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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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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작, 활을 쏠 때 양손을 있는 대로 최대한 벌였을 때를 말한다. 내가 좌궁이므로 활의 줌통을 잡은 오른손과 깍지로 현을 건 깍지손이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다.

만작은 활쏘기에서 아주 중요한 자세다. 만작이 몸에 배어야 화살의 사거리가 일정하기 때문이다. 물론 줌손의 겨냥을 과녁 어디에 두느냐, 깍지손을 어느정도 높이로 하느냐도 중요한 변수이긴 한데 기본이 만작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만작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위를 놓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그렇다. 활의 세기는 52파운드에 크기는 장궁이다. 그런데 화살은 70그램에 70센티짜리다. 무게야 그렇다 치더라도 화살의 길이가 내 체형에, 그리고 활의 크기에 비해 짧은 편이다.

그래서 만작을 취하면 화살촉이 줌손 안쪽으로 들어와버린다. 이러한 상황이 궁사들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총으로 비유하자면 총알이 노리쇠 안에서 터져버리는 꼴과 같다.

오늘 처음 그러한 경험을 했다. 다른 궁사와 만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화살 길이가 자기에게 맞아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이야기를 나누다 화살을 걸었다. 내 체형에서의 만작을 취해보니 화살촉이 줌통 안으로 들어왔다. 즉, 화살을 좀 더 긴 것으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화살을 날린 자세는 제 자세가 아니었다는 결론이다. 양팔을 완전히 뻗지 않은 상태에서 화살을 보낸 것이다. 완전한 만작을 취해봤다. 다시 살짝 화살촉을 칠전피 옆으로 놓으며 시위를 놓았다.

정상적이지 않은 소리가 문제가 발생했음을 동시에 알려줬다. 활은 뒤집어지고 현은 다섯보 앞으로 떨어져나갔다. 화살은 스무보쯤 떨어진 곳으로 파열음을 내면서 내동댕이쳐졌다.


충격 때문에 손목이 좀 아프다는 느낌이 들었다. 참지 못할 만큼은 아니었다. 처음 겪는 일이라 무엇이 원인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화살을 주워보니 깃대쪽이 부숴졌다. 어떻게 이렇게 부러질 수가 있지?

옆에 있던 궁사는 화살이 활을 치고 나가면서 부러졌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가능성은 희박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깃대쪽이 부러진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하지만 이제 겨우 활을 잡은지 5개월 여밖에 안된 초보가 사오년을 한 궁사의 이야기에 반박할만한 경험이 없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정확한 원인은 회사에 출근해서야 알았다.

턱에 난 흰수염을 뽑는다고 거울을 봤을 때 빰 아래쪽에 칼로 벤듯한 상처. 아침에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전혀 통증도 느끼지 못했었던 뺨의 상처가 가느다란 핏자국을 길게 그으며 나 있었던 것이다.

활을 쏘면서 가장 우려하는 상황. 즉, 화살촉이 활에 걸려 그자리에서 화살이 부러지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재수가 없으면 눈을 찔러 실명을 할 수도 있고 부러진 화살이 살에 박히는 경우도 있다는 상황이다.

돌이켜보면 이만하기 천만다행이다. 8000원짜리 화살 하나 버리게 된 것이 아깝다는 순간의 생각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이었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안전. 모든 일에서 안전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는 것 같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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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산에 올랐다.

특히 아들과 단둘이 산에 오른 건 정말 오랜 만이다.

최근 아들과 이런 저런 일로 서로 마음이 불편한 일도 있고 해서 그것도 풀겸 다른 열일을 제쳐놓고 산행을 택했다.

창원 천주산은 그렇게 높지 않다. 서너시간이면 정상까지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땀흘리며 오랜만에 함께하는 쾌감을 느껴보고자 했다.

20분. 일년 사이네 몸무게 10킬로 가까지 불은 체력으로 산을 오른다는 것은 쉽지 않다.

호흡이 가빠지고 쉬고 싶은 욕구가 끊임없이 솟구칠 때, 아들을 보았다.

"조금 힘들다고 다 쉬어버리면 끝까지 가지도 못하고 내려가야 한다. 조금씩 걷더라도 쉬지말고 가자."

"힘들어요. 못 가겠어요. 난 쉬었다 갈게요."

