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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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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06:46

(전설텔링)용다리 연가(戀歌)(3)

진주시 진주성 옆 지금은 없어진 용다리에 얽힌 전설


(지난 줄거리) 연화와 윤석은 대학 1학년 연인 사이입니다. 윤석이 최근에 다른 여자친구와 단둘이 동물원에 간 사실 때문에 연화는 토라졌습니다.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자 윤석은 연화가 아르바이트하는 일터로 찾아갑니다.


일터엔 가지 않겠다는 약속 때문에 점심 때까지 밖에서 기다려 만났지만 연화는 대화하려 하지 않습니다. 윤석이 뒤따라가며 해명하려 하지만 연화의 화를 돋울 뿐입니다. 그러다 진주성 옆 고목을 지날 때 웜홀 같은 것이 생기더니 연화가 빨려 들어갑니다. 얼떨결에 손을 잡은 윤석. 손을 놓을까 하다 어쩔 수 없이 함께 빨려 들어갑니다.


고려시대 쯤. 진주 군수의 딸 화연과 이 집 노비 돌쇠의 몸에 두 사람의 영혼이 들어가게 됩니다. 다음날 아침 청소하는 돌쇠 앞을 지나던 화연이 알 수 없는 영상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느끼며 비틀거립니다. 이는 돌쇠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후. 화연이 곱단이를 시켜 돌쇠를 부릅니다. 화연은 곱단이를 내치고 돌쇠의 손을 잡습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온몸이 짜릿해지면서 알 수 없는 영상들이 떠오릅니다. 돌쇠 역시 화연과 똑같은 현상을 경험합니다.


이날 밤. 두 사람은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돌쇠가 별당으로 이어지는 골목에 갑니다. 자신도 모르게 발길이 그쪽으로 향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곳에 화연아씨가 벽에 기대어 서 있습니다. 화연이 돌쇠에게 안아달라고 합니다. 두 사람은 포옹을 하고 이 모습을 담장 끝 어떤 그림자가 보고는 사라집니다.


………………………………………


다음날 아침. 돌쇠는 늦잠을 자고 있습니다.

“얘, 돌쇠야! 해가 중천에 떴다. 그만 자고 일어나거라.”

돌쇠 대신 마당을 쓸던 행랑아범이 행랑채 방문을 열어젖히고 고함을 쳤습니다.

“아이, 오늘 토요일이란 말예요. 학교 가는 날 아닌데 왜 자꾸 깨워요?”

“이 녀석이… 뭐라고 하는 거야? 토요일은 뭐고 학교는 뭐야? 욘석 오밤중에 몽유병 걸린 놈처럼 싸돌아 다니더니 머리가 어찌 된 거 아냐?”


돌쇠가 이상한 말로 잠꼬대를 하고 돌아눕자 행랑아범은 빗자루를 툇마루 기둥에 세워놓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돌쇠야! 이리 늑장거리 하면 밤에 또 잠 못 잔다. 어서 일어나! 오늘 김장독 묻어야 하니까 일이 많다. 어서!”

행랑아범은 이불을 걷어치우고 돌쇠의 허리를 발로 툭툭 찼습니다.

“아이, 좀!”

돌쇠가 눈을 떴습니다. 행랑아범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돌쇠는 행랑아범이 낯설다는 느낌이 들면서 순간 혼란에 빠집니다. 몸을 일으켜 앉은 돌쇠는 머리를 흔듭니다.


“이제야 정신이 드냐? 어서 장독간으로 가봐라. 장쇠는 벌써 들어와 일을 하고 있다. 니가 집에 있는 종놈이면서 일을 더 게을리한다고 불만이 많다.”

돌쇠는 후다닥 이불을 개고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그러다가 기둥에 세워진 빗자루에 걸려 마루 끝에서 휘청거리더니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을 칩니다.

“저, 저런….”

벌떡 일어선 돌쇠가 행랑아범을 보곤 씩 웃습니다.

“녀석.”


