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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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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텔링)역녀(驛女) 월명(3)

함양군 함양읍 백천리 수지봉 월명총에 얽힌 전설


(전편 줄거리)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한 초겨울 역녀 월명은 다른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이후에도 공식 업무가 끝나는 유시반각까지 기다렸다가 퇴근할 무렵이었습니다. 그때 멀리서 말발굽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옵니다. 경주에서 출발해 나주로 가는 파발관원인데 업무 마감시각 안에 도착하려다 너무 지친 나머지 당도하자마자 말에서 떨어집니다.

월명은 말을 진정시키고 관원을 보았는데 여느때와는 다른 감정을 느낍니다. 파발관원이 식사대접을 청하자 처음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식사를 합니다. 첫눈에 반한 파발관리 수영은 다음날 나주로 떠났고 다시 만날 것이라고 전혀 생각도 않았는데 다음날 저녁 경주로 돌아가던 길에 다시 함양으로 옵니다.

좋아하는 마음은 있었어도 기대하지 않았던 만남이어서 더욱 반가웠지만 월명은 오히려 자신의 마음과 달리 수영에게 얄밉게 행동합니다. 수영이 처음엔 자신이 착각을 하고 무례하게 대했나 생각이 들어 죄송한 마음을 나타내는데 월명이 짓궂은 장난을 쳤다는 것이 드러남으로써 서로의 관심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날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다 월명의 집으로 간 수영은 월명의 아버지지로부터 집에서 자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월명의 아버지도 수영에게 관심이 간 것입니다. 밤늦도록 막걸리를 주거니받거니 하며 이야기를 나누더니 어느새 장인, 사위 하며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열흘 후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경주로 떠났던 수영은 약속대로 열흘 후 함양으로 아예 이사를 옵니다. 여기서 거주하며 장사를 시작한 수영은 파발꾼의 인맥을 살려 전국을 대상으로 한 행상을 시작합니다. 2년 만에 제법 많은 돈을 번 수영은 정식으로 월명에게 청혼하여 결혼을 하게 됩니다.

열흘 간의 신혼생활을 행복하게 보낸 마지막 날 수영의 고향 경주에서 편지가 옵니다. 편지를 본 수영의 얼굴에 어둠이 깔립니다.


……………………………………………………………………………………..


“아들 보거라. 멀리 있으니 자주 근황을 알 수도 알릴 수도 없어 마음이 편치 않구나. 각설하고, 어머니가 위독하시다. 열일을 제쳐놓고 속히 집으로 오길 바란다.”


아버지의 친필 편지였습니다. 마음이 불안하고 급하였는지 글씨도 거의 초서에 가까웠습니다. 편지에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멀리 함양 처가에서 사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속내가 들어 있어 수영은 죄송하면서도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주지 않는 아버지가 서운하기도 하였습니다.


“무슨 일인가요?”


월명이 수영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위독하시답니다. 급히 오라는 전갈이군요.”

“어떻게 위독하시던가요?”

“그것까진 서찰에 쓰여있지 않아요. 좀체 이런 편지를 쓰지 않으시는 아버지께서 짤막하게 글을 써서 보내신 걸 보면 어머니 건강이 몹시 안 좋은가 보오.”

“여기 걱정은 마시고 얼른 가서 어머니를 살펴드리세요.”


수영은 아내 월명을 꼭 안았습니다.


“어머니 건강이 좀 나아지면 바로 오겠소. 나 없는 동안 건강 잘 챙기고 아버님도 잘 보살펴드리세요.”


장인에게도 사정을 이야기한 수영은 마구간에서 말을 꺼내어 올라탔습니다. 편지를 전해줬던 친구 득수와 함께 떠났습니다.


