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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처음 활을 배우는 사람은 보름에서 한 달 정도가 되면 화살을 활에 얹어 시위를 당기게 됩니다. 하루 연습량이 많은 신사는 아무래도 좀 일찍 화살을 쏘게 될 테고 하루에 1시간 이내로 빈활을 당기며 연습을 한 사람은 그보다 오래 걸리겠지요.
나의 경우 사대에 올라서서 화살을 날릴 때까지 걸린 시일이 50일 정도 걸렸습니다. 하루에 40분 정도 연습을 할 시간이 없었던 데다 아침 일찍 다른 일이 있거나 회사 일이 급하면 바로 출근해야 했으니까요. 사범으로부터 농땡이 많이 친다고 핀잔도 많이 얻어먹었지요.
그러다보니 나보다 늦게 입회한 사람 중에 먼저 사대에 선 사람이 많습니다. 물론 현재 시수도 나보다 훨씬 좋고요. 시수란 명중한 화살이 몇발이냐를 수치로 나타내는 말이죠. 신사라면 15발 중에 6발 정도면 잘 쏜 것 같고요(물론 내 기준입니다), 구사라면 보통 10발 정도는 습사하면서 나오지요.
(활은 만작을 취했을 때 가장 멀리 날아갑니다. 만작 시 팔에 힘이 조금이라도 덜 들게 하려면 줌팔에 죽을 넣어야 합니다. 죽을 넣는다는 것은 팔꿈치를 안쪽으로 돌려 뻗대는 것을 말합니다.)
1순 다섯발 쏘아 다섯발 모두 맞추는 '몰기'도 심심찮게 나오고요. 나는 3개월 남짓한 기간동안 운이 좋아 가장 많이 맞춘 것이 다섯 발에서 네 발을 맞춘 적이 있습니다. 스스로 놀랐는데 그 이후론 많이 맞춰야 두 발.ㅠㅠ 아직 궁체와 궁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방증입니다.
활쏘기에서 가장 중요한 자세는 만작입니다. 거궁자세도 중요하지만 만작이 잘 되어야 매번 쏠 때마다 흔들림이 없으며 명중률도 높습니다. 만작이란 줌손과 깍지손이 벌릴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벌인 상태를 말합니다. 만작 시에 활의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활의 세기가 예를 들어 52파운드라면 만작을 취했을 때 들어가는 힘이 그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만작에 가까울수록 약간의 차이에도 화살의 사거리는 크게 차이가 나는 겁니다. 1밀리를 더 당기느냐 덜 당기느냐에 따라 화살은 10센티미터 이상 차이가 나므로 명중률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활 거치대, 대개 개인 활은 시위를 풀어서 활이 원상태 모습을 유지한 상태에서 보관하지만 습사용 활은 많은 사람이 수시로 사용하기 때문에 활을 얹은 상태에서 거치대에 보관하기도 합니다.)
만작도 중요하지만 '유전'도 활쏘기에서 중요한 자세의 하나입니다. 유전이란 만작 상태를 어느 정도 유지하는 것인데 대개 3초에서 5초 사이를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합에 나가보면 유전 시간이 1초도 걸리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물론 그 궁사는 그러한 자세로 오랜 기간 습관화 되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득중 비결이 있겠지요.
그런데 이는 좋은 습관이 아닙니다. 실수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유전을 일정 시간 유지하면 실수할 확률은 그만큼 떨어지겠지요. 대신 유전을 오래한다는 것은 힘이 그만큼 많이 들어가므로 쉽게 지치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궁력입니다.
궁체와 궁력이 좋은 사람은 일정 기간이 지나 활이 자신의 몸과 하나가 되고 활의 호흡을 느낄 수 있는 때가 되면 아무리 못 쏘아도 한 순 다섯 발 중에 네발은 자연히 맞춘다고 합니다.
나머지 한 발은 마음으로 쏘는 것입니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많이 좌우되기도 하고 잠시 잠깐 집중력을 잃어도 살을 제대로 보내지 못하게 됩니다.
(화살꽂이입니다. 화살 깃의 색깔은 몇가지가 있을까요? 노란색과 초록색, 흰색, 빨간색, 파란색 등이 있으며 깃은 화살 하나에 세 개가 붙습니다.)
백발백중이란 말이 있는데 현재까지 국궁대회에서 100발을 쏘아 100발을 다 맞춘 이는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회땐 대개 15발을 쏘고 승단 시험을 볼 때엔 아홉순을 쏜다고 합니다. 아홉순 해봐야 마흔 다섯 발이니 화살 백발을 날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활을 쏠 때 활의 줌통을 잡는 줌손의 어떤 모양이 되는 것이 가장 좋은가? 편하게 잡되 줌손의 위치는 늘 고정되어 있어야 합니다. 아랫쪽에 잡았다가 위쪽에 잡았다가 중구난방식으로 들쭉날쭉하면 겨냥하는 기준이 매번 달라지므로 명중할 확률은 자연히 줄어들겠지요.
줌통을 미는 손의 위치는 반바닥인데 엄지손가락 아랫쪽 널찍한 부분으로 손바닥의 3분의 1 정도 차지합니다. 이 부분으로 줌통을 쭉 미는 겁니다. 활 줌통의 위쪽을 미는 것을 '위짱을 민다'라고 하고 아랫부분을 밀면 '아랫짱을 민다'라고 합니다.
위짱을 밀면 화살의 사거리가 짧아질 테고 아랫짱을 밀면 사거리가 멀어지겠죠. 아랫짱 위짱을 번갈아 밀면서 화살을 날라면 활을 당길 때마다 만작의 자세도 달라져야 하겠지요. 그래서 위짱 아래짱을 함께 민다고 생각하고 힘을 반반씩 고루 주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깍지손으로 시위를 당길 때엔 깍지손이 하늘을 향하도록 해서 손목을 안쪽으로 돌려줘야 합니다. 궁도인들은 흔히 이를 깍지손을 짠다고 합니다. 깍지손을 안쪽으로 짜면 화살이 회전을 먹으며 날아가기 때문에 살의 흔들림이 없고 공기의 저항을 줄이므로 힘차고 빠르게 날아가게 되며 살고 또한 낮아집니다. '살고'란 활에서 과녁까지 날아갈 때 화살의 높이를 말합니다. 살고가 낮을수록 명중률은 높아지겠지요.
(과녁까지 거리는 얼마나 될까요? 정확히 145미터입니다. 이는 전국이 모두 공통이며 한달 정도의 습사과정을 거친 신사라면 충분히 화살을 날릴 수 있는 거리입니다.)
만작을 취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화살의 촉이 활의 출전피 어느 위치에 놓이는가 정확히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들쭉날쭉해도 명중률이 떨어집니다. 예전에 나는 엄지손가락으로 감각을 느끼며 일정 위치를 정했었는데 이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판단이었는지 한참 후에야 깨달았습니다. 왜냐하면 줌손의 잡는 방법이나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줌손 짜는 힘도 달라지므로 손가락은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지요.
대체로 줌손의 엄지손가락이 과녁에 비스듬히 걸쳐서 기울어지게 하면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활의 기울기도 사거리와 편각에 영향을 많이 미칩니다. 약간만 기울여도 앞나기에 큰 차이를 보입니다. 그러면서 사거리는 많이 짧아지지요. 활을 세우면 멀리 날아가기는 한데 뒷날 가능서이 많아지며 화살이 힘이 떨어져 명중률이 낮아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