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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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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어시장 축제 행사 가운데 성신대제 별신굿 공연이 있어, 우리 지역 전통문화를 좋아하기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 구경을 갔지요.

마산의 어시장축제는 올해로 14회째라고 합니다. 열두 번이나 축제를 이어온 점은 어시장만의 행사진행 노하우를 쌓기에 충분한 기간이지요. 어시장축제위원회 운영위원들이 그 노하우를 충분히 발휘한 첫날 행사였던 것 같습니다. 크게는 어떻게 사람들을 모으는지 아는 것 같았고 그들을 자리에서 떠나지 않게 만드는 법을 아는 것 같았습니다. 첫날 행사 시작부터 끝날때까지 아마 화장실도 한 번 안 간 사람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어시장 가게 골목에 펄럭펄럭 나붙은 펼침막들이 축제 분위기를 한층 돋우었습니다. 한참 공연 중이어서 그런지 가게 앞을 오가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행사 시작할 즈음 전통행사 공연 때의 객석 분위기입니다. 나중에 축하공연이 있을 때엔 이보다 두 배는 늘었다고 보면 됩니다. 별 행사가 없는 시간에도 이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으니...



임영주 마산문화원장이 성신대제 마지막 무대로 용선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용선제는 통영의 무형문화재인 정영만 선생이 보유하고 있는 굿의 일종입니다. 새남굿의 한 형태인데 바다에 빠져 죽은 이를 용배에 띄워 넋을 위로한다는 무속입니다. 사진에서처럼 여성무속인의 굿에 이어 정영만 선생이 용선과 코믹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공연을 펼쳤습니다.





어시장 한 골목을 두고 양쪽에 각설이들이 출현했습니다. 내가 좀 고리타분한 성격이라 남자들이 브라자에, 치마, 팬티스타킹을 입고 이러는 모습은 눈에 거슬리더군요. 요즘 각설이들은 품위가 없어요. 적어도 품바후예라고 스스로 내세운다면 체면도 있어야 할텐데... 품바에겐 품바의 노래가 있는데 유행가로 모두 때우는 것도 그렇고... 앞을 지나가면 그야말로 소음 그 이상은 아닌 듯합니다.



얼마 전 창원남산상봉제에서도 출연해 낯익은 가수입니다. 이름이 퍼뜩 생각나지 않는데... 박주용이던가. 어쨌든 무대매너는 아주 좋은 가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객석과 소통하는 실력도 보통은 아닌 듯하고요. 수박나이트에 놀러오면 자기가 할인해주겠다며 은근히 업소 소개도 하고...ㅎㅎㅎ



이어서 좀 유명한 가수 신유가 무대에 올랐습니다. 나이드신 언니들이 우루루 무대 앞으로 몰려와서는 환호하고 난리부르스더군요. 아줌씨 팬이 많은 젊은 가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랠 들어보니 대부분 많이 들어본 노래들이었습니다. 특히 아내가 많이 불러서 귀에 익은 노래였는데... 기념으로 가까이서 사진촬영해 아내에게 선물을 ... ㅋㅋㅋ



어시장상인회 이사들이 나와서 경품추첨을 하고 있습니다. 옆에 있는 어떤 이는 서너장을 펼쳐들고 부르는 번호를 맟춰보던데 그중 하나도 걸린 게 없었어요. 꾸깃꾸깃.... 나도 팸플릿 받으면서 한 장 받았는데 역시나 땡. 경품은 나와 인연이 없나봐요. 산청쌀 10킬로... 어이구 만약 걸렸대도 그걸 어찌 들고다녀요? 잘됐지뭐. 



이천만 어시장상인회회장이 개회사를 하는 모습입니다. 이 회장의 개회사보다 안홍준 의원의 축사가 더 기억에 남는군요. 몇 년 전 이천만 회장을 만나 어시장축제가 더욱 알차고  풍성해졌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훌륭한 행사로 키워주었다면서 하는 말이 이제 이천만이 아니라 오천만이라고 불러도 되겠습니다. 뭐 이런 투의 이야기를 하자 좌중이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개회식이 끝나고 또 공연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더 늦으면 전어도 못먹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같아 인근 횟집에 들어가 올해 처음으로 전어맛을 보았습니다. 역쉬 소주안주론 최고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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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텔링)효자 이평과 무량산 호랑이(마지막편)

고성 대가면 유흥리 실존인물인 효자 이평에 얽힌 전설


(지난줄거리) 아버지의 병환이 심해지자 이평은 직접 대변을 확인하면서까지 극진히 부친간호를 합니다. 하지만 그런 정성에도 아버지는 세상을 하직하고 이윽고 갑자기 몸이 쇠약해진 어머니마저 병환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납니다.


