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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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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신라의 원군 요청으로 안라국 경계선인 방어산까지 남하한 광개토대왕의 3만 병사는 지수 평야에 진을 칩니다. 안라국왕은 3000의 군사밖에 없어 중과부적임을 인식하지만 끝까지 대항해 싸울 것을 어전회의에서 결정합니다. 이에 따라 아들이자 대장군인 무시우가 방어산 정상에 기지를 세우고 광개토군과 맞섭니다.


광개토는 직속 부하장수 현무에게 정예병 500을 주어 적진을 교란, 타격을 줄 것을 명합니다. 이들은 방어산 자락에서 무시우의 부하장수이자 살수인 쾌수에게 들켜 폭포수 같은 불화살을 맞고 전멸당합니다. 겨우 쾌수만 살아서 광개토에게 돌아갑니다.


무시우군의 화력을 확인한 광개토는 안라국 내에 첩자를 보내 왕을 암살하고 분란을 일으켜 우시우군을 무력화할 작전을 짜고 아끼는 부하장수인 백호를 보냅니다. 무시우 역시 광개토의 대군을 무력화할 방법은 적진에 간첩을 심어 군사들 간에 분란을 일으키게 하여 전력을 무력화한다는 계획을 짭니다. 무시우는 다시 쾌수를 민간인으로 변복하게 하여 보냅니다.


광개토의 백호, 무시우의 쾌수는 대가야 시장에서 만나게 됩니다. 지혜가 뛰어난 쾌수는 백호를 보자마자 고구려 군사임을 눈치챕니다. 그가 안라국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동네 건달인 척하며 시비를 겁니다. 계속 백호의 약을 올려서 결국 싸움을 하게 되나 대가야 관군들이 출동하는 바람에 싸움을 그치게 됩니다. 그 사이에 백호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보이지 않습니다.


쾌수는 계획을 바꾸어 다시 무시우에게 돌아옵니다. 무시우는 백호를 사로잡을 계획을 세우고 쾌수에게 궁궐에 병사들을 포진하게 하여 생포할 것을 명합니다. 백호는 안라국 궁궐에 암습하여 국왕을 시해할 계획으로 경계가 허술한 틈을 타서 들어갑니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쾌수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채 말입니다.


국왕의 침실 앞에서 칼을 빼어 든 백호. 그때 안라국 병사들이 그를 둘러쌉니다. 놀란 백호의 눈앞에 대가야 시장통에서 만났던 쾌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더욱 놀랍니다. 그제야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어차피 죽은 목숨이지만 백호는 쾌수의 실력을 재확인하기 위해 단둘이 실력을 겨루자고 제안합니다. 쾌수은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연무장에서의 대결. 백호의 단검이 쾌수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갑니다.


……………………………………………………


눈 깜짝할 순간이었지만 쾌수는 여유 있게 피했습니다. 무시우 군사 중에 가장 몸이 빠르기로 소문난 쾌수다운 움직임이었습니다. 백호는 이미 일합을 펼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전광석화 같은 일촌단검에 걸려들지 않은 것에 그리 놀라지 않았습니다.


백호는 다시 쾌수 쪽으로 재빨리 돌려 몸을 낮췄습니다. 쾌수의 허점을 노려 신속히 공격하기 위함입니다. 반대로 쾌수의 표정은 여유롭습니다. 별로 긴장한 기색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 백호의 공격패턴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백호는 몇 번의 공격이 실패로 돌아가자 상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강하구나!’ 백호는 이제 마지막 공격으로 사생결단을 내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성공해도 생명을 보장받을 수 없는 공격. 대신 자신보다 한 수 위인 상대에게 걷지 못할 정도의 타격만 주어도 성공이라 할 수 있는 공멸타법. 백호는 서서히 쾌수에게 다가갔습니다.


쾌수는 백호의 마음을 이미 읽었습니다. 최선의 공격이 최선의 방어. 쾌수는 몸을 날렸습니다. 몸을 돌려 자신의 방향으로 공격해오는 백호의 손을 비켜 잡고 당기면서 발을 걸었습니다. 백호는 그대로 몸이 허공에 원호를 그리며 땅에 처박혔습니다. 백호의 마지막 공격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와아!”

쾌수의 병사들이 환호를 질렀습니다.

“이자를 포박하라!”
“예, 장군.”
“방어산으로 간다.”


방어산 산채. 무시우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백호를 찬찬히 내려다보았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여러 번 자결을 시도하였으나 번번이 실패하자 기력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녹초가 되었습니다. 적장을 마주하고 있지만 고개를 들어 쳐다볼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죽여주시오.”
“무슨 말씀이시오? 그댄 광개토왕의 직속 부하장수로 중요한 인재라고 들었소. 뿐만 아니라 이 전쟁의 확산을 막을 열쇠를 쥔 존재이기도 하지요.”


그제야 백호는 고개를 들었습니다.


“무슨 말이오?”
“고구려 군이 되돌아가는 조건으로 그대를 인계할 생각이오.”
“제 주군께선 받아들이지 않을 거요.”
“부하를 죽음으로 내모는 주군은 없소. 당신의 주군은 반드시 그대를 살리고자 할 것이오.”


무시우는 쾌수에게 말했습니다.


“이자를 광개토가 잘 볼 수 있도록 바위산 위에 높은 기둥을 세워 묶어라.”
“예, 대장군.”


광개토 진영. 순간 병영이 어수선해지면서 한 병사가 광개토가 있는 본진으로 달려갑니다.