겨울철 하루해는 무척 짧습니다. 찬바람 몇 번 휘휘 불고 감나무 끝에 아직 매달려 있던 까치밥을 뒷산에 있던 까치가 서너 번 오며 가며 먹고 나면 금세 날이 어둑해집니다.

돌쇠가 파김치가 되어 행랑채로 돌아옵니다. 툇마루에 그대로 벌러덩 나자빠집니다.

“이리 들어 오너라.”

잠자는 온돌방 옆 마루방에서 행랑아범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돌쇠는 바로 일어나 마루방으로 들어갑니다. 행랑아범이 새끼를 꼬고 있습니다.

“내일 김칫독 덮어야 하니 늦더라도 오늘 짚방석 다 만들어야 한다. 너도 좀 돕거라.”


돌쇠가 호롱불 옆으로 털썩 주저앉고는 양손에 퉤퉤 침을 뱉습니다. 능숙한 솜씨로 짚을 비벼 새끼를 꼽니다.

“아제, 곱단이에게서 들었는데 화연아씨 얼마 후면 나주로 시집간다면서요?”

“그렇다는구나. 나주목사의 아들이라지.”

“어떤 사람이래요?”

“그걸 내가 어찌 알겠냐? …. 그런데 니가 그걸 왜 궁금해 하누?”

“아, 아녜요.”

돌쇠는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흠칫 놀랍니다.


밤늦게야 짚방석을 다 만든 두 사람은 온돌방으로 건너갔습니다.

“낮에 그 많은 땅을 파고 밤엔 또 짚방석을 만든다고 피곤할 게다. 어서 자자. 내일 또 일이 많으니.”

돌쇠는 하품을 길게 하며 자리에 누웠습니다. 눈이 스스르 절로 감겼습니다.


“하하하하….”

여자의 웃음소리가 왼쪽 오른쪽 위 아래로 옮겨가며 울립니다. 화연아씨의 웃음소리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웃음소리가 점점 커집니다.

“아하하하….”

벌떡 일어난 돌쇠는 이마에 맺힌 땀을 소매로 닦아냅니다. 그 웃음소리가 깨어난 지금도 계속 들리는 듯합니다. 기분 나쁜 웃음소리는 아니지만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으니 돌쇠는 피곤해합니다. 다시 누웠습니다. 웃음소리가 잠잠해지더니 이젠 누군가 귀에다 속삭이는 듯합니다.


“윤석아, 이번 주말엔 남강변으로 자전거 타러 가자. 바람이 시원해. 난 니가 좋아. 난 니가 좋아. 니가 좋아…. 좋아….”

돌쇠는 다시 벌떡 일어났습니다.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어제처럼 밖으로 나갔습니다. 초승달이 댓돌 위에 있는 짚신을 하얀 손으로 어루만지는 것 같습니다.

돌쇠는 짚신을 신고는 자신도 모르게 어제처럼 별당으로 향하는 골목으로 걸어갔습니다. 어제 그곳에 화연아씨가 여전히 벽에 기대서 서 있었습니다.





“왔니?”

“예, 아씨.”

“정말 이상하지 않니? 너와 내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

“예, 소인도 그러합니다. 잠을 자면 꿈속에서 머리 모양과 옷차림이 이상한 여자가 나타나요. 그런데 그 여자의 모습이 아씨와 꼭 닮았어요.”

“나도 그래. 꿈속에 어떤 남자가 자꾸 나타나는데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옷도 이상한 옷을 입었더구나. 그런데 그 남자가 널 꼭 닮았어.”

두 사람은 꿈에서 본 서로의 모습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가끔은 조심스레 웃기도 합니다. 부엉이 소리가 멀리서 들려옵니다. 두 사람은 살며시 포옹을 합니다.


“같이 가!”

뒤따라 열심히 페달을 밟던 연화가 뾰로통해진 표정으로 소리칩니다.

“그래. 같이 가게 빨리 와!”

윤석은 웃으면서 더 열심히 페달을 젓습니다. 남강변 바람이 시원합니다. 촉석루가 멀리 보입니다. 남강 양쪽으로 길을 따라 줄을 서 있던 빌딩들이 뒤로 물러납니다.


