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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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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사회비평/강인규 지음) = 저자는 뉴욕행 비행기 안에서 미국을 '비록 완전하지는 않을지라도 서로 다른 문화와 피부색을 지닌 사람들이 비교적 평등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케네디공항에 내려서는 순간 무참히 깨진다. 화물하역작업을 하는 인부는 대부분 흑인이며 택시 운전대를 잡은 기사는 아랍계 이민자라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9년간 미국 유학생활을 하면서 겪은 미국인의 삶과 문화를 신랄하게 보여준다. 인물과 사상사. 292쪽.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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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을 만든 라이벌(한국사/역사비평 편집위원회 엮음) = 박정희와 김일성, 최현배와 김두봉, 염상섭과 한설야, 유진오와 최용달, 이태규와 리승기, 이병도와 김석형, 윤봉춘과 문예봉, 조택원과 최승희. 이들은 분단 이후 정치·언어·문학·법조·과학·역사·영화·무용 8개 분야에 걸쳐 한국 현대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이 책은 남과 북에서 활동한 이들을 비교하고 연관성의 관점에서 대비해 남북이 걸어온 두 길을 조망하고 있다. 역사비평사. 296쪽. 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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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말하기(사회비평/테리 이글틴, 콜린 레이스 외 지음·신기섭 옮김) = 이 책은 '진실'에 관한 책이다. 그러나 그 진실은 또한 '거짓말'이라는 점을 말한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의 상당부분이 권력자들의 정치적 의도에 따라 조작되어 온 것임을 들춰낸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노골적인 거짓말' '비밀주의' '혼란'이며 '위선'이라고 지은이들은 주장한다. 갈무리. 328쪽. 1만 8000원.

◇Do-2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행기(포토에세이/이렌 도르니에, 사잔네 피셔 지음·이은실 옮김·김칠영 감수) = Do-24는 세계 1, 2차 대전 때 활약했던 독일산 수상 비행기다. 이 책은 독일의 조종사이자 사진작가인 이렌 도르니에가 할아버지의 낡은 비행기를 수리해 타고서 전 세계를 일주하는 과정을 글과 사진으로 엮은 수필이다. 오픈하우스. 288쪽. 3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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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어퍼컷(청소년/육성철 지음·하자센터ToT 그림) = 비학생 청소년 친구와 버스를 탄 박군. 자신은 청소년 요금을 냈지만 친구는 학생증이 없다는 이유로 일반요금을 낼 수밖에 없다면? 이 책은 답답하고 억울한 세상에 통쾌한 한 방을 날린 서른여덟 명의 용감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샨티. 280쪽. 1만 2000원.

◇열일곱 살의 털(청소년/김해원 지음) = 이 책은 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심사위원들은 제목에서 암시하는 '야릇함' 때문에 2차 성징에 관한 이야기일 거라고 기대했단다. 그런데 주변의 눈치를 보며 읽다 보니 그 털이 그냥 머리털임을 알고는 '에이' 하고 흥미가 떨어질 무렵 머리털에 관한 진짜 재미가 시작된다고 했다. 사계절. 224쪽. 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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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룡골에는 여자가 없다(종교/정목 지음) = 경남 양산 오룡골 깊은 산중에서 홀로 수행 중인 정목 스님의 구도 수필집이다. 출판사는 이 책이 쉬운 문체로 쓰였다고 한다. 오온개공, 일체유심, 만법유식, 응무소주 이생기심…, 이런 말보다는 스님이 개를 키우는 이야기, 당산제를 지내는 이야기, 산골의 자연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고 소개했다. 이런 일상의 바닥에 깔린 심오한 철학을 깨닫는 것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자연과인문. 204쪽. 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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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베이징 주경기장인 궈자티위창(일명 냐오차오-새 둥지)에서 펼쳐진 올림픽 폐막식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와이어를 이용한 화려한 군무와 불꽃놀이는 보는 내내 감동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각국을 대표해서 출전한 운동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뽐내며 서로 실력을 겨뤘던 17일간의 축전이 끝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폐막식은 아쉬움을 많이 남기기도 하지만 다음 대회에 대해 기대도 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아쉬운 것이 있습니다. 베이징 냐오차오에선 4년 후의 런던 올림픽만 기약하며 막을 내렸습니다.

내달 6일부터 패럴림픽

정작 내달 6일부터 개최되는 장애인올림픽에 대해선 무관심했습니다. 이번 패럴림픽에도 중국은 역대 최대 규모인 547명의 선수단을 출전시킨다더니 거기까진 신경을 쓰지 못한 것 같습니다. 주경기장을 빙 둘러 있는 대형 화면에 그간의 열전을 소개한 후 장애인올림픽 일정이라도 소개했더라면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참 아쉬웠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습니다. 솔직히 올림픽 정신을 생각한다면 금메달 수로 국가 간 순위를 매긴다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언론은 나라와 나라의 대결에 주목하고 금메달만 목이 쉬도록 외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언론에 대서특필 되어 주목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쳐다보지도 않으려 합니다.