남편이 떠난 자리가 휑한 것처럼 월명의 마음도 뻥 뚫린 듯하였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위독하다는 데도 너무 멀리 있다 보니 찾아뵙지 못하는 게 죄송하단 생각이 들었는지 월명은 장독간에 정한수를 떠 놓고 매일 밤 기도를 하였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습니다. 아무리 치성을 드려도 시어머니에게 차도가 없는 건지 남편은 돌아오지도, 편지를 보내지도 않아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월명은 금세 올 것 같던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서서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어머니 병구완을 하다 남편마저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너무 궁금하고 답답해 경주로 나설까 하다가 또 행여나 남편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라면 서로 길이 엇갈릴 수도 있는 일이므로 선뜻 나서지도 못하였습니다.


그렇게 추운 겨울이 다 지나고 따뜻한 봄이 되었습니다. 산에 들에는 온갖 꽃들이 다시 생명을 얻어 피어나고 나비와 새들이 날아들었습니다. 새순이 돋는 나뭇가지에는 새들이 몰려와 아름다운 소리로 지저귀었습니다.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월명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그래, 이제 봄이 되었으니 어머니의 건강도 새생명을 얻은 것처럼 쾌차하실 테고 남편도 경쾌한 말발굽소리를 내며 돌아올 거야.’ 월명은 다시 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얘야, 이 죽 조금이라도 먹거라. 속이 든든해야 기운도 차리지.”

“죄송해요, 아버지. 목이 따가워 음식을 삼킬 수가 없어요.”


월명은 정한수 앞에서 치성을 드리다 한 번 쓰러진 뒤론 건강이 급격히 악화해 몸져누운 지 한 달이 다 되었습니다. 추운 겨울날 시어머니의 건강을 기원하며 치성을 드린 지 한 달 보름만의 일이었습니다.


남편 수영에게선 두달 반이 지나도록 전혀 연락이 없습니다. 월명은 이제 날도 따뜻해졌기 때문에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직접 찾아가보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아버지, 근 석 달이 되었는데도 그이의 소식이 없으니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역장 나리께 사정을 하여 말을 타고 경주엘 다녀오겠습니다.”

“그 몸으로 어딜 간다는 거냐? 그리고 역마를 사사로이 이용하고자 청을 넣는다는 것은 역장님을 난처하게 만드는 것이니 옳지 않은 일이다. 내가 경주로 가는 행상을 통해 서찰을 보낼 터이니 넌 딴 데 신경 쓰지 말고 몸조리나 잘 하거라.”


아버지 말씀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월명은 너무 갑갑한 나머지 자신이 직접 가지 않으면 불안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 하신 말씀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마음이 불안해서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이러다 더 병이 날 것 같아요.”


딸의 마음병이 더 심해질 거라는 말에 아버지도 더는 만류하지 못하였습니다.


“알겠다. 그렇다면 채비를 할 테니 국밥집 둘금이와 둘금이 오래비랑 셋이 함께 다녀오너라.”

“예, 고맙습니다. 아버지.”


월명은 곧 남편 수영을 만날 수 있다는 기분에 몸이 훨씬 나아진 듯하였습니다. 월명은 바로 둘금 어머니가 운영하는 국밥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둘금이네는 월명네와 친척보다 더 가까이 지내는 이웃입니다. 월명은 기운도 없고 숨도 가빴지만 기쁜 마음에 아픈줄을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아주머니, 아버지께서 한석이 오라버니랑 둘금이랑 함께 경주 가는 것을 허락하셨어요. 아주머니께서도 허락을 해주세요.”

“그리 좋으냐? 그 먼 길을. 지금 니 몸 상태로선 쉽지 않은 여행이 될 텐데….”

“괜찮습니다. 이제 기운이 솟는 것 같아요.”


국밥집 둘금 어머니의 반 허락을 받은 월명은 기분이 좋았습니다. 넉넉잡아 닷새 후면 남편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무 것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것 같았습니다. 어찌 기운이 났던지 월명은 둘금 어머니에게 국밥을 한 그릇 달라고 했습니다.