부친에 이어 모친까지 연이어 돌아가시자 이평은 자신의 효가 부족하여 그렇다며 슬피 웁니다. 며칠째 산소에서 울다 결국 쓰러진 이평을 마을사람들이 데려와 간호를 합니다. 기력을 어느 정도 되찾은 이평은 부모님 산소에서 시묘살이를 하겠다고 합니다. 워낙 고집이 완강한 터라 마을 어르신들도 더는 말리지 못하고 묘 옆에 움막을 짓는데 도와줍니다.


이평의 소문이 자자해지자 함께 공부하던 이웃마을 아이들이 시샘을 합니다. 갑현이를 비롯한 아이들은 밤에 몰래 귀신으로 변복해 이평을 놀래킬 요량으로 산으로 들어서지만 짐승의 소리와 바람소리에 되레 겁을 먹고 줄행랑을 칩니다.


이평은 조만간 겨울이 닥치면 지하에 계신 부모님께서 추워하실까 염려되어 산소 주변에 석축을 쌓기 시작합니다. 가까이 있는 돌부터 차곡차곡 쌓아나갔지만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그래서 먼곳까지 가서 돌을 운반하려다 보니 금세 지쳐버립니다. 그렇게 2개월이 지났습니다.


추위가 닥쳤습니다. 하루는 밤늦도록 산소를 몸으로 감싸며 쓰다듬다가 이평은 피로에 지쳐 잠이 들고 맙니다. 몸에 성에가 내렸는데도 일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평의 꿈에 부모님이 나타납니다. 얼굴만 보고 돌아가는 부모님을 가지 말라고 부릅니다.


이평을 감싸고 있던 호랑이는 이평이 신음소리를 내자 흔들어 깨웁니다. 이평은 깜짝 놀라지만 호랑이가 자신을 잡아먹지 않은 데다 사람의 말까지 하자 이것 역시 꿈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꿈이라고 생각하니 호랑이가 그렇게 두렵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평은 호랑이와 농담도 주고받으며 하룻밤을 보냅니다.


………………………………………………………….


이평의 이야기를 쭉 들은 호랑이는 이평이 괜찮은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느 인간들은 배은망덕하고 욕심에 눈이 멀어 이웃을 해하고 부모형제마저 배신하기를 죽먹듯 한다는데 이평이라는 이 아이는 전혀 그런 사욕이 없으며 부모님을 극진히 모셨으며 돌아가신 후에도 이렇게 3년 동안이나 시묘살이를 하겠다니 이처럼 가상한 아이가 어디 있겠냐 싶었습니다. 이평도 호랑이의 사연을 듣고 싶었습니다.


“내가 태어난 곳은 백두산이야. 이땅에서 가장 높은 곳이지. 내 형제는 모두 여섯인데, 제일 맏형은 낭림산맥에 살고, 둘째는 함경산맥, 셋째는 마천령, 넷째인 나는 태백산맥, 다섯째는 소백산맥, 막내는 묘향산맥에 살아. 매년 첫 호랑이날에 우리가족은 백두산에 모여 함께 지내지.”

“그럼 섣달그믐께나 여길 떠나야겠구나. 여기 온지 얼마나 됐는데?”

“지난 가을에 무량산에 왔어. 온지 얼마 안 되어 너의 울음소리를 듣고 부모님이 돌아가셨구나 알게 되었지. 너 참 서럽게 울더라.”

“그랬구나.”

“백두산으로 돌아가기 전까진 네 부모님 산소 가에 석축을 쌓는 일 도와주고 싶은데, 같이 할까?”

“그렇게 해주면 나야 좋지!”


이평은 기분이 좋아 호랑이의 목을 끌어안았습니다. 털이 부드럽고 따뜻했습니다. 보름달이 서쪽 들판으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서당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의 소리가 시끌벅적해졌습니다. 오늘은 훈장선생님이 이평의 이야기를 화두삼아 꺼낸 것이 논쟁으로까지 번졌습니다.


“갑현아, 넌 평이한테 무슨 감정이 있는 거니? 가서 확인해본 것도 아니면서 너무 심한 말을 한 거 아냐?”


시형은 수업시간 때 갑현이가 이평에 대해서 거짓효자라고 한 것에 대해 친구들 앞에 사과하라고 계속 주장했습니다. 갑현이의 친구들은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두둔하고 나서는 바람에 논쟁이 격해졌는데, 훈장이 그 논쟁을 중단시키지 않았다면 싸움까지 벌어졌을지 모를 일입니다. 그런 그들이었기에 수업이 끝나자 다시 말싸움이 벌어진 것입니다.


