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보여주려 빌렸다가 아빠가 다 읽어버린 삼국지
초등학교 2학년이면 아직 책을 읽는 것이 버거울 때일까. 막내는 책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도 TV가 있어서 그럴 것이다. 아이가 최고 좋아하는 것은 스펀지밥인가 하는 애니메이션이다. 등장 캐릭터의 대사도 방정맞고 줄거리도 정신이 없다. 폭력적인 장면도 예사로 나온다. 또 다른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다. 남을 깎아내리는 대사에 자극적인 표현들...
어쨌든 아이에게 재미있는 요소는 갖춘 것들이다. 별로 교육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마냥 못 보게만 할 수는 없다. TV를 없애면 모를까... 한 달 정도 감춰뒀을 땐 아이가 핸드폰에 빠졌다. 핸드폰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놔뒀더니 결국 책을 가깝게 하기 위한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
도서관에서 아이가 읽을 만한 책을 빌려다주면 그래도 조금 볼까 해서 고향의봄 도서관에서 그림이 재미있는 삼국지를 세 권 빌렸다. 처음엔 조금 보는 듯하더니 이내 TV에 눈을 돌리고 나면 그것으로 책과의 인연은 끝이다. 읽어주려해도 들을 마음이 전혀 없다. TV를 보더라도 생각을 하게끔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본다면 모르겠는데... 끊임없이 스펀지밥이다.
아이는 아이대로 줄기차게 TV를 보고 나는 반납할 날이 다되어 가는 어린이용 삼국지를 그냥 반납하기 아까워서 읽고 있다. 그림도 많고 글자도 커서 금세 두권을 다 읽고 나머지 한 권을 남겨놓았다. 그런데 읽다가 문득, 책이 너무 재미있단 생각이 듦과 동시에 딱 내 수준이다 싶다.
이 책, 침대에 기대어 앉은채 나를 중국 역사여행을 시켜준다. 순식간에 제갈량을 따라 손권이 있는 강동 '시상'으로 찾아간다. 손권의 모사들과 토론을 벌이는 제갈량의 지혜를 배우고 사진으로 실은 포슬정, 주유의 부인 소교의 묘소, 그리고 장강(양쯔강)을 따라 조조군에 진을 치고 있는 곳까지 여행을 한다.
순식간에 읽어내려간, 교원 올스토리 출판사에서 나온 '눈으로 보는 중국 고전-삼국지' 11권 '강동에 부는 바람'에서 아이 대신 신나는 여행을 했다. 내친김에 13권 '유비, 땅을 빌리다'도 한달음에 읽어내려갔다. 책 속의 명료한 표현들이 읽어나가는 데 가속도를 덧붙이게 한 것 같다. 아주 오래전이지만 삼국지를 한 번 읽었던 것 때문인지 12권을 빼먹어도 전체 줄거리가 자연스레 연결된다.
14권 '서쪽 하늘을 보라'. 유비가 손권의 동생과 결혼하고서 신혼재미에 빠져있다가 그것이 손권과 주유의 계책임을 눈치채고 강동을 탈출하는 대목이다. 손 부인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하고 다시 노숙을 통해 형주를 되찾으려는 노력이 계속 수포로 돌아가자 주유는 결국 분을 못 이겨 죽게 된다. 그리고 노숙이 대도독 자리에 오르고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방통을 모사로 쓰려하지만 손권은 내친다.
손권이 내친 방통은 유비에게 가고 여기서 능력을 인정받는다. 그리고 조조가 손권을 칠 요량으로 마등을 이용하고 하지만 마등은 오히려 조조에 맞서다 죽게되자 그의 아들 마초가 대대적인 군사를 일으켜 조조를 치는 대목이다. 여기서 쫓기던 조조가 도포도 벗어던지고 수염도 자르는 등 살기위한 고육책이 등장한다.
아이 대신 읽은 삼국지. 너무 재미 있어서 다시 아이게게 보여주려 했지만 여전히 책은 거부당하고 마는데... 언젠가 이놈들을 좋아할 날이 있겠지... 이제부턴 아이에게 읽힐 생각은 버려야겠다. 그냥 내가 읽기 위해 빌리는 것이야. 그렇다고 어른이 애 보는 책 본다고 흉볼 사람은 없겠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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