“죽도 제대로 못 먹는 니가 이 국밥을 삼킬 수 있겠냐? 최대한 부드러운 고기로 국밥을 떠줄 테니 천천히 꼭꼭 씹어서 먹거라.”

“네, 고맙습니다. 어머니.”

“하하하. 녀석. 늘 아지매 아지매 하더니 웬, 갑자기 어머니야? 하하하.”


월명은 둘금 어머니로부터 국밥을 건네 받고 숟가락을 들었습니다. 그 순간 월명의 속이 이상해졌습니다. 먹은 것도 없는데 뭔가가 식도를 타고 거꾸로 치솟아 올라오는 듯하였습니다.


“우웩!”


분명히 속에서 굵직한 뭔가가 목구멍을 타고 올라온 듯했는데 그러나 아무것도 입 밖으로 쏟아져 나오지 않았습니다.





“우웩, 우웩!”


연거푸 토가 올라오자 월명은 자리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둘금이 어머니가 따라와서 등을 두드려주었습니다.


“얘가, 왜 이러냐? 먹은 것도 없다 하더니? 가만!”


둘금모는 뭔가 생각난 듯이 손가락을 짚었습니다.


“월명아, 달거리 끝난 게 언제냐? 혹시 임신한 거 아니냐? 아이구, 맞구만. 맞아!”


선뜻 대답을 못하고 멍하니 있는 월명을 바라보며 둘금모는 경사가 난 듯 좋아라 하였습니다. 얼마나 기뻤는지 평상으로 다시 돌아가더니 손님들에게 큰소리고 말했습니다.


“손님들, 오늘은 내가 너무 기쁜 날이라 밥 더 드시고 싶은 분은 말씀하세요. 얼마든지 공짜로 더 드리리다. 내 딸이나 진배없는 월명이 임신을 했어요. 아이를 가졌단 말이오. 하하하!”


월명은 살며시 자신의 배를 만져보았습니다. 아직 느낄 수는 없지만 이 속에 사랑하는 남편과 자신의 아이가 들어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아가, 이렇게 우리가 만나는구나. 너를 만나서 아주 행복하다.’ 월명의 입덧은 어느새 멎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다시 배가 고파졌습니다.


다시 자리로 돌아간 월명이 국밥 앞에 앉아 숟가락을 뜨려고 하자 속이 다시 울렁거렸습니다.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성스레 담은 국밥을 한 술도 뜨지 못하고 그대로 일어서려니 괜히 둘금 어머니에게 미안하였습니다.


“어머니, 죄송해요. 맛있게 국밥을 담아주셨는데 이렇게 먹지도 못하고….”

“괜찮아. 무슨 소리냐? 입덧을 하면 누구나 그런 것을. 혹시 따로 먹고 싶은 것은 없어? 이 아줌씨가 뭐든 다 해줄 테니 말해보거라.”

“아뇨. 없어요. 이제 집에 갈게요. 경주에 갈 채비도 해야 하고.”

“참, 그렇구나. 경주엘 간댔지? 임신 초기에 몸조리를 잘하지 못하면 애가 떨어지는 수가 있는데…. 조금 더 있다가 아기가 뱃속에서 자리를 잡고 나면 떠나는 게 어떻겠니?”


순간 월명의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아기가 생겨 그저 행복하였던 것은 장거리 여행을 가야 하는 상황을 연결지어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꺼번에 할 수 없는 두 가지 일이 동시에 벌어지자 월명은 갈등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의 소식이 너무나도 궁금해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데 뱃속 아기 때문에 장기간 여행을 할 수도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월명의 기분은 다시 우울해졌습니다. 남편을 보러 갈 기분에 날아갈 듯 기뻤는데 이제 그럴 수 없게 되었습니다. 고민 끝에 하는 수 없이 아버지 말씀대로 경주로 가는 행상을 통해 기별을 넣는 수밖에 없습니다.