“우린 한 마을에 살기 때문에 평이가 어떤 아이인지 너희들보다 훨씬 더 잘 안다. 그런데, 너희들은 평이를 얼마나 알고 있기에 가짜 시묘살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냐? 평이가 시묘살이하는 곳에 가보기나 하고 그런 말 하는 것이냐?”


시형이 갑현에게 쏘아붙였습니다.


“너희들은 평이 말만 믿고 객관적으로 현실을 볼 줄 모르는구나. 생각을 해봐라. 이 겨울에 산에 어떻게 혼자 지낼 수가 있으며, 산짐승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조그만 움막에서 혼자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참 어리석기는.”

“그래, 니 말대로 평이가 시묘살이를 하지 않는다고 치자. 벌써 두 달째 양식이 떨어졌을 때 말고는 마을에 내려온 적이 없는데, 그러면 평이가 어디서 잔다는 말이냐?”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어디 자는 데가 있겠지. 아니면 너희들 몰래 집에 와서 새벽에 다시 산으로 돌아가든가.”

“그걸 말이라고 하니? 평이가 그럴 이유가 없잖아. 하루 이틀 집에서 잔다고 해서 죄가 되는 것도 아닌데 몰래 숨어서 자고 갈 이유가 없는데 왜 그렇게 억지만 부려?”

“좋다. 그러면 지금 당장 평이가 시묘살이 하는 곳으로 함께 가보자.”


갑현이는 평이가 효자라고 온동네 소문난 것에 시샘이 나서 거짓효자라고 억지주장을 하고 짐작한 것을 사실처럼 밀어붙인 거였습니다. 그게 먹혀들지 않자 시묘살이 현장을 함께 확인하러 가자고 말해버린 것인데 평이가 시묘살이를 하고 있을 게 뻔하여서 괜히 말했나 후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이어서 주워 담을 수도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이평이 시묘살이를 하고 있는 산으로 향했습니다. 한편, 이평과 호랑이는 무량산 계곡에서 반듯한 돌을 고르느라 여기저기 헤매듯 다녔습니다. ‘심봤다!’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물론 이 소리는 이평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겐 ‘어흥!’ 하는 소리로 들렸을 겁니다. 이평은 호랑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야, 멋진 돌이네!”

“아직 감탄하긴 일러. 이보다 더 멋진 돌들을 계속 찾아낼 테니까!”


이평은 돌을 큰 주머니에 넣어 호랑이 등에 걸쳤습니다. 이평도 괜찮은 돌 몇 개를 주워 지게에 얹었습니다. 어느 정도 모양 있게 석축을 쌓으려면 하루에 몇 번을 왔다 갔다 해야 하기 때문에 이평과 호랑이는 서둘러 시묘 움막으로 향했습니다. 호랑이가 한참 앞서 걸어갔습니다. 이때 아이들은 움막에 다다랐습니다.


“평아, 우리 왔다!”


이평과 가장 친한 친구인 시형이가 큰소리로 불렀습니다. 아이들이 움막 가까이 다가갔는 데도 이평의 인기척은 나지 않았습니다. 시형은 이상하다 생각하고 움막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평의 부모님 산소 뒤 석축만 쌓다 만 채로 있어 썰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봐라, 내가 뭐랬어! 3년 시묘살이? ! 아마 3일 시묘살이하고 어디로 내뺐을 거야, 분명히!”


갑현이가 시형이와 아이들에게 거드름피우듯 턱을 까딱까딱하며 큰소리를 쳤습니다.


“혹시 무서운 산짐승에게 물려간 것은 아닐까?”


시형은 덜컥 걱정이 되었습니다. 시형이는 묘소 주변을 왔다 갔다 하며 이평을 불렀습니다. 그러나 어디에도 이평의 모습이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시형과 아이들이 이평에게 잘못된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걱정을 하며 여기저기 찾아다니고 있는 사이에 갑현은 자신을 따르는 아이들과 함께 움막에 불을 질렀습니다. 시형이 ‘불?’ 하는 불길한 느낌이 들자마자 움막 쪽을 반사적으로 돌아보았습니다.


“갑현이 너, 지금 뭐하는 짓이야?”

“주인도 없는 움막, 놔두면 뭐할 건데?”

“너, 정말 천벌을 받는다!”


