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301)
돌이끼의 작은생각 (110)
돌이끼의 문화읽기 (478)
다문화·건강가족 얘기 (20)
경남민속·전통 (15)
경남전설텔링 (74)
미디어 웜홀 (142)
돌이끼의 영화관람 (21)
눈에 띄는 한마디 (8)
이책 읽어보세요 (76)
여기저기 다녀보니 (92)
직사각형 속 세상 (92)
지게차 도전기 (24)
지게차 취업 후기 (13)
헤르테 몽골 (35)
돌이끼의 육아일기 (57)
몽골줌마 한국생활 (15)
국궁(활쏘기)수련기 (16)
Total
Today
Yesterday
07-06 22:32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 2월 12일 금요일 신문

 

신문은 이른 아침 내가 잠에서 깨어나기 전부터 나와의 대화를 위해 현관문 밖에서 기다린다.

아파트 계단. 벌써 여러 사람이 힐끗힐끗 쳐다보며 지나갔지만 정작 자신이 만나야 할 독자는 날이 희끄무레 밝아와도 내다보지 않는다.

 나는 여섯 시가 되어서야 알람소리에 묵중한 기계처럼 느릿느릿 일어나 화장실로 간다. 가는 궤도를 잠시 벗어나 현관문 쪽으로 탈선한다. 문을 열면 신문이 나를 반긴다. 하지만 나는 심더렁한 표정으로 무심히 집고는 다시 문을 닫는다. 화장실로 향하는 궤도에 다시 몸을 올린다.

 신문은 오늘 아침 제일 먼저 설을 맞아 아주 어린 아이들이 경로당 할머니를 찾아가 세배를 올리는 모습을 요란스레 알려준다.

 그렇지 낼모레면 설이구나. 그런데 나는 설이 반갑지 않다. 지출해야 할 돈은 많은데 그것을 감당할 처지가 못 돼서다. 할머니도 누워계시고 어머니마저 며칠 전 게단에서 비끗하는 바람에 밀걸레를 짚고 다니는 형편이 되다보니 온 가족이 모여도 즐거움보다 걱정이 집안분위기를 장악할 듯 싶다.

 '아, 미안!' 신문은 내 심기를 잘못 건드렸다는 걸 눈치챘는지 <책은 희망이다>를 보라고 한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제목에 내 입술 끝이 살짝 올라가는 것을 보고 내용 끝까지 주저리 주저리 읽어준다.

 산림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 소개할 만한 제목의 책이란 생각을 한다. 그런데 탁월한 선택에 따르지 못하는 문장력은 조금 아쉬움을 남게했다. 그러나 글의 핵심은 잘 읽어냈다. 나같은 독자에게 충분히 어필할 만한 글이다. 잘난 것 없고 특출난 실력이 없어도 조직 내에서 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나가는 사람이 결국 그 조직을 끝까지 지켜내는 사람임을.

 그런데 무엇 하나라도 톡톡 튀어야 살아남는다는 요즘 세태를 보면 잘 합치되지 않는다는 느낌도 없지 않다. 제목에 미소를 보이던 내가 끝까지 읽은 후에는 오히려 우울해하는 표정을 지었는지 신문은 사설에 반가운 내용이 실렸다며 소개한다.

 '드디어 3.15의거 국가기념일 되나'. 그동안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터라 기운차게 써내려간 글이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까지 민주성지라는 마산에서 일어난 정치풍토와 시민들의 의식을 떠올리며 기대반 우려반 가슴 속에서 저울질하고 있다. 기껏 국가기념일이 되었는데 시민들은 또 마산 출신 정치인들이 그 정신에 위배되는 행동을 관성대로 해댄다면...

 사설을 보고도 유쾌한 모습을 내비치지 않자 신문은 뒤에서부터 제목만 떠벌리며 지면을 홱홱넘긴다. '아 따분해!' 내가 따분해하자 그럼 TV프로라도 보라며 양면 널찍이 펼쳐진 표를 드러내고 씨익 쪼갠다.

 나는 TV를 잘 보지 않는 편이지만 어떤 방송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하는지 한번씩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 늘 이 프로는 꼭 봐야지 함녀서도 시간을 놓쳐 지나쳐버리기가 일쑤다. 아마도 습관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보고싶은 프로도 하나 없다. 곤궁한 생활에 마음마저 여유를 잃어버린 탓일 게다.

