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너무나 아름다워서 슬픈 여인들
윤심덕,양귀비,이사도라 덩컨
세계를 움직인 미녀들의 신화김남석 지음 l 우리책
양귀비에서 이사도라 덩컨·윤심덕까지 잘나가던 동서양 여성 21명의 슬픈 최후
"미국 공연 실패 이후 그녀에게 불행이 겹쳤다. 그녀의 마지막 남편이자 애인이었던 에세닌이 자살한 것이다. 이사도라 또한 운명의 장난인지 프랑스 니스에서 자동차를 몰고 가다가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는다. 어이없게도 목에 두른 스카프가 풀어져 자동차 바퀴에 감기는 바람에 목뼈가 부러져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둔 것이다."
격식과 형식을 거부한 현대무용의 선구자 이사도라 덩컨의 최후는 어이없는 슬픔을 사람들에게 안겨준다.
<세계를 움직인 미녀들의 신화>에는 21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흔히 하는 말로 '잘나가는 여성들의 슬픈 최후'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은이는 책에 소개된 여인들을 4개의 주제별로 나누어 묶었다. 1부 불타는 사랑 재가 되어 예술로 남고, 2부 마성의 육체 뒤에 남은 슬픔, 3부 사랑은 전설이 되어, 4부 죽음보다 강한 사랑이다.
1부에는 앞에 소개된 이사도라 덩컨 외에도 화장품과 의류계의 명품 '샤넬'을 탄생시킨 코코 샤넬, 그리고 사랑에 살고 노래에 산 샹송의 여왕 에디트 피아프, 금세기 최고의 프리마돈나 마리아 칼라스, 고독한 영혼의 천재작가 프랑소와즈 사강, 채털리 부인의 화신 프리다의 화려했지만 결코 행복하지 못했던 삶을 그렸다.
또 2부에선 '전갈'이라 불린 전설적인 배우 마리네 디트리히와 유럽 최고의 섹스 심벌 브리지트 바르도, 사랑과 정열의 화신 카트리느 드뇌브, 세계 최고의 부나비 엘리자베스 테일러, 자존심 강한 세기의 스타 비비안 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부신 마성의 육체파 마릴린 먼로의 영화 같은 삶을 담았다.
3부에선 당나라 수왕의 아내로 있다가 시아버지인 황제 현종의 아내가 되어 파란만장한 삶을 산 양옥환, 즉 양귀비의 이야기와 스크린의 여왕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다 모나코 황태자의 비가 되면서 과감하게 배우생활을 접은 현대판 신데렐라 그레이스 켈리, 비운의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 영국 황태자와의 불륜으로 결국 왕관까지 포기하게 만든 미국인 유부녀 심프슨 부인, 아버지 없이 태어나 거리의 부나비로 살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부인이 된 여인, 'Don't cry for me Argentina'로 유명한 에바 페론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리고 4부에선 기녀이기 이전에 예술과 철학에 통달한 송도사절의 하나 황진이, 헨리 8세가 교황청과 결별하게 한 역사적 사건의 배후에 있었지만 사랑 때문에 오히려 불행하게도 단두대 이슬로 사라진 1000일의 앤, 앤 블린의 이야기와 1차 세계대전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여간첩 마타 하리, 유부남 극작가 김우진을 사랑해 결국 함께 현해탄에 몸을 던진 '사의 찬미' 가수 윤심덕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은 10년 만에 다시 나온 개정판이다. 지은이는 "필자 또한 이 책을 잊고 있었는데 네티즌 사이에 열띤 토론을 통해 '사랑의 전설'이 되었다"며 "이 책이 그저 가볍게 읽고 흘려버리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파란만장한 굴곡의 삶을 살았던 주인공들의 다양한 인생 여정을 통해 자신의 삶을 비추어보는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하나같이 미모와 사랑, 열정을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개인적 여건은 이들에게 부와 명예를 안겨주지만, 결국엔 그로 말미암아 불행한 삶으로 치닫게 한다. 너무 아름다워서 오히려 슬픈 이들의 삶의 역정을 통해 진정한 인생의 가치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285쪽. 1만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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