같이 쉴까 하다 결국 아빠를 보고 배울 텐데 싶어 천천히 쉬지 않고 올랐다. 산을 오르는 것이 아무리 힘들어도 일정 정도 몸이 견디어내는 수준을 넘기면 오히려 걷기가 편해진다는 사실은 여러 경험으로 깨우친 바가 있어 아들에게 그것을 가르쳐주려 했건만...

약수터에 도착해 한참을 몸풀고 있으니 아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별로 지친 표정은 아니다. 놀며 쉬며 왔나보다. 그렇게라도 올라왔으니 다행이다.

그동안 얽힌 실타래를 풀어보자고 산을 동행했는데 엉뚱하게도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엉켜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통의 문제다. 서로 원하는 것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소통이 될 리 없다. 한 사람은 핸드폰으로 소통을 하려하고 한 사람은 무전기를 들고 소통하려는 것과 비슷하다.

"아빠는 어렸을 때 취미가 뭐였어요?"

"글쎄 우표 잠깐 모았다가 필요없다 싶어 다 썼을 걸."

"아빠 어렸을 때 샤프 같은 것 없었어요?"

"고등학교 때 쯤 샤프를 썼던 것 같은데... 왜?"

아이는 아빠가 싫어하는 이야기를 하고 만다. 샤프를 많이 사모았다는 것이다. 세뱃돈 받은 것과 용돈 받은 것을 절반 정도 샤프와 필기구 사는 데 써버린 것이다. 쓸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취미로 수집하려고 사는 것이란 말에 발끈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자기의 취미와 욕구를 알아주지 못한 아빠의 행동에 서운할 수도 있겠다. 아무리 어떤게 올바른 행동인지 가르쳐 줘도 아이의 귀에는 우이독경일 수밖에 없을 수도 있겠다.

이런 일들이 산행에서 풀어지기는커녕 힘드는데 쉬지도 못하게 하니 또 짜증이 났나보다. 어지간하면 따라붙을 수 있을 텐데 멀찌감치 떨어져 걷는다. 그러다 지치니 될대로 돼라는 식으로 행동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약수터에선 돌도 함께 던지며 소통을 시도했다. 어깨를 다쳐 팔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아빠보다도 돌을 멀리 던지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더 화가 났을 수도 있는데 아빠는 또 한소리를 해버리고 만다.

산행을 시작할 때 했던 말이 더 아이에게 부담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아빠가 힘들어하면서 쉬었다 가자 하는 데 니가 힘이 팔팔하다고 먼저 산꼭대기에 올라가면 안 된다."

약수터에서부터는 전략을 바꾸었다. 아들을 앞서게 하는 거다.

"아빠, 나는 느리니까 아빠가 먼저 올라가세요."

"그러니까 니가 앞서야지. 아빠도 천천히 좀 가게."

약수터에서 너무 많이 지체했다. 시간이 별로 없다. 천주산 정상까지 갔다온다면 어린이집 마치고 버스로 돌아오는 지원이 마중 시간을 맞출 수가 없다. 하는 수없다. 전망대까지만 갔다오기로 했다. 아들은 대찬성이다.

아들이 소원이 하나 있다고 한다. 사진을 자기가 한 번 찍어보자는 것이다.

"들어주기 쉽지 않은 소원인데 경치가 좋은 곳에 가면 그렇게 하도록 해 준다."

아들은 이런 사소한 일에 "앗싸!"하고 기뻐한다. 그동안 서운했던 감정은 다 사라졌나 보다. 전망대에서 아들은 창원 시내를 더듬었다. 한 번도 어디가 어디라는 것을 생각하고 본 적이 없기에 더욱 신기했나보다. 시티세븐이 어디에 붙었고, 창원종합운동장이 어디에 붙었으며 우리집은 또 어디쯤 있는지 발견하고는 감탄을 한다.

너무 아는 게 없어서, 어쩌면 지금까지 너무 가르쳐준 게 없어서 아이가 사리에 맞지 않는 판단을 하고 행동을 했던 것은 아닐까. 아들과 오랜만에 산행을 하면서 나 자신이 얼마나 못난 아비인가를 깨닫는다. 가르쳐준 것이 없으면서, 제대로 느끼게끔 가르쳐주지도 않았으면서 못한다고 야단만 치는 아빠였으니...



아들은 물이 얼어있는 모습을 보고 '정지된 물'이란 표현을 썼다. "정지된 물은 정지된 시간이냐?"고 물었다. 이번엔 아빠의 유도질문에 말려들지 않는다. "그냥 물이 안 흘러가니까 정지된 거잖아요."