어쩌다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이니 동메달이니 하며 국민감정을 위로하듯 스스로 위안하기도 하지만 1등에만 목을 매는 것을 보면 올림픽에도 우리 교육 현실이 반영되는 것 같아 여간 씁쓸한 게 아닙니다.

여자·남자 단체 양궁, 수영의 박태환, 사격 진종오, 유도 최민호, 남녀혼합복식 배드민턴, 역도의 장미란 차재혁, 태권도 차동민 황경선 손태진 임수정, 그리고 야구. 아마 이들의 활약은 두고두고 우리의 기억에 남아 있을 겁니다. TV에서는 몇 번이고 금메달 감격의 순간을 되풀이해 보여줬기 때문에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할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그 결과만으로도 대단한 인간승리를 이룬 사람들입니다. 물론 은메달, 동메달, 뿐만 아니라 아쉽게 메달권에 들어가지 못한 선수들도 저마다 꿈을 이루려 도전정신을 불태우며 가치 있는 삶을 살려고 노력한 사람들입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유난히 언론의 관심을 받은 사람이 있습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수영 선수 나탈리 뒤 투아와 폴란드 탁구 선수 나탈리아 파르티카, 아르헨티나 사이클 선수 마리아 베렌 두투입니다. 이들은 모두 한쪽 다리가 없거나 팔이 없거나 소리를 듣지 못하는 등의 몸이 불편한 선수들입니다. 다들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언론은 그들의 아름다운 투혼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런 아름다운 투혼이 내달 6일부터 베이징에서 본격적으로 다시 이루어집니다. 베이징 올림픽이 시작되기 오래전부터 올림픽 출전 선수들과 메달 가능성에 대해 보도를 제법 접했는데 정말 아름다운 투혼이 빛날 장애인올림픽에 대해선 너무 조용한 것 같습니다. 이번엔 패럴림픽이 없는 것 아닌가 느낄 정도입니다.

언론이 적극 관심 보여야

언론은 이번 패럴림픽에 어떤 종목에서 금메달 가능성이 큰 건지, 어떤 장애를 지닌 선수가 어떻게 그것을 극복해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는지, 지난 올림픽 때엔 우리가 얼마나 메달을 땄는지…, 왜 보도를 하지 않는 걸까요.

지난 17일간의 열전 기간에 우리는 TV에서 올림픽 중계를 방송사마다 중복 편성해 정규방송을 보지 못한 것도 많이 있습니다. 뉴스도 제시간에 보지 못했습니다.

과연 이번 패럴림픽 기간에도 방송이 그렇게 할까요? 다른 언론도 국민의 시선을 끌 수 있게 많은 부분을 할애할까요? 이런 의문을 가지는 이유는, 현재로선 돈이 안 된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돈 안 되는 데는 투자 않는 것이 자본주의 속성이니까요. 그럼에도, 언론에는 공공성이라는 기능이 있으므로 장애인올림픽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 기대를 합니다.

달리 보면 박태환 선수가 국민 남동생으로 스타가 된 것이 언론의 관심에서 비롯되었듯, 이번 패럴림픽에서도 13개 종목에 참가한 79명의 선수 중 언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장애인 스포츠스타가 탄생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언론이 무관심하면 국민도 무관심해지고 언론이 관심을 보이면 국민도 곳곳에서 "대~한민국!"을 외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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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굴산 바람덤에서 내려다본 내조마을 모습.멀리 첩첩산맥과 눈높이로 떠있는 뭉게구름이 자연의 오묘함을 느끼게한다.



따라붙는 파리떼·비 헤치며 정상에…남편과 막걸리 한잔에 피로 씻은듯 
 
◇스토커 같이 따라붙는 파리 = 창녕 화왕산도 그랬고 김해 무척산도 힘들었지만 오르는 재미라도 있었는데 의령 자굴산은 짜증과 귀찮음의 산길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비도 오락가락하는 데다 작은 파리들이 너무 많이 우리를 따라다녔기 때문입니다.

지난 토요일 오전 11시 남편과 나는 의령 내조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이날도 역시 아이를 떼어놓느라 애먹었습니다. 지난번처럼 아이의 관심을 딴 데 두게 한 후 무사히 대문 밖으로까지 탈출하기엔 성공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를 찾더랍니다.

고통 끝에 온 즐거움(苦盡甘來)

오늘 등산은 포기할까 여러 번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산을 오르기로 먹었던 마음을 이 때문에 포기한다면 다음에도 얼마든지 포기하기 쉬워질 것 같아서 단단히 마음을 먹었습니다.

A코스에서 B코스로 내려오는 산행을 택했습니다. 처음 등산로 입구로 들어섰을 때 산길의 색깔이 다른 산과 달리 빨간색을 띠고 있습니다. 또 돌보다 흙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냥 색다르다고 생각했는데 귓등에서 '윙~'하고 모깃소리가 들렸습니다.

모기라 하면 우리 부부는 기겁합니다. 우리가 물리는 것도 겁나지만 두 돌도 안 된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생활 습관 때문입니다. 아무리 깊은 잠에 빠진 상태라도 모깃소리만 들리면 전쟁준비를 해왔으니까요.