“폐하! 적진 방어산 꼭대기에…, 백호장군께서….”
“무슨 소란이냐? 정확히 아뢰지 못하겠느냐?”


광개토 옆에 서 있던 주작이 병사의 성급한 행동을 나무랐습니다.


“그래, 무슨 일이냐?”


광개토가 묻자 병사가 또박또박한 말로 다시 아뢰었습니다.


“조금 전에 적의 산꼭대기에 높은 나무기둥이 하나 세워졌사온데, 거기에 백호장군께서 포박된 채 매달려 있사옵니다.”
“뭐야?”


광개토는 바로 천막 밖으로 나갔습니다. 멀리 보이는 방어산 꼭대기에 자신의 손발이나 다름 없는 백호 장군이 나무기둥에 묶여 있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6척 길이의 화살이 광개토의 발 앞에 꽂혔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적의 화살이 대왕의 발끝에 꽂히자 호위무사들이 당황한 나머지 어찌할 줄을 몰랐습니다.

주작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무리 좋은 활에 힘이 장사라도 적진에서 여기까지 화살을 날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방어산 정상에서 고구려군의 진지까지는 아무리 못 잡아도 1000보가 넘는 거리. 안라국 병사 중에 이 정도의 궁력을 지닌 자가 있다면 작전을 군진의 배치를 다시 해야 할 정도입니다.


“폐하, 화살 끝에 편지가 있습니다.”


주작은 화살에 묶인 편지를 풀어 읽어보았습니다.


“백호를 돌려주는 대신 군대를 철수하라는 군요.”
“음.”


광개토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날 밤. 광개토는 주작을 불러 백호를 구출해올 것을 명령했습니다.


“백호가 잡혀 있는 이상 왜나라는 물론 가야도 모두 점령하기 어려울 것이다. 주작 장군이 백호 장군을 구출해오라.”
“존명!”


주작은 야음을 틈타 방어산으로 향했습니다. 마침 초승달 달빛마저 구름에 가렸다 벗어났다 반복하여 몸을 은폐하기에 아주 이상적이었습니다. 주작은 빠르게 산을 타고 올랐습니다.


“이보게, 정신 차리게. 오늘 밤 고구려 군사가 이 고구려 장수를 구하러 올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절벽 아래를 수시로 살펴보게.”
“우리 군사가 열 겹으로 철통경계를 하고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뚫고 들어가 저 고구려 장수를 구한단 말인가? 말도 안 되네.”
“허긴. 그래도 마금 장군의 특명이니 정신 바짝 차리시게.”


마금 장군은 쾌수 장군과 같은 지위의 장수입니다. 그 역시 어렸을 때부터 무시우 장군과 함께 자란 친구와 같은 인물이지요. 주작은 방어산 남쪽 골짜기를 타고 산을 올랐습니다. 골짜기여서 처음엔 경사가 완만해도 고개에 다다를수록 오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방어산 서쪽 지형은 절벽이 많아 오르다가 적의 눈에 띄기 쉬워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주작은 절벽 아래쪽에 다다라 위로 쳐다보았습니다. 경계병들은 수시로 내려다보았습니다. 이러다간 잠입 기회를 잡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날이 새면 작전은 수포로 돌아갑니다. 주작은 깊이 고민에 빠졌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산채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돌아 잠입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안라국 백성들이 군진으로 드나드는 산문까지 반 시진(1시간)이 걸렸습니다. 안라국 병사 2명이 지키고 서 있었습니다. 잠시 동정을 살피는데 경계병 하나가 산문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잠시 뒷간에 다녀올 테니 나 대신 경계 철저히 하게.”
“걱정 말게. 여기서 고구려 포로에게까지 가려면 두 시진이나 걸리는 거리인데 설마 이곳에 별일이야 있겠는가?”
“그래도 마금 장군님의 특별지시이지 않은가?”
“알겠네, 어서 다녀나 오게.”


주작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바람같이 달려가 홀로 서 있는 병사 뒤쪽으로 가서 수도를 이용해 기절시켰습니다. 그러고는 병사가 입고 있던 못을 벗겨 자신이 입었습니다. 다른 경계병이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주작은 재빨리 복장을 갖춰 경계병 흉내를 내었습니다.


“별일 없었나?”
“그 잠시 동안 무슨 별일이 있겠나?”
“자네 목소리가 갑자기 왜 그래?”
“쿨럭! 감기 때문인가 봐. 나도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네.”
“빨리 갔다 오게.”


그길로 주작은 산채 쪽으로 향했습니다. 밤늦은 시각이지만 특별 경계 명령이 떨어진 상황이어서 병사들의 임무교대가 여러 곳에서 일어났습니다. 주작에겐 다행한 일이었습니다. 산길을 오르는 동안 어느 장교가 어딜 가느냐고 물었고 주작은 경계근무 교대하러 간다고 하면 되었습니다. 장교들은 이동하는 병사의 신분과 소속을 확인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주작은 산채로 이동하면서 안라국 병사들의 습관을 잘 살폈습니다. 만나면 누구에게나 ‘어이, 별일 없나’ 하며 인사를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주작은 그러한 안라국 병사들의 습관을 적절히 활용하며 방어산 정상 백호장군이 묶여 있는 곳에 다다랐습니다.


백호장군을 중심으로 병사 서른 명이 겹겹이 둘러 서 있었습니다. 여기서는 임무 교대 핑계가 먹혀들 것 같지 않았습니다. 모두 서로 얼굴을 아는 까닭에 섣불리 나섰다가는 바로 들통나기 십상이었습니다. 1대 30. 정면돌파밖엔 방법이 없습니다. 전광석화와 같이 파고들어 백호를 묶은 밧줄을 풂과 동시에 탈출작전을 펼쳐야 합니다. 주작은 심호흡을 크게 하였습니다. 탓! 주작의 몸은 어두운 하늘을 가르며 솟구쳤습니다.


