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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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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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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본보에 '찾아가는 부모교육-코칭대화법'이 실렸습니다. 이 글을 예사로 보시고 넘기신 분도 있겠지만 나는 아주 절실한 마음으로 보았답니다. 왜냐하면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벌써 몇 달 전부터 우리 집은 그야말로 전쟁터였습니다. 특기는 말 안 듣기, 취미는 말썽 피우기, 습관은 매를 맞을 때에만 '잘못했다' 말하는 거였습니다.

해답 없는 '아이와의 전쟁'

 학교에서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성적은 꼴등 아닌 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수업시간에 엉뚱한 생각이나 하고 장난치고…, 떠들다가 선생님에게 걸려 몇 번이나 밖에 나가서 손들고 서 있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자랑삼아 하는 태도에 더 어처구니가 없긴 하지만요.

 때론 좋게 타이르고 때론 험악하게 화를 내며 매를 들어보지만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정말 후회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별별 방법을 다 생각했습니다. 아침에 참고서를 가져오라고 해서는 그날 공부할 분량을 쪽수에 동그라미를 쳐줍니다. 그리고 아빠가 밤에 퇴근했을 때 할머니, 어머니 말씀 잘 들었다는 얘기가 들리면 별 스티커를 붙이는데 30개가 되면 원하는 '닌텐도'를 사준다고 약속까지 했습니다. 길어야 이틀입니다.

  사흘째가 되면 공부하기 싫어서 아이는 "닌텐도 포기할래요"합니다. 그렇게 말해놓고도 며칠 지나지 않아 닌텐도 갖고 싶다고 성홥니다. 그러면 또 약속이 이루어집니다. 똑같은 조건을 내세웁니다. 또 이틀이면 모든 게 무효가 됩니다. 그러면서 아이는 아이대로 스트레스를 받고 어른은 또 어른대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지요. 그거 순전히 헛소리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아이와의 전쟁'이 극에 치달았을 때, 아이도 궁지에 몰린 쥐가 되고 아빠 역시 악마의 화신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에게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설득도 소용없고 회초리 역시 일시적일 뿐 장기적으로 아이를 바로잡는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잘하면 칭찬을 하기로 했습니다. 공부는 안 하더라도 막내하고 잘 놀면 "우리 아들은 동생을 참 잘 보는구나"하고 칭찬하고, 자기가 막 어질러 놓은 책가방, 책, 연필, 유희왕 카드와 쓰레기 같은 잡동사니를 치우라고 했을 때 마지못해 정리했을 때에도 "역시 우리 아들 말도 잘 듣고 정리도 잘하네"하며 온 가족이 보는 앞에서 추켜세웠습니다.

 그런데 그게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이라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칭찬을 해주면 저도 뭔가 변화를 보여야 할 텐데 말썽 피우는 일도 그대로, 공부하기 싫어 짜증 내는 일도 그대로, TV 역시 제가 보고 싶은 것을 고집하는 일도 그대로였습니다. 하는 수없이 다시 야단도 쳐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고 보니 모든 게 '처음 제자리'가 되었습니다. 이건 해답 없는 방정식 풀이에 매몰돼 스트레스를 자초하며 밤을 새우는 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변에서 제 마음대로 하게 방목하라는 충고를 듣기 했지만 4대가 함께 사는 집안의 상황이 그걸 가능하게 할 것 같진 않았습니다. '내 아이 똑똑하게 기르기' '아이 성격 부모하기 나름' 뭐 이런 종류의 책도 읽으며 해법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마음먹기보다 실천이 중요

 그런데 지금, 아이와 잘 지내고 있습니다. 불과 나흘밖에 되진 않았지만 아이와 휴전 이상의 화해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목욕탕에 갔을 때 아이가 찬물에서 실컷 놀아도 야단치는 것이 아니라 같이 들어가서 수영하며 놉니다. 유희왕 카드에 대해 뭐는 어떻고 또 뭐는 어떤 능력이 있다는 둥 이해 안 되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아도 다 듣습니다. "그 내용을 일기장에 써주면 이해하겠는데" 했더니 그림까지 그려가며 상세히 적어 보여주더군요. 글씨도 아주 예쁘게 해서 말입니다.

 아이가 변한 것이 아니라 내가 변하려고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습니다. 지난주 창원시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마련한 '2기 아버지교육 심화과정'을 들으면서 이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를 변하게 하려 말고 내가 변하자.' 이런 결심을 실천하게 한 계기가 '아버지 교육'이었습니다.

  다른 아버지들과 대화하면서 내 아이에게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지 스스로 세뇌하다 보니 어지간한 아이의 말썽도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혹시 아이와 갈등 중인 부모님이 있으면 그런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시길 권합니다. 교육을 받은 후엔 신문에 난 작은 기사도 예전과 다른 크기로 다가옵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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