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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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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마당엔 햇살이 가득했다. 

 

아내는 대문 옆에 놓아두었던 신문에 새들이 똥을 쌌다며 불평을 하였다.

 

아내에게 씨끄럽게 들렸을 수 있는 새소리가 내겐 작은 음악 연주로 들렸으니, 오늘은 그냥 종일 집에서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있는 오랜 만의 진짜 휴일, 토요일이다.

 

마음에 여유가 있다 보니 텃밭에도 눈이 가고 화단에도 눈이 간다.

 

아버지께서 신던 장화를 꺼냈다.

 

아주 조금 죄이는 느낌이 있지만 불편할 만큰 작지 않아 다행이다. 아버지께서 장화를 사실 때 내 생각을 해서 조금 큰 신을 산 게 틀림없다.

 

장화가 왜 이리 편한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비올 때나 신는 신이 장화인 줄 알았던 적도 있었다.

 

 

 

장화신은 고양이처럼 재빠르게 끼어신고 마당으로 나갔다.

 

한 달 쯤 됐을까, 대문 옆 텃밭에 뿌려둔 상추와 시금치가 조금 자랐다. 상추는 아직 솎아먹을 만한 게 없다. 손바닥만큼이라도 자랐더라면 아내에게 늦은 점심 삼겹살 구워먹자 했을 때 상추를 사오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시금치도 그렇게 많이 자란 편은 아니다. 지난 겨울 심었다가 겨우내 땅속에서 힘을 기르고 봄볕에 고개 내밀었던 시금치는 성장속도가 얼마나 빠르던지 키가 무릎까지 올라왔다.

 

한 달 전 빨리 자란 놈들 뽑아 먹으면서 두 골을 좀 더 있다가 빼먹을 요량으로 두었다가 게으름 탓에 미루고 미루다 저리 키를 키워버렸으니... 이젠 또 새올 올라오는 놈들에게만 눈이 간다.

 

 

지난 주 키큰 시금치에서 이파리만 따다가 데쳐먹긴 했는데... 뿌리에서 올라오는 시금치잎만 못하다는 것을 경험했으니 조만간 두 골에 있는 시금치나무(?)들은 잡초 뽑히듯 뽑힐 것이다.

 

서향, 천리향이라고도 불리는 키작은 나무와 봉두난발 풀어헤친 할미꽃이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지지고 볶고 사는 공간은 대문에서 현관으로 이어지는 보도블록길 옆에 있다.

 

초봄엔 진한 향기를 그렇게 내뿜더니 서향의 향기는 이제 기력을 잃었나보다. 가까이 가도 전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바로 뒤에, 서향의 등에 엎힌 듯 백발마녀처럼 머리를 풀어헤친 할미꽃이 산들바람에 멋을 부리고 있다.

 

 

나는 할미꽃을 무척 좋아한다. 꽃이 예뻐서도 아니고 몸에 좋다고 해서도 아니다. 나 어렸을 적 진주, 그때는 진양이라고 했다, 평촌이란 농촌에 기찻길이 마을을 가로질러 달리고 있었는데, 그 기찻길 옆 어느 무덤가에 흐더러지게 피어있던 그 꽃이라 그렇다.

 

그 보라색 작은 종을 나는 친구들과 함께 하나씩 꺾어 들고 실개천 위로 난 기찻길을 조심스레 걸어가며 냇물에 집어던지곤 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할미꽃에 담겨 있기에 난 예쁘지도 않은 할미꽃을 이렇듯 소중히 화단에 모시고 있다.

 

 

바로 옆에서 고생하는 서향이 좀 안됐긴 해도 할미꽃을 다른 곳에 이주시키지 못하는 것은 너무 생명력이 약해 뿌리째 한 번 들어냈다 하면 그길로 시름시름 앓다가 무덤행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옛날엔 지천으로 있어서 생명력이 강한 줄 알았다가 그리 질기지 못한 놈이란 걸 안 건 불과 5년이 채 되지 않는다.