“앗! 뭐지?”


병사 하나가 소리쳤습니다. 병사들이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가운데로 착지한 주작이 몸을 돌리면서 표창을 날렸습니다. 가까이 있는 경계병들이 하나둘 쓰러졌습니다. 그들이 영문을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주작은 백호 몸을 묶은 밧줄을 끊었습니다.


“역시 자네였군. 올 줄 알았어.”
“서둘러, 공중탈출이야!”
“좋았어!”


경계병들이 소리쳤습니다.


“적이다!”
“포로가 탈출한다!”


순간 요란한 쇳소리가 나면서 안라국 병사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마금 역시 쇳소리와 동시에 바위산 정상으로 달려 나왔습니다.


“도망가게 둬선 안 된다. 잡아라.”


쉭! 쉭쉭! 주작은 다시 표창을 던졌습니다. 가로막고 있던 병사들이 쓰러졌습니다. 주작은 그대로 절벽 아래로 몸을 날렸습니다. 뒤이어 백호도 몸을 날려 주작의 허리를 잡았습니다. 주작은 미리 준비한 대형보자기를 펼쳤습니다.


안라국 병사들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두 고구려군의 탈출을 바라보아야만 했습니다. 절벽으로 뛰어내리는 순간 저렇게 죽으려나 생각했던 게 착각이었음을 깨닫고는 허탈해지기까지 하였습니다. 마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상천외한 탈출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사로잡았던 백호 장군을 놓치게 되자 무시우 대장군의 본진 천막에선 한숨소리에 땅이 꺼질 정도였습니다. 이제 전쟁을 피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어지간하여 화를 내지 않던 무시우도 경계 책임을 맡았던 마금을 크게 질책하였습니다.


“그렇게 철저히 경계하라 일렀거늘.”
“죽여주십시오. 대장군!”
“어쩔 수 없다. 모두 목숨을 버릴 각오하고 적의 공격에 대비하라.”
“존명!”


안라국 병사들은 바로 경계태세에서 방어태세로 전환해 군사들이 재배치되었습니다. 궁수들이 모두 절벽 위와 성곽 앞으로 전진배치 되었고 적의 공격을 무력화시킬 각종 장비들도 비치되었습니다. 무시우는 절벽 바위 위에 올라섰습니다. 오와 열을 맞춰 전진해오는 고구려 대군의 발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새벽안개가 서서히 걷혔습니다. 지수 쪽 산 아랫마을이 까맣게 변했습니다. 고구려 병사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습니다. 저 수많은 고구려군과 싸워야 한다. 안라국 병사들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승산이 없는 싸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동녘에서 빨간 해가 떠올랐습니다. 고구려 군 선봉에 광개토가 서 있었습니다. 치켜올려진 그의 칼이 햇빛을 받아 번쩍였습니다.


“와아!”


고구려군은 함성을 질렀습니다. 방어산을 향하는 고구려군의 발걸음에 흙먼지가 일어 구름처럼 피어올랐습니다. (계속)


[관련기사]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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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신라의 요청으로 고구려 광개토 군 3만 명이 안라국 정벌에 나섭니다. 광개토로선 신라의 요청을 거부할 이유가 없습니다. 북쪽 영토확장에 이어 남쪽으로도 정벌할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마침 신라의 원군요청이 있었으니 이참에 가야 여러 나라를 치고 왜국까지 정벌할 기회가 생긴 겁니다.

안라국 방어선인 방어산 앞 지수평야에 군진을 차린 광개토는 현무가 이끄는 선발대를 야밤을 틈타 출병시킵니다. 하지만, 너무 조용한 적진의 동태를 의심한 안라국 왕자 무시우 장군은 심복 부하장수인 쾌수를 측후병으로 보냅니다. 500의 고구려 선발대를 파악한 쾌수가 불화살을 쏘아 신호를 하자 일시에 방어산 정상에서 불화살이 폭포수처럼 쏟아집니다.

현무가 이끄는 부대가 이처럼 허무하게 궤멸되기는 처음입니다. 아수라장이 된 전장을 벗어난 현무는 홀로 군진으로 돌아옵니다. 너무 자신만만해 했던 행동을 후회하면서 말이죠.

한편 방어산 정상에선 1차 방어전 승리로 환호성이 끊이지 않습니다. ‘무시우 대장군 만세’ 하는 연호가 계속되고 병사들의 사기는 치솟습니다. 이제 2차전이 시작됩니다. 안라국과 고구려군의 2차 대결은 첩자를 통한 상대편에게 타격을 가하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서로 약속한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시기에 무시우는 1차전에서 승리를 견인한 쾌수를 보내고 광개토는 용감무쌍한 백호를 보냅니다.

대가야 지역. 시장에서 쾌수는 아내에게 선물할 옥목걸이를 골라 상인과 흥정을 하고 있습니다. 쾌수는 등 뒤로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풍기는 한 사내가 지나감을 느낍니다. 그 사내는 백호, 그 역시 쾌수 옆을 지나면서 예사롭지 않음을 느꼈습니다. 몇 걸음을 옮기다 뒤돌아봅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칩니다.

……………………………………………………………

다른 사람들은 느끼지 못할 아주 강한 기운이 두 사람의 시선을 타고 번집니다. 가운데에 이르러 두 기운이 부딪칩니다. 강한 폭발. 두 사람은 동시에 전율을 느낍니다.