아들에게 무심코 던진 말이었지만 이건 화두다. 정말 정지된 것에도 시간이 흘러가는 것일까? 지금 지구 어디에선가 진행되고 있는 '냉동인간'에게도 시간이 흘러가는 것일까. 한 200년 쯤 후에 50세쯤으로 보이는 250살 아저씨가 땅을 밟고 걸어다니며 쏜살같은 세월의 흐름을 탄식하기도 할까?


아들에게 카메라를 맡기고 구도를 잘 잡아보라고 했더니 뭔가 이상하다. 얼굴이 향한 쪽에 공간을 많이 준 것까진 그런대로 괜찮은데 앞 기둥이나 머리위에 걸친 천장이 아무래도 거슬린다. 코끝을 간질이려는 듯한 나무의 등장도 썩 부드럽지가 않다. 아무래도 카메라를 하나 사 줘야 하나... 


잊고 내려갈 뻔했다. 함께 기념사진을 깜빡했던 거다. 내려가는 길. 그래 돌탑 앞이 좋겠어. "아빠, 아빠랑 저랑 표정이 닮았어요." 카메라 화상보기 사진이 너무 작아 모르겠더마는.... 아빠랑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건가.... "그래, 너무 많이 닮았네. 아빠 아들 아니랄까봐."


절벽 아래로 뽀족 튀어나간 바위가 너무 아슬아슬해 보인다. 그냥 앞 쯤에서 사진을 찍자고 했는데 자꾸 위험한 곳으로 걸어나간다. "야 임마, 아빠 간 떨어진다. 이리 나와."


간혹 푸른 잎으로 하늘을 아예 가려버린 계절보다 가느다란 가지들이 하늘을 반쯤 가린 모습이 더 보기 좋을 때가 있다. 고양이가 갖고 논 실타래처럼 얼키고 설켜버린듯한 모습이 우리 인새을 그려놓은 추상화같기도 하고. 엉켜버린 삶이라... 이 계절에 얼킨 가지 떼어내고 바로 잡으려면 상수리나무 잔 가지들은 다 부러지고 말겠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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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는 내 딸의 경험을 넣기 부담스러워 언급을 않았지만, 학교에서 혹은 학교 밖에서 학생들이 저지르는 못된 짓에 선량한 아이들이 피해를 보는 사건 보도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자살을 선택한 아이들은 얼마나 심한 고통에 시달렸을까 가히 짐작을 할 수 있습니다. 부모에게 말도 못하고 혼자서 몇 날 며칠을 끙끙 앓으며 고민을 했을지 그 고통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공감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나역시 그랬지만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좀 더 강해졌으면 하고 바랍니다. 그래야 왕따도 당하지 않고 학교생활을 무난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부모의 바람처럼 강해질수만 있다면 무엇이 걱정이겠습니까.

부모가 아이의 학교생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다수인 선량한 아이들이 정의를 위해 뭉칠줄 아는 지혜를 깨달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의에 항거해 일떠섰던 우리들의 선조처럼 말입니다. 역사는 이를 민란이라고 표현하지요. 그러나 민란은 절대 나쁜 것이 아닙니다. 권력자의 부정축재와 학정, 폭력에 견디다 못한 백성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니까요.

권력을 쥔 이가 어진 사람이면 민란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역사가 그것을 말해주지요. 우리 학교에서도 그런 민중의식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정의를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워야 평화도 기대할 수 있겠지요.

'데모'를 나쁜 것으로 가르치는 부모는 혹시 없나요? 데모, 즉 민주주의운동이 나쁜 것이라면 독재에 순응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가르치고 싶은 거겠지요. 괜히 나서면 다친다면서요.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이런 아이를 '빵셔터'라고 한다면서요. 힘센 아이들 눈치보면서 빵이나 사다 날라주는... 그러면서 안전을 도모하는.... 동급생 폭력으로 저 하늘에 간 아이가 쓴 유서에는 폭력학생 따라다니며 똘마니 짓을 하는 아이를 그들의 '종'이라고 했더군요.

조폭사회를 보는 듯하고 현대 정치사를 보는 듯합니다. 선한 아이들이 교실을 지배하려면 아이들에게 민중의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결된 글은 경남도민일보 데스크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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