 

 

내가 심지도 않은 놈이 밭 가운에 키재기하듯 솟아오른 놈을 보면 살짝 짜증이 난다. 물론 잡초는 짜증의 대상이 아니다. 눈에 보이면 바로 박멸(?)의 대상이기 때문이고, 시금치 노는 골에 열무가 언제 뿌리를 내렸는지 모를 일이다.

 

작년 가을에 뿌렸던 씨앗이 게으름 부리다가 이제야 하품하고 일어나 옆에서 열심히 일광욕을 즐기는 시금치한테 시비를 거는 것인지... 이게 민들레처럼 어디서 날아오지는 않았을 터인데 말이지...

 

 

집주인의 눈치를 본다. 참새 종류 같기는 한데 새의 이름은 모르겠다. 검색 능력이 없어 인터넷 조류사전 이리저리 뒤져봐도 비슷한 걸 찾을 수가 없다. 어쨌든,

 

이놈이 언제부터인가 대문 기와 아래에 집을 지었다. 작년 이맘 때에도 허락 없이 들어와 가정을 꾸리고새끼를 낳아 새끼가 날 수 있게 되자 어느날 말도 없이 어디론가로 가버리더니... 이놈이 그놈인지 알 수야 없지만 매년 허락없이 드나드는 게 마뜩지는 않다.

 

대문 옆에 놓아둔 신문에다 똥만 안 싼다면야... 그나마 조금 용서해 줄 수는 있는데...

 

 

남의 집 허락도 없이 얹혀 살면서 웃기는 놈들이지... 카메라 갖다댄다고 전깃줄 위에 날아와 앉아 시끄럽게 쫑알거린다.

 

못된 놈들이지... 똥이나 딴 데 가서 싸면 또 모를까...

 

그래도 아침 창밖으로 들리는 이놈들 목소리는 그래도 예쁘게 들리니 그걸로 보상받은 셈 치자.

 

 

튼튼할 줄 알았던 빨랫줄이 그리 튼튼하지 않음을 머스마 이불과 요를 널면서 확인되었다. 세상 일이란 게 생각할 때와 직접 해봤을 때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만...

 

내가 학교 다닐 때 배웠던 물상이나 물리학을 제대로 현실에 적용하는 쪽으로 열심히 공부를 했다면 이런 실수(?)... 아니 어리석은 판단은 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이제부터 빨래는 조심스럽게 널고 조심스럽게 걷는 것만이 물리학을 무시한 빨랫대의 체면을 그나마 살려주는... 나의 체면을 살리는 길이리라.

 

 

앵두가 제법 많이 컸다. 조만간 발갛게 화장을 할 것이다.

 

앵두 열매만 보면 최헌의 노래 앵두가 생각난다. '철없이 믿어버린 당신의 그 입술, 떨어지는 앵두는 아니겠지요~' 하고 불렀는데, 노랫말의 의미보다는 주둥이박치기했을 때 느끼는 그게 앵두를 입에 물었을 때와 똑같다는 나만의 기분 때문이다.

 

 

우리집엔 앵두와 감나무, 매실이 나란히 서 있다. 대봉감나무와 단감나무 사이에 7년 전 심었던 매실이 이젠 십몇 년 산 감나무보다 더 키가 클 정도다.

 

 

매실은 4년 전부터 열매를 맺기 시작했는데 해마다 열매가 는다. 올핸 보아하니 두 바케스는 족히 나오것다. 씨알도 점점 굵어지니 필요한 사람 와서 좀 따가라고 해도 될 듯하다.

 

 

2주에 걸쳐 갈아놓은 텃밭이다. 물론 시간으로 치면 이틀이지만... 오늘은 퇴비 뿌리고 비료도 조금 뿌려놓았다. 퇴비와 비료를 뿌리고 나니 은근히 비가 좀 왔으면 하고 속으로 기우제를 지낸다. 이게 빨리 땅속으로 스며들어 땅심을 돋우고 내일 아침에 심을 고추, 방울토마토, 수박? 큰딸이 수박을 심자는 바람에 머릿속이 막막해지긴 했는데... 어쨌든 내일 장에 나가 보아 올여름 열매를 먹을 수 있는 것으로다가 몇 개 골라봐야겄다. 