‘보통 놈이 아니다. 저 눈빛은 군인의 눈빛이 아닌가? 그렇다면, 고구려 군사?’ 쾌수는 본능적으로 상대를 파악했습니다. 백호 역시 타고난 무사이기 때문에 같은 부류의 인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가 눈이 마주친 사내의 내공을 한눈에 파악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군인인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쾌수는 상대가 안라국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하고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습니다.

“아이구, 형씨. 이 동네에서 못 보던 얼굴인데, 어디 멀리서 오셨수?
“…….”

백호는 적잖이 당황하였습니다. 사내가 자신에게 말을 걸고 다가오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호라! 행색을 보아하니 농사짓는 분은 아닌 것 같고…. 장사치도 아닌 것 같고…. 어디로 가는 길이우?”
“그건 댁이 알아서 뭐하려오?”
“이곳은 누구든 내 허락 없이 함부로 돌아다닐 수 없소. 내가 관리하는 구역이란 말이지. 나를 잘 모르시는구만. 허허.”

백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지만 괜히 동네 불량배와 실랑이를 벌여 좋을 일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아, 몰라뵈어 죄송하오. 일이 바빠 이만 가야겠소. 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인사드리겠소.”
“무슨 일로 가시는지?”

백호는 점점 귀찮아졌습니다. 하지만, 꾹 참았습니다. 대충이라도 대꾸를 해줘야 놓아줄 것 같았습니다.

“안라국에서 병사를 뽑는다 하여 지원하러 가는 길이오. 됐소?”
“와우! 군인이 되려는 거군요. 어쩐지 몸에서 확 풍기는 느낌이 예사롭지 않다 여겼더니. 내 동생들도 거기 지원해 무시우 장군이라던가? 그 밑에 있는데. 반갑구료. 이것도 인연인데 내가 술 한 잔 사겠소.”
“아니, 됐소이다.”
“사람의 성의를 이렇게 외면해도 되는 거요? 무시우 장군에 대해 동생들에게 들은 이야기도 해주겠소. 알고 들어가면 더 도움이 될 거요.”
“아, 괜찮데도요.”

백호는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잖아도 급한 성미에 버럭 화를 잘 내기로 고구려 군사들에게 정평이 나있는 인물이 아니던가. 그냥 마음 같아서는 벌써 한방에 박살을 내어버렸을 것이었습니다. 백호는 한 번 더 참기로 했습니다. 광개토대왕께서 친히 내린 명을 이런 하찮은 동네 불량배에게 휘말려 지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소리질러 미안하오. 돌아오는 길에 반드시 들르겠소. 그러니 날 그냥 보내주시오.”
“그러면, 댁이 안라국 병사로서 자질이 있는지 실력을 한 번 보여주시오. 내 옷자락을 잡기만 해도 군말 없이 보내주겠소.”

쾌수는 몇 마디 섞으면서 벌써 상대의 성격까지 파악했습니다. 그래서 싸움을 벌일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낸 것입니다. 백호는 아무리 이 불량배가 자신만만해도 고구려 제일무사인 자신에겐 범 앞에 하룻강아지라고 여겼습니다.

“정말이오? 댁의 옷깃만 잡아도 날 보내준다는 말이?”
“어허, 이 양반 속고만 살았나? 이 옷고름에만 손이 닿으면 보내준다니까?”
“좋소. 이 주먹 한 방에 후회하게 만들어주겠소.”

두 사람은 거리 가운데로 나와 주먹을 쥐고 서로 견제했습니다. 하지만, 서로 이길 자신이 있었기 때문인지 별로 긴장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시장바닥에서 일어나는 싸움만큼은 놓칠 리 없는 시장사람들입니다.

백호가 먼저 공격을 했습니다. 키만큼 훌쩍 뛰어오르더니 쾌수를 향해 정권을 날렸습니다. 쾌수는 백호의 주먹이 바로 눈앞에 다다랐을 때 신속히 슬쩍 피했습니다. 백호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상대가 나가떨어지는 상상을 했습니다. 그러나 예상외로 상대가 주먹을 피하자 적잖이 놀랐습니다.

‘귀신같은 놈이다. 어떻게 그 주먹을 피할 수 있단 말인가?’ 백호는 좀 전과는 달리 긴장이 되었습니다. ‘옷고름만 닿아도 진 걸로 하겠다더니 허언이 아니었어. 이런 촌구석에 어울리지 않는 놈이야.’ 백호는 쾌수 주변을 빙빙 돌았습니다. 허점을 아무리 찾아보려 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옷깃만 스쳐도 보내준다니까! 왜? 갑자기 내가 무서워졌소?”

구경꾼들이 소리쳤습니다.

“이봐, 그만 빙빙 돌고 공격해! 싸움을 하는 거야, 마는 거야.”
“저 소리 들었소? 한 번 신나게 놀아볼까요?”

이번엔 쾌수가 몸을 솟구쳐 공격을 했습니다. 연속 3차 공격을 겨우 막아낸 백호는 이제 더 외면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최선의 공격이 최고의 방어. 자신의 특기인 무영권무영각을 펼쳤습니다. 주먹이 보이지 않고 발이 보이지 않는 공격.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막아내지 못한 백호의 필살기였습니다.



파파박! 따닥. 구경꾼들이 일제히 우와! 하고 탄성을 질렀습니다. 백호의 공격은 쉴틈 없이 이어졌고 쾌수는 공격을 막아내느라 진땀을 흘렸습니다.