기별을 넣은지 또 한 달이 지났습니다. 마당을 오락가락하며 모이를 쪼아 다니던 암탉들도 더위를 피해 마루 아래로 들어가 수시로 날개를 퍼덕거렸습니다. 월명은 매일같이 남편에게서 올 편지를 기다렸습니다. 마을 어귀까지 나가 기다리길 밥 먹듯 하였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물론이고 편지를 전해줄 법한 행상들의 모습도 전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월명은 다시 마음이 불안해졌습니다. 어쩌면 지난 한 달은 아이 때문에 버틸 수 있었는지 모릅니다.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밤마다 월명을 괴롭혔습니다. 뒷산 소쩍새가 울어 깊은 밤 적막을 몇 번이나 깰 때까지 잠들지 못하던 월명은 새벽녘 샛별이 떠오를 녘에서야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월명이 잠들었을 때 희한한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남편과 함께 안개 자욱한 길을 거닐고 있는데 갑자기 절벽이 나타나더니 남편의 몸이 절벽 아래로 쑥 빠져버리거나 또 다른 날에는 괴물이 나타나 남편을 덥석 잡아가는 그런 꿈이었습니다.


그런 남편의 손을 잡고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자신의 힘으론 역부족입니다. 꿈속에서 남편을 잃고 허우적거리다가 깨어 보면 벌써 햇볕이 창문을 열어라고 열심히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월명의 이마에는 땀이 흥건히 맺혀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입니다. 뒤숭숭한 꿈 때문에 대청마루에 앉아 고개를 떨어뜨리고 멍하니 마당을 바라보고 있는데 커다란 그림자가 시선에 들어왔습니다. 월명은 서서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행상차림을 한 남자가 태양을 등지고 월명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반쯤 뜬 눈으로 들어온 사내를 보고 월명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계속)


[관련기사]


(전설텔링)역녀(驛女) 월명(1)

(전설텔링)역녀(驛女) 월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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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청 옆에 있는 경남도립미술관. 이번엔 지원이와 수진이도 데리고 왔다. 미술 볼 줄 모르긴 하겠지만 이렇게 몇 번 데리고 다니다 보면 자연히 알게 되겠지.



이번 미술관의 주제는 컬러오브라틴. 특히 중남미 미술이 많이 소개되었다. 강렬한 색감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 속에 충분히 메시지가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겠다.



도슨트의 해설 시간이 아니라도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제법 사람들이 있다. 지금까지 둘째 머스마와 함께 갔던 어느때보다 많다.



쿠바 작품. 캔에 문을 달았다. 문이라는 것이 경계 사이를 드나드는 것이니 캔 속에 들어가서 뭐하자는 것인지? 내가 술꾼이라 술캔으로 보이는데 뭐 야자수도 있고... 들어가면 취하고 취하니 파라다이스? ㅋㅋ 이런 상상 재밌다.



양복 입은 치들이 제법 많이 보였다. 어디 전문가들인가? 그런데 이 그림... 난 도저히 작품으로 인정 못하겠다. 스타르스키 브린스라는 화가가 그린 것인데 왼쪽 건 '정원의 다른 짐승', 오른쪽 건 '움직일 수 없는 천막'이다. 의미야 알겠는데 좀 예쁘게 그리면 안될까...



지원이가 피곤한 표정이다. 오늘 미술관 투어에서 세번째 미술관이다 보니 많이 지쳤을 것이다. 그래도 다컸는지 투정은 하지 않는다. 조금만 참아라.



경남도립미술관의 2층 오르는 골마루는 특이하다. 여러 사람이 앞서나갔는데... 그 실루엣이 작품이다. 일부러 이걸 염두에 두고 건축하였을 것이다. 때론 다른 미술작품보다 이게 더 멋진 예술품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체 게바라의 모습이 담긴 작품이다. 그런데 작가는 제목을 '무제'라고 했다. 뭔가 있을 것 같은데.... 그냥 짜증이 났다. 해석을 시도하다가 짬뽕이 되어 머리에 쥐가 내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옆에는 마릴린 먼로로 보이는 얼굴이 유사한 포맷으로 걸려 있었다. 대체 뭐야?



