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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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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대해 공부를 한다? 어렸을 때엔 어른들로부터 입에도 못 대도록 교육을 받았고, 막걸리 심부름이란 절호의 기회조차 그 교육(?)으로 인한 터부 때문에 주전자 뚜껑에 선낫 따르다가 도로 붓던 대상이 술이었다.

 

그래서 술이란 공부와는 정 상반된 존재로 인식되었고 수업하기 싫으면 '야외세미나'하자고 교수 꼬셔서 교실에서 벗어나 마시던 쾌락의 주범이었다.

 

그런 술에 대해 공부를 하는 경우가 다 생기다니 자타공인 말술의 대가(?) 견해로 보아 천지개벽할 일이다.

 

식생활교육경남네트워크, 흔히 부르는 말로 급식연대가 술에 대해 공부하자며 지난 21일 별 희한한 자리를 마련했다.

 

경남도민일보 3층 강당에서 열렸다. 마산대학 음료문화학부 정원희 교수를 초청해 강연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전통술에 대해 이야기도 듣고 시음도 하는 그런 자리였다. 시음, 술을 마시면서 내가 마시고 있는 이 놈의 정체를 알게되는 경험을 했다.

 

사람마다 모양새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듯 술도 그렇다. 다만 다른 것은 사람은 이름이 그 사람을 특정지워주지 않지만 술은 그 이름이 그를 특정지워준다.

 

맨 처음 맛본 술이 '참막걸리'였다. 양으로 먹는 내 습성으로서야 여느 막걸리와 큰 차이를 느낄 순 없었지만 국산 쌀로만 빚은 거라니 일종의 술에 대한 '신뢰' 때문에 느낌에서 플러스 알파가 있었다.

 

막걸리 종류만 4가지를 맛봤는데 그 중에 이화주는 껄쩍지근한 것이 떠먹는 요구르트를 연상케 했다.

 

막걸리 야그가 나왔으니 들은 대로 조금 설명을 덧붙이면, 막걸리에는 원료에 따라서 합주, 쌀막걸리, 밀막걸리, 곡류막걸리, 과실막걸리, 약초막걸리, 기타 등등... 많은데 이런 걸 제조기법 상으로 분류를 해보면 생탁주, 살균탁주, 동동주로 나뉜다.

 

동동주는 제조할 때 위에 뜨는 술을 여러번 걸러낸 것이란다. 반대로 막걸리닌 동동주 걷어낸 술지개미를 여러번 걸러내 나온 것. 내가 술을 그리 좋아해도 얼마나 무식했나 확인되는 부분이다. 동동주는 막걸리에 쌀이 동동 떠있는 것으로만 생각했으니... "아줌마!, 막걸리 말고 동동주 달라니까요?" 했던 과거 어느 날의 내 발언. 얼굴이 확~!

 

(21일 경남도민일보 3층 강당에서 열린 전통주 식락회 모습)

 

약주란 말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 있을까. 하지만 그 약주가 무엇을 말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할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나 역시 약주는 어르신이 드시는 술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약주는 '약산춘(藥山春)'에서 나온 말이란다. 조선 실학자 서유구가 임원경제지에 약산춘 제조법을 소개하면서 약주로 알려졌다는데 쌀과 누룩을 섞어 100일 동안 발효해서 늦봄에서 여름 동안에 마셨단다.

 

조선 때엔 꽤나 고급술이었던 모양이다. 몇해전 국순당이 임원경제지에서 소개된 제조법 대로 약산춘을 복원했다고 해서 기사화 된 게 인터넷에 보인다.

 

약주는 술밑을 여과해 만들어서 연노랑색을 띠고 알코올 농도는 12~18도 정도다. 약재를 넣고 빚어 약효가 있다. 대개 이 약주를 청주라 부르기도 한다.

 

그런 약주 중에 자희향, 진양주, 청명주, 사하주 등이 소개돼 맛을 봤다. 내 입엔 국화향 밴 자희향이 익숙해서 그런지 몰라도 딱 맞았던 것 같다.

 

술이 어떻게 전승되었는지 하는 내용에서 '사찰술'이 있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웬 절에서 술을? 인터넷을 뒤져보니 고려사에 절에서 스님이 술빚는 것을 금지했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불교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시대이다 보니 충분히 그렇기도 하겠다 싶다.

 

종교가 배부르면 타락한다는 말, 난 여전히 진리로 여기고 있다. 뭐 그래도 스님이 술마신다 해서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인식은 선입견일 수밖에 없단 생각도 한다. '곡차'란 게 때론 몸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 사찰술에는 송화백일주, 송죽오곡주, 담양추성주, 비슬산하향주 등이 있단다. 이번 식락회에서 사찰술은 못 먹어봤다. 아쉽게.

 

(마셔본 전통주 나란히 두고 인증샷 ^^)

 

알싸하니 취기가 오르고 강연이 끝날 때쯤 문득 드는 생각. 공부도 이런 공부보다 더 좋은 공부 있을까.ㅋㅋ

 

5도에서 40도를 오르내리는 각양각색의 술이 위장 속에서 화합하였을 터이다. 온갖 술이 속에서 화합하니 기분이 좋다. 정말 기분 좋은 밤이었을 터인데...

 

막판에 2차 가서 맥주 마시는 바람에 담날 '아이고 머리야!' 하여간 절주는 화두야.

 

아참, 전통주 시음하면서 느낀 점 있다. 좋은 술, 좋은 사람에 한 가지 빠진 것. 좋은 가락.

 

(전통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마산대학 정원희 교수. 왼쪽)

 

(전통주 식락회 펼침막)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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