 든 것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교육분야도 그렇고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차등화 되어가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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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딛는 걸음걸음 마음의 키가 자랍니다 

장애·비장애 청소년 26명 강원도 태백 황지연못~창원 국토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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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문화교실의 개밥바라기를 찾아서 국토대장정에 나선 장애·비장애 청소년들이 행진 열하루째인 지난 6일 구미시 해평면 도로를 걷고 있다.

 
새벽 4시. 오늘도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 국토대장정의 하루가 시작된다. 8월 한낮의 푹푹 찌는 더위를 조금이라도 피하려면 이렇게 새벽같이 일어나서 부산을 떨어야 한다. 아침밥을 지어먹고 설거지를 해서 6시가 되면 부랴부랴 대오를 정비해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다. 하루에 걸어야 하는 거리가 적어도 20킬로미터를 넘는다.

창원의 '신나는 문화교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정신지체발달장애 청소년과 자원봉사자가 짝을 지어 이 땅을 순례하는 '개밥바라기를 찾아서 국토대장정'을 시작했다. 참가자는 지난해보다 8명이 많은 26명이다. 이 중에 장애청소년이 10명이다. 정신지체 1급에서 3급까지 고루 분포됐다.

지난달 26일 경남도청 앞에서 발대식을 하고서 출발지인 강원도 태백시 도심에 있는 황지연못으로 떠났다. 오는 19일까지의 24박 25일의 대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장애학생엔 사회성·자립심, 비장애학생에겐 이해·배려심 키워줘

◇황지 물에 손 씻으며 소원을 빌다 = 황지연못에서 출발에 앞서 낙동강 발원지의 물을 떠서 손을 씻으며 저마다 소원을 빌었다. 모두 소원은 마음 속에 담았다.

처음 며칠간은 발에 물집도 생기고 해서 많은 고생을 했단다. 폭우에 길이 소실되어 돌아가기도 하고 시내를 만나면 돌다리를 놓아 건너가기도 했다. 그나마 강원도 길은 오르막의 힘듦은 있어도 아름다운 경치와 간혹 만나는 산그늘이 있어서 좋다. 그러나 경북으로 내려오면서 연이은 아스팔트 길을 만나자 여간 고행이 아니다.

기자가 이들을 만난 곳은 대장정 열하룻날째인 지난 6일 경북 구미시 해평면 일선리 일선교차로였다. 오전 10시 12분. 뙤약볕이 아스팔트를 한참 달구어 지열이 턱밑을 쏘아대는 데도 모두 의연하게 행진을 하며 걸어오고 있었다.

◇"힘들어요. 그래도 가야죠" =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기자도 행진에 합류했다. 이내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한 걸 후회했다. 아침 6시 30분 낙동초등학교를 출발해 거의 네 시간을 걸어온 이들에게 당키나한 인사인가. 모두 힘들어 보이지만 걸음걸이나 표정은 의연했다. 아니 어쩌면 목표지점만 머릿속에 그리며 달려가는 장거리 마라토너 같기도 했다.

"아이들이 참 잘 걸어요. 오히려 우리가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예요." 뒤에서 대오가 처지지 않게 보조를 조절하던 김민정 홍보담당의 말이다.

행렬을 가만히 보면 두 사람씩 짝을 이뤄 걷고 있다. 왼쪽은 장애청소년이고 오른쪽에서 손을 잡고 있거나 끈으로 연결된 사람은 자원봉사자들이다.

행진을 하면서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고두경(단국대 4) 씨의 옆으로 갔다. "힘들지 않나요?" "아유, 힘들죠. 그래도 가야죠." 신나는 문화교실 카페(cafe.daum.net/NICEROOM)를 보고 국토대장정에 참여하게 됐다는 두경 씨는 이렇게 고생은 하지만 후회해본 적은 없단다. "처음엔 서로 말도 못 붙이고 서먹했어요. 하지만 이틀 사흘이 지나면서 아주 친하게 됐어요."

◇대장정에서 만나는 마음씨 좋은 사람들 = 8월 한낮 그늘도 없는 아스팔트 도로를 한 시간을 넘게 쉬지않고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다. 너무 참기 어려워 머리에 물을 뿌리는 친구가 있지만 마시는 것만큼은 자제한다. 물을 많이 마시면 빨리 지칠뿐만 아니라 탈수증상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배탈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기자와 합류한지 한시간 가까이 됐나보다. 길가에 식당이 보여 잠시 휴식을 하기로 했다. 식당 주인아저씨가 일행을 반긴다. 고생이 많다며 시원한 물을 내놓는다. 창원에 있는 단체라고 하니 자신도 경남대 출신이라며 더욱 반가워한다.

"국토대장정을 하다보면 이런 친절한 분을 많이 만납니다. 마을회관이나 식당에서 휴식을 취하게 되는데 대개 친절하게 맞아줍니다." 이채연 사무국장의 이야기다. 휴식이 끝나고 다시 출발할 때 식당 주인 김인화 씨는 일행에게 음료수 한 박스를 선물한다.

◇행진하며 꿈을 키우는 장애 학생들 = 지체 발달장애 3급 최기원(고3) 학생은 꿈이 방송 카메라 기사가 되는 것이다. 중학교 때부터 장래희망을 설정했는데 여전히 꿈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대장정을 통해 그 꿈을 더 다지고 키울 것이라고 했다. 물론 살을 빼고 싶다는 솔직한 이유도 덧붙였다.

최기원 학생과 짝을 이룬 자원봉사자는 중학교 1학년인 김준희 학생이다. 중국 칭다오에서 왔다. 미국국제학교에 다닌다. 부친 따라 초등학교 5학년 때 중국으로 갔다가 이번 방학을 이용해 한국에 와서는 카페를 보고 자원봉사에 참여하게 됐단다. 여행을 좋아하는데 고국의 땅을 오랫동안 여행할 수 있고 장애친구들과 함께한다는 데 호기심이 생겨 지원했단다.

이채연 사무국장은 준희 학생도 이번 대장정에서 장애청소년과 함께 생활하면서 성격이 많이 변했다고 한다.

◇이해와 배려에 초점 맞춘 대장정 = 낮 12시 46분. 행렬은 목적지인 구미시 해평면 월호마을회관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일행이 미리 해놓은 밥을 모두 스스로 먹을 만큼 챙겨 먹는다. 물론 설거지도 자신의 몫이다. 1급 장애라도 그것만은 스스로 해야 한다. 혼자 하기 너무 어려운 것이야 자원봉사자들이 도와주긴 하지만 장애학생들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 짝을 이룬 자원봉사자의 몫이다.

기나긴 대장정에서 장애학생들만 사회성을 기르고 꿈을 키우는 것이 아니다. 자원봉사자들도 새로운 경험을 통해 배려를 익히고 부지런함과 극기를 배운다.

이 사무국장은 "사실 개밥바라기 국토대장정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운 날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는 장애청소년들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지는데 그것보다 함께 생활하며 올바른 생활습관을 배우고 서로 이해하는 기회를 만드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험이 사회에 나갔을 때 장애인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라는 확신이다.

한 자원봉사 학생은 일지에 이렇게 썼다. "나중에 샤워할 때 보니 수영이 발바닥에 물집이 많이 잡혔다. 참고 걸었을 수영이를 생각해 보니 빨리 가자고 보챘던 것이 미안했다."

신나는 문화교실 개밥바라기는 대장정 동안 '마니또 정하기' '종이배에 꿈 적어 띄우기' '별자리 이야기'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 그리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오는 19일 경남도청에 도착할 때까지 이들의 도전과 극기, 그리고 함께하는 이해와 배려가 계속 될것이다. 참가자들 모두 24박 25일의 대장정을 마치고 나면 훌쩍 성장해버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지 않을까.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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