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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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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밥 도!

 

재칫국 사이소오~”

초장동 산복도로 아래 첫 골목

몸빼 바지 차림에 양동이 머리에 인

아줌마가 우리집 앞을 지난다

분명히 오후 5시쯤일 게다

가방을 겨드랑이에 꽉 끼우고

나는 뛰어야만 한다

아지매, 아지매요!”

숨을 헐떡거리며 골목을 돌아

나가려는 순간을 멈춰세운다

 

잠깐 기다리라고 하곤

다시 나는 집으로 뛰어간다

할매! 재칫국 아지매 왔다,

200원어치만 사먹자!”

갑자기 무슨?”

그러면서 얼떨결에 할머니는

괴춤에서 200원을 꺼내준다

가능하면 큰 양푼이를 챙겨

아지매요, 오늘은 마이 주이소오~”

진한 재첩국 한 양푼이, 기분이 좋다

 

야가 오늘은 많이도 받았네.”

할머니는 벌써 밥을 짓고 있었다

씨원한 맹태국 할라캤더마~”

명태 두 마리 다시 철사 고리로 주둥이를 꾀어

빨랫줄에 건다. 할머니 손이 예쁘다

할매, 다망구 좀 하고 오께.”

책가방이며 모자며 교복을 벗어던지고

뛰쳐나가는 내 뒤통수에다

늦으모 밥 안 준데이~”

알았다 해놓고도 어둑해서야 돌아온다

 

할매~, 밥 도!”

할머니는 화가 났다. 특별히

오늘은 재첩국에 거의 물도 안 타고

정말 찐하게 해서 손자 먹이려 했는데

밥도 식고 국도 식고 기분도 식어버렸다

너거 에미 오걸랑 달라캐라!”

좀체 찬바람이 잘 안부는데

분위기가 살벌하다 할매, 미안해예.”

한마디에 재첩국 냄비는

다시 연탄불 위로 올라간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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