“이제야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시는군! 하지만, 그 정도 실력으론 내 소매 끝도 제대로 잡지 못할걸!”

쾌수는 몸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백호의 공격을 막아냈습니다. 열 번 공격을 받으면 한 번 공격하는 패턴으로 싸움을 이끌었습니다. 공격이 마음대로 먹혀들지 않자 백호는 점점 조급해지는 데다 화까지 났습니다.

“감히 니가 이 백호님을 화나게 했겠다. 더 이상은 봐주지 않겠다.”
“어련하시겠수. 제대로 공격이나 하고 말하면 믿겠는데.”

백호의 공격은 그의 감정이 격해질수록 더 단순화되고 무지막지해졌습니다. 쾌수는 이런 상황을 기다린 것입니다. 전광석화. 쾌수의 주먹이 백호의 명치를 가격했습니다. 비틀거리는 백호. 쾌수는 다시 백호의 목을 향해 수도를 날렸습니다. 가까스로 피한 백호가 한 걸음 물러섰습니다.

“멈춰라!”

시장통 입구로 대가야 관군들이 몰려왔습니다. ‘이런 시끄럽게 되겠군.’ 쾌수는 공격을 멈추었습니다.

“운 좋은 줄 아시오. 하지만, 곧 만날 날이 올거요.”

쾌수는 몸을 날려 시장을 빠져나갔습니다. 백호 역시 비틀거리며 사람들 사이로 스며들었습니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관군들이 사람들에게 다시는 싸움질을 하지 말라며 엄포를 놓고 돌아갔습니다.

백호와 결판을 내지 못한 쾌수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자신과 싸운 고구려군사는 실력으로 보아 일반 병사가 아님을 눈치 챘습니다. 그 정도의 무예를 지닌 사람이라면 최소한 장교급 군인이고 그렇다면 그의 첩자임무도 상당한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했습니다. 쾌수는 고구려 군사로 잠입하는 임무를 미루기로 하고 안라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쾌수는 대가야 시장통에서 있었던 일을 무시우에게 보고했습니다. 무시우는 궁궐 경비를 강화하되 밖으로는 허술하게 보이게끔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 사실을 전혀 알 리 없는 백호는 안라국 백성 행세를 하며 궁궐 주변을 관찰하였습니다. ‘전시임에도 궁궐 경비가 느슨하군.’ 백호는 이 정도라면 안라국왕을 살해하는 것이 식은 죽먹기보다 더 쉬우리라 생각하였습니다.

백호는 밤이 되기를 기다렸습니다. 대신들이 하나 둘 퇴청하고 궁궐에 어둠이 내렸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보초병들은 하품을 하면서 대문 앞을 왔다갔다하였습니다. 백호는 보초병들의 교대시간을 틈타 들어가기로 하였습니다. 초병교체시간이 되었습니다. 대문 앞에서 어수선한 틈을 타서 백호는 대문 옆 담장을 뛰어넘었습니다.

제 키의 두 배가 넘는 담장이지만 무예 고수인 백호에겐 문지방에 불과했습니다. 달빛 그늘진 담장을 따라 신속히 움직였습니다. 백호는 안라국왕의 숙소에까지 다다랐습니다. ‘이거 너무 쉬운데! 내일 아침이면 안라국 발칵 뒤집히겠지.’ 광개토군의 전략은 국왕의 사망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방어산 기지를 점령하는 것입니다. 백호는 살금살금 왕의 숙소로 향하면서 자신의 역할이 얼마나 큰 것인지 다시 깨달았습니다.

왕의 숙소 앞에는 네 명의 경비병이 서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눈 깜짝할 사이에 처치할 수 있는 숫자입니다. 백호는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 들었습니다. 비호처럼 몸을 날린 백호는 이어지는 상황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촹! 어디서 나타났는지 수십 명이나 되는 경비병들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일제히 칼을 뽑아들었습니다.

“곧 만날 거라고 했지? 날 기억하겠는가?”
“아니, 넌?”
“하하하. 기억을 하는군. 백호라고 했나? 듣자하니 광개토의 오른팔이라 할 만큼 훌륭한 장수라더니 고구려군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겠어. 이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니 말이야. 이 전쟁 상황에 적국의 국왕이 궁궐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부터 얼마나 어리석은 판단인가?”

쾌수의 이죽거리는 말에 백호는 부아가 치밀었습니다. 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가야에서 그런 일을 겪었으면 이런 상황이 될 거란 걸 눈치 챘어야 했습니다. 백호는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앞으로의 일까지 말입니다. 자신이 생포되면 광개토대왕의 전략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것까지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대단하오. 당신은 무예뿐만 아니라 지혜도 갖추었군요. 당신에게 죽는 것을 행운이라 여기겠소. 이름이라도 알려주시오.”

백호는 쾌수에게 손을 모아 경의를 표했습니다. 그러면서 말까지 존대를 하며 이름을 묻자 쾌수 역시 말을 높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난 무시우 장군의 살수부대장 쾌수라 하오. 그대에게 살길을 알려주겠소.”
“고맙지만 사양하겠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백호의 단검이 사방팔방으로 선을 그었습니다. 순순히 포박을 받으려나 싶었는데 갑자기 움직이자 모두 뒤로 주춤 물러났습니다.

“단둘이 한 번 더 겨뤄봤으면 하오만. 싫으면 모두 한꺼번에 덤벼도 좋고. 어차피 살아서 나갈 생각은 없으니.”

