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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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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삼촌은 지금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 어머니보다 12살 아래고 나보다 10살 위다. 사진은 삼촌이 1967년 8월에 송도해수욕장 구름다리 아래서 튜브를 타고 찍힌 장면이다. 67년도이면 내가 다섯 살때이므로 삼촌은 15살이 된다. 삼촌이 중학생이었을 땐 진주에서 살았는데 어찌 부산까지 해수욕을 하러 올 생각을 했는지 대단하다. 하기야 괄괄한 삼촌의 성격으로 보아 전혀 불가능한 행동은 아니었지 싶다.

 

1967년의 송도해수욕장은 지금과 너무 달라보인다. 바닷가의 주택이며 구름다리가 지금은 전혀 흔적을 찾아볼 수 없으니 말이다. 지금은 거북섬으로 이어지던 구름다리가 있던 자리에 교각이 설치되고 거북섬 위의 건물도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내가 기억하는 송도해수욕장의 모습은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의 주인공들이 튜브를 타고 조오련이 빠르니 물개가 빠르니 하는 장면의 송도해수욕장이다. 말하자면 70년대 중반의 모습이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영화 친구에서 주인공 준석이가 1976년 13살이었으므로 시대적 배경이 나와 똑같아서 더욱 공감하며 영화를 본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75년 부산 초장동 산복도로 인근에 살던 그때 친구들과 함께 팬티에 튜브 하나씩 어깨에 메고 송도까지 그 먼길을 걸어서 해수욕을 다니던 기억도 또렷하다.

 

영화 친구 이야기가 나왔으니 덧붙이자면 준석이와 동수, 상택, 중호가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막 달리던 그곳은 부산 진시장 쪽에서 범일동 보림극장 쪽으로 철길 건너는 길이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범내골 판자촌 아랫동네에 살았으니 이 장면마저 정감이 들었다.

 

다시 송도해수욕장으로 장면을 옮기면 1975년 내가 튜브를 타고 친구들과 놀고 있을 때 실제 '친구'의 주인공들이 우리 옆에서 놀았을 가능성이 있겠다. 우리는 모두 싸움도 못하는 순둥이였는데 그 애들하고 시비가 붙었으면...

 

영화에선 다이빙대가 보이지 않았는데 그 시절 송도해수욕장엔 다이빙대가 하나 있었다. 거북섬에서 조금 오른쪽으로 떨어진 곳에 설치되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뛰어내리곤 했다. 우리가 한참 튜브를 타고 놀다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기로 배치기로 뛰어내리다 장이 꼬여 병원에 실려갔다는 사람도 있었고 먼저 뛰어내린 사람 위로 뛰어내려 둘이 크게 다쳤다는 얘기도 들렸다. 우리는 다이빙대까지 누가 먼저 헤엄쳐 갔다오는지 시합을 종종 했다.

 

또 당시 구름다리를 건너가려면 5원인지 10원인지 몰라도 얼마간의 돈을 내야만 했다. 그래서 어린 우리들은 한 번도 구름다리를 건너보지 못했다. 지나고 나니 아쉽다. 아버지에게 떼를 써서라도 돈을 얻어 건너보는 것인데...

 

우리는 점심 먹고 땡볕에 송도해수욕장엘 갔다가 해가 뉘엿뉘엿 기울 때야 돌아왔다. 산복도로 길을 따라 오가는 길에 보이는 영도와 부산 외항 먼바다는 아직도 추억 속에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장면이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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