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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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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 04:49

처음엔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이 고민을 하던 중 딸과 전설에 대해 대화를 주고받다 보니 줄거리가 나오고 플롯이 절로 뽑아져 나왔습니다.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딸과 함께 나누니 머릿속이 자연 정리되는 듯하면서 오히려 이번 1편은 쉽게 손끝에서 나왔습니다. 상사병, 내가 많이 겪어봐 그런것일지는 몰라도 이번 용다리 전설을 쓰면서 글쓰기가 재미있을 것 같네요.



촉석루가 있는 진주성을 방문해보신 분이라면 공북문 서쪽 방향으로 좀 떨어진 곳에 문양이 새겨진 돌 파편들이 널려 있는 것을 보았을 것입니다. 그 옆에는 조그만 안내판이 세워져 있지요. ‘용다리전설’이라고 적힌 이 안내판에는 지금은 없어진 용다리에 얽힌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돌 파편들은 그 용다리의 조각들입니다.


적힌 글을 읽어보면, 옛날 벼슬아치 집에 돌쇠라는 머슴이 있었는데 상전인 아씨를 사모했답니다. 옛날에야 신분체제가 확실해서 그럴 수 없음에도 그랬다는 건 언감생심이죠. 그런데 이 아씨도 돌쇠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서로 얼마나 가슴 아팠겠습니까.


결국, 아씨가 상사병에 앓다가 죽게 되고 돌쇠도 슬픔을 못 이겨 미쳐버린 나머지 목을 매 저세상으로 아씨를 따라갔다는 얘기입니다. 옛날 이 용다리가 있던 개울엔 개구리가 그렇게 많았다고 하던데 짝이 있는 연인이 지나가면 울음이 뚝 그쳤다고 합니다. 그리고 상사병에 걸린 사람이 이 다리를 두 번 왔다갔다하면 씻은 듯이 상사병이 나았다는 얘기도 전해집니다.


이번 전설텔링 역시 위의 이야기에 뼈를 덧대고 살을 덧붙여 이룰 수 없어 안타까웠던 남녀의 사랑을 좀 더 세밀하게 풀어나가 볼까 합니다.

·      ·      ·      ·      ·      ·      ·      ·      ·       ·      ·

“연화야, 제발 전화 좀 받아라. 니가 오해한 걸 가지고 이렇게까지 하는 건 너무 심한 거 아니니?”
윤석은 문자를 전송하고는 화가 치밀어 핸드폰을 침대로 던졌습니다. 방안을 정신없는 사람처럼 왔다갔다하더니 다시 핸드폰을 주워들고 전화를 겁니다.
“고객님의 핸드폰이 꺼져있어…”
윤석은 장롱문을 열고 늘 입던 외투를 꺼내 들고 학교에 가는 것처럼 가방을 챙겨 방을 나섰습니다. 부모님께는 학교에 간다고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토요일 하루쯤은 집에서 좀 쉬든가 안 하고…, 아침도 안 먹고… 한 술이라도 뜨고 가지….”
윤석의 귀에는 어머니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습니다.


윤석은 연화가 아르바이트하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기웃거리거나 주변을 어슬렁거리기만 합니다. 서로 사귀기 시작하면서 연화가 내세운 조건 때문입니다. 절대 일하는 곳엔 찾아오지 않기. 연화는 그렇게 크지 않은 마트에서 토요일과 일요일에 하루 8시간씩 일을 합니다. 반대로 집안형편이 괜찮은 윤석은 따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데 황금 같은 토, 일요일에 애인인 연화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것이 늘 불만이었지요.


윤석은 아무리 일하는 곳은 찾아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어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당장 해명하고자 찾아왔지만 막상 연화의 일터에 찾아와서는 얼굴을 들이밀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두어 시간을 그렇게 마트 앞을 왔다갔다한 윤석은 마음속으로 연화에게 할 말을 다해버린 듯했습니다.


점심때가 되자 연화가 밖으로 나왔습니다.
“여긴 오지 말라고 했잖아!”
“그래서 안 들어갔잖아. 왜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씹는데? 내가 뭘 잘못했다고?”
윤석은 그동안 가라앉았던 화가 다시 치밀어올랐습니다.
“적반하장이네. 지난주 은서랑 둘이 동물원 갔다며? 뭔데?”

연화 역시 윤석에 대해 불만이 많았습니다. 지난봄 대학 입학 후 두 사람은 우연한 기회에 오랫동안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었는데 이때 서로 호감을 느끼고 계속 사귀어왔지요. 생활 여건이 좀 차이가 났지만 뭔가 서로에게 끌리는 무언가 있었어요.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함께 시간을 보내다 헤어졌지만 바로 또 보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집으로 가다 보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 헤어진 곳으로 돌아오면 서로 마음이 통했는지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았지요.