제목이 '큐비즘시대의 세 가지 법칙'이다. 전혀 입체적이지 않은 걸로 보아 큐비즘 작품은 아닌 것 같고... 세 가지 법칙? 침팬지가 여성의 뒷모습, 옆모습, 앞모습을 보는 게 그 세 가지 법칙이란 건가?



아이티스러운 그림이다. 찾아보니 아이티 맞군. 그쪽 나라 말로 아이티는 산이 많은 땅이란 뜻이란다. 이런 걸 나이브 미술이라고 한단다. 상식이니 기억해 놓아야겠다.



승환이 열심히 미술을 감상하긴 하는데... 미술 이론이 좀 더 갖춰지면 작품의 진면목을 제대로 파악할 실력이 갖춰질까?



윤병석 화백에 대해 설명해 놓은 짧은 글.



미술관 안에서 떠들기에 나가 놀아라고 했더니 이넘들 넘 좋아한다.



윤병석 화백 캐리커처 인형이다. 쩝.


만남. 대체 뭐가 뭘 만난다는 것인지. 마지막에서야 포기했다. 그림을 해석하던 시도를. 그래서 머리가 많이 아팠는데... 그냥 그러려니 하고 보니 씻은 듯이 나았다. 그냥 지나가며 '화려하구나' 속으로 한마디면 미술감상 끝나는 것을.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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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텔링)역녀(驛女) 월명(2)

함양군 함양읍 백천리 수지봉 월명총에 얽힌 전설


(전편 줄거리)월명은 사근역 역녀로 출퇴근을 하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음씨가 착해 역을 오가는 관원들이 수작을 종종 걸지만 한 번도 그들과 식사를 같이하거나 마을을 안내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역문을 닫을 쯤에 급한 말발굽소리가 들립니다.


월명이 밖으로 나가가 파발마는 역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지친데다 흥분되어 몸을 일으켜 세우고 그 바람에 파발 관원이 땅에 떨어집니다. 그 순간 관원이 말발굽에 밟힐 위기에 처하자 월명이 소리를 쳐서 위기에서 벗어납니다.


관원이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일어서면서 서로 눈이 마주치는데 월명의 가슴이 콩닥거립니다. 이런 일은 처음 느껴보는 것입니다. 월명은 말을 마방에 데리고 가면서도 진정이 되지 않습니다.


늦은 시각에 도착한 게 미안해서 관원은 저녁을 사겠다고 하고 식당으로 갑니다. 월명은 처음으로 파발관원이 산다는 식사에 응한 것입니다. 식사를 함께 하면서 관리의 이름이 수영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월명은 수영을 깨워 역으로 함께 갑니다. 월명은 김 역장에게 말해 중등마를 내어달라고 부탁합니다. 수영은 나주로 떠납니다. 수영을 보낸 월명은 가슴이 휑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수영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지 못한 것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다음날 역시 역참 문을 닫을 시각. 월명은 퇴청 준비를 하고 나서는데 수영이 나타납니다. 월명은 그에게 달려가 안기는 상상을 합니다. 그러자 수영이 그를 와락 껴안습니다.


………………………………………………………………..


월명은 자신도 모르게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처음으로 마음을 주었던 수영이지만 이렇게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너무 얼떨결에 남자의 품에 안긴 터라 두 팔은 축 늘어뜨린 채로 서 있었습니다.


“월명, 보고 싶었소. 어제 헤어진 뒤 그대 생각만 하였소. …?”


월명은 자신도 보고 싶었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러자 수영이 자기 혼자 반가워 무례를 범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아, 미안하오. 내가 너무 반가운 마음에…. 용서하시오.”


수영은 월명을 안았던 팔을 풀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습니다. 월명은 수영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그러자 수영은 더욱 당황하였습니다. 수영은 어쩔 줄 모르고 말을 더듬기 시작했습니다.