시형과 친구들은 급한 대로 주변의 흙을 긁어모아 움막에 뿌렸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움막은 대부분 짚과 대나무로 되어 있어서 활활 급속히 타올랐습니다. 뿌연 연기가 온 산에 퍼졌습니다. 이평을 앞서가던 호랑이가 능선에서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움막 쪽에서 뭔가 타는 냄새가 났기 때문입니다.


“움막이 타는 것 같은데?”

“설마, 움막이 저 혼자 저절로 탈 리가 없잖아.”

“이 냄새는 분명히 네 움막 쪽에서 나는 거야. 무슨 일이 생긴 것 같군. 일단 내가 어서 가서 불을 꺼야겠어.”


호랑이는 그렇게 말하고 빠른 속도로 뛰었습니다. 호랑이 등에서 돌주머니가 벗겨져 계곡 아래로 굴러 떨어졌습니다. 호랑이는 더욱 빠른 속도로 달렸습니다. 움막이 불에 타는 것을 본 시형은 얼른 되돌아와 불을 끄려했지만 물도 없고 어찌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너희들 정말 너무하는구나. 평이가 이곳에 안 보이면 여기저기 찾아볼 생각은 않고 걔가 사는 집을 불태워버리다니. 너희들이 그러고도 사람이냐?”

“뭐야? 이 놈이! 똑똑히 봐. 네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이평이 여기에 없다는 것을! 하하하! 거짓효자, 맞지? 그 녀석 분명히 산짐승이 무서워 어디선가 숨어 지내는 게 틀림없어! 하하하!”


크르르렁. 그때 산소 위쪽에서 커다란 호랑이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이들은 갑현이 등 뒤로 호랑이가 서서히 걸어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와들와들 떨었습니다. 그러나 갑현이는 움막이 불에 타는 소리와 자신이 큰소리로 떠드는 소리 때문에 등 뒤의 인기척은 전혀 알지 못하고 그저 아이들이 자신의 말에 주눅이 들어 공포에 질린 모습을 하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갑현은 더욱 큰소리로 거드름을 피웠습니다.


“앞으로 말이야, 내 말이라면 콩을 팥이라고 해도 믿어야 해. ! 알겠지?”


갑현이 계속 말을 하려는데 아이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살금살금 뒷걸음을 쳐서 산 아래쪽으로 내려가더니 몸을 홱 돌려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뛰어 내려갔습니다. 갑현은 그제야 얘들이 왜 저래 하는 얼굴을 하고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크르르렁! 갑현의 눈과 호랑이의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갑현은 그 자리에서 벗어버린 옷처럼 바닥에 널브러져버렸습니다.


한참 후에 갑현이 눈을 떴습니다. 이평이 맞은편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여겼습니다. 왜냐하면, 이평은 이미 그 호랑이 밥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정신이 좀 들어?”

“여기가 저승 맞지? , 호랑이에게 언제 물려 죽은 거냐?”

“하하하하!”


이평은 갑현의 엉뚱한 소리에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무슨 소리야? 넌 살아있어. 나도 살아있고. 세게 꼬집어줄까?”


이평은 갑현의 뺨을 살짝 꼬집었습니다.


“아얏!”


갑현은 한참 어리둥절해 했습니다. 호랑이를 바로 코앞에서 만났는데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뿐더러 호랑이가 있던 곳인데 이평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자신을 간호하고 있으니 말예요.


“호, 호랑이는?”

“무슨 호랑이 말이냐? ~! 덩치 큰 백두산 호랑이 말이지? 니 뒤에 있는 저거 말야?”


무슨 농담이냐 싶으면서도 갑현의 고개는 자연스레 뒤로 돌아갔습니다. 으악! 갑현은 그 자리에서 다시 혼절하고 말았습니다. 용감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이렇게 간이 적은 애였나 하며 이평은 갑현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갑현이 겨우 다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때 그의 눈앞에는 호랑이와 이평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갑현은 호랑이가 계속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어서 온몸이 와들와들 떨렸습니다.


“야, 손갑현! 내 움막 니가 저리 만들었으니 니가 다시 지어줄 거지? 이 호랑이 친구가 널 계속 지켜보겠다는데?”

“무, 무울론이야. 내가 태웠으니 내가 지어야지. 근데, 저 호랑이 사람 잡아먹지 않니?”

“사람 안 잡아먹는 호랑이 본 적 있니? 너는 덩치도 크고 맛있게 생겼다는데…. (그러면서 호랑이를 쳐다보며) 그렇지, 호랑아?”


