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299)
돌이끼의 작은생각 (110)
돌이끼의 문화읽기 (477)
다문화·건강가족 얘기 (20)
경남민속·전통 (14)
경남전설텔링 (74)
미디어 웜홀 (142)
돌이끼의 영화관람 (21)
눈에 띄는 한마디 (8)
이책 읽어보세요 (76)
여기저기 다녀보니 (92)
직사각형 속 세상 (92)
지게차 도전기 (24)
지게차 취업 후기 (13)
헤르테 몽골 (35)
돌이끼의 육아일기 (57)
몽골줌마 한국생활 (15)
국궁(활쏘기)수련기 (16)
Total
Today
Yesterday
11-25 00:01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내가 일을 하고 있는 칠서 삼성중공업 LNG선 족장에는 선박 제조를 위한 다양한 자재들이 만평에 이르는 지역에 분류별로 분포되어 있다.  이 넓은 지역에 가로 세로로 선을 그어 블록화하여 자재를 관리하는데 너무 넓은 데다 종류가 많아 물품을 한 번 찾으려면 발품을 제법 팔아야 한다. 최소 3개월 이상 관리해오던 사람이라면 단번에 물품을 찾을 수 있겠지만 나같이 발령받은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헤매기 일쑤다.

 

같은 품명의 물품이 한곳에만 모여 있으면 아무래도 쉽게 찾을 수 있겠는데 워낙 무거운 물건들인데다 각 블록에서 동명의 물품을 계속 놓을 수 있을만큼 여유공간이 없다보니 이 블록 저 블록에 임시로 놓아둔 것이 고정화 되어버린다. 한 물품을 이 블록에서 찾다 없으면 한참을 걸어서 다른 블록에 가서 또 찾기를 거듭하다보면 자연히 짜증에 몸도 피곤해진다. 몇 번 그렇게 고생하다보니 이게 아니다 싶었다.

 

어지러진 자재들을 우선 보기 좋게 정리해놓고 첫 블록부터 A1, A2......D5까지 수백가지나 되는 물품들을 다 파악하여 엑셀로 정리했다. 찾고자하는 물품은 엑셀에서 '찾기'로 금방 찾아낸다. 3개의 블록에 조금씩 분포되어 있어도 금방 찾아낸다. 예를 들면 C2블록 8열에 있고, D3블록 5열과 D4블록 7열에 있다 해도 헤맬 것 없이 금세 찾을 수 있다. 작업 시간을 최소 절반까지 줄일 수 있다.

 

입고 물품과 출고 물품을 그때그때 체크를 '단디' 해야하는게 귀찮거나 신경이 쓰이지만 그것을 극복한다면 일은 몸과 마음을 오히려 편하게 만들어 준다. 일터의 전임자는 그러지 않은 모양이다. 오랫동안 일을 했다는데 그런 자료를 남기지 않으니 후임인 내가 일을 맡자마자 이렇게 고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내가 이 작업을 게을리만 하지 않는다면 내 후임은 아주 편하게, 적어도 어디에 있는지 몰라 찾아헤매는 고생은 면할 수 있으리라.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지게차 한 대를 청소하더라도 기록에 남기려고 한다. 삼성중공업 안에 지게차 5대가 있는데 그것을 내가 관리하도록 사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 오늘 처음 다섯 대를 일괄적으로 점검했다. 내외부 청소를 하고, 돌가루가 많은 곳에서 작업을 하는 장비(지게차)여서 먼지가 장난 아니다. 지게차가 뿌연 옷을 입어 본래의 색을 감춘 상태라면 이해가 쉬울까.

 

오일을 점검하고 그리스유를 주입하고 리프트와 틸트를 움직여 유압상태가 정상인지, 냉각수는 충분한지, 작동유는 어떤지, 에어클리너와 집진기를 청소하고 아워메터를 체크한다. 한 대 점검작업을 끝내려면 40분이 걸린다. 온 몸은 흙먼지 뿌옇다. 옷에는 시커먼 기름이 묻어있다. 아, 작업복을 입고 할걸. 하필 오늘 작업복 빨래한다고 일상복을 입고 왔더니....