“이상하지? 이런 것들…, 성일까? 그런데 모두 떨어져 있어. 집일까? 사람 사는….”

“집인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러나저러나 이 두 사람이 타고 가는 수레는 희한하게 생겼습니다. 바퀴가 앞뒤로 나 있는데도 넘어지지 않네요. 정말 신기한 수레입니다.”

화연과 돌쇠는 서로 껴안은 채 눈을 감고 떠오르는 영상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연화가 한참 뒤처지자 윤석이 그제서야 알아차리고 자전거 속도를 줄이면서 뒤돌아봅니다. 그러다 중심을 잃고 넘어집니다.

“쌤통이다.”

멀리서 연화가 달려오며 웃습니다. 넘어진 윤석도 따라 웃습니다.

“웃으니 예쁘네.”

연화가 윤석이 옆으로 다가와서는 자전거에서 내립니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자전거를 끌고 걷습니다.


“다정해 보이네요. 어느 나라 사람들일까요?”

“글쎄….”

화연은 돌쇠의 품이 따뜻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돌쇠야.”

“예, 아씨.”

“우리도 생각 속에 있는 저 두 사람처럼 다정하게 살 수 있을까?”

화연의 말에 돌쇠는 깜짝 놀랍니다.

“아씨, 며칠 후면 나주로 시집을 가신다면서요?”

“낼 모레면 그 도령이 온다는구나.”

화연은 고개를 돌립니다. 눈물이 벌써 보를 타고 흘러내립니다.

돌쇠가 팔을 풀고 화연의 눈물을 소매로 닦아줍니다.

“시집…. 안 가시면 안 되요?”

“내가 가기 싫다고 안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야옹.”

담장 위에 있던 고양이가 웅크리고 앉았다가 일어섭니다.

화연이 고양이 소리를 따라 고개를 듭니다. 그때 화연의 눈에 담장 끝에 있던 사람 형체의 검은 그림자가 들어왔습니다. 담장 끝에 있던 그림자는 화연에게 들킨 듯하자 쏙 들어갔습니다.

“돌쇠야, 저기 담장 끝으로 가보아라. 누군가 우릴 본 듯한데.”

“네?”

돌쇠는 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상놈이 지체 높은 아씨를 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숨이 끊어질 때까지 멍석말이 당할 일인 것입니다.

“빨리 가보아라. 내가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으니.”

돌쇠는 후덜후덜 다리를 떨면서 담장 끝으로 걸어갑니다.

“아무 것도 없습니다. 아씨.”

뒤따라온 화연도 사람 그림자가 될 만한 것이 없자 자신이 잘못 보았는지 여깁니다.


행랑채로 돌아온 돌쇠는 여전히 마음이 불안합니다. 혹시 아제가 몰래 보았을까 의심이 들었습니다. 낮에 행랑아범이 했던 말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슬그머니 행랑아범의 옷을 만져봅니다. 따뜻합니다. 행랑아범은 아닙니다. 만약 그림자의 주인이 행랑아범이었다면 옷이 벌써 이렇게 따스할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누구일까? 옥봉아제? 외거노비인 옥봉아제가 이 밤중에 일도 없이 올 리 만무합니다. 도둑이 든 것일까? 정말 아씨가 잘못 본 것일까? 돌쇠는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면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날이 밝았습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돌쇠의 눈이 퀭합니다. 방에서 나가 툇마루에 걸터앉아 있는데 곱단이가 걸어옵니다. 얼굴에 온통 눈물이 번져 있습니다.

“큰일 났어. 오라버니, 이제 어떻게 해? 난 어쩌면 좋아? 엉엉.”

돌쇠는 하염없이 우는 곱단이를 옆에 앉혔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진 듯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올 것이 왔구나.’

곱단이는 온몸에 힘이 빠진 채 축 늘어진 돌쇠의 팔을 붙잡고 여전히 엉엉 울고 있습니다.


(다음 주 4편이 이어집니다.)


[관련기사]


 (전설텔링)용다리 연가(戀歌)(1)

 (전설텔링)용다리 연가(戀歌)(2)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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