이평의 말에 맞장구를 치듯 호랑이는 ‘어흥’ 소리를 한 번 내더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제발 용서해줘. 두 번 다신 널 미워하지 않을게. 저 호랑이에게 난 정말 맛이 없다고 말해줘. 제발 부탁이야, 평아!”


갑현은 정말 호랑이에게 물려 자기가 죽는다고 여겼는지 눈물을 펑펑 쏟아냈습니다. 이평은 속으로 한참 웃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갑현은 이평과 함께 움막을 새로 지었습니다. 갑현은 이평이 자신을 용서해준 걸 고맙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둘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갑현은 종종 음식을 어머니께 차려달라고 해서 이평에게 갖다주었습니다. 다른 친구들도 이평이 시묘살이 하는 곳을 종종 찾아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두 호랑이와도 친구가 되었습니다.


묘소 주변 석축을 쌓는 일에는 호랑이를 비롯한 이평의 모든 친구들이 힘을 모았습니다. 모두 힘을 합치니 이평 부모님 묘소 석축은 추운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완성되었고 이평은 3년 시묘살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시묘살이가 끝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이평은 과거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밤늦도록 공부를 하고서야 늦게 잠이 들었는데, 꿈자리가 편안하지 못했습니다. 얼마전 백두산 가기 전에 통영엘 다녀오겠다는 호랑이가 꿈에 나타난 것입니다.





“아흐헝! 평아, 날 좀 구해줘. 함정에 빠졌는데 도저히 빠져나갈 수가 없네. 조금 있으면 사냥꾼들이 몰려올 텐데, 큰일이야! 어서 서둘러줘!”


이평은 잠을 깨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꿈이라기엔 너무나 생생하였습니다. 꼭 옆에서 호랑이가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인시도 되지 않은 시각이었지만 이평은 역참 관리원이 된 시형을 찾아갔습니다. 그 역참에는 서른 마리가 넘는 역마를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이평의 이야기를 들은 시형은 자신이 관리하는 말 중에서 가장 빠르고 튼튼한 말을 마구간에서 데리고 나왔습니다. 잘생긴 백마입니다.


“고마워.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친구의 부탁을 거절 않고 들어줘서.”

“무슨 말인가? 친구 사이에.”


이평은 삼년상을 하는 동안 혼자 글공부만 하였기에 말을 탈줄 몰랐습니다. 하지만 시형은 역참 관리가 된 후 온갖 말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느 역졸들보다 기마법도 뛰어났습니다. 시형이 먼저 말 등에 올라타고 이평은 그의 뒤에 올라탔습니다.


“이럇!”


따그닥따그닥. 말발굽소리가 경쾌합니다. 반시진도 못되어 호랑이가 함정에 빠진 통영 관문에 도착하였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횃불을 켜고 몰려있습니다. 이평은 순간적으로 호랑이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놓여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시형아, 저기야. 서둘러!”


시형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을 급히 말을 달렸습니다.


“잠깐 멈추시오!”


도착하자마자 말에서 뛰어내린 이평이 사람들에게 달려가면서 말했습니다. 포수들은 금방 총을 쏘려던 자세를 풀고 이평을 향해 돌아보았습니다. 함정 속에는 무량산 호랑이가 불안한 표정으로 밖을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이평은 호랑이에게 안심하라는 듯 신호를 하고 포수들에게 말했습니다.


“여보시오, 그 총 내려놓으시오. 그 호랑이는 사람을 해치는 짐승이 아니오. 내 오랜 친구요.”


사람이 호랑이와 친구라니? 포수들은 갑자기 나타난 젊은이가 하는 소리를 믿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면 내가 저 함정 속으로 뛰어 들어가면 내 말을 믿어주겠소?”

“젊은이, 괜히 만용을 부려 생목숨 버릴 생각이오?”

“아니오, 저 호랑이는 내가 3년 부모님 묘소 시묘살이 하는 동안 줄곧 나와 함께 있었던 오랜 지기라오.”

“그러면 들어가 보시오. 만약 그게 확인되면 호랑이를 살려주겠소.”


이평은 함정 속으로 뛰어내렸습니다. 포수들은 젊은이와 호랑이가 끌어안고 반가워하는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정말이군. 감동이오. 호랑이가 당신과 함께 시묘살이를 했다하니 이는 보통 영물이 아닌 듯하오. 여기 통나무를 내려드릴 테니 호랑이와 함께 빠져나오도록 하시오.”


통나무를 내려준 포수들은 돌아갔습니다. 이평과 호랑이가 밖으로 나오자 시형도 반가워하였습니다. 이평과 호랑이는 다시 깊은 포옹을 하였습니다.