 신문을 덮었다. 변기에서 엉덩이를 떼야할 때가 온 것이다. 머릿속에서 무너가 아쉬움이 휙하고 지나간다.

 '이번엔 왜 설 특집기사가 안 보이지?'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오륙학년 정도면 뭔가에 한번씩 빠져드는 법인데 승환이는 그림그리기와 만들기에 흠뻑 젖어있다. 그림그리기는 방과후학교에서 배우고 있으니 어느 정도의 실력을 기대할 만도 한데 요즘 부쩍 빠져있는 만들기도 제법 자질이 있어 보인다. 고슴도치도 지 새끼는 함함하다고 내가 그꼴일지는 모르겠으나 종이를 오려서 자동차를 만들고 로봇을 만들고 하는 것을 보면 내가 어렸을 때보다는 손재주가 있는 갑다. 하기야 나도 승환이 만 할때 시곗속이 궁금해 몇 개씩이나 분해를 했다가 조립을 다시 못하는 바람에 관상용으로 만들어버리긴 했다만서도...

 승환이 그림은 제 누나의 그림과 다른 맛이 있다. 제 누나의 그림이 세심한 기교가 있다면 승환이 거는 단순하면서 투박한 면이 있다. 물론 세밀화를 그린다면서 거의 크로키를 그리긴 하지만 예전에 그렇게 산만하던 모습이 조금 사그라진 것만 보아도 그림그리기로 많이 치유된 것이 사실이다.

 승환이는 위 그림들을 스케치북에 그려 방학숙제로 제출했다. 그냥 그림그리기에 최선을 다 했으면 됐지, 은근히 상받을 것을 기대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리기만큼은 자신이 있다는 표시이겠으나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습관이 들까 두렵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돌에 박인 황금색의 금속들. 설마 황금은 아닐 거야. 그렇게 상식적 기준에서 진단을 내리면서도 마음은 허황된 구석에 기대는 본능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래 사금은 이런 돌들이 산산이 부서져 강바닥에서 채취된다고 하잖아. 어쩌면 진짜 금일지도 몰라. 그런데 진짜 금이라면 사람들이 그냥 놔뒀겠어? 어쩌다 하나씩 발견되긴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주울 수 있는 것인데...

이 황금색 금속이 박인 돌덩어리를 보름 넘게 차에 넣어두고 다니면서도 이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인터넷으로 검색을 한다든가 금은방에 가서 물어볼 요량을 하지 않았다.  아마도 사실을 알게 되면 찾아올 실망이 두려워서일 것이다.

아내에게 보여줬더니 "진짜 금일 것 같은데..."하며 만면이 밝아진다. 기대로 가득찬 표정에서 어떤 해방감마저 감도는 것 같았다. 빠듯하게 살고 있는 현실에서 탈출할 수 있는 한줄기 빛을 발견한 사람의 얼굴이 아마도 그러할 것이다.

아내는 이런게 얼마나 더 있느냐고 묻는다. "아주 많지. 한 달 정도 모으면 10킬로 쌀 한포대는 나올 걸." 금인지 아닌지 확인도 안 된 상태인데도 아내는 벌써 부자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기대하지 마라. 그게 진짜 금이라면 그 길에 남아있지도 않았을 거다."

나 스스로도 은근히 기대를 했으면서도 아내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취미는 또 뭐야. 드러날뻔한 인간성을 교묘히 숨기고 이 인생역전의 설렘을 안겨준 황금색 금속의 정체를 밝혀보기로 했다. 인터넷에 이런 게 뜰까.

젠장. '사금'이란 단어로만 검색을 해봐도 이놈의 정체가 바로 드러난다. 솔직히 '네이버'도 몰랐길 바랐다. 한 번 검색으로 바로 툭 튀어나오는 것을 보면 전국 방방곡곡에 지천으로 널려있다는 방증 아니겠는가.

이놈의 정체는 '황화철'이다. 말하자면 쇠에 황이 섞인 것이다. 친절하게도 '네이버'는 황화철인지 황금인지 구분하는 방법까지 여러사람의 지식을 모아서 안내해준다. 진실을 알고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이 이렇게 후회되는 것인줄 뼈저리게 느낀다.

그냥 금일 것이란 망상에 빠져 늘 흐뭇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출퇴근하고 아내 역시 금일 것이란 착각에서 행복을 꿈꾸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마도 로또를 산 사람이 느끼는 '일주일간의 행복'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보, 우리 보름동안 참 행복했다. 그치?"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