 

이 지게차들도 모두 엑셀로 관리한다. 날짜와 시간, 아워메터, 그리고 각 내역별로 상태를 입력한다. 이 자료가 1년, 2년 모이면 장비관리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또 언제 정비공장에 보낼 것인지 일정을 예측할 수도 있다. 기록을 잘 하면 일도 수월하게 할 수 있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많이 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김윤수, 정현수, 천태수. 우리는 한동안 삼총사로 불렸다. 1975년, 우리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고 한동네 살았고 우연히 모두 한반이었다. 우선 사진부터 설명하자면 5학년 때 경주 수학여행에서 찍은 모습이다. 아마도 선생님께서 찍었지 싶다. 단체사진을 빼면 유일하다. 다른 친구들은 여기저기서 막 사진을 찍던데 나는 사진값이 걱정된 데다 그땐 사진 찍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였지 싶다.

 사진을 보니 나의 바지가 가장 짧다. 바지를 이렇게 짧게 입은 어린이는 나밖에 없었다. 나는 이렇게 짧은 바지를 싫어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바지가 이것밖에 없다며 입고 가라며 늘 등을 떠밀었다. 있는 바지 두고 다른 새바지를 살 만큼 집안의 여유가 없었던 시기였기에 약간의 쪽팔림을 억누르며 학교에 다녔던 기억이 난다.

 35년 전의 교복은 지금에 비하면 참 촌티가 펄펄 날린다. 이당시 대한민국 초등학생이라면 모두 똑같은 교복을 입었다. 한참 후에야 알아차린 것이지만 이 교복이 일제의 잔존이란 사실에 깜짝 놀랐다. 요즘도 일본 만화영화 도라에몽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윤수와 태수 그리고 나, 우리 셋은 성격이 제각각 차이가 많이 났다. 윤수는 활달하고 도전적이었고 태수는 똑똑했고 신중했으며 나는 어쩌면 얌전하기만 했다. 어쩌다 장난기가 발동하면 셋이 의기투합해 여학생들이 놀이하고 있던 고무줄을 끊고 도망치는 미션을 감행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희한하게도 이때 친구 셋이 모두 이름 끝자가 '수'였는데 15년 세월이 흐른 후 첫 직장에서 만난 동기 중에서도 이름 끝자가 '수'로 끝난 사람이 셋이 있어서 '수트리오'로 불린 적이 있다. 우리 나이에 '수'자가 들어가는 이름이 많은 모양이다.

 윤수와 태수, 이 친구들이 지금 무엇을 하는지 전혀 모른다. 그렇게 삼총사로 의기투합하며 교정을 휘젖고 다녔어도 각기 다른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눈에서 멀어지고 마음에서 멀어졌는지 모른다. 그렇게 잊힌 친구들이 사진속에 옛모습을 그대로 남겨놓았으니... 이렇게 추억 속으로 여행을 할 수 있다는게 어쩌면 다행한 일이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전진은 우측 깜빡이, 후진은 좌측 깜빡이

지게차 회사에 입사한 지 스무날이 되었다. 2주 정도는 사무실이 있는 공터에서 팔레트 넘기는 연습과 기사들을 따라다니며 어떻게 작업을 하는지 견습을 하며 지냈다. 그러다보니 하루에 지게차를 많이 몰아도 3시간이 채못되었다. 3주째부터 삼성중공업 작업장에 파견되어 일을 하고 있다. 선박자재를 하차 및 상차하고 분류별 정리를 하는 작업이다. 수습기간이긴 하지만 견습을 끝내고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한 셈이다. 작업장을 배치받았으니...

그렇게 시작한 지게차 운전이 1주일 되었다. 하루에 8시간 이상 지게차를 몰다보니 이상한 습관이 생겼다. 승용차에 앉아 시동을 걸고 출발할 때 우회전 깜빡이를 넣는 것이다. 지게차 전진하려면 왼쪽 전후진 기어를 이용해 앞으로 미는 습관이 승용차에도 그대로 반영된 때문이다. 그리고 후진할 때엔 왼쪽 깜빡이가 깜빡깜빡한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기어는 기어대로 넣고 깜빡이를 넣는다는 점이다. 지게차와 승용차 운전법이 짬뽕된 셈이다. 오래 지게차를 탄 사람의 말 대로라면 한 달쯤 걸린단다. 그러면 직업병은 아니겠군. ㅋㅋ.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