“잘되었네. 잘되었어!”


시형은 말에 올랐습니다. 이평은 호랑이의 등에 올라탔습니다. 그리고는 통영을 벗어나 고성 바닷가를 힘차게 달렸습니다. 멀리 수평선 위로 아침해가 발갛게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전설텔링)효자 이평과 무량산 호랑이(1)

(전설텔링)효자 이평과 무량산 호랑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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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텔링)효자 이평과 무량산 호랑이(2)

고성 대가면 유흥리 실존인물인 효자 이평에 얽힌 전설


(전편 줄거리)어린 이평은 어머니께서 건강하지 않자 아버지 병구완을 도맡다시피 하면서도 전혀 불평이 없고 오히려 보통 사람은 하기 어려운, 대변의 맛을 보면서까지 부친의 건강 상태를 확인합니다. 얼마나 부모님에 대한 효성이 지극하면 그런 행동까지 서슴없이 할까요?


하지만, 이평의 그런 노력에도 아랑곳없이 아버지는 병환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슬픔에 잠긴 이평은 매일같이 아버지 산소를 찾아 정성스레 성묘를 합니다. 설상가상이라고 했던가요? 아버지의 별세에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마저 세상과 하직을 하게 됩니다.


졸지에 양친 부모 모두를 잃은 이평은 묘소 앞에서 며칠째 음식도 먹지 않고 곡을 합니다. 이평은 부모님의 돌아가신 것이 제대로 효를 다하지 않은 자신 탓이라고 여깁니다. 마을 사람들은 산에서 들려오는 이평의 그치지 않는 곡소리에 안타까워 합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에도 이평의 곡은 끊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또 며칠. 비가 그치고 산으로 달려간 마을 사람들의 이평이 지쳐 쓰러진 모습을 발견합니다. 마음씨 좋은 이웃들은 이평을 데리고 내려와 극진히 간호합니다.


이웃의 보살핌으로 기운을 차린 이평은 다시 공부를 시작하라는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3년 시묘살이를 하겠다고 말을 합니다. 시묘살이라는 게 묘소 옆에 움막을 짓고 산소를 보살피는 생활을 일컫는 말입니다.


…………………………………………………………………………………………


어린 이평이 부모님 무덤가에서 3년간 시묘살이를 하겠다고 완강하게 나오자 마을 사람들도 더는 말리지 않았습니다. 벌써 그러한 고집을 확인했던 터라 그렇게 말린다고 포기할 이평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평이 부모님 묘소 옆에 움막을 짓는 일에는 마을 아저씨들이 도와주었습니다. 친구들도 볏짚을 날라주었습니다. 시형이라는 서당 친구가 새끼를 꼬는 이평에게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다가왔습니다.


“평아, 얼마 있지 않으면 추운 겨울이 올 것인데, 게다가 한밤중엔 호랑이가 나온다고 하니 니가 자칫 잘못될까 봐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내 걱정은 하지마. 너무 힘이 들면 마을로 내려갈게.”

“그래, 꼭 그렇게 해야 해.”


이평과 시형은 손가락을 걸었습니다. 어느덧 움막이 완성되었습니다. 이어 마을 아저씨들은 움막 바로 옆에 음식을 할 수 있도록 야외화덕도 만들었습니다. 마을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시묘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다 지었지만 이평은 첫날을 마을에 내려가 보냈습니다.


한동안 얼굴 보기 어려울 것 같아 친구들이 이평의 집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이평과 친구들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밤을 보냈습니다. 이튿날 아침이 되었습니다. 이평이 옷가지와 서책을 몇 권 챙겨 집을 나섰습니다. 친구들이 환송해주었습니다.


서당에서는 이평을 두고 서당 동무들 간에 실랑이가 일기도 했습니다. 이평을 잘 아는 친구들은 어지간해선 이평이 3년 시묘살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고 다른 동무들은 산에는 범도 많고 무시무시한 다른 짐승들도 많아 한 달도 못 견뎌 집으로 내려올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그런 친구들의 실랑이를 알 리 없는 이평은 지극정성으로 밥을 지어 부모님의 산소에 아침, 점심, 저녁 공양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습니다. 쌀이 떨어져 이평이 마을로 내려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평의 건강한 모습을 보고 안심했습니다.


“평아, 절대 끼니를 걸러서는 안 된다. 니가 건강해야 시묘살이도 잘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밭일을 하던 덕만 아저씨가 맨 처음 산에서 내려오는 이평을 보고 말했습니다.