연화는 윤석의 얼굴도 보기 싫다는 듯 홱 돌아서서 진주성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봐야 할 거 아냐?”
윤석이 연화를 뒤쫓아가며 손목을 잡았습니다.
“들으나 마나 한 이야기 아냐? 그럼 내가 알기 전까지 왜 내게 그 이야길 하지 않았는지부터 말해봐.”
연화가 손목을 뿌리치며 쏘듯한 눈을 하고 말했습니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니가 신경 쓸 만큼 중요한 일도 아니고….”
“중요하지 않다고? 그렇다면 더 이상 너랑 사귈 이유도 없네. 양다리 걸치는 게 네 취미라면 다른 아이들이랑 놀지 그래? 난 깨끗하게 빠져줄게.”


“그게 아니라니까. 그냥. 우연히 그렇게 됐어. …. 설명하자면 복잡해.”

윤석은 갑자기 말을 줄였습니다. 자꾸 변명하면 할수록 일이 더 꼬이게 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연화는 윤석을 한동안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몸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그때 뭔가 이상한 기운이 몸을 끌어당기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몸이…, 왜 이러지?”
“여, 연화야!”
윤석은 연화의 손을 잡았습니다. 연화의 몸이 공중에 떠올랐습니다. 고목나무 옆으로 뭔가 둥근 형태로 아지랑이 같은 것이 빙빙 돌면서 연화의 몸을 끌어당겼습니다. 윤석은 연화의 손을 더욱 꼭 잡고 끌어당겼습니다. 그러나 윤석의 힘으론 역부족이었습니다. 이상한 곳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에 윤석은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바로 죽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연화의 손을 놓을 수도 없었습니다.


‘이런, 줸장!’


윤석은 연화의 손을 잡은 채 그대로 웜홀 속으로 빨려들어 갔습니다.

숲에서 부엉이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큰 기와집 담장 너머로 보이는 작은 방문에 여인의 그림자가 비치고 있습니다. 조금씩 그림자가 흔들리기도 합니다. 머리를 빗고 있던 여인이 갑자기 쓰러집니다. 그때 방에서 이상한 기운이 뻗쳤는지 등잔불의 몇백 배나 되는 빛이 방 밖으로 번져나오는가 싶더니 지진이 난 것처럼 집이 울렁였습니다.


이와 거의 동시에 행랑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여러 사람이 이방 저방에서 뛰쳐나왔습니다. 정자관을 쓴 양반과 그의 부인, 그리고 이 집의 하인들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갑작스런 지진과 이상한 현상에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마, 마님! 아씨 방에 불이 난 듯합니다요.”
하인 한 명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제야 딸의 방을 본 양반과 부인은 그곳으로 달려갔습니다. 방문을 열어젖혔습니다. 딸이 머리를 빗던 모습 그대로 쓰러져 있었습니다.
“화연아, 얘가 무슨 일이야! 얘, 곱단아 냉수 좀 가져오너라.”
방으로 쫓아 들어간 부인은 화연을 한 팔로 받쳐 앉으며 뺨을 톡톡 쳤습니다.


“음….”
화연은 게슴츠레 눈을 뜨면서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이제 정신이 드느냐?”
화연의 아버지 이 군수(郡守)가 딸의 얼굴을 살피며 말했습니다.
“네, 아버지. 괜찮습니다. 갑자기 현기증이 일었는데 이제 괜찮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혹시라도 모르니 내일 날 밝거든 의원을 부르자꾸나.”

어머니가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딸의 얼굴을 만지며 말했습니다.

같은 시각, 행랑채.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쓰러진 돌쇠의 몸에서 이상한 빛이 감도는 모습을 본 행랑아범은 한동안 열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얘, 얘, 돌쇠야. 일어나봐!”

초록빛이 돌쇠의 몸 주위를 둘러싸고 있어 함부로 손을 대지도 못한 채 뒤로 물러앉은 상태였습니다. 초록빛이 서서히 빠지자 행랑아범은 발로 돌쇠의 허리를 툭툭 차며 말했습니다.
“돌쇠야, 돌쇠야! 이 녀석이 갑자기 왜 이러나?”

“아이, 어지러워.”

힘겹게 바로 앉은 돌쇠의 눈에서 초록빛이 서서히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서 행랑아범이 조심스레 다가가 앉았습니다.
“돌쇠야, 괜찮니?”
“무슨 일이죠? 아직 어지럽긴 한데…. 이상해요. 아저씨.”
행랑아범은 돌쇠의 안색을 살폈습니다. 원상태로 돌아온 듯합니다.
“이제 괜찮아 보이긴 하네.”
“아저씨, 이상한 꿈을 꿨어요. 너무 이상해서 말로 설명할 수가 없어요. 이상한 옷을 입은 아이가 제 몸속으로 들어오는 그런 거였는데….”
“에끼, 이놈아! 잠시 그 순간에 무슨 꿈을 꾼다고 그래. 됐다. 괜찮은 거 같으니 잠이나 자라. 난 밖이 왜 소란스러운지 보고 들어올 테니.”


(다음 주 2편이 이어집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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