쾌수는 백호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칼도 백호와 같은 단검으로 바꾸어 들고 자세를 잡았습니다. 쾌수는 국왕의 숙소에서 대결을 펼친다는 게 걸렸습니다. 그래서 궁궐 연무장에서 결판을 보자고 하였습니다. 백호 역시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인 쾌수의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좋소.”

두 사람은 연무장 가운데 서서 다시 실력을 겨루게 되었습니다. 연무장 가장자리엔 궁궐 경비병들이 빙 둘러섰습니다.

“쾌수 장군의 실력을 오랜만에 보겠는걸!”
“상대도 만만치 않아 보이지만 천하제일 쾌수장군에겐 못 당할 거야.”

경비병들이 숙덕거렸습니다. 그 숙덕거림이 백호의 귀에 들어왔습니다. 전혀 기분이 나빠지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했기 때문인지 오히려 마음이 안정되었습니다. 백호는 발끝에 힘을 주었습니다.

“얍!”

백호의 단검이 쏜살같이 쾌수의 목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다음 주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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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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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찾아서)알고 보면 더 아름다운 한옥

김해한옥체험관을 통해 발견하는 전통건축의 매력


산길을 걷다 보면 길가에서 바람따라 살랑거리며 유혹하는 예쁜 꽃을 발견할 때가 종종 있다. ‘, 예쁜데!’ 하지만 거기까지. 감탄에 이어지는 갑갑함. 그것은 그 예쁜 꽃의 이름을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일종의 한탄이기도 하다.


이렇게 예쁜 꽃의 이름을 모른다면 그 꽃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싶어 스마트폰을 열어 검색을 한다. 계절에 따른 분류, 잎모양에 따른 분류, 산야초 사이트도 찾아 들어가보고…. 하지만 허탕이다. 호기심에 따른 고통의 시간이 너무 길어진다. 결국 포기하고 돌아서면 남아있는 아쉬움이 하루 종일 사사건건 다른 일들을 방해한다.


한옥도 마찬가지다. 고궁이든, 사찰이든 전통가옥을 보면 고향집에 들어선 듯한 푸근함이 있다. 까칠한 시멘트와 달리 부드러운 황토담이 마음을 진정시켜 주고 직각모서리의 아파트 벽과 달리 굵직한 나무 기둥과 서까래 부연 등의 목재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


그런데 성냥갑 같은 아파트와 달리 한옥엔 다양한 구조물들이 조합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 이름에 대한 호기심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냥 지붕이고 벽이고 방이고 마루며 마당이다 라고 한다면, 그 이상의 호기심이 없는 사람에게라면 한옥은 그냥 옛사람들이 살던 집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대들보가 뭔지, 서까래가 뭔지, 또 공포라는 게 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라면 한옥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최근 김해한옥체험관을 찾았다. 사람들이 늘 살고 있고 생활하며 누구든 가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전통가옥이기 때문이다. 전통가옥 하면 오래된 옛날집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요즘엔 도시 아파트 생활에 실증을 느낀 사람들이 도시 근교에 전통가옥을 짓고 사는 사례가 늘고 있다.


김해한옥체험관은 옛날로 치자면 그 규모로 보아 어느 정도 사는 양반집이다. 안채, 별채, 사랑채에 헛간채도 있고 사당까지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이 집에 들어왔으니 구조물의 이름은 뭔지, 왜 그렇게 지었는지 궁금한 것들을 찍어온 사진을 두고 풀어보기로 한다.




1. ‘거안당’ 편액이 달린 안채는 몇 칸?


안채라면 안방 마님이 생활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편액에 ‘거안당(居安堂)’이라고 썼나 보다. 거안당을 사진에 나타난 부분만 보면 가운데 기둥이 2개고 방이 세 개다. 기둥과 기둥 사이를 칸이라고 한다. 정면 3칸이 되는 것이다.


사진에서 좀 더 뒤로 물러나 본다면 ㄷ로 된 집임을 알 수 있는데 정면에서 보아 양쪽에 한 칸씩 더 있다. 그러니 이 안채는 정면 5칸짜리 집이다. 그러면 측면은 어떨까? 가운데 부분만 본다면 두 칸짜리이다. 그러면 여섯칸. 거기에다 양쪽 끝은 한 칸씩 덧붙여 세 칸짜리가 되니 이것도 여섯 칸. 그래서 안채는 총 12칸짜리 건물이 된다.


한옥에서 한칸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한칸의 가로 길이는 8자로 2.4m. 그러니 방 한칸의 크기는 대략 5.76㎡다. 평수로 치자면 2평 좀 못되는 1.74평이다.





2. 누마루는 무슨 용도로 만들었을까?


누마루란 지면에서 높이 띄워 만든 마루다. 대개 중층건물에 마루를 깔아 구성하는데 조선 후기부터는 사랑채에 누각을 붙여 여기에서 시서화를 즐기거나 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옥체험관에는 사랑채뿐만 아니라 안채에도 별채에도 누마루가 있다. 물론 향교나 서원에서 흔히 보는 누마루와는 높이에 차이가 있다. 누마루라는 말은 2층 건물을 뜻하는 ‘루()’와 마루가 합쳐 만들어진 것이다. 그만큼 높아야 하는데 말이다. 게다가 트여있어야 할 부분에 문이 모두 닫혀있으니.


마루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안방과 건넌방 사이에 있는 대청마루, 고주와 평주 사이에 놓인 툇마루, 아궁이 위에 있는 고상마루, 그리고 들고 옮겨다닐 수 있는 들마루. 여기에 툇마루와 헷갈리는 쪽마루도 있다. 툇마루는 마루 끝에 기둥이 있지만 쪽마루는 그게 없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사진에서 보면 왼쪽 마루는 사각나무기둥이 있으니 툇마루인 것이다.