“네, 저도 이제 제가 건강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평이 마을로 내려온 것을 본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반가운 표정으로 맞이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어린 아이가 혼자 시묘살이하는 것을 대견해하였습니다. 이평과 한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이평을 대단한 아이로 칭찬하고 친구들도 그런 이평을 자랑스러워 하는데 다른 마을에 사는 서당 동무들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이평이 잠시 마을로 내려왔다는 소문을 들은 이웃마을 서당동무들은 이평을 시기질투하였습니다. 그들의 생각대로라면, 이평이 산속 짐승 소리가 무서워 벌써 마을로 내려왔어야 정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웃으며 내려와서는 다시 시묘살이 준비를 하는 모습에 심통이 부풀어올랐습니다.


이평은 이웃마을에서도 어른들로부터 ‘효자’라는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그러한 어른들의 칭찬이 자기 아이들에게 오히려 이평을 시샘하게 만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희한한 일입니다. 이평이 사는 마을의 친구들도 그들의 부모님으로부터 효자 이평 이야기를 듣기는 매한가지입니다만 이웃마을 아이들과는 달랐습니다. 오히려 이평을 자랑스러워했으니까요.


이평이 시묘살이 용품들을 챙겨 다시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날 밤이었습니다. 이웃마을 아이들은 이평을 골려줄 요량으로 마을 공터에 모여 작당 모의를 하였습니다. 귀신처럼 하얀 천을 덮어쓰고 놀라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이평이 겁을 먹고 두 번 다시 시묘살이한답시고 산에 올라가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만면에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렇게 이평이 산에서 내려오면 겁쟁이라고 놀리면서 이쪽 서당 아이들 모두 같은 겁쟁이로 싸잡아 놀려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때? 우리 작전이 완벽하지? 자 이제 산으로 가자고!”


갑현이라는 아이가 심술궂은 말투로 다른 아이들을 둘러보며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움찔하면서도 그의 뒤를 따라 초승달 그림자를 밟으며 산길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길가에 서 있는 키 큰 미루나무 그림자는 간혹 으스스 소리를 내면서 아이들의 그림자를 지우곤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자기들의 그림자 위로 흔들리는 미루나무 그림자를 두려운 표정으로 보았습니다. 도깨비인 듯 삼각형 얼굴에 하얀 눈이 감았다가 떴다가 하는 듯이 보였습니다.


산길 입구에 다다랐습니다.


“크륵크륵.”


숲 속에서 걸걸한 짐승의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앞장서서 걷던 갑현이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도저히 더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간이 콩알만 해지고 심장이 얼음 위에 놓인 듯 와들와들 떨렸습니다. 갑현이는 은근히 바로 뒤따라오던 아이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을 했습니다.


“너, 밤눈 밝지? 앞장서! , 내가 어두운 데선 앞을 분간 못 해.”

“에이, 난 겁나는데!”

“겁쟁이, 이게 뭐가 겁난다고 그래? 바로 뒤따라 갈 테니까 앞장 서라구!”


갑현의 으름장에 마지못해 앞서 걷던 아이가 바람 때문에 바스락거린 나뭇잎소리에 놀라 뒤돌아 냅다 뛰었습니다. 그러자 갑현이도 지레 겁을 먹고 뒤따라 뛰고 그 뒤를 따라 영문도 모른 채 다른 아이들도 마을길로 부리나케 뛰었습니다.


“컹! , !”


덕만 아저씨 집의 백구가 잠결에 무슨 일인가 싶어 퍼뜩 일어나더니 초승달을 향해 마구 짖어댔습니다.


그 시각 이평은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촛불을 켜고 서책을 읽고 있다가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움막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날씨가 이제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서쪽 하늘에 초승달이 걸렸습니다. 별들도 까만 하늘에 보석을 박아놓은 것 같이 반짝였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아버지 어머니 무덤 가에 돌담을 쌓아야겠다. 겨울이 닥치면 얼마나 추우실까.”


이평은 주변의 돌들을 그러모아 무덤 주변으로 하나씩 돌을 얹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어색하던 손놀림이 이젠 제법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 손을 보름달이 훤하게 비추었습니다. 이평은 이마에 흐른 땀을 손등으로 닦았습니다. 두어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평의 얼굴엔 제법 어른스러운 티가 났습니다.


