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생(生) 전두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2년이 되었습니다. 관련 소식을 보면 슬픔의 바다, 눈물의 바다에서 이제 기쁨의 바다, 웃음의 바다로 봉하마을의 분위기가 변하고 있답니다. 평일에도 추모객이나 관광객이 끊이지 않았는데 서거일을 맞은 요즘 마을 전체가 전국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가득 찰 정도였다고 합니다. '노무현'은 대통령으로 지내면서는 그 진가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죽어서 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경남도민일보> 23일치 신문 2면에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 씨에 관한 소식이 실렸습니다. 읽어보니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이틀 뒤인 20일 이들 내외가 장세동 전 안기부장 등 5공 때 '인사' 10여 명과 함께 거제에 있는 큰 기업체를 방문하고 동창생들이 마련한 뷔페에서 만찬을 즐겼다고 합니다. 이후엔 또 고성에 가서 골프를 치고요. 80살 연세답지 않게 건강한 모습이며 웃는 표정이 안 봐도 눈에 선합니다.
평가 확연히 차이나는 두 전직 대통령
그런데 전두환 씨의 웃음 너머에는 31년 전 수많은 희생자의 울부짖음과 산자의 분노가 이글거리는 것 같습니다.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과 관련한 손배소에서 일부 승소를 해 10억 원 배상 판결을 얻어낸 이신범 전 의원이 "전두환 씨 등을 대상으로 재산명시신청을 할 것"이라죠. 하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29만 원밖에 없다는 전직 대통령에게서 얼마나 받아내겠냐"는 비아냥 섞인 반응이 많네요. 결국, 세금이 대신 갚아줄 거란 분석입니다. '천불'이란 이런 때에 나는 것이죠.
'29만 원 전두환'이라는 글이 인터넷에서 검색으로 나온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굉장한 불명예일 텐데 정작 전두환 씨 자신은 개의치 않는 모양입니다. 참, 전직 대통령을 '씨'라고 표현한 이유는 12·12사건과 5·18로 무기징역 선고를 받고 이로 말미암아 전관예우를 박탈당했기 때문입니다. 사면이 됐다고는 하나 전관예우마저 복권된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죗값을 제대로 치른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희한하죠? 현직에 있을 때 거액 비자금 조성 혐의로 2000억이 넘는 추징금 지급 판결을 받고도 아직 1600억이 넘는 금액을 미납한 데다 40억이 넘는 집에 살면서 29만 원밖에 없다고 하고, 돈이 없다면서 초호화 생활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여기에다 전관예우를 박탈당했는데도 정부가 연간 8억 5000만 원이 넘는 세금으로 그를 경호하고 있다는 사실도 기가 막힐 뿐입니다. '어찌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했다가 '대한민국이니까'로 판단 기준이 절로 바뀌네요.
그래도 산 개가 죽은 정승보다 나을까?
노무현과 전두환, 두 사람은 여러 가지로 비교가 됩니다. 두 사람 다 대통령을 지냈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현직에 있을 때와 물러났을 때 상황변화가 다르고, 어떤 사람이 좋아하는지도 다릅니다. 차이점이야 굳이 거론 않아도 다 알겠지만, 한 분은 현직을 떠나 바로 농부로 일을 시작했다는 점과 한 분은 일없이 대접만 받고 있다는 점이 다르고, 한 분은 많은 국민이 따르는 반면 한 분은 일부 추종자들이 따르는 점도 다르고, 한 분은 작은 부끄러움에도 마음 아파했지만 한 분은 엄청난 비난에도 후안무치하다는 점이 다릅니다.
배우 김여진이 지난 18일 자신의 트위터에다 "당신은 일천구백팔십 년, 오월 십팔일 그날로부터 단 한 순간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당신은 학살자입니다. 전두환 씨"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되었습니다. 전 씨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속담 '산 개가 죽은 정승보다 낫다', 과연 맞는 말인지 이것도 참 헷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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