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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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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05 금을 줍다 - 보름간의 행복
  2. 2010.02.01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3. 2010.01.03 점점 괜찮아지는 딸아이 그림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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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에 박인 황금색의 금속들. 설마 황금은 아닐 거야. 그렇게 상식적 기준에서 진단을 내리면서도 마음은 허황된 구석에 기대는 본능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래 사금은 이런 돌들이 산산이 부서져 강바닥에서 채취된다고 하잖아. 어쩌면 진짜 금일지도 몰라. 그런데 진짜 금이라면 사람들이 그냥 놔뒀겠어? 어쩌다 하나씩 발견되긴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주울 수 있는 것인데...

이 황금색 금속이 박인 돌덩어리를 보름 넘게 차에 넣어두고 다니면서도 이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인터넷으로 검색을 한다든가 금은방에 가서 물어볼 요량을 하지 않았다.  아마도 사실을 알게 되면 찾아올 실망이 두려워서일 것이다.

아내에게 보여줬더니 "진짜 금일 것 같은데..."하며 만면이 밝아진다. 기대로 가득찬 표정에서 어떤 해방감마저 감도는 것 같았다. 빠듯하게 살고 있는 현실에서 탈출할 수 있는 한줄기 빛을 발견한 사람의 얼굴이 아마도 그러할 것이다.

아내는 이런게 얼마나 더 있느냐고 묻는다. "아주 많지. 한 달 정도 모으면 10킬로 쌀 한포대는 나올 걸." 금인지 아닌지 확인도 안 된 상태인데도 아내는 벌써 부자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기대하지 마라. 그게 진짜 금이라면 그 길에 남아있지도 않았을 거다."

나 스스로도 은근히 기대를 했으면서도 아내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취미는 또 뭐야. 드러날뻔한 인간성을 교묘히 숨기고 이 인생역전의 설렘을 안겨준 황금색 금속의 정체를 밝혀보기로 했다. 인터넷에 이런 게 뜰까.

젠장. '사금'이란 단어로만 검색을 해봐도 이놈의 정체가 바로 드러난다. 솔직히 '네이버'도 몰랐길 바랐다. 한 번 검색으로 바로 툭 튀어나오는 것을 보면 전국 방방곡곡에 지천으로 널려있다는 방증 아니겠는가.

이놈의 정체는 '황화철'이다. 말하자면 쇠에 황이 섞인 것이다. 친절하게도 '네이버'는 황화철인지 황금인지 구분하는 방법까지 여러사람의 지식을 모아서 안내해준다. 진실을 알고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이 이렇게 후회되는 것인줄 뼈저리게 느낀다.

그냥 금일 것이란 망상에 빠져 늘 흐뭇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출퇴근하고 아내 역시 금일 것이란 착각에서 행복을 꿈꾸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마도 로또를 산 사람이 느끼는 '일주일간의 행복'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보, 우리 보름동안 참 행복했다. 그치?"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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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직장 동료와 거짓말 논쟁을 벌이면서 아무리 '하얀 거짓말'이라도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친 적이 있다. 하얀 거짓말이라도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의 근거는 거짓말은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거짓이 다른 거짓을 낳고 또 다른 거짓으로 이어지면서 결국엔 의도와는 달리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때 동료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사람에게 거짓이라도 희망을 준다면 좋은 것이 아니냐고 했지만 그에 대해서도 나는 단호하게 사실대로 말하고 스스로 삶을 정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반론했다. 그러면서 검은 거짓이든 하얀 거짓이든 무조건 거짓말은 안 된다고 했다.

세월이 조금, 그러니까 채 5년도 안 된 시점에 와서 나의 그 완강했던 신념이 송두리째 뽑혀버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결론을 얘기하자면 나는 누군가를 위해서 거짓말을 했고 또 그 거짓말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도록 사주를 했는데 난 이 일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다는 점이다.

어느날 외국인 여성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내가 받았고 집으로 오라고 했다. 저녁 때 아내로부터 그 여성의 사정을 전해들은 나는 당분간 집에 피신해 있으라고 했다. 그 여성의 사정을 소상히 적을 순 없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없는 딱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밤에 그 여성의 시댁 가족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떤 외국인 여성이 집에 오지 않았느냐는 내용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시댁 가족이 우리집에 전화를 한 것은 아내가 몇 번 통역을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11시를 넘긴 밤이라 깜짝 놀란 나는 긴장된 순간이지만 태연한 척 자다 깬 듯한 목소리로 연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그는 내 아내를 찾았지만 아내는 지금 잔다며 다음날 전화하라하고 끊었다.