무덤 주변엔 이제 돌담에 얹을 돌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죄다 끌어다 쌓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멀리서 돌을 옮겨야 하는데, 어린 이평으로선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지게도 없이 무거운 돌을 들고 옮기려니 금세 몸이 피로해졌습니다. 내일 마을에 내려가 지게를 가져와서 돌을 날라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평은 부모님 산소를 쓰다듬으면서 중얼거렸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춥더라도 조금만 참으세요. 내일은 바지게를 가져와 바람막이 돌담을 튼튼하게 쌓아드릴게요.”


너무 피곤했던 탓인지 이평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겨울 찬바람이 산소를 휘돌아 이평의 몸을 얼려놓고 지나갔습니다. 이평의 체온이 점점 내려갔습니다. 한식경이 지날 쯤엔 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습니다. 그러면서 얼굴이며 머리카락이며 하얀 성애가 생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이평은 얼어 죽는가 봅니다. 지금까지 잘 버텨왔는데, 돌담을 쌓느라 너무 무리했나 봅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이평은 몸이 가벼워짐을 느꼈습니다. 몸이 따뜻했습니다. 눈을 뜨니 온산에 꽃향기가 가득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산소 주변에도 예쁜 꽃들이 즐비했습니다.


산소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다시 살아나신 거예요?”

“그래, 우리 아들 보고 싶어서 옥황상제께 부탁했더니 이렇게 세상으로 보내주셨구나.”

“정말 잘되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이젠 저를 두고 가지 마세요.”

“그럴 수는 없단다. 잠시만 너를 보고 돌아가겠다고 상제님께 약속을 했단다. 이렇게 너를 다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구나.”

“안돼요, 가지 마세요. 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어머니!”





이평이 신음소리를 내자 호랑이는 이평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간신히 눈을 뜬 이평은 자신이 호랑이 품속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몸을 빼고 물러나 앉았습니다. 호랑이는 온화한 표정으로 이평을 보았습니다. 이평은 호랑이가 당장 자신을 잡아먹진 않을 것임을 눈치챘습니다.


“그런 몸으로 이 추운 겨울에 시묘살이한다는 게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정녕 모르고 하는 행동이냐?”


호랑이가 말을 하였습니다. 이평은 이것도 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꿈이 아니고서야 어찌 호랑이가 말을 하겠습니까. 그런데 희한하게도 꿈이라고 여겨서 그런지 몰라도 호랑이가 별로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꿈이 아니라면 언제 호랑이와 말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싶어 이평도 호랑이에게 말을 붙였습니다.


“호랑아, 나 죽은 거 맞지? 내 영혼이 너와 이야기하는 거지?”

“아니, 넌 살아있어. 내가 다른 사람에겐 말을 못해도 너와는 얘기할 수 있지.”

“그것 참 이상하구나. 그러면 내가 호랑이 말을 하는 거니? 니가 사람 말을 하는 거니?”

“하하하! 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구나. 넌 사람이니 사람 말을 하고 난 호랑이니 호랑이 말을 하지.”


이평은 이 겨울 산속에서 호랑이가 자신을 잡아먹지 않은 것이 이상했습니다. 아무리 꿈이지만 그것도 난생 처음 보는 호랑이가 체온으로 얼어죽을 뻔한 자신을 살려낸 것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꿈이겠거니 하고 볼을 살짝 꼬집었습니다.


“아얏!”


분명히 꿈은 아닐 텐데 어떻게 내가 이 무시무시한 호랑이에게 잡아먹히지도 않고 호랑이와 대화까지 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꿈에서도 꼬집으면 아픔을 느낄 수 있는 모양이다 생각한 이평은 계속 호랑이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둘의 시각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호랑이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이평의 모습을 볼까요. 이평이 인간의 말을 호랑이에게 건네면 호랑이는 알아들었다는 듯이 “어흥, 크르렁, 어흥, 어흥”하고 대답을 합니다. 그 말을 이평은 사람의 말로 알아들었던 것입니다.


“나를 잡아먹지 않고 왜 살려주는 거야?”

“피골이 상접한 널 잡아먹으면, 배나 부르겠어?”


호랑이는 농담을 던졌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이평에게 어린 나이에 이렇게 깊은 산속에서 부모님 묘소를 지킨다는 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칭찬하였습니다.


“그런 널 어떻게 잡아먹겠니? 너같은 효자를 잡아먹었다면 옥황상제님께서 그 벌로 다음 생에는 고양이로 태어나게 할지도 모르는데. 헤헤.”


호랑이와 이평은 큰소리로 웃었습니다. 보름달이 훤히 비친 무량산 자락에서 시작된 호랑이와 사람의 웃음소리가 겨울바람을 타고 마을로 퍼져나갔습니다.(다음주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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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텔링)효자 이평과 무량산 호랑이(1)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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