“그, 그게 그러니까…. 월명낭자가…, 내 마음이…. , 이런 어떻게 말해야 하나?”

“하하하하. 나리께선 참 순수하신 분이군요.”


월명은 가슴이 콩닥거려 어찌할 바를 몰라 멍하니 수영의 얼굴을 보았던 것뿐인데, 수영이 당황해 하며 말도 더듬거리자 그만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수영도 그런 월명을 한참 바라보다가 함께 웃었습니다.


두사람은 이틀 전에 갔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남강변을 걸었습니다. 파발마들이 다니는 곳이어서 강변을 따라 길게 길이 나 있었습니다. 길을 따라 또 물억새가 한 번씩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흰머리칼을 휘날리며 춤을 추었습니다.


“이 마을엔 좋은 사람들이 참 많아요.”


월명은 이번에 경주로 가면 언제 또 오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어쩐지 속내를 내보이는 것 같아 얼른 말을 돌린다는 게 마을 사람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렇더군요. 몇 분 만나보진 못했지만 다들 친절하시고….”

“국밥집 아주머니 있죠? 그분 딸이 제 친구랍니다. 둘금이라는 애인데 걔, 엄마와는 달리 아주 미인이랍니다.”

“그런가요? 아주머니도 예쁘게 생겼던데, 그보다 더하다면 절세미녀겠는데요. 하하.”

“…. 나리, 둘금이란 애 소개시켜 드릴까요?”

“…….”


월명은 속으로 후회가 되었습니다. 수영에게 왜 그런 말을 하게 되었는지 자신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는데 자꾸 딴 이야기만 늘어놓게 되는 것이 속상했습니다. 수영 역시 함께 경주로 가서 살고 싶다라든지 월명만 원한다면 이곳에서 살겠다든지 이런 말을 하고 싶은데 말을 꺼내지 못하는 자신이 갑갑했습니다.


점점 밤은 깊어갔습니다. 월명도 이제 집으로 들어가야 할 시각이 되었습니다. 수영 역시 월명과 오랫동안 함께 있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결혼도 안 한 남녀가 밤늦게까지 인적이 드문 곳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동네 사람들의 비난을 받을 일이니까요.


“너무 늦은 것 같은데 집까지 바래드리겠소.”


수영이 걸음을 멈추며 말했습니다. 월명 역시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섰습니다.


“그래요. 너무 늦은 것 같네요.”


두 사람은 월명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앞에는 월명의 아버지가 나와 있었습니다. 해시정각(오후 9)이 다 되었는데도 과년한 딸이 집으로 들어오지 않자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평소엔 아무리 늦어도 술시반각(오후 8)을 넘긴 적이 없었으니 말입니다.


“왜 이리 늦은 거냐?”


월명의 아버지는 딸의 옆에 웬 남자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속으로 적잖게 놀랐습니다. 한편으론 과년한 딸이 남자의 배웅을 받아 집까지 온다는 것은 반갑기도 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처음 보는 얼굴이라 걱정도 되었습니다. 역에서 일을 하다 보니 뜨내기 관리들이 월명에게 집적거리는 일이 많았던 데다, 물론 그럴 때마다 딸이 현명하게 대처하곤 했지만 자칫 마음을 주었다가 상처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옆에…, 누구냐?”

“아, 아녜요. 아버지. 그냥…, 나주서 경주로 돌아가던 파발 관원입니다. 마을 구경을 하고 싶대서….”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그런 적이 없던 니가 웬일이냐?”

“아, 안녕하십니까? 경주에 사는 이수영이라고 합니다.”


월명의 아버지는 재빨리 눈치를 챘습니다.


‘이 아이가 경주 총각을 좋아하는구나.’


월명 아버지는 총명하기로 함양에서도 소문난 딸이 남자를 집앞에까지 배웅받아 데려온 것은 그만큼 마음에 두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혹시, 자네 술 마실 줄 아는가?”

