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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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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에 의자가 사람을 대변하지 않는다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업무에 맞춰 의자를 통일했으면 하는 생각을 칼럼에 담은 적이 있습니다. 지위가 높다고 좋은 의자에 앉고 지위가 낮다고 값싼 의자에 앉아 일한다는 것은 일의 능률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권위를 내세우고 계급을 중요시하는 풍조라고 보았고 이를 비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한국 건설회사가 말레이시아에서 다리를 지어 준공식을 할 때 수상 부부를 초청했을 때의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그늘막 아래 커다란 의자를 준비하자 이 말레이시아 수상은 그늘막도 치우고 다른 사람과 똑같은 의자에 앉겠다고 한 사례 말입니다.

돈에 따라 차별되는 좌석

그땐 의자에 얽힌 권위주의에 초점을 맞춰 글을 썼지만 오늘은 돈과 의자에 관해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최근 거창, 밀양, 마산에서 국제연극제를 치렀습니다. 시간을 내어 두어 편 보았습니다만 객석이라는 것이 참 묘하더군요. 어떤 공연은 앞에 앉으나 뒤에 앉으나 관람료가 같은데 또 어떤 공연은 R석, S석이라 해서 자리의 위치에 따라 가격이 달랐습니다.

대개 이렇게 같은 공연을 보는 데도 가격이 다른 곳은 서구식 정통 공연무대입니다. 신문을 보고 눈치를 챈 분들도 있을 겁니다. 대개 3·15아트센터나 성산아트홀 같은 대규모 극장에서 공연하는 작품에는 자리에 따라 다른 가격을 매긴다는 것을요. 지금은 오히려 이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작품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려고 남들보다 돈을 더 많이 지급하는 것 말입니다.

어떤 공연은 관람 위치에 따라 3등급으로 나누기도 하고 또 심한 경우엔 4등급으로 나눠 자리를 구분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로열석이 5만 원이라면 이 자리를 기준으로 스페셜석은 1만 원 깎아서 4만 원 하고, 또 A석은 2만 원 깎아서 3만 원, B석은 더 깎아서 2만 원으로 하는 건지…, 아니면 원래 2만 원이 기준인데 좋은 자리라는 개념을 만들어 더 높은 가격을 매겨서 관람권을 판매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한 공간에서 한 작품을 관람하면서도 차별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썩 기분이 개운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감정이 생기는 것은 우리 전통극의 무대 형태에 너무 익숙해 있어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물론 돈을 지급하고 보는 형식이 아니라 마당놀이로 연희자나 관객이 한데 어울려 노는 판이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남녀노소 빈부차이 없이 보고 즐겼다는 데 더 매력을 느껴서 그렇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올렸던 국제연극제라도 거창과 밀양에서 열린 공연은 또 달랐습니다.

일반 얼마 학생 얼마 하는 식으로 입장권을 팔았습니다. 용돈을 받아 쓰는 학생들에게는 할인 혜택을 주는 방식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밀양연극촌에서는 일반이든 학생이든 지정석을 먼저 판매하고 그 외에는 보조석 관람권을 판매했습니다. 물론 가격은 좀 쌌겠죠. 자리가 좀 불편해도 공연을 보려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라는 차원에서 이해되었습니다.

등급화 분위기 사라졌으면

무대 공연에서 자리의 위치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사례가 확산하지 않고 줄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아직은 좌석의 위치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입장권을 판매하는 곳이 많습니다. 영화관도 그렇고 대규모 공연시설이라 하더라도 비상업적인 성격이 짙은 공연엔 입장료에 차등을 두지 않습니다.

반대로 기우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자리 하나에도 상업적 계산이 깔려 등급화하는 사례가 늘면 세상 살기 참 각박해지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은 위치에 따라 금액을 달리하지만 나중엔 비슷한 위치에 있더라도 고급 의자를 놓고 VIP 대접한다며 금액을 더 높게 책정할 수도 있겠고, 또 맨 뒷좌석 낮은 금액의 좌석이라도 조금 더 좋은 자리와 나쁜 자리를 구분해 차등화할 수 있겠다는 상상까지 미칩니다. 물론 이런 일까지야 없겠죠. 있어서도 안 되겠고요.

공연장의 객석 위치에 따라 차등을 두어 고액 관람객에게 더 좋은 관람환경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부정적 시각으로 본 이 글에 반론을 제기하실 분이 많을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더 많이 지급한 사람에게 그만큼의 혜택을 더 주는 것은 이치에 맞는 행위로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차별도 정도가 지나치게 되면 위화감을 조성하게 되고 이는 오히려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는 판단에 일례를 든 것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교육분야도 그렇고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차등화 되어가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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