그 외국인 여성은 우리가 사는 모습을 보고 다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반갑지않은 손님으로 낙오되는 것이 싫었고 결혼에 실패하여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겁이 났다고 했다. 다행인 것은 남편은 술만 먹지 않으면 사람이 좋다고 한다. 다른 시댁 식구들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뛰쳐나오긴 했지만 한 며칠 지나고 나니 이젠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단체를 통했다. 단체에서 며칠 보호하고 있었던 걸로 하면 남편이 안심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그 단체에 부탁을 하는데서 나의 거짓말에 대한 신념이 또 무너졌다. "전화 왔을 때 우리집에 없다"고 했기 때문에 다른 핑계를 대어달라고 했다. 그런데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며 핸드폰 저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은근히 화가 솟구치기도 했다.

내 사정이 완전히 무시당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도 거짓말하는 것을 벌레 만지는 것보다 더 싫어하지만 나의 솔직함에 대한 대가로 그 여성이 다시 난처한 상황에 빠지도록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 단체에서 내 부탁을 얼마나 심사숙고했는지 모르지만 그 이후의 분위기는 묘하게 흘러갔다. 그 여성의 남편은 아내를 다시 만나면서 그 단체의 사람이 설명한 대로 믿는 눈치였으나 나중에 의심하더라는 이야기를 내게 했다. 

그런데 그 여성의 남편이 우리 식구와 식사를 함께 하고 싶다면서 연락이 왔다. 내 아내는 단지 통역만 하는 사람으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처지였는데 어찌 이런 제의를 받게되는지 한참 고민이 되었다. 그 여성이 남편에게 말했을리는 만무하다. 한국말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함께 있으며 과정을 거쳐왔는데 그럴 수는 없는데... 그 단체가 털어놓았을 가능성이 더 농후했다. 어쩌랴.

한달이 지나면서 그 부부와 벌써 서너번 만남을 가졌다. 식사도 함께 하고 노래방에 가서 함께 즐기기도 했다. 아주 친한 이웃처럼 되었지만 아직은 그날의 사건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다.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그렇다면 나는 거짓말한 것이 탄로날 것이고 나의 명예는 손상을 입겠지. 그러나 어쨌든 그 때의 거짓말로 인해 그 외국인 여성은 다시 결혼생활을 하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조금씩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다행한 일이다.

이로 인해 나 역시 큰 변화를 겪었다. 거짓말에 대한 결벽증이 완화되었다는 점이다. 꼭 필요하고 누구에게나 해다 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융통성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이것이 어마만큼의 세월동안 얼마만큼 크게 자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또 이 하얀 거짓 융통성이 어떤 계기로 검은 옷을 입게 될지도 모를 일이고. 새항 아므라레.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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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의 그림은 딸아이의 가장 핵심적인 소재다. 신윤복을 닮기 위해서라기보다 바람의 화원에서 신윤복 역을 맡았던 문근영을 닮고 싶은 숨은 욕망이 발현되어서였을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그로 인해 그림에 관심을 가지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은 아빠로서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따로 학원을 나가 그림을 배운적은 없지만 다른 그림을 베껴가며 공부하는 것이 아이에겐 많은 도움이 되는 모양이다. 하기야 스스로의 의지말고 더 좋은 스승이 있을까. 그렇게 그림을 그려나가다보니 조금씩 자신의 스타일을 굳혀가는 듯하다. 신윤복의 그림만 그리지말고 다른 그림도 그려보라니 칭기스칸을 그렸다. 벽장식 그림을 보고 그린 것도 근간에는 신윤복 그림의 스타일을 따랐다.

 칭찬이 아이에게 힘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표현을 잘 하지 못한다. 아니 아빠의 욕심에 못미쳐 칭찬을 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아이는 스스로 만족하는 경향을 보인다. "보고 그리는 것 누가 못 그려?"하고 은근히 깎아내리지만 나도 딸아이의 그림실력은 인정하는 편이다. 일단 구도가 눈에 거슬리지 않고 세밀한 부분까지 보는 눈이 괜찮기 때문이다. 이제 아빠의 그림실력을 뛰어넘는 수준에 이른것 같기도 하고...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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