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녹차 삼잔으로 피로를 풀다
어느듯 밤이 깊었습니다.
퇴근 뒤에 저녁 먹고 어정거리다 보니
벽에 걸린 소리도 없는 시계가
취침시각임을 자꾸 눈치줍니다.
짐짓 모른 체
일어서서 부엌으로 갑니다.
부억 찬장에는 하동 녹차가 나를 기다립니다.
이 녹차는
회사 논설위원이 직접 만든 거라며
한 달 전 쯤 선물로 준 겁니다.
매일 저녁은 아니지만
종종 늦은 밤
녹차는 나의 좋은 친구가 되어줍니다.
찬장에서 함께 엎어져 자고 있던
다기도 깨워서
친구하고 있습니다.
혼자 잠들지 않은 밤
일부러 분위기 잡을 필욘 없지만
녹차 은은한 향기가
괜찮은 기분을 만들어 줍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이런 저런 세상구경 하다가
문득 아내 코고는 소리에
뒤돌아 보면
반쯤 차낸 이불, 베개 끝에 걸린 머리, 파도를 타는 배꼽...
퍼뜩 잠자리에 들라고 부르는 듯합니다.
시계 바늘이 마지막 경고를 줍니다.
카운트다운을 세네요.
10, 9, 8, 7.... 자정이 지나도 잠들지 않으면
뭔가 사단이 날 것 같습니다.
입 속에 가득 머금은 녹차 향을
아내 자는 입술에 전해 줘 볼까요.
'돌이끼의 작은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故) 노무현 생(生) 전두환 (0) | 2011.05.24 |
---|---|
불기 2555년 방생의 의미는? (0) | 2011.05.10 |
잘났다, 조선일보 (0) | 2011.04.05 |
대통령의 만우절 기자회견 (0) | 2011.04.01 |
가로수와 전봇대 (0) | 2011.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