“네, 조금씩은 마십니다.”

“주막에 가서 막걸리 두 병 사오게.”

“네? , 알겠습니다.”


수영은 너무 뜻밖의 일이라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속으로 연모하는 사람의 부친이 자신에게 술심부름을 시킨다는 것은 함께 술을 마시자는 얘기일 테고, 그렇다면 호감을 보인다는 얘기가 되므로 아주 기뻤습니다.


수영이 주막으로 가자 월명의 아버지는 딸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저 총각이 그렇게 마음에 드느냐?”

“지금까지 봐왔던 사람과는 달라 보였습니다.”

“알겠다. 애비가 저 총각의 마음이 어떤지 살펴보마.”


월명은 부엌으로 가서 술안주를 만들었습니다. 주안상을 마련해 나왔을 때 술 두 병을 사들고 돌아온 수영과 마주쳤습니다.


“이렇게 밤이 늦었는데 아주머니께서 술을 팔던 모양이죠?”

“네, 문을 닫았으니 딴 데 가보라는 걸 딴 데는 아는 곳이 없다며 한사코 졸랐지요. 하하.”

“그래서 늦었군요. , 들어가세요.”


월명의 아버지와 수영은 술상을 가운데에 놓고 마주앉아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정담을 나누었습니다. 월명은 이야기를 듣는 중에 수시로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두 사람의 정담이 툭하면 혼담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월명이 술 심부름을 몇 번이나 하였는지 모릅니다. 아버지는 수영에 대해 아주 큰 호감을 느끼게 되었고 수영 역시 아버지의 솔직한 태도와 말에 터놓고 얘기하며 즐거워하였습니다. 어느덧 자정을 넘기고 멀리서 밤부엉이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장인 어른, 이제 일어나 보겠습니다.”

“어? 좋지 장인 어른. 이보게 사위. 오늘 잠은 여기서 자게나. 이 시각에 객점 문 두드려봤자 욕만 얻어먹고 쫓겨날 걸세.”


월명은 자기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여전히 아버지 방에서는 두 사람이 웃으며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들립니다. 멀리서 다시 부엉이가 연방 목청을 뽑습니다.


얼마나 눈을 붙였을까. 월명은 닭울음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밖을 나오니 동쪽 산등성이 위로 동이 트고 있었습니다.


‘장인 어른, 따님과 혼인을 하고 싶습니다. 이번에 경주에 돌아가면 경주관헌 일을 정리하고 이곳으로 이사를 오겠습니다. 여기서 장사를 시작하여 돈을 벌겠습니다. 그래서 살림을 차릴 정도가 되면 정식으로 청혼을 올리겠습니다.’


월명은 어젯밤 수영이 아버지에게 한 말을 되새기면서 살포시 미소를 짓고는 부엌으로 들어갔습니다. 월명 역시 아버지와 수영을 위해 아침을 짓다 보니 어느덧 자신이 수영의 아내가 된 듯하여 낯이 붉어졌습니다.


아침을 먹은 후 월명과 수영이 역참으로 향했습니다. 수영의 기분은 아주 좋았습니다. 월명의 아버지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고향에 돌아가 어머니 허락만 받으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역참에 도착한 월명은 수영에게 말을 내어주었습니다.


“조심해서 가세요.”

“열흘쯤 걸릴 것 같소. 반드시 돌아올 테니 꼭 기다려 주시오.”


월병은 수영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면서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딱 열흘 후.


수영은 약속대로 함양 수동마을에 나타났습니다. 경주에서 완전히 함양으로 이사를 온 것입니다. 수영은 월명의 집 옆에다 집을 지었습니다. 이미 월명과의 관계를 어찌 알았는지 마을 사람들이 몰려와 함께 도왔습니다. 수영은 이곳에서 생활을 하며 행상을 시작하였습니다.