3. 처마에 달린 고리들, 대체 뭐하는 것이기에?


처마 끝에 나란 대롱대롱 매달린 쇠고리의 용도가 궁금하다. 밤에 어둠을 밝히는 등잔을 얹는 장치일까, 바로 뒤에 조명이 달려있으니 그건 아닌 것 같고. 아니면 몸의 중심을 잡기 위해 달아놓은…, 아니 그러기엔 손잡이가 영 아니다.


끝부분이 말편자처럼 생긴 이것은 들쇠라는 물건이다. 방문을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이 문은 열고 닫고 할 수도 있지만 위로 들어올릴 수도 있는 구조로 된 창문이다. 더운 여름엔 통풍을 위해 위로 들어올려서 이 들쇠에 걸어놓는다.


문을 좀 더 자세히 보면 어떻게 문이 접히고 들어올려지는지 알 수 있다. 문짝과 문짝을 연결하는 돌쩌귀가 4개의 문을 2개씩 짝을 이루게 박혀있고 양쪽 끝 문의 위쪽에 또 돌쩌귀가 장치되어 있다. 그러니 문을 밖으로 접어서 들어올리는 구조다.





4. 전통가옥 아름다움의 극치는 추녀에 있다?


기와지붕을 한 전통가옥에서 가장 눈에 잘 띄고 하늘과 잘 어울리는 곳이 모서리 끝에 있는 추녀다. 대개 추녀 끝에는 풍경도 달려 있어서 바람의 연주를 들려주기도 한다. 추녀는 지붕을 얹을 때 가장 먼저 거는 부품이다.


사진에서 지붕 아래 둥근 나무가 서까래고 사각진 것이 부연이다. 서까래 위에 가로지른 나무가 평고대로 초매기라 하고 또 추녀 끝과 맞물린 평고대는 이매기라고 한다.


그리고 벽 모서리 기둥 위쪽에 직각으로 나무가 걸려 있는 곳을 공포라고 한다. 사찰이나 향교, 서원 등엔 이 부분이 화려하게 처리되어 있지만 이 건물엔 단순하게 처리했다. 어쨌든 기둥의 상단부를 주두라고 한다.





5. 뼈대가 그대로 드러나는 한옥위 천장


한옥 처마 아래로 들어가 천장을 보면 대개 나무와 석회흙이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것도 한옥의 아름다움이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천장 가운데 길게 가로질러 놓인 종도리 위에서 서까래 둥근 나무를 양쪽으로 걸쳐 놓았다. 연결부위의 공간은 진흙 위에 생석회를 발라 마무리했다.


대개 서까래 사이도 회반죽을 하여 메우나 체험관 중문 천장은 서까래와 같은 재질의 나무판을 얹어 마무리했다. 이러한 형태의 천장을 연등천장이라고 한다. 천장의 종류에는 격자로 틀을 짜서 반자청판을 끼워 만든 우물천장, 서까래에 달대를 달고 반자대에 종이를 발라 마무리한 종이반자, 측면 이칸 이상의 팔작지붕에 주로 많은 눈썹천장 등이 있다.





6. 어느 골짜기 마을 이름 같은 회첨골


가옥의 구조가 자형이면 회첨골이란 게 없다. 그런데 옛 가옥의 구조를 보면 ㄱ자나 ㄷ자 형태의 집들이 많다. 이런 집에 기와를 얹으려면 맞물리는 곳은 애매하다. 기와 흐름의 방향이 달라 서로 부딪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딪히는 곳에 골을 만들어 빗물이 흐르도록 처리하는 데 이것을 회첨골이라고 한다. 보통 두 줄로 만든다. 기와에도 암수 기와가 있는데 넓적한 것은 암키와, 반원기둥 모양은 수키와다. 회첨골은 암키와를 두 줄로 처마끝에서 상단까지 얹은 후에 그 중간을 수키와로 얹어 작업한다.


왼쪽 지붕의 물은 왼쪽 골이 오른쪽은 오른쪽 골이 내려보내는 형태다. 그런데 어떤 집은, 드물긴 하지만 이 골이 3, 4개가 있는 가옥도 있다. 함양의 허삼둘 가옥은 이 골이 7개나 된다고 한다. 양쪽 끝 골 말고는 그냥 빗물을 흘려보내는 것이므로 골을 2개 이상 만드는 것은 실용적 측면이라기보다 미적 효과를 위해 지어졌다고 보면 되겠다.





7. 기와지붕 위에도 벽이 있다?


기와 한옥을 측면에서 보면 ㅅ자 모양으로 기와가 흐고 그 사이에 벽이 생기는데 이것을 합각벽이라고 한다. 팔작지붕에 있다. 우진각지붕 위에 맞배지붕을 얹은 형태가 팔작지붕인데 사진처럼 삼각형 모양의 공간이 생기는데 김해한옥의 경우 흙과 기와로 처리했다. 합각벽은 벽돌을 쌓고 무늬를 넣거나 나무판벽으로 처리하기도 한다.


참고로 기와에서 맨 부분을 용마루라고 한다. 일종의 능선이다. 용마루에서 중간 꺾어지는 곳까지의 것은 내림마루, 여기서 추녀까지 이어지는 것은 추녀마루라고 한다. 또 각종 마루 끝에는 암막새기와를 뒤집어 끝처리한 것이 있는데 이것을 망와라 한다. 망와와 비슷한 표현으로 망새라는 게 있는데 망새는 망와와 같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각종 동물모양을 본떠 만들기도 한다. 용머리 모양을 한 것은 용두라는 말로 표현한다.