 

 

이제 며칠 있잖으면 작약철이다. 번식을 잘 하지 않는 꽃이라 그런지 매년 피던 자리에만 핀다. 그런데 이번에는 두어군데 가족을 늘였다. 새로 분가한 가족은 아직 꽃을 피우진 않을 것 같다. 꽃송이가 없다. 내년에는 꽃을 피우려나.

 

 

작약, 우리말로 함박꽃이라고 부른다. 활짝 피었을 때 거침없이 웃는 듯한 모습이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꽃이야 다 그렇겠지만 이놈도 아침에 햇빛이 노크를 하면 잎을 벌리고 해가 담장넘어 달아나면 꽃잎을 오므린다.

 

 

송홧가루. 난 송홧가루가 싫다. 초여름이 되면 마당에 있는 소나무 두 그루에서 흗날리는 송홧가루가 창문 턱에 다 몰려들어 아우성이다. 방충망이야 가소롭게 뚫고 돌진하는 놈들이라 함부로 창문도 열 수 없게 한다. 그래서 난 집에 소나무가 있는 게 싫은데... 비싼 거라 하니 함부로 잘라 버릴 수도 없고...

 

하다못해 지난 주 솔꽃 올라온 걸 보이는 대로 전정가위로 싹둑싹둑 잘라냈는데... 아마 미친짓한다고 다 자를 기세였다면 사흘밤낮은 걸렸으리라.

 

 

소나무와 철쭉, 그리고 목련. 화단에 나란히 서있는 모습을 보면 서로 참 잘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정말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소나무와 장미는 그렇지 않았다. 장미가 자라면서 소나무 속을 파고 들어가 너무 얼키고 설켜버리니 나중엔 손대기조차 어렵게 되니 말이다.

 

작년이었나? 둘 사이를 떼어놓는다고 참 애를 많이 먹었다.

 

 

처음 이집에 이사왔을 때 목련이 저리 크지 않았다. 단품은 곧게 자랐고 가까이 가진 않았지만 늘 단풍의 체통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목련이 쑥쑥 크면서 단풍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힘이 약한 때문인지 자꾸 옆으로 밀린다. 원망을 많이 하겠다. 전에 살던 사람은 목련이 단풍을 괴롭힐 거라고 생각지 않았을 터이다.

 

 

민혜경 노래에 '민들레 홀씨 되~어'하고 나오는 노랫말이 있다.

 

난 민헤경도 좋아하고 이 노래도 좋아하는데 진짜 민들레는 너무 싫다.

 

민들레까진 몰라도 홀씨 이야기만 나오면 난 겁부터 난다. 이놈의 홀씨가 온 잔디밭 구석구석 다 침투해 온갖 공작을 다 부리는 바람에 잔디밭이 어느새 잔디밭이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잡초밭. 그래도 기계로 '윙~'하고 초토화시키고 나면 잔디밭이든 잡초밭이든 그렇고 그런 모습이니 '저 푸른 초원'으로 보이긴 한데... 그것도 일시라. 며칠 지나지 않아 민들레가 먼저 고개를 든다. 노란잎으로 잠깐 팔베개하고 누워있나 싶더니 어느새 솜사탕을 만들어낸다.

 

막내가 쫓아가 훅훅 불기도 전에 제가 먼저 살랑바람에도 기를 쓰고 홀씨를 날려댄다. 못된 것.

 

마당에 있는 것 중에 유일하게 일없이 심심한 놈이 농구공이다. 농구 골대도 없는 마당에 뭐하러 나왔는지 몰라도 참 지겹게도 하루종일 저러고 앉아있다. 물떠러 가다 장홧발에 툭 차이면 그것만으로도 이놈은 행복해할 것이다. 어쩌면 농구공의 유일한 동무일지도 모를 알루미늄 바께스는 오늘 땀을 좀 흘렸다. 사막같던 텃밭에 좋은 일 하였으니 말이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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