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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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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막내와 함께 고향의 봄 도서관 갔다가 빌려온 ‘똥만이’. 아이는 글자가 너무 많고 크기가 작다고 읽지 않으려 한다. 고1 머스마가 읽으려나 싶어 주었더니 덜컥 받고는 무슨 사무가 그리 바쁜지 사흘이 지나도록 책장 하나 펼쳐보지 않았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읽히려고 내가 고른 거였다. 어쩌면 아이들의 수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아빠 맘대로 골라 던져주려 했던 것이니 자연적인 거부감을 불러일으켰을 수도 있다. 그래도 꽤 괜찮은 내용인데...


아이들에게 버림받은 책을 내가 읽는다. 동화라 그런지 읽기에 어렵지 않고 또한 빠져드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참 읽다가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가 울 머스마 7살 때를 떠올리게 하여 옮겨 적는다.





참, 이 책은 박성규 작가의 글과 장경혜 작자의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도서출판 이후가 펴냈다는 점 밝힌다.


“아버지, 근데 오작교가 뭐야?”

“아버지가 만드는 다리 이름이야.”

“그러니까 오작교가 뭐냐고?”

아버지는 땀을 훔치며 동만이를 바라봤다. 동만이가 처음으로 좋은 질문을 했는데, 어떻게 걸명할까 고민하는 듯했다.

“똥만아, 너 밤에 오줌 마렵다고 가끔 밖에 나가잖아. 그때 하늘에 뜬 별이랑 은하수 봤지? 은하수 주변을 잘 보면 유난히 밝은 별 두 개가 보일 거야. 은하수를가운데 두고 서로 떨어져 있는 견우별과 직녀별이야. 견우와 직녀가 떨어져 있어 서로 못 만나니까, 까치랑 까마귀가 일 년에 딱 한 번 자기들 몸을 쭈욱 이어서 다리를 만들어. 견우랑 직녀가 만나라고. 그 다리가 오작교야.”

“어.”

아버지는 동만이에게 처음으로 무언가를 길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싶어 흡족하게 웃었다. 동만이는 뭔가 싶이 생각하는 듯 입을 헤 벌리고 있었다. 

“동만아, 아버지 얘기 잘 알아들었지?”

“......”

“어려우면, 그냥 저 멀리 우주의 까마귀, 까치가 견우랑 직녀 만나서 사랑하라고 만든 다리라고 생각하면 돼. 알았지?”

“어.”

동만이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웃으며 아버지를 바라봤다.

“그러면 아버지는 까마귀야, 까치야?”

“......”

“까마귀, 까치가 만든 다리가 오작교라며? 아버지, 지금 오작교 만들고 있잖아.”

아버지는 망치질을 멈추고 난감한 얼굴로 동만이를 봤다. 뭐라고 답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했다. 동만이는 아버지 대답을 기다렸다. 아버지는 땀을 훔치고는 고개를 젖혀 하늘을 바라봤다.(42~45p)


7살이면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질문공세가 끊이지 않는 나이다. 이런 때에 대화를 잘 이루어나가면 아이는 사고의 영역을 훨씬 넓히는 계기를 맞게 되지만 귀찮다고 딴 데 가서 놀아라든지 니가 책보고 찾아봐라든지 한다면 호기심을 잃게 되는 불행을 맞게 된다.


난 전혀 귀찮아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적극적으로 아이에게 설명해주었음에도 아이가 더는 질문을 하지 않는 불행을 맞봐야 했다. 아이가 알아듣기 어려운 부분까지 너무 많이 설명해주었기 때문이다. 더 문제는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확인까지 하려하였으니... 한참 후에야 그런 부모의 적극성이 오히려 마이너스란 걸 깨달았다.


언젠가부터 묻는 거에만 답하리라 마음을 먹었지만 문제는 내가 대답할 수 없는 것만 물어오는 머스마가 되어 있었다.


“아빠는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잖아요.”


사춘기가 지나가면 나아지려나. 내가 키운 것이 자식이 아니라 자식의 반발심만 키운 것 같아 속이 아리다. 이제 자식에게도 불가근불가원의 원칙을 들이대야할 때가 온 것인가.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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