그리고 김해한옥체험관의 경우 수막새를 사용하지 않은 특징이 있다. 사진처럼 흙으로 끝처리를 했다. 암막새도 없다. 모두 수키와와 암키와, 그리고 망와로만 기와를 얹었다.





8. 디딤돌과 댓돌의 차이가 뭘까?


옛날 집들을 보면 마루 앞에 직육면체 모양의 돌이 놓여있다. 이것은 댓돌일까 디딤돌일까? 쓰임이 비슷하니 댓돌이나 디딤돌이나 같은 것 아니냐는 의문도 있겠다. 엄밀 따지면, 댓돌은 기단을 구성하는 돌이고 디딤돌은 기단이나 마루에 오르내리기 쉽도록 만든 돌층계다.


댓돌이 기단 위에 덧댄 돌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겠다. 하지만, 대부분 댓돌이나 디딤돌이나 구분하지 않고 용어를 섞어 쓰고 있다. 사진에 있는 것은 디딤돌이라 해도 상관은 없겠지만 엄밀히 따진다면 댓돌이라 하겠다.





9. 한옥을 보면 기둥마다 글귀가 적혀 있던데?


그러고 보면 우리 조상들은 풍류를 알았던 것 같다. 집을 지어도 그냥 지은 것이 아니라 사람이 태어나면 모두 이름을 붙이듯이 집도 이름을 지어붙였다. 김해한옥체험관을 예로 들자면 안채는 거안당(居安堂), 사랑채는 담경헌(談經軒), 별채는 탐미당(耽美堂)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옥의 모서리 기둥마다 세로로 글귀를 적어놓고 오며가며 마음에 새겼다. 사진에 보면 懷佳人兮不能忘(회가인혜불능망), 아름다운 이를 생각하니 잊을 수가 없구나. 왼쪽은 登東皐叺舒嘯(등동고입소서), 동녘언덕에 올라 가만히 휘파람을 부누나.


언뜻 서로 상관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이런 글귀들을 기둥에 쭉 붙였다 하여 이를 주련이라 한다. 대체로 글씨체가 좋고 덕망이 있는 사람에게 청을 넣어 소원하는 내용이나 덕담을 적기도 하는데 사랑채엔 오언절구나 칠언율시를 자작하여 걸기도 한다.





10. 집 안에 또 무슨 담을 쌓았을까?


한옥을 보면 집 안에도 여러 담이 있고 쪽문이 있어 이곳을 통해 드나드는 구조로 되어 있다. 안채와 사랑채 사이에도 담이 있고 별채와 사이에도 담이 있다. 집 안쪽에 있는 담을 내담이라고 한다.


안채와 사랑채를 구분하는 담은 내외담이라고 하고, 또 담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담이 있는데 이를 헛담이라고 부른.


내담에는 주로 중문과 협문이 설치되어 있다. 각 영역의 공간을 에워싸는 담에 있는 것이 중문, 그리고 건물의 외진 곳에 있는 부속건물로 가는 길 샛담에 있는 것은 협문이다. 사진에 나타난 문은 중문이다. 이 담은 안채와 사랑채를 구분하고 있으니 내외담이다.





11. 담장의 무늬는 주로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김해한옥체험관에 나타난 담장무늬는 주로 꽃모양이다. 암키와와 수키와 조각을 적적히 배치하여 만든 문양이다. 한국 전통 가옥의 담벼락 무늬에 가장 많이 나타나는 문양이 꽃이다. 이를 와편담장이라고 부른다.


() 자나 壽(), () 등의 문자를 도안한 벽도 있고 기하학적인 무늬로 꾸며놓은 담벼락도 많다. 태극모양의 담벼락 무늬도 종종 눈에 띈다.





12. 한옥에선 굴뚝도 예술품?


요즘에야 굴뚝이 있는 집이 거의 없을 정도로 주거환경이 바뀌었다. 그래서 오히려 굴뚝이 있는 집을 보면 신기해할 정도다. 가스와 기름보일러 또는 심야전기 보일러로 난방을 하는 집에서 자란 아이들은 굴뚝이 희한한 물건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옛사람들은 방바닥 아래 온돌을 달구고 연기가 빠져나가는 굴뚝에 대해서도 소홀 하지 않았다. 높이나 방향에도 신경을 썼지만 모양새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한옥체험관에 있는 굴뚝들은 와편에 황토배합을 많이 하여 고급스러움을 표현했다. 와편의 배열에도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꽃무늬는 나팔꽃 넝쿨처럼 표현했다.


대부분 와편과 황토로 굴뚝을 만들지만 간혹 집의 형태에 따라 옹기로 만든 굴뚝도 있고 널빤지를 이용한 굴뚝, 통나무, 또는 흙으로 만든 굴뚝도 있다.





13. 일반 가옥엔 없고 사당엔 있는 것


단청은 자연현상이나 병충해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칠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단청은 중앙의 황색과 청백적흑, 즉 동서남북 오방 색상을 기본으로 하는 종교적인 의미도 담겨 있어 사찰이나 향교 등의 건물에 많이 쓰이고 권위를 나타내기 위한 건물인 궁궐이나 동헌 등에도 많이 있다.


단청은 가칠단청과 같이 단순한 것에서 점점 화려한 순서로 긋기단청, 모로단청, 금단청 등이 있다. 물론 각 부분의 단청도 더 세밀하게 분류되기도 한다. http://news.gsnd.net/?p=50134  참고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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