수영은 5~6년간 파발 업무를 맡아 일했기 때문에 전국 어느 곳에 무엇이 많이 나고 어디서 그런 물건이 비싸게 팔리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수영은 전국으로 다녔기 때문에 어느 때엔 열흘간 집을 비우는 때도 있었습니다. 함양으로 돌아왔을 때엔 늘 월명과 함께 했습니다.


전국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다 보니 계절과 지역의 특성을 잘 파악해 장사 물품을 정해야 했습니다. 수영에겐 그런 안목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나자 수영에겐 많은 돈이 모였습니다. 수영은 이제 월명에게 청혼을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월명도, 월명의 아버지도, 또한 마을 사람들도 공통으로 그렇게 느꼈는지 이젠 살림을 합치라는 얘기를 공공연히 하였습니다. 월명과 수영은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수영의 부모님은 너무 먼 거리여서 참석하지 못하였지만 함양으로 오는 도붓장수를 통해 축하한다는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이렇게 축하해주니 정말 행복하오.”

“우린 하늘이 맺어준 부부인가 봐요. 서로 좋아해도 반대하는 가족이나 가문의 어른들 때문에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지요. 궁합이 맞지 않아 못하고, 예단 때문에 싸움이 일어나 결혼식을 앞두고 파혼하기도 하고.”

“서로 잘 사귀다가 싸움 한 번 한 걸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서 헤어지기도 하지요.”

“그러고 보면 우린 천생연분이구료. 하하하하.”

“그래요. 하하하하.”


월명과 수영은 밤늦도록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신혼 첫날밤을 보냈습니다. 이들의 첫날밤을 밖에서 지켜보던 마을 아주머니들은 이제나저제나 신랑이 신부의 옷을 벗기는 모습을 보고자 기다렸는데 계속 이야기만 나누는 모습을 보곤 길게 하품을 하며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수영은 결혼 후엔 한동안 장인의 짚신을 짜고 가마니를 만드는 등 일을 도우며 월명과 함께 지냈습니다. 월명도 열흘간 역참일을 쉬었습니다. 하루하루 월명과 수영의 집에선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무뚝뚝했던 수영의 장인도 사위와 함께 일을 하면서 늘 즐거워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집앞을 지날 때마다 어허, 이 집에 깨가 한도 끝도 없이 쏟아지네그려 하면서 부러워했습니다.


그렇게 아흐레가 지났습니다. 내일이면 월명은 역참으로 출근을 하고 수영은 다시 전국을 다니며 행상을 떠날 것입니다. 아흐렛날 오후가 되자 두 사람은 서로 보면서 이러한 생활이 더 지속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나누었습니다.


“잠깐 잠깐 떨어져 살다 보면 우리의 사랑이 더 깊어질 수도 있을 거요. 너무 아쉬워 말아요.”

“그렇겠지요. 당신을 기다리는 것도 즐거움일 수 있을 거예요.”

“행상을 다녀올 때마다 당신에게 선물을 사오리다.”


서로 그렇게 말은 했지만 잠시라도 떨어져 산다는 게 영 내키지 않았습니다. 짧게는 사흘 정도이지만 원행을 떠날 때엔 열흘이 넘게 걸리기도 하니까요. 수영은 월명의 손을 꼭 잡은 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조만간 행상을 접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보게, 수영이! 오랜만일세. 결혼했다면서? 늦게라도 축하하네.”


수영이 파발 관원 일을 할 때 알게 된 도붓장수 득수가 어스름녘에 찾아왔습니다.


“이런! 득수가 아닌가? 이게 몇 년 만이야? 함양엔 어쩐 일로?”

“경주에 갔다가 자네 집에 들렀지. 그런데 아버님이 자네에게 전해주라며 편지를 주더군. 마침 나도 거창에 일도 있고 해서 가는 길에 이렇게 온 거라네.”


수영은 편지를 건네받고 펼쳐보았습니다. 편지를 읽던 수영의 얼굴이 일순 잿빛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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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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