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알몸동영강 강의 논란, 경향신문과 조선일보의 차이
추석연휴 첫날인 18일치 국내 여러 신문에 인터넷 알몸강의 기사가 실렸다. 어제 오늘 이 기사가 실린 페이지는 그야말로 논란의 장이 됐다. 네이버는 '알몸'이나 '알몸 강사'라는 단어에 대해 뉴스 외엔 아예 검색결과를 막아놓았다.
대학을 휴학하고 공익근로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가 무료로 동영상 강의를 해서 인터넷에 내보내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역시 문제는 '알몸'이다. 사실 알몸이라면 완전한 누드를 말함이 아닌가? 그런데 강사는 주요부위와 양가슴에 나눗잎 모양으로 가렸다. 일종의 남자 비키니인 셈이다.
이러한 컨셉트는 어느 시대를 나타낸 것일까. 강사의 말대로 고대사 강의를 하면서 그에 맞는 퍼포먼스를 한 것이다. 경향신문은 그 사실을 기사에 실었다.
"ㄱ 씨는 경제사 강의를 할 때는 옷에 돈을 붙이고, 일제강점기 강의를 할 때는 태극기를 두른다. 현대사 강의를 할 때는 군복을 입고 등장한다. 각 강의 내용에 맞게 일종의 '의상 콘셉트'를 맞춘 것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그러한 부분을 완전히 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최씨의... (아, 강사의 성이 최씨구나.) 강의를 캡처한 사진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SNS를 통해 빠르게 번져나가면서 문제가 됐다."
"이 카페 회원 누구나 무료로 최씨의 알몸강의를 시청할 수 있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카페 가입에 연령 제한도 없어 이 강의가 청소년 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논란이 되자 최씨는 학생들이 ... 고육책이었다.... 살아남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경향신문이 표현한 다른 강의 컨셉트에 대해선 '다른 단원에서도 시대 상황을 반영하는 복장을 입었다"란 식으로 강사의 해명을 축약해서 끝냈다.
조선일보가 보는 시각은 이렇다. 누구나 다 보는 인터넷 강의를 알몸으로 진행하다니 미친 거 아냐? 그러면서 청소년들이 포르노에 물들까봐 지레 호들갑을 떨며 걱정을 하는 것이다.
경향신문에서 경제강의에선 옷에 돈을 붙이고, 일제강점기 내용이면 태극기를 두르고, 현대사 땐 군복을 입는 강사라는 것을 밝힘으로써 그가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독자가 판단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해주는 반면, 조선일보는 마녀사냥식으로 몰아붙이기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뉴스가 있을 때 사람들은 이 사람 말도 들어보고 저 사람 말도 들으면서 스스로 객관적 사실을 추론해내고 진실을 파악하는 게 현명한 사람의 행동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편협한 생각으로 사회를 보고 있다.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동아일보를 보는 사람들은 그러한 시각이 옳다고 생각한다. 반대의 시각을 용납하지 않는다.
반면 경향이나 한겨레 등 진보적 색채를 띤 신문을 보는 사람들은 조중동이 보수우익에 지나치게 치우친 나머지 진실을 왜곡하고 사람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사안을 보는 시각이 조금 차이 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달라서 우리 사회에 혼란 내지 논란은 두더지게임 같이 늘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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