'윙' 소리의 주인공은 파리였습니다. 그런데 이놈의 파리가 거의 정상까지 올라가는 동안 내내 우리를 따라다니며 괴롭혔습니다. 숲도 우거진 데다 등산로의 습도가 좀 높아서 그런 것일까요.
   
◇아이가 운다는 시어머니의 전화 = 이번 역시 등산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둘 다 땀을 뻘뻘 흘리며 '그만 돌아가자'하는 소리를 습관처럼 내뱉었습니다. 더욱 돌아가고 싶게 만든 환경은 또 있었습니다. 시어머니의 전화였습니다. "너거 아 너무 울어 사서 안 되겄다. 비도 많이 오고 하니까 빨리 돌아온나."

전화를 받았을 때 자굴산에선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아이 우는소리도 들리고 하니까 그냥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이까지 왔는데 안 된다'며 버텼습니다. 남편이 전화를 달라더니 어머니와 통화를 했습니다. "바깥에 풀장 만들어 아이들 놀라 카이소!" 남편의 방법이 통했나 봅니다. 한참 올라간 후에 다시 전화를 했더니 아이가 안 울고 잘 논다고 합니다.

아마 한 시간 반쯤 올랐을 때 우리는 돌무덤을 만났습니다. '김씨 석분'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한국엔 돌무덤이 많지 않다고 남편이 말합니다. 몽골엔 돌무덤이 많습니다. 아마도 흙무덤이나 돌무덤의 숫자가 비슷할 겁니다. 그런데 한국에선 불에 태워 장사를 지내는 화장을 많이 한다면서요. 몽골엔 부자 아니면 화장을 못합니다. 돈이 많이 들어가니까요. 이런 부분에선 한국과 몽골이 반대인 것 같습니다. 어머니와 이모가 묻힌 묘도 돌무덤인데…, 아, 엄마!

비가 내렸다 말았다 합니다. 몇 번이고 되돌아갈까 갈등이 생겼는데 번번이 남편의 반대에 부딪혀 계속 올라갔습니다. 지겹게 따라붙는 파리들을 따돌렸다 싶을 때 쉼터를 만났습니다. 절터 샘 옆에 있었는데 지금까지 등산한 것을 합쳐 이번만큼 반가웠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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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굴산 바람덤. 바위와 나무와 구름이 멋진 구도를 이룬다.

◇산을 삼키며 내려오는 구름에 놀라 = 조금 쉬고 있는데 산 위에서 구름이 영화에서 본 악마의 그림자처럼 산을 삼키며 내려왔습니다. 너무 겁이 나서 남편보고 돌아가자고 했는데 '저 구름 지나가면 날씨 맑아진다'며 남편은 느긋했습니다. 비가 막 쏟아졌습니다. 한편으론 걸어가고 있을 때 이 비를 만났다면 어찌 될 뻔했을까 생각하니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가 그치고 우리는 서둘러 산을 올랐습니다. 너무 오래 걸리면 아이가 또 엄마 찾아 울 것 같아서 불안해서였습니다. 얼마 가지 않았는데 멋진 풍경을 만났습니다. '바람덤'입니다. 무슨 말인가 몰라 남편에게 물어보니 '바람을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맞나요?

어쨌든 이곳의 경치는 정말 황홀할 정도입니다. 오른쪽으로 뱀처럼 기어올라오는 길도 보입니다. 바위 위에서 뿌리를 내린 나무와 풀들, 그리고 먼 하늘에 솜사탕처럼 뭉쳐 있는 뭉게구름…. 겹겹이 펼쳐진 산들의 모습에 넋을 잃고 바라본 것도 잠시, 진한 구름이 바람을 타고 몰려옵니다.

◇고진감래 느끼게 한 정상의 풍경 = 우리는 멋진 경치를 카메라에 몇 장 담고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얼마 가지 않았는데 정상입니다.

아, 그사이 파리가 잠시 우리를 괴롭히더니 정상에선 어디로 도망을 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정상의 경치는 그동안의 괴로움을 말끔히 씻어 줍니다.

사방 빙 둘러 멋진 풍경이 펼쳐집니다. 남편은 이러한 것을 '고진감래'라고 한답니다.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온다'는 뜻이랍니다. 비도 만나고 모기에게 물리기도 하고 파리를 쫓느라 오르막 내내 고생을 했는데 이런 멋진 장면을 만나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남편이 배낭에서 막걸리를 꺼냈습니다. 얼음이 든 병에 넣어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마셨는데 그렇게 꿀맛일 수 없습니다. 남편이 지리산 꼭대기에서 막걸리를 마신 추억을 아직도 기억한다고 했는데 나도 자굴산 정상에서 마신 막걸리 추억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7시간 만에 내조마을 출발지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전화를 걸어보니 아이가 놀다가 울다가 이제 잠이 들었다고 합니다. 앞으로 계속 등산하러 다녀야 할지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